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독자가 『밤의 눈』을 읽고 블로그 방명록에 올려 주신 소감문입니다.

 

 

선생님의 역작 [밤의 눈] 소설 잘 읽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새며 이 글을 읽고 났을 때의 기분은 무한한 슬픔이었습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이 나라 대한민국의 건국 단추가 어떻게 이렇게 잘못 끼워졌느냐는 걸로 한동안 제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전국에 걸친 보도연맹원을 비롯한 우익의 눈 밖으로 난 이들을 향한 우리 경찰과 우리 군인의 천인공노할 대학살에 기반해 극우 반공정권이 창출되었고 지금도 그 흐름이 계속되기에 종일토록 가슴에서 뜨거운 피가 치솟는 건 저만의 감상일까요. 아, 이 소설은 당시를 렌즈로 찍은 듯이 그려낸 문학이자 엄혹한 사관의 기록이었습니다. 그 비극의 현대사를 [사기]를 쓴 사마천의 눈으로 썼다는데 더할 수 없는 존경이 우러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 시대를 냉정한 객관적 입장에서 조명해 내는지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빨려들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작가수업을 쌓으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본인데 정가가 200원이라서 흔쾌히 읽은 그 감동을 이 소설 [밤의 눈]에서 대했습니다. 그렇게 [닥터 지바고]를 한 번 읽은 이후 지금까지 5번이나 정독을 했던 것입니다. 번역도 잘 되어 산문을 읽는다기 보다 정형화된 문장의 시를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나 군데데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도 짧게 단락 단락을 지은 게 감수성 예민한 저를 단숨에 사로잡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 전체를 읽었을 때는 러시아 혁명과 더불은 지식인의 수난사가 너무나도 명확히 뇌리에 꽂히는 거였습니다. 제 서가에는 러시아혁명과 관계된 몇 권의 책이 있습니다만 황석영 선생의 [무기의 그늘]을 읽은 후 베트남 혁명사를 단번에 알았듯이 그 [닥터지바고]는 당시 러시아 민중들의 수난을 이해하는 거울이었습니다. 그러해 그 [닥터 지바고]는 저에게 소설의 교과서이기도 한 거지요. 선생님의 이번 [밤의 눈]역작은 대단하다, 무한한 감동이다 하는 이 말로 가름합니다.



지금도 한용범, 한시명,옥구열, 양숙희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찰과 군인에게 상상을 할 수 없는 야만의 짓을 당하는 광경이 선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거악이 저질러 지는지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두고 세세토록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 보도연맹원 및 우익의 눈에 밉보였던 이들을 도륙한 이후 지금까지 극우 반공이데올로기가 국시가 된 마당인데 당시 육이오를 조금만 관심 깊게 들여다 보면 뭔 전쟁이 이러한지 분노뿐이었습니다. 당시 남한에 단정이 수립되자 한 달 후 북한도 정부가 들어서 서로의 군대는 삼팔선에서 대치한 형국이었습니다. 우리 국군 4개 사단 병력이 수도 서울을 방위했는데 막상 육이오가 나자 어느 전선이든 전투다운 전투를 벌인 적이 없는 게 당시 우리 군대였습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수도 서울을 삼일 만에 내어주고 이승만은 전쟁 발발 이틀만에 줄행랑 놓은 게 그놈의 육이오였습니다. 이놈의 우리 군대가 낙동강까지 밀리면서 후퇴하는 쪽쪽 보련관련자며 이승만의 단정에 불만인 양심적인 이들을 살육했다는 게 역사의 기록입니다. 집단적으로 산골짜기에 몰아넣어 살육을 벌렸고, 폐광에 몇 천명을 밀어넣어 가두어선 그 폐광을 폭파시키고, 산도 들도 학살 흔적이 남는다는 계산에서 마산, 부산, 거제, 울산, 포항에선 수 천명을 바다에 수장시킨 이 거악의 사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군인이 관여된 이런 사건이 다 있는지 마냥 슬퍼질 따름입니다.


선생님의 이 작품은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 잘 짜여진 서사시를 읽은 것 같았습니다. 이 주제와 관계된 어떤 소재든 놓치지 않은 그 치밀한 상상력에 또 다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근간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 제 넋을 홀리게 해 이렇게 두서 없는 감상문을 몇 자 적었습니다. 이 훌륭한 작품을 낸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이 소설이 많이 읽히는 축복이 따르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12일 양 병 태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