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자라는 데에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지요.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는 가정뿐 아니라 공동체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마을이 필요한 건 아이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마을이 필요합니다. 내가 사는 곳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관심사를 공유할 친구와 동료를 만나기 위해, 서로를 북돋우며 배우고 자라기 위해서 말입니다. 부산 곳곳의 마을과 공동체는 주민 스스로 나서 야학과 도서관, 복지관을 세우며 지역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발전해 왔습니다.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는 부산의 공동체들이 40년간 활동을 이어오며 이뤄낸 결과와, 그 사이사이 숨은 사람들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풀뿌리부터 시작해 우리 지역을 변화시키는 작고 강한 힘의 기록이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이 책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부산일보
‘인간다운 삶’을 향한 부산 시민의 흔적을 찾아
‘부산 공동체운영 원형’ 기록 발간
1970~2010년대 당사자 목소리
야학·탁아·도서원·주거권· 자활 등
시민공동체로 이룬 변화들 주목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선배의 흔적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가 길을 찾도록 돕는 작업이다. 인간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이 소중한 경험의 기록이 더 낡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다.”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라는 책을 기획하고 기록한 ‘우리지역운동사 발간위원회’ 유영란 위원장의 말이다.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사람과 마을을 잇는 40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부산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시민공동체 운동의 기록이다. 주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운동이며 동시에 경쟁과 소외, 분열과 대립을 넘어 협동과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운동을 말한다.
이 책은 유 위원장의 오랜 꿈이었다. 2011년 ‘주민이 주인 되는 지역사회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한 부산주민운동교육원이 설립되었고, 원년 멤버이자 대표까지 했던 유 위원장은 그때부터 부산의 주민운동 역사를 찾고, 기록해야겠다는 꿈을 품기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수도권의 주민운동 기록은 여러 번 책을 비롯해 논문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정작 부산이 주인공이 된 자료는 거의 없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책자 발간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고 품을 모으는 것이 힘들었다. 인기 베스트셀러가 될 장르도 아니다 보니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너무 늦기 전에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싶어 2023년 다양한 부문 운동 영역 당사자들을 모아 집담회를 시작했다. 역사 전공자인 이송희 교수가 전문가로서 구술, 기록, 책 제목에 도움을 많이 주었다.”
유 위원장이 설명한 책의 시작이다. 그렇게 2023년부터 2년간 집담회, 기록 남기기, 당사자들 구술과 채록 작업,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40년간의 현장을 불러왔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로 한정한 것은 현재의 모습은 다음 세대가 정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책은 당시 유명한 사건이나 투쟁, 투사와 열사의 이야기가 전혀 없다. 공동체 활동을 해 온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활동 당사자들을 일일이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활동을 시작한 계기와 기억에 남는 사람과 사건, 일화를 담았다. 연구 작업이나 논문, 역사서가 아니라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보통의 마음을 가진 시민들의 에세이이자 추억이다. 발간위원회는 어려운 사회과학책이나 딱딱한 논문, 기록집보다 부산의 많은 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자 빛나는 청춘 시절의 경험으로 다가가길 원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책에는 야학운동, 도서원운동, 탁아운동, 공부방운동, 주거권 운동, 자활운동, 지역복지운동, 마을공동체운동이라는 8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서문에서 부산지역 공동체운동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과 배경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신용협동조합부터 역시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이 부산에서 출발했고, 이후 양서협동조합, 부산도시산업선교회, 가톨릭노동청년회, 빈민 운동 등 다양한 실천으로 연결된 이야기가 나온다.
야학운동 편에선 책의 저술을 위해 몇십 년 만에 당시 강학(야학에선 학생을 강학이라고 불렀다)과 학강(야학에서 교사)이 만나 간담회를 하며 회포를 풀었다. 3명의 강학이 쓴 ‘내 인생에서 야학의 의미’라는 책 속 글은 여운이 크게 다가온다.
분야별로 간담회를 진행하며 참가자 모두가 가슴 벅차고 뜨거운 순간들을 경험했다. 유 위원장은 “담아낸 이야기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가 자료를 정리하고 책까지 써주는 세상이지만, 공동체로서 마음과 지혜를 모아 힘든 상황과 시기를 해결한 이야기와 감동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진심을 가지고 선한 의지로 함께 했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우선 책을 완성하자는 하나의 목표 아래 다들 고생했지만, 정작 원고료와 책 제작비도 지급하지 못했다. 책을 팔아서 제작비를 해결할 계획이며, 참가자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책이 많이 팔려 2쇄까지 찍는 게 현재 유 위원장을 비롯한 발간위원회의 희망이자 꿈이다. 책은 인터넷 주요 서점을 비롯해 부산주민운동교육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051-819-5526.
출처: 김효정 기자, 2026년 3월 25일, <부산일보>
‘인간다운 삶’을 향한 부산 시민의 흔적을 찾아
<부산지역 공동체운동희 원형을 찾아서> 책 표지. 산지니 제공 유영란 부산지역운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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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 | 부산지역운동사 발간위원회 엮음
1970년대부터 2015년까지 40여 년간 부산 지역에서 전개된 공동체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야학·탁아·공부방·주거권·마을공동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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