
오빠 달려 노래주점
산지니시인선 029
김보성 시집
엄숙주의를 넘어 생활세계의 성애 현실을
잔잔한 웃음기와 함께 펼치다
2023년 『장소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한 김보성 시인이 첫 시집을 출간한다. 김보성 시인의 첫 시집 『오빠 달려 노래주점』에는 구체적 생활세계의 성애를 다룬 100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성(性)이야말로 어느 시대, 어느 문화라 할 것 없이 보편적으로 겪고 누리는 일이다. 그러한 보편성에도 이제까지 성은 내놓고 말하기 껄끄럽거나 부끄러운 일로 다루어져 왔다. 성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여기 『오빠 달려 노래주점』에서 김보성 시인은 성을 활짝 펼쳐 보인다. 성 욕구나 성 행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던 엄숙주의의 전통 아래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이다. 김보성 시인은 우리 근대시에서 아직까지 드러내지 못한 생활세계의 성애 현실을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우리 앞에 펼친다. 그간 가려져 있던 성생활의 속살이 김보성의 손끝에서 잔잔한 웃음기와 함께 살아난다.
요즘 그 여자 안 만나는 거 같대/좋아했잖아/생활도 괜찮다면서/뜸 들이더니/말을 말게 장소가 따로 없어 그것도 한두 번이지/만났다면 들이미니/니이미, 늙으니 그것도 힘들어// _「게이트볼장」 중에서
남세와 망측 사이, 당혹스러운 성애시 속에 숨은
사람살이에 대한 깊은 공감
공항에 나타난/명희, 늦다/왜 늦었노?//비스듬히 누운 남편/뒤통수에 대고/며칠 동안 못 보는데 숙제나 하고 가지/하여튼 뒷북치는 데는/머리 망가진다이 쫌 조심하고/빨리빨리 해라// _「여행」 중에서
성 또는 성희가 문학의 글감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성 행태를 담은 시를 읽은 경험은 없을 것이다. 더불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요구되고 학습된 성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여자의 머리 매무새보다 더 가볍게 다루어지는 남자의 성은 당혹감을 불러일으킬, 구체적이면서도 뜻밖의 속살이다.
김보성의 시는 통상과 비상, 정상과 이상, 전통적인 것과 예외적인 것을 뒤섞으면서 성행태의 다양한 세부를 더듬는다. 그렇다고 해서 비전통적인 성 표현이 성해방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성을 있는 모습 그대로 담는다. 김보성 시에 등장하는 과도한 성, 넘치는 성애 현실과 성적 주체의 적극적인 태도에 독자들은 당혹감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삶에 대한, 사람살이에 관한 시인의 깊은 공감이며, 성과 성애 안쪽에 갇혀 있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삶의 진실이다.
『오빠 달려 노래주점』에 실린 100편의 시 대부분에서 성은 아낌없이 자기 존재를 웅변한다. 성에 대한 어떤 편견도, 선입견도 내세우지 않고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 담겠다는 시인의 뜻이 오롯이 담겼다. 그가 그려내는 갖가지 성적 일탈과 예외적인 성행태는 독자로 하여금 남세와 망측을 오가게 하지만 실재하는 성을 재현하는 것에 충실하겠다는 시인의 적극성은 성애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자 소개
김보성
1960년 경남 창원군 동면 출신. 2023년 『장소시학』 신인상을 받아 문학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경남시인회 회원. kimbs1199@naver.com
추천사
사람은 누구나 성을 누린다. 그럼에도 내놓고 말하기 껄끄러운 일로 다룬다. 이중적이다. 김보성 시인은 그러한 성을 주도 동기로 활짝 펼친다. 당혹스럽다. 그런데 그러한 당혹스러움이야말로 그미 시가 지닌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세 가지로 확인된다. 먼저 지난 시기 우리시의 전통과 달리 직접적인 생활세계의 성을 담음으로써 성애시의 가능성을 넓힌 점에서 새롭다. 거기다 김보성 시는 전통적인 것과 비전통적인 것을 아우르면서 이제껏 드러내지 못한 구체적인 성행태가 오롯하다. 성담론으로서 김보성 시가 지닌 적극성이다. 나아가 김보성 시는 독자사회를 향한 이바지가 뚜렷하다. 성을 부정적으로 보건 긍정적으로 보건, 맞선 둘 사이에 나타날 당혹의 편차야말로 김보성 시가 지닌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한다. 그미 시가 지닌 당혹의 아름다움은 성의 개방이라는 성화와 사회적 공론화라는 탈성화가 아울러 빚는 역동적 동시성의 결과다. 한국 시가사 전통에서 볼 때 21세기 첫 남녀상열지시(男女相悅之詩)인 김보성의 『오빠 달려 노래주점』. 성적 선진화를 향한 먼 지평에 중요 나침반이 될 성과다. 우리 시대의 숱한 ‘오빠’, ‘누나’ 들, 부디 멈추지 말고 즐겁게 달리고 달리시길.
_박태일(시인·경남대 명예교수)
키워드
#시집 #지역문학 #경남문학 #여성시인 #성애시 #부부 #남녀관계 #부부생활 #사랑

책 속으로
소심한 남편
몸엔 붉고 검은 용 그려
젊을 땐 제 잘난 맛에 살더니
나이 드니
뱀 대가리같이 쪼그라든다며 심란해했다
비뇨기과
울리불리 울리불리
잔 구슬 큰 구슬 번갈아 돌려 넣고
크게 보이냐?
뭐꼬 징그럽게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아이가
하이고
마누라는 커서 기웠는데
자기는 키우냐
_「바느질」
오후 여섯 시 출근
새벽 세 시 퇴근
좋은 시절 다 가고 기린 목 빼는 금요일
작업복 청바지 남자 둘
들어서자마자
사장님, 둘이요
알죠?
예쁜이들로
두 시간 놀다 갈 거니까
맥주 주시고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마세요
옮긴 벌통 같더니
한 쌍은 의자 돌려놓고
포개졌고
다른 쌍은 서서 부빈다
다음날 옥상에 소파 말렸다
_「오빠 달려 노래주점」
젊은 날
뿔난 송아지
누구 말도 듣지 않았다
전원주택 개발업자 봄이 오면 일 많아져
주머니에 돈 들어오니
가는 곳마다 여자
헤어 나오지 못했다
소처럼 눈만 끔뻑이며 지켜봐 주더니
어느새 아내 마흔하고 쉰
갑자기 통나무 넘어가듯 갔다
일어나
일어나
악을 썼지만
염한 얼굴 편안했다
참 쉽네
애태우는 당신 없이
무슨 재미고
그날부터 멈춰버렸다
세상
_「기회라도 한번 주지」
차례
시인의 말 하나
바느질 | 로켓 모텔 | 여행 | 게이트볼장 | 에프 킬러 | 아들 | 횡재 | 난희 | 이렇게 산다 | 공양 | 토란 | 삼복 | 팔십 | 열무김치 | 오빠 달려 노래주점 | 서리 맞은 고추 | 순애 언니 | 업 | 밑 복 | 동지 | 높은재 | 자귀꽃 | 등록금 | 자궁 | 제비꽃 | 도라지꽃 | 송이 | 본동댁 | 이웃 | 꽈리고추 | 싹 난 종자 | 혼인날 | 설마 | 하루꼬 | 먹구랭이 | 망고 | 서울역 | 길 위에 남자 | 모루 | 나팔꽃 | 아버지 | 유 목수 | 끈 | 수리수리 수수리 | 여름 이야기 | 봉자 | 사월 초파일 | 누렁이 | 창수 아제 | 오이소 | 스님 엄마 | 한가위 | 수영장 | 시어머니 | 자린고비 | 벚꽃 세례 | 천일홍 | 불나방 | 홀아비 | 보복 | 다알리아 | 근식이 | 땡기네 소주 | 어떤 장례식 | 박 교장 | 윤점자 | 도루묵 | 풍디아가지 | 골방 | 대추나무 | 생각 따로 말 따로 | 곰보 배추 | 하의 실종 | 화숙이 | 히야신스 | 텃새 | 바나나 | 기회라도 한번 주지 | 두 남자 | 노루오줌 | 백중사리 | 세신사 남편 | 옥미희 | 쳉헤르 | 배추김치 | 보리싸리 | 아직도 | 갱년도 없나 | 구충제 | 송학다방 | 중앙시장 | 부부 | 거미 | 줌 | 요충 | 노총각 홍길 | 파장 | 호랑나비 | 복어 | 밤꽃
해설: 김보성의 성애시와 당혹의 미학_박태일
![]() |
지은이 : 김보성 쪽 수 : 240쪽 판 형 : 125*210 / 무선 ISBN : 979-11-6861-550-2 03810 가 격 : 16,000원 발행일 : 2025년 12월 16일 분 류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오빠 달려 노래주점> 구매하기
오빠 달려 노래주점 | 산지니시인선 29 | 김보성
엄숙주의 아래 가려졌던 생활세계의 성애 현실을 2023년 『장소시학』 신인상 수상자로 데뷔한 김보성 시인이 첫 시집 『오빠 달려 노래주점』에서 100편의 시로 펼친다. 전통적 태도에서 벗어나
www.aladin.co.kr
'산지니 책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짧은 언어 형식에 담은 생생한 고향의 기억 :: 김영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별이 건너가고 있다』 책 소개 (1) | 2026.01.09 |
|---|---|
| 넉넉한 황강을 품은 합천을 시로 노래하다 :: 정유미 시인의 첫 시집 『해로운 건 눈물로 씻었다』 책 소개 (2) | 2026.01.08 |
| 거제 사람의 삶과 곡절을 품어 안은 장소시 :: 신명자 시인의 첫 시집 『거제, 파도로 깎은 시』 책 소개 (1) | 2026.01.06 |
| 의령 남강에 흘려보낸 삶의 무게가 74편의 시가 되다 :: 구자순 시인의 첫 시집 『내 사랑은 그래』 책 소개 (1) | 2026.01.06 |
| 소설가 황경란의 두 번째 소설집 :: 『아름다운 단편』 책 소개 (1) | 2025.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