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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들: <뉴스민>에서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를 소개했습니다.

by jh5169455 2026. 7. 6.

더 빠른 도시가 아닌 더 소중한 도시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애정을 종착지로 설명하는 허남설 기자의 책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군산, 밀양, 성수동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 변혁의 사례를 살피다 보면 저자의 말처럼 공간 변혁은 거대한 목표가 아닌 공간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애정 없는 변혁은 불가능하다는 뜻이 됩니다. 쇠퇴하던 낡은 건물을 새로운 이벤트의 장으로 만들고, 엉뚱하지만 과감한 기획으로 청년을 불러 모으고, 담대한 시도로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를 다시 살리는 이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공간이 숫자로 치환되는 세상에 조금 지치셨다면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를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뉴스민

[#053/054] 애정하는 도시가 되려면

“애정하는 공간이 있냐.” 비 오는 날, 창이 큰 술집에서 막걸리를 따르다가 친구가 물었다. 답이 대번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가 덧붙였다. “자주 가는 카페라든지, 러닝하는 공원이나 매일 가는 회사가 될 수도 있지.” 그제야 몇 곳이 떠올랐다. 책 냄새를 맡으러 가는 범어도서관, 백로를 볼 수 있는 야시골공원, 지하도를 따라 걸으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범어역 지하스트리트. 모두 집 가까이에 있는 곳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모두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취재했던 ‘15분 도시’가 떠올랐다.

부산시의 ‘15분 도시의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는 <뉴스민> 6·3 지방선거 프로젝트 ‘조례발굴단’이 전국 조례를 검토해 선정한 102개 우수 조례 중 하나다. 자동차 중심 도시를 생활권 중심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산 현장을 취재해 보니 “결국 기초지자체 민원성 사업 아니냐”, “보여주기 좋은 시설에 예산만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정책은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증명하기 어렵다. 지금의 모습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단정하기 쉽지 않았다.

▲지난 5월 13일 오후 찾은 부산 동래혁신어울림센터 내 들락날락. 박형준 전 부산시장의 15분 도시 주요 사업이던  ‘들락날락’(어린이 복합문화공간)과 ‘하하센터’(55~74세 신노년 커뮤니티 공간)는 전재수 부산시장 체제에서도 기능을 보완해 이어질 전망이다.

15분 도시는 2021년 재·보궐선거를 거치며 국내 정치의 언어가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15분 도시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1분 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15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도시’라는 말은 국내에서 낯설었다. 이 개념은 이미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호주 멜버른의 ‘20분 동네’, 미국 포틀랜드의 ‘완전한 근린’, 콜롬비아 보고타의 생활권 정책 등 해외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구현되고 있다. 다들 방향은 같다. 교육과 의료, 돌봄, 문화, 상업, 공원이 일상 가까이에 있는 도시, 자동차를 덜 타도 되는 도시, 기후위기 시대에 더 적게 이동하면서도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한국에서 15분 도시는 자주 오독된다. ‘어느 동네에 어떤 건물을 세울 것인가’, ‘생활SOC를 어디에 하나 더 넣을 것인가’ 같은 질문이 우선된다. 15분 도시의 본질은 배분의 철학에 있다. 도심과 농촌, 신도시와 원도심, 아파트 단지와 오래된 골목 사이에 생활 인프라가 공정하게 놓이고 있는가. 예산은 시민의 이동 시간을 줄이고, 안전을 높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데 쓰이고 있는가. 지방정부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다.

결국 좋은 도시는 사람들이 자기 삶 가까이에 애정하는 공간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허남설 경향신문 기자의 책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는 15분 도시의 종착지를 ‘장소에 대한 애정 되찾기’라고 설명한다. 학교, 병원, 시장에 가는 데 1~2시간씩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사는 곳에 대한 애착이 싹트기 어렵다. 저자는 초만원 지하철,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자동차, 스쿨존마저 가리지 않는 난폭운전이 아이들에게서 ‘그들이 자라나는 곳에 대한 애착을 꺾는다’고 썼다. 시간을 아껴 주변을 돌보는 데 쓰게 하는 도시계획이 결국 ‘토포필리아’, 장소에 대한 사랑을 일으키는 기술이라는 말이다.

살고 싶은 도시는 반도체 팹이나 대기업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론 일자리와 산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가 생겨도 퇴근 후 걸어갈 공원이 없고, 아이를 맡길 곳이 부족하고, 병원과 도서관이 멀고, 골목이 위험하다면 사람들은 그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들이 애정을 품고 살아갈 공간을 만들고 지켜가는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일 역시 지방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출처 : 김보현 기자, 2026년 7월 6일,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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