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착한 기획회의 337호를 보다가 편집자로서 공감가고, 배울 점, 인상 깊은 부분이 많아 밑줄 그으면서 읽었네요. 출판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예비편집자와 그리고 출판사는 어떤 일을 하고 저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궁금한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독자와 저자를 어떻게 연결시켜 줄 것인가에 대해 민음사 박맹호 명예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의미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기획회의 337호 「한국의 기획자들」 연재 첫번째 인터뷰 내용 중 발췌하여 싣습니다.



안목과 관계

…… 민음사 회장 박맹호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팔순을 맞아 쓴 자서전 『책』 이야기가 나왔다. (…) 처음 약속한 인터뷰 날짜가 열흘가량 미뤄졌다. 편찮으시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에 인터뷰를 길게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되었다. 다행히 민음사 회장실에서 뵌 박맹호 회장은 정정했다. 인터뷰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사람을 보는 안목

김— 사람을 뽑는 즐거움,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창작의 즐거움과 맞먹는 것이었나 봅니다.

박— 그렇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이 굉장한 쾌락이고 즐거움이에요. 물론 실패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만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깐 그래도 내가 역시 직업을 잘 잘 선택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 회사에서 크게 쓸 편집자를 발굴할 때도 그런 스파크를 보시나요? 일의 결과가 중요했나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보셨나요?

박— 태도도 중요하겠지만 결과가 증명을 해주잖아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일의 결과, 책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싹수’는 보여요. ‘이 사람이 일을 해내겠구나’ 그런 싹수요.

김— 사람을 알아보는 데 특별한 비법이라도?

박— 그런 비법은 잘 모르겠고요. 제가 출판업을 하면서 사람의 눈빛을, 그리고 대화하는 것을 보면 사람을 좀 알겠더라고요.

김— 당시 이문열 선생의 여권 문제를 해결하고, 신인에게 파격적인 고료를 주도록 <경향신문>을 설득했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출판기획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작가가 글을 쓸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박— 작가가 글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주, 제일 중요하죠. 모든 작품이 다 그래요. 출판사가 작가를 특별하게 대우해주고 인정해주고, 그러면 보답이 와요. 강석경이 『숲속의 방』을 쓸 때, 원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어요. 보완할 지점도 말해주었죠. 한수산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박영한의 경우도 그랬어요. 작품에 대한 의견을 여러 가지로 말해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김— 작가들이 의견을 잘 듣는 편인가요?

박—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고, 안 듣는 경우도 있고. 잘 들으면 작품이 성공을 하는 거고, 안 들으면 성공을 못 하는 거죠.

김— 의견을 듣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 ‘감’이, ‘스파크’가 올 수 있겠네요?

박— 그건 스파크의 문제라기보다 저자와 편집자, 상호 신뢰의 문제죠. 출판사의 의견을 못 알아들으면 그땐 그 작품이 잘 안 되더라고요. 백발백중 안 되더라고요.(웃음)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나

김— 저자와 출판사, 비즈니스 관계에서 제일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박— 저자와의 관계라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거래예요. 서로 신용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금전 관계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됩니다. 그리고 저자가 상대적으로 손해 보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도록 대우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저자를 관리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인세를 항상 정확하게 계산해서 빨리 지급해주느냐가 관건이에요.

김— 현업에서 편집자들은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수직적인 느낌을 받아서 많이들 힘들어합니다. 때로는 조교가 돼버린 느낌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 센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박—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자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자면 저자들은 편집자 말을 잘 듣는 게 자신에게 제일 유리합니다. 원래 편집자가 책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저자들이 기가 세면 결국 자기 코 자기가 내리치는 거예요. 자기 손해예요.


전문 편집자의 시대

김— 후배 출판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시다면?

박— 자기 전공을 알아서 각자 자기가 공부하고 노력해야죠. 공부에는 제왕의 길이 없어요. 다른 방법 없어요.


로망스가 있는 출판디자인

김— 출판디자인에도 조예가 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병규 선생 등 뛰어난 디자이너를 발탁하시기도 했고요. 출판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박— 책도 출판광고도 로망스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스러워야 합니다. 너무 딱딱하면 독자들이 안 좋아해요.

김— 읽고 싶게 만들고, 갖고 싶게 만드고, 꿈꾸게 만드는 것이라는 뜻인가요?

박— 뭔가 이야기가 있어 보여야 됩니다. 갖고 싶어야 하죠.

김— 신문광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크시지요? 민음사 신문광고 디자인과 그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박— 책 광고 만들 때는 독자들에게 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권유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책이 이런 모양으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묻는 거죠. 책보다 먼저 독자들을 만나는 게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광고에 신경을 참 많이 썼어요. 책이 나가서 광고를 한 게 아니라, 광고를 하니깐 책이 나간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대체할 수 없는 책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김— 미디어 환경의 복잡한 변화, 책의 운명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 책이 모든 것의 기본이고 토대입니다. 그것이 있어야 다른 산업들도 가능합니다. 최근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논란이 있지요. 그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저는 책의 내재적 가치를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책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썼으면 좋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책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독자들이 제값을 치르고 살 수 있도록 책의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김— 마지막 질문입니다. 출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지요. 덕담도 좋습니다.

박— 출판은 벤처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만들거나 단순히 확대재생산하는 일이 아닙니다. 모험을 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벤처를 하는 심정으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기획회의 337호 「한국의 기획자들 01」


기획회의 337호 2013.02.05 - 10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박맹호 자서전 책 - 10점
박맹호 지음/민음사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