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진오

 

행복 철저히 관리, 보살핌·어울림 중시, 가축 권리까지 존중…놓쳐선 안 되는 가치

4차원 인간! '4차원'이란 말을 인간에게 사용하면 수준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짓만 골라 하는 이상한 인간을 가리킨다. 현대 세계에서 4차원 인간들이 집단을 이루어 사는 참으로 괴이하고 희한한 땅이 있다. 한반도의 5분의 1 정도의 넓이에 70만 명 정도의 4차원 인간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한 마디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돈 때문에 소중한 가치를 희생하지는 않는다."

 

 



다른 곳 사람들은 어떠한가? "돈을 위해서는 어떠한 것도 희생할 수 있다"이다. 참으로 다르다. 다른 곳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참으로 이상한 인간들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가난을 견디면서도 그저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놀랍게도 이곳 사람들은 행복을 철저히 관리한다. 이들은 무려 40년 전에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것을 개발하여 행복에 필요한 요건과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를 분석하여 국민의 행복을 체계적으로 도모하였다. 여기에는 보건 의료와 교육, 소득 증대 등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 출처: SK블로그(http://www.wikitree.co.kr/opm/opm_news_view.php?id=101040&alid=132875&opm=skcorp)

 



하지만 이들이 근원적으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관계'이다. '관계'라는 개념은 불교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관계로부터 온다는 철학적 해석의 바탕 위에서 모든 정책이 설립되고 시행된다. 쉽게 말하면, 인간은 홀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세 가지 가치는 자연환경, 인간관계, 전통문화이다. 아무리 경제적 성장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고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손상시킨다면 절대로 불허한다.

이곳의 불교 해석은 대단히 현실적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무상(無常)하다고 한다. 흔히들 그래서 무욕(無欲)의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상하기 때문에 서로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무아(無我)라고 한다. 그래서 흔히들 내가 없으니 추구할 것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아이기 때문에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무상과 무아의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살핌과 어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바다가 없지만, 이곳 사람들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고 깊다. 기르는 가축을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고, 산과 강에 있는 동물을 잡지 않는다. 최근에는 농약과 살충제까지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깨끗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존재의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에 산다고 도취해 있다.

정상적인 인간들이 모여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이상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도 TV를 보면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들이 봇물을 이룬다. 내가 어릴 때에만 해도 비만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내가 중학교 때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하던 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살을 못 빼서 야단이란다, 참 희한하제!" 그 희한한 세상을 지금 우리는 이미 만끽하고 있다. 그렇게 염원해 마지 않던 성장과 풍요의 세상을 맞이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덜 먹기 위해 힘써야 하는 최고의 풍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상의 낙원에 왜 자살률은 세계 일등인지!

이 풍요 속에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아무리 좋은 일이 있더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근원적인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가장 소중한 가치마저 희생해서 지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될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육체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마음의 다이어트이다. 마음의 다이어트야말로 진정으로 몸을 바꿀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원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30912.22031202246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