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들을…… 다 보시나요?”
얼마 전 사무실을 방문하신 J선생님께서 제 책상 한편에 쌓여 있는 문학 계간지들을 보시며 궁금해하십니다.
“다 보진 못하구요, 쌓아놓기만…….”
순간, ‘생활의 발견’을 하였습니다.
제 곁에는 어느덧 2008년부터 2009년 겨울까지 계간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겁니다. 파티션 혹은 바람막이(?) 기능을 하면서 말이죠. 시간을 들여 보리라 하다가, 쌓아둔 것이 어느 덧 두 개의 탑이 되었습니다.
J선생님이 다녀가신 이후로, 어쩐지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짬짬이 목차라도 훑어보고, 한 권 한 권 덜어내는 것이 요즈음의 계획입니다.
<실천문학> 2009년 겨울호를 보니, 장정일의 신작시가 실려 있어 반갑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17년 만에 시를 쓰면서, 고료가 하나도 안 올랐다는 것에 놀라고 맙니다.
금수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는데,
정말로 17년 동안 고료가 한 푼도 안 오른 것일까요?
17년이라는 세월이 순간, 무색(無色)하게 느껴집니다.
<시인>
장정일
시를 청탁하는 전화가 왔다.
말라비틀어진 나무에 링거병을 달아준 것같이
가슴이 마구 뛰놀았다.
시침을 떼고,
고료부터 물었다.
죽은 나무가 꽃이라도 피울 기세로!
아직 살아 있다는 듯이!
한때 시를 쓴 적이 있었지만,
곧바로 쓰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 후로 몇 년간
청탁을 물리치는 게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나저나,
십칠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인들은 무대포로 살고 있군.
아니,
고료가 한 푼도 안 올랐다니
나는 십칠 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현역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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