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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즐거운 도서관 나들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4.


“세은아 도서관 가자.”
“싫어. 책 재미없어.”
“세은이 저번에 간 도서관 갈 건데. 책도 선물 받고 세은이 카드도 만든 데 말야.”
“와 거기 ㅎㅎ 빨리 가자. 거기 재미있는데... 나 공주책 빌려줘.”

엄마의 게으름 탓에 둘째인 우리 세은이(7살)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보는 책들도 대부분 예쁜 공주가 그려있는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 공주과이다. 어쩌다 책을 좀 읽어 달라면 “오빠나 아빠한테 읽어 달라고 해” 하며 미룬 나의 과실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 집 큰놈(초등 6)은 책을 무지 좋아한다. 거의 날마다 책을 끼고 산다. 책이 주는 재미를 아는 것이다. 어릴 때 도서관, 서점도 자주 데리고 다니고 목이 아픈 걸 참아가며 책도 많이 읽어줬다. 그런 것이 다 베이스에 깔려서 책을 좋아하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2주일에 한 번씩 집 가까운 도서관에서 12권 정도 책을 빌려다 준다. 거의 다 큰놈 수준 위주로. 빌려다 놓는 순간 큰놈은 하루 이틀 만에 다 읽어치운다. 세은이는 “왜 내 것은 1권이야” 하고는 그만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나는 책을 빌리러 갈 때 세은이를 데리고 갔다. 1~20분 정도 이것저것 그림만 보다가 머리 아프다며 집에 가잔다. 첫술에 배부르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한 권 가져와 읽어주었다. 우리 세은이 왈 “엄마 이 책 재미있다. 더 읽어줘.” ㅎㅎ
‘오냐 이제는 목이 아프더라도 자주 읽어주마.’

이번 주에 빌려갈 책. 큰놈에게 마음대로 가져오라니 반 이상이 만화책이다.ㅎㅎ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구포도서관 견학을 갔다 왔다. 북스타트 회원에 가입하여 책 선물도 받고 도서대출증 카드도 받아온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들었는지 구포도서관에 가자고 하니 얼른 따라나선다. 자기 카드로 책을 빌려달란다.

 
북스타트는 1992년 영국의 전직 여교사이자 도서관 사서였던 웬디 쿨링 씨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아기들이 책과 함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출생 때 그림책이 든 책 꾸러미를 선물하는 운동이다. 부모와 아기가 책과 친해지고 책을 매개로 상호교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의 성장을 사회가 함께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운동은 책으로 삶을 시작한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지속적인 독서생활을 지원한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구포도서관에서는 매주 목요일을 북스타트데이로 지정하고 있는데 그날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여 어린이실로 방문하면 북스타트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 가능 연령은 0개월에서 취학 전이면 된다고 한다. 회원에 가입하면 두 권의 책과 깜짝 선물을 준다. 평생교육정보관, 보건소, 공공도서관,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 문화원 등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

구포도서관은 2006년 7월에 지금 자리로 신축 이전했는데 빨리 한번 가봐야지 하고는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오늘 처음 가보는 것이다. 입구 제일 가까운 곳에 어린이실(고래들의 노래)이 있었다. 다른 도서관보다 넓은 것 같고 책도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유아실도 따로 구분되어 있어 아늑하고 좋았다. 분위기가 아주 자유로웠다. 여기저기 엄마 아빠들이 책을 읽어주고(완전 열성^^) 아이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씩 뽑아 와서 펼쳐놓고 읽고 있었다.

구포도서관 유아실. 아빠가 책 읽어주는 모습도 보이네요. 아주 보기좋죠^^. 앞의 아이는 열심히 만화책 보고 있네요.


분위기는 좋은데 한편으로는 저 책을 다 정리하자면 사서 샘이 너무 고생할 것 같았다. 한두 권 가져와서 읽고 제자리에 다시 갖다 두거나 지정 매대에 갖다 두면 좋을 텐데. 바닥에 온통 널브러져 있다. 책만 많이 읽어라 할 것이 아니라 책 본 후 매너도 가르치면 좋을 텐데...

4시간 정도 있었는데 두 놈 다 집에 가자는 소리를 안 한다. 큰놈은 만화책에 푹 빠져있고 세은이는 공주책만 잔뜩 가져와서 잘 갖고 논다(?). 자주 데려와서 진정 책의 맛을 알게 하리라. 파이팅!!!


인문실에 잠깐 들렀다가 4권이나 꽂혀 있는 '부산을 쓴다'를 보고 기쁜 마음에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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