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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영도다리 아래서 바라보는 부산항 - 임성원

by 산지니북 2009. 8. 27.

<미학, 부산을 거닐다>를 쓴 임성원 저자를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만났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촌이라 부르는 지역 부산에서 출판을 하고 있는 산지니와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이 점점 퇴색해가는 원도심 중구의 40계단 옆에 자리한 백년어서원이 함께하는 <제2회 저자와의 만남> 자리였습니다.

북적이는 카페 안


저녁 6시 55분. 시작 5분전입니다. 아무도 안오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아담한 까페 덕분에 안이 꽉 찼습니다. 카메라가 허접해 모두 앵글에 담지는 못했지만 왼쪽, 앞쪽에 앉아계신 카메라에 안잡히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백년어 주인장 김수우 샘의 사회로 드디어 시작. 시작 전이라 본모습을 감추고 무게를 잔뜩(^^) 잡고 계신 임성원 저자님.

저자와의 만남은 부담없는 자리입니다. 책을 읽고 오면 할 얘기가 많아서 좋고, 안 읽고 온대도 그 누구도 구박하지 않는 자리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나누다 마음이 동하면 아주 착하고 부담없는 할인가로 오늘의 책을 구매할 수도 있구요. 커피값 5,000원으로 정말 재밌고 뜻깊은 90분을 보내실 수 있답니다.

산지니 강수걸 대표님의 한말씀. "이렇게들 와주져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임성원 저자께서 짤막하게 자기소개를 한 후 "자 제 소개는 이쯤하고 질문 있으시면 받겠습니다." 라고 얘기하자
순간 카페안엔 침묵이 흘렀습니다. 이런 만남에선 보통 저자가 길게 얘기하고 끄트머리에 참석자들에게 짧은 질문을 하는 것이 의롄데, 갑자기 그것도 초반에 질문을 당하니 다들 당황했던 거지요. 제목인 <미학, 부산을 거닐다>와 부제로 달려있는 '부산의 예술문화와 부산美 탐색'에서 책이 무슨 내용인지 대충 감은 잡겠는데, 그래도 아직 책을 안읽어본 독자 입장이라면 무슨 질문을 해야하나 좀 난감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음~ 의미심장한 이 포즈는...

드디어 첫 질문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어딘가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임성원 샘께서 답했습니다.
"그야 물론 백년어서원이지요"

(ㅎㅎㅎ 모두 웃음)

"죄송합니다. 농담이구요, 부산에서 그런 곳을 꼽으라면 저는  음~ 영도다리입니다.  다리 밑 점바치 골목과 물레방아 횟집에서 바라보는 부산항의 풍경. 지금은 점집이 서너군데 밖에 안남아있지만 과거 6.25 동란 시절 갑작스런 전쟁으로 기약없이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부산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하염없이 엄마나 형, 누이들을 다리위에서 기다리며 가족의 안부를 물었을 다리 밑 점집들. 그 당시엔 6~70군데나 될 정도로 점바치 골목이 번성했다고 합니다"

영도다리 끄트머리에는 현인 선생의 노래비가 있는데, 비석 위의 버튼을 누르면 '눈보~라가 휘나~ㄹ리는 으로' 시작하는 구슬픈 음색의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나온다고 합니다.(참, 요즘은 다리가 공사중이라 노래가 안나온다네요) 혹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다리 위를 지나갈 때쯤이면 수리가 다 끝나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오늘만 만 원에 특별 할인(정가 15,000원)

<미학, 부산을 거닐다>는 부산이라는 도시를 미학(Aesthetics)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최초의 책이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1년이라는 시간의 한 허리를 베어내어 부산의 공간과 예술문화, 그리고 부산美를 7가지 장르(영화, 미술, 춤, 음악, 문학, 연극, 대안예술)를 통해 탐색한다.

부산 사람들의 감성적 기질은? 각양각색의 풍경과 절경이 있겠지만 부산 사람들은 그 절절 끓는 열정과 야성이 예사롭지 않아 거칠게 말하면 절경 쪽에 가깝다. 그리고 개항과 일제, 한국전쟁과 60~70년대 산업화시대를 거쳐 근대도시로 부상한 부산은 신산스러운 도회적 삶을 살았고, 그 부산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신산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그 유전자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본문 중에서)

<미학, 부산을 거닐다> 책소개 더보기


진지하고 흥미로운 표정들. 열심히 메모를 하는 사람도 보이구요.



(질문) "요즘 대전, 대구, 광주 등 큰 도시들을 보면 부산도 마찬가지지만 그 지역만의 특색이 없이 점점  획일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미학적인 관점에서 부산의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부산의 특색은 민중미(민중성), 실질미(실질성), 저항미(저항성), 개방미(개방성) 등 네 갈래 범주에서 두드러지는데

민중미는 부산에서는 들놀음인 동래야류, 수영야류 등 민속예술이 크게 발달하는 등 민중들의 기층문화가 지배계급의 고급문화를 압도한 곳이기에 나타나는 부산美다. ‘생고기 배 따 먹고’ 살던 부산에서는 민중문화가 발달했고, 1876년 개항 이후 전국 팔도에서 먹고 살기 위해 부산을 찾아온 민중들의 역사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60~70년대 고도 성장기를 두루 관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중미는 민속놀이를 비롯하여 대중가요, 영화, 불꽃놀이 등 대중문화 쪽으로 나아갔다.

실질미는 부산 사람들의 언어와 실생활에서 잘 드러나는데, 거칠지만 실질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는 데서 비롯한다. 부산에서는 “됐나?” “됐다!”, 이 짧은 말이면 모든 게 통하며, “밥 문나” “단디해라” “니 내 존나” “만다꼬” 등에서 보듯 말의 효율성이 무척 높다. 그리고 산이 많아 일찍이 부산(富山)으로 불려온 부산에는 산복도로가 많은데 이 산복도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찌 보면 팍팍해 보이지만 좁은 골목과 길들이 잘도 소통하는 실질성을 보여준다. 이 실질미는 부산 문화예술인들의 기질로 녹아들어 부산 예술문화의 거칠지만 박력 넘치는 힘으로 나아갔다.

산 허리를 휘감아 도는 부산의 산복도로


저항미는 부마항쟁과 6월 항쟁 때 보여준 부산 사람들의 화끈한 저항적 기질을 말하는데, 이는 늘 왜구의 침입에 시달리던 역사가 내면화하면서 외부의 적들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저항적 기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부산의 저항성은 문학과 언론 등의 비판정신에서 잘 드러나며, 언더나 인디를 비롯한 비주류예술이 발달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저항성이 독립예술, 비평문화로 나아간 것이다.

개방미는 바다를 끼고 있는 국제 항구도시로서 부산만큼 국제성과 해양성을 강조하는 도시도 드물다는 데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부산에는 유난히 ‘국제’라는 이름을 단 문화행사가 많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음악제,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국제힙합페스티벌 등등 적어도 ‘국제’라는 말 정도는 넣어야 행사를 할 수 있는 혹은 행세를 할 수 있는 도시다. 그리고 용두산공원이 한국 비보이의 성지이듯 다원문화도 발달했다. 개방성은 국제행사와 다원문화로 나아간 것이다.




(질문) 책은 영화, 미술, 춤, 음악, 문학, 연극, 대안예술 등 7가지 분야를 통해 부산의 미학을 들여다보는데, 왜 7가지를 택하셨나요? 

그게 바로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많은 것을 얘기하려다 보니 깊이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기자의 리포트식 글쓰기를 넘어서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지요. 대신 모자라는 부분은 분야별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충했습니다. 미학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지만 쉽고 편하게 읽히는 것은 장점입니다.

(질문) 부산대에서 미학을 공부중인 걸로 아는데 준비하고 계신 논문 주제는 무엇인가요?

가르켜 드리면 저 따라하려고 그러시는거 아닙니까?
(^^ 모두 웃음)
제가 쓰고 있는 논문 주제는 ○○○입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늘 저보고 "논문을 쓰랬더니 왜 맨날 기사만 쓰고 있냐"고 타박하십니다. 

(질문)  "지금은 기자로 일하고 계신데 다시 태어나면 가지고 싶은 직업 혹은 하고 싶은 일은요?"

별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데요.
(^^ 모두 웃음)
그냥... 저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없음(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전문적인 질문부터 아주 사적인 질문까지...  
묻고 대답하고, 웃고 얘기하는 사이 어느새 약속된 1시간 30분이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책에 저자 사인도 받고...


특별 서비스 '얼음 매실차'



다음 달을 기약하며, 시작 전 서먹했던 분위기와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소개도 하고 명함도 돌렸습니다. 백년어 주인장 김수우 샘께서 오늘만 특별히 제공하는 매실차와 산지니가 드리는 쫄깃
송편으로 허기를 달래며
<제1회 저자와의 만남 - 임성원 편>은 여기서 끝.



제3회 저자와의 만남 - 최영철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 10점
최영철 지음, 박경효 그림/산지니

2000년 <일광욕하는 가구>로 제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최영철 시인이 오랜만에 선보인 산문집. 부산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전국 독자들에게 부산의 멋과 깊이를 전달하며, 외지에 살고 있는 부산 출신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부산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부산의 진면목을 깨닫게 해주는 책. 1부 「풍경들」은 부산의 풍경에 관한 접근이며 2부「작품들」은 부산을 제재로 한 문학 미술 영화 노래 등에 관한 내용.

일시 : 9월 29일(화요일) 저녁 7시
장소 : 백년어서원(T.465-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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