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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보존했고 한국은 철거했다…식민 건축이 드러낸 두 사회의 역사관_ <교수신문>에 소개된 류영하의 『대만 박물관 산책』

by leecy120 2026. 3. 9.

완벽한 박물관 관람법이란 존재할까요?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둘러보며, 관람객인 우리는 마음에 드는 것이나 궁금한 것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설렁설렁 지나칩니다. 시간을 갖고 잠시 비어 있는 벽에 붙어 전시실 전체를 바라보면, 우리는 관람객들이 저마다 다른 전시물 앞에, 다른 시간을 들여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놀랄 만한 사실은 박물관을 짓고 전시를 구성하는 과정 역시, 관람객의 관람 방식과 닮아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유물을 전시하거나 전시하지 않을 것인가? 박물관은 그런 수많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와 같습니다. 대만 박물관 산책은 복잡다단한 역사를 가진 나라 대만의 박물관들이 어떤 역사와 사회상을 자신들의 모습에 담아내기로 했는지, 그 속내를 펼쳐 보입니다. 목차를 보면 박물관들이 하고 싶은 말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식민 지배 이야기, 평화와 군대 이야기,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전공 교수가 저자가 말하다코너를 통해 자신의 책 대만 박물관 산책에 대해 논했습니다.


대만은 보존했고 한국은 철거했다식민 건축이 드러낸 두 사회의 역사관

저자가 말하다_『대만 박물관 산책』 류영하 지음│해피북미디어│528쪽

 

38개 박물관을 걸으며 본 대만
역사를 지우지 않는 사회

 

2019년 대만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하면서부터 대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거의 매 순간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특별히 친절한 것은 물론이고 내 두뇌의 기존 체계를 깨뜨리는 이미지가 연달아 다가왔다. 예를 들면 대학 도서관에는 멍 때리는 곳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따로 있었고, 도서관과 강의실에는 학생 동아리가 관리하는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만의 국립박물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일본 통치 50년에 대한 서사가 빠지지 않았다. 박물관의 전시에서도 일본 시대에 대해 한 점 감추지 않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본의 공과를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요즈음 일제 강점기라고 부르는 그 시기를, 국립대만박물관은 일본 시대(日本時代)’라고 부른다. ‘일본 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책도 많다. 일본 식민에 대한 대만인들의 인식은 일본 점거 시대(日據時代)’, ‘일본 통치 시기(日治時期)’를 거쳐 이제 일본 시대까지 와있다.  

전국적으로 이제는 관광지가 된 일본의 신사도 몇 군데 남아있다. 물론 일본이 남긴 대부분의 주요 건축물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 활용되고 있다. 대만총독부는 조선총독부(중앙청)와 마찬가지로 1919년에 완공되었다. 대만은 2026년 현재까지 총통부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은 1995년에 깨끗이 철거했다. 대만과 한국 그 유전자의 다름과 차이는 여기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대만은 총독부를 누가 지었든지 상관하지 않고, 역사적인 유물로 인식하고 보존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총독부 건물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일본이라는 원수가 남긴 상처라고 해석했다. 건물의 보존 활용과 철거만을 놓고 보면, 사실을 중시하는 입장과 명분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대만과 한국은 모두 그것을 역사 유물로 인식했지만, 대만은 활용으로, 한국은 철거로 결론을 내렸다

 

 

대만 정체성이 바라보는 일본과 역사 그리고 한국 정체성이 바라보는 일본과 역사는 이렇게 다르다. 달라도 왜 이렇게 다를까? 일본 식민에 대한 대만과 한국의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합의를 해야 할까? 이런 다름과 차이를 한국사회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책 세 권을 쓰자고 다짐했다. 첫 번째 결과물이 대만 산책이고, 두 번째가 바로 이 대만 박물관 산책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론적으로 대만을 정의하는 일이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부터 나는 박물관의 서사를 통해 대만 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알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대만의 문화적 유전자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왔을까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박물관은 정답일까? 박물관을 믿어도 될까? 대만 전역 38개 주요 박물관의 서사를 6년 동안 족저근염이 걸릴 정도로 다니면서 면밀히 살폈다

독일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왜 똑똑한 돌고래는 인간이 먹어도 되고, 멍청한 인간은 먹으면 안 되는지?’라는 화두를 가지고 인간과 사회를 탐구한다. 원칙과 기준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른바 신실재론이다. 실존주의의 대명사 사르트르의 화두는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인간인지를 밝히는 내 본질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심리학 통계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하루에 3만 번의 선택을 한다. 그렇게 본다면 내 인생은 내 선택의 결과물이고, 사회는 우리 선택의 결과물인 것이다

1980년대 말 민주화가 실현되면서 대만에 2백 개 이상의 박물관이 새로 생겼다. 특히 신박물관학의 영향으로 물건 위주에서 사람 위주로의 서사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대만에서 박물관은 역사서사의 중요한 기지가 되었으며, 역사와 당대 관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단절되지도 단절하지도 않는 것

대만 박물관 역사 서술의 가장 특징은 단절되지도 단절하지도 않는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주민의 역사도, 한족의 침탈 역사도, 일본의 식민 역사도, 국민당 독재의 역사도 삭제하지 않고 서술하고 있다. 총통부 전시실에 순서대로 전시된 역대 총통 사진과 그들의 주요 언설을 보면, 역대 총통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사실로서 받아들이자는 함의가 보인다. 총통부의 전시실에는 장제스(蔣介石)부터 장징궈(蔣經國), 리덩후이(李登輝), 천수이볜(陳水扁)에 이어 차이잉원(蔡英文)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소개되고 있다

역사는 역사야대만인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역사 서술은 지워버릴 수 있지만, ‘사실로서의 역사는 영원히 삭제할 수 없다. 제각각 역사에 이런저런 가치는 부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사실로서 존재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박물관을 만들어내야 할까? 최근 일본의 어느 외교관이 은퇴하면서 한국은 일본을 연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방일한 한국인 관광객이 1천만을 육박하는데, 그럼에도 한국은 일본을 잘 모른다고 했다. 어디 일본뿐일까? 우리는 중국도 대만도 잘 모른다. 

 

출처 :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전공 교수, 202636, <교수신문>

 

대만은 보존했고 한국은 철거했다…식민 건축이 드러낸 두 사회의 역사관 - 교수신문

38개 박물관을 걸으며 본 대만 역사를 지우지 않는 사회2019년 대만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하면서부터 대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거의 매 순간 충격을 받았다.

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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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박물관 산책 | 류영하

박물관은 사실만을 전시하는 공간일까? 우리는 박물관의 스토리를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대만과 홍콩의 정체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류영하 교수는 이러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대만 전역에 흩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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