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지니 편집부 엘뤼에르입니다.

오랜만의 포스팅에서, 새삼스럽지만 전자책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스마트폰도 없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다보니, 출판계에서 들리우는 전자책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계속 등한시 할 수만은 없었답니다. 단말기도 없는데 자꾸만 전자책 공문이니, 전자책 제작 지원 서류니 하루에도 산지니 편집부 내에서 전자책 이야기가 오가지 않는 날이 없었지요.

 

그러다, 오늘도 어떤 신간이 나왔나 하고 인터넷 서점을 방문하던 차 요녀석의 예약 구매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바로, 크레마 터치입니다. 아마존 킨들의 국내판이라고 보시면 될텐데요. 요즘 드문드문 들리우는 전자책 시장이 궁금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조차 없는 제게 낯선 신문물의 세계를 경험해 주고 싶었달까요. 결국, 거금을 털어 크레마 터치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교보문고에서는 스토리K, 알라딘, YES24, 반디앤루니스에서는 크레마터치가 단말기로 지원되고 있는데 YES24의 꾸준한 이용객인 저는 크레마터치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예약구매가 끝나고, 물건이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받고선 사무실에서 조용히 크레마가 오길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택배! 사무실에서 산뜻하게 택배를 개봉한 저는 처음에 이 물건을 받아들고 황당하기 이를데가 없었습니다. 와이파이가 개통되지 않으면 쓸 수 없다니요! 사무실 건물에는 와이파이가 개통되지 않았고, 통신문물에도 낯선 저는 결국 집에 기기를 들고가 무선공유기로 개통한 와이파이로 겨우 요녀석을 개통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책과 비교한 크레마 터치의 크기입니다. 최근 출간된 박향선생님의 소설책 즐거운 게임이 A5사이즈라면 이보다 살짝 작은 정도인데요, 짐작이 가시나요?

 

 

구매 50% 할인쿠폰을 적용해 첫 구입한 책은 천명관의 '고래'였습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인데다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의 한국판 버전이다, 라는 말을 듣고 많은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요. 예상처럼 술술 잘 읽혔습니다. 평소 같았다면 바삐 책장을 넘기기에 바빴을텐데요. 이번만큼은 정말 손가락 움직이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와이파이로 정보검색이 가능한 전자책만의 기능

 

이런저런 기능을 익히기도 전에 잘못 손가락을 누르다 발견한 기능 하나!

 

 

 

바로 전자책만의 기능인데요. 모르는 단어는 클릭해서 인터넷으로, 혹은 전자책에 내장된 사전을 이용해 검색이 가능하고 하이라이트나 메모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해보았더니 단어의 키워드 그대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하고, 사전으로 뜻을 찾아주기도 하고 꽤 유용하더라구요.(하지만 이 좋은 기능도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불편했던 결제의 과정

 

이 부분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책 결제에 관한 문제를 집고 넘어갈까 합니다. 전자책을 처음으로 집어든 저는 단말기 안에 내장되어 있는 책이 단 한 권도 없어 어떤 책이라도 일단 구입을 해야만 했는데(나중에 살펴보니 체험판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더군요!) 문제는 결제였습니다.

 

휴대폰 결제와 디지털머니 결제라는 두가지 방식이 있더군요. 하지만, 휴대폰 결제가 쉬운 결제방식이라고는 하나, 제 핸드폰은 휴대폰 결제가 되지 않는 요금제이고..(어쩌다보니 소액결제 차단 신청을 한지라 결제가 불가능했습니다.) 디지털머니라는 결제방식도 만원, 이만원 충전식으로 금액을 먼저 컴퓨터 충전하고 사용하는 방식인데, 남은 대금을 환불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불편해 보이더군요.(물론 계속 남은 금액은 디지털머니화되어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모든것은 제가 YES24 크레마터치 유저라서 다른 서점의 경우와는 상이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크레마 터치로 본 천명관의 <고래> 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천명관의 <고래> 화면입니다.

 

우선, 천명관의 <고래>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한국의 마르케스가 따로 없더군요. <백년동안의 고독>만큼은 아니지만, 금복과 춘희를 둘러싼 고독과 음울함이 그대로 전해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마력을 지닌 소설이었습니다. 전자책에서는 춘희가 건축업자에게 고래극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이런식으로 그림을 그려준다고 되어있는데, 과연 종이책에는 어떻게 되어있을지 사뭇 궁금해지고도 했습니다.(이 얘기를 출판사 팀장님께 했더니, 팀장님께서 종이책에는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해서 당황했습니다. 정말 전자책에만 있는 그림일까요? 이외에도 개망초그림이나 춘희의 벽화 등 다양한 그림이 등장하며 전자책만의 매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의 한 장면입니다. 결국 다 읽지 못한 책입니다. 아쉽네요.

한편,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김태권 저자는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 경제학자의 <문화로 먹고살기>라는 책의 삽화를 그려 눈에 담고 있었던 저자기도 한데요. 전자책으로 만난 <김태권의 십자군 전쟁>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그것은 콘텐츠의 문제라기보다는 콘텐츠를 담고 있는 기기의 문제였습니다. 만화의 생명도 결국 만화를 구성하고 있는 대사일텐데, 다른 활자화된 도서와는 달리 대사들도 모두 그림처리되어 확대가 되지 않아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론 : 종이책과 전자책, 나에게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사실 전자책이라고 해봤자, 종이책에 비해 매우 저렴하지만은 않습니다. 꼭 소장해야 할 중요도서는 구입하시는게 더 좋을 정도로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만일 종이책이 10,000원대의 가격을 형성한다면 전자책은 7,000원 정도로 그리 저렴하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종이책이 가장 큰 불편한 요소인 무게감을 전자책의 휴대성으로 커버가 가능하다면, 오히려 전자책을 선택하셔서 빠르게 소설 속 이야기에 동화되는 것이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다보니, 전자책 찬양 일색의 포스팅이되어버렸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책에 낙서를 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아무리 전자책에서 메모기능과 하이라트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책의 손글씨가 주는 손맛을 따라가지는 못할테지요. 정말 좋아하는 책이있다면 서점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구입하고,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읽기 편한 소설책의 경우에는 전자책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모든 것은 상황에 맞춰 판단하면 되는 거니까요.

 

결국, 전자책이 나왔다라고 할지라도 종이책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은 불멸의 진실일 겁니다. 전기나 전자를 이용하지 않고도 종이의 숨결만으로도 어떤 정보나 감성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요? 하지만, 종이의 무거움을 늘상 절감하고 집 안 한구석에 책의 공간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저로서는 지금부터 점차 전자책의 세계로 빠져들것만 같네요. 시작이 좋습니다. 더불어, 천명관의 <고래>도 추천하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