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길 위의 간호사』를 쓰신 안미선 작가님이 국악방송 라디오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에 출연했습니다. 인터뷰에서 안미선 작가님은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보건 의료 활동을 펼치며 살아온 조옥화 간호사의 삶을 책으로 옮기게 된 계기와 의미, 책을 구성하며 숨겨놓은 요소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국악방송 청취자들과 나누었습니다. 이 인터뷰 내용은 국악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해 다시듣기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안미선 작가님이 들려주신 『길 위의 간호사』이야기를 함께 만나볼까요?
국악FM방송 -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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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타인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고, 사람들의 삶이 낱낱의 삶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의) 삶이 결국 제 삶과 연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밖에서 노동자, 시민, 여성들과 함께 모두가 자신이 건강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삶을 위해 일했던 조옥화 간호사의 삶을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안미선 작가님은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통해 사람들과 그들의 기록을 직접 만나는 과정을 거치셨는데요.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책으로 옮기는 일에 대해 작가님은 우리 모두의 삶이 사회 속에서 연관을 맺고 있기에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그 연결을 더 탐구해보고 싶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길 위의 간호사』는 조옥화 간호사의 생애와 경험을 알리고 있는 만큼, 그 삶을 잘 보여주는 여러 요소들이 꼼꼼하게 채워진 책이기도 합니다. 안미선 작가님은 책의 제목과 구성에 숨겨진 뒷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바람에 스치는 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를'처럼 윤동주 시인의 시 구절을 각 장의 제목으로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조옥화 선생님이 삶에서 어려움이 있으셨을 때, 윤동주 시를 만났고 그 감성에 공감을 하셨다고 해요. 이렇게 좋은 시인도 꽃 피지 못하고 억울하게 감옥에서 삶을 마감했(던 것을 보며),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약자들 편에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셨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활동을 하신) 조옥화 선생님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시의 구절과 맞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길 위의 간호사』라는 제목은 조옥화 선생님의 직업의식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을 나타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옥화 선생님께서 이 제목을 정하시면서, 열려 있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길이라는 것은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저도 이 말씀을 들으며 조옥화 선생님이 여성으로서, 또 직업인으로서 보건 의료 활동가라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갔다는 점과, 우리가 고립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자신의 길과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제목 안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안미선 작가님은 『길 위의 간호사』의 마지막 글인 '나가는 말: 오늘도 길을 걷는다'에 기록된 조옥화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을 낭독해 주셨습니다. 조옥화 선생님이 자신의 일을 어떤 태도로 대해오셨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인데요.
길을 걸으면서 저한테 주어진 일을 별로 거절하지 않고 묵묵히 해왔죠. 제 삶의 키워드가 여성, 삶의 현장, 그다음에 간호, 이 세 가지예요. 병원 내 의료기관이 아니라 바깥세상에 나가서 지역사회 간호에 관심을 가졌고 이쪽으로 계속 걸어온 거죠. 뒤돌아보니까 일의 의미가 그렇게 일관돼 있는 것 같아요. (중략) 나는 일단 사람을 좋아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끈끈하게 흐르는 정이 난 너무 좋아요. 따뜻해요. 그리고 내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고 그런 기여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나도 좋아요. 그래서 더불어 함께 같이하는 일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길 위의 간호사』, 287~289쪽.
누군가에게는 거창한 삶으로 보이지만, 조옥화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걸어온 것처럼 말씀을 하시네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조옥화 선생님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선생님이 병원과 보건소 같은 안정된 직장에 계시다가, 당시에는 많은 오해와 탄압을 받았던 인천도시산업선교회(로 가서) 약한 사람들과 같이하겠다는 생각으로 두말하지 않고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한 장면이 조옥화 선생님의 선택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힘이 센, 더 강한 곳으로 달려가는 세상에서 걸음을 멈추고 더 약하고,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몸을 돌려 달려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을 쓰시며 안미선 작가님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간호인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된 책이 별로 없습니다. 민주화 운동이나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묵묵히 헌신한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가 잘 기록된 책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제가 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북토크를 했는데요, 조옥화 선생님의 후배들이 ‘제가 서있는 자리가 어떤 노력의 끝에서 이루어진 것을 알았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이야기하셔서 선생님이 감동을 받으시는 모습을 봤어요. 우리가 있는 자리가 어떤 과정과 내력을 거쳤고 누가 어떤 노력을 해서 만들어졌는가, 어떻게 이름붙여졌는가. 이런 숨은 노력들을 드러내는 것, 숨은 노동을 드러내는 것이 기록의 가치라는 생각이 들어 저에게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조옥화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옥화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된 계기가 ‘개인의 문제 중에는 사회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 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저는 그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감옥에서 나와 우리의 힘을 키워야, 우리가 공통으로 맞닥뜨리지만 각자 혼자 앓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할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업 재해, 도시 빈민과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시선을 당사자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구조의 개선 필요 인식으로 바꾸고,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독려했던 조옥화 선생님이 추구하신 '함께하는 삶'을, 안미선 작가님의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주민, 노동자, 여성의 삶을 글을 통해 기록해 오신 안미선 작가님 역시 조옥화 선생님처럼 우리 곁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연결시키고, 서로를 위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조옥화 선생님이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를 거쳐 보건 의료의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그 삶의 태도가 궁금하신 분들은 『길 위의 간호사』를 통해 안미선 작가님의 기록을 꼭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미선
오랫동안 사람들의 일과 삶을 기록해왔다. 한 사람의 걸음에 함께하는 걸음이 이어지는 데 기록이 힘이 있다고 믿는다. 저서로 『다정한 연결』,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그때 치마가 빛났다』, 『집이 거울이 될 때』,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 『언니, 같이 가자!』, 『여성, 목소리들』, 『모퉁이 책 읽기』, 공저로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등이 있다.
↘ 『길 위의 간호사』가 궁금하시다면
길 위의 간호사 | 안미선
1970년대 산업화와 유신체제를 지나 민주화의 격랑 속을 건너온 한 간호사가 있다. 병원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고 거리와 골목, 공장과 주민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 『길 위의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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