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에 나갔다. 영광도서에 들러 시집들을 살펴보았다. 곧 출간될 시집 표지 디자인 때문이다. 양장제본을 할건데 커버(겉표지)를 씌울지 말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시집이 출판사 별로 모여 있어 보기 편했다. 간혹 화려한 속옷만 입고 있는 시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수한 속옷과 화려한 겉옷을 같이 입고 있었다. 유행을 따를 건지 나홀로 개성을 찾을 건지 결정해야한다. 개성만 찾다가 독자들에게 왕따당하는 건 아닐까...

다행히 시집 코너가 2층 구석뎅이에 있어 직원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구경했다. 평대와 서가에 꼽혀 있는 거의 모든 시집들을 들쎠봤다. 서점 직원들은 나같은 손님이 싫을 것이다. 사지도 않으면서 책마다 죄 손때를 묻혀 놓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책을 만들려면 많이 봐야 하니 말이다.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지만 도서관은 신간이 빨랑빨랑 안들어가는 시스템이라 따끈따근한 새책을 보려면 서점에도 자주 들러야 한다. 가끔은 사기도 한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도착하여 1층 베스트셀러 코너를 대충 둘러보곤 서점을 나왔다. 마침 건너편에 허름한 밥집이 눈에 띄었다. 으리으리한 식당보다는 이런 자그맣고 허름한 집이 끌린다.  물론 가격도 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밥집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소고기국밥이 3,000원 충무김밥이 3,500원. 맛도 있었다. 소고기도 국내산이란다. 요즘 만 원으로 두 끼 해결하기 힘든데 한 끼 가격으로 둘이 저녁을 해결했다. 것두 이 번화한 서면 거리에서.

배가 부르니 기분도 좋고.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부전시장께다. 부전시장은 부산에서 꽤 큰 재래시장 중 하나다. 새벽시장이라 오후쯤에는 거의 파장 분위긴데 요즘 경기가 안 좋아 그런지 다들 늦게까지 장사를 하신다. 도매시장이라 가격도 싸고 파장께라 떨이도 많이 한다. 500원에 상추 한 단 사고, 500원에 얼음 동동 띄운 식혜도 한 사발 먹고, 신발집에서 쓰레빠도 하나 샀다.
 

심은 지 일주일 쯤. 키도 쑥 자라고 꽃도 폈다.

몇 걸음 가다 종묘사에 들러 아삭고추 모종 3대랑 상추씨도 샀다. 상추씨는 중국산이다. 고추를 화분에 심어 키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렜다. 집에 도착하여 창고를 뒤져 보니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박스가 있다. 바닥에 물 빠질 구멍을 몇 개 뚫고 흙을 채워 모종을 심었다. 고춧대도 세웠다. 이럭하면 되는 건가...
흙을 꼭꼭 눌러 물을 주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말 여기서 고추가 나올까...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  (4) 2009.09.15
즐거운 도서관 나들이  (4) 2009.08.14
처음 심어본 고추모종  (2) 2009.06.11
봄이다!  (0) 2009.04.15
<백년어>서원에 다녀왔습니다.  (1) 2009.04.08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청춘들  (0) 2009.01.05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토비 2009.06.12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추가 나긴 나던데요, 진딧물을 조심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