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1.22 「변호인」의 진우, 『1980』의 정우
  2. 2011.10.06 1980년, 무엇이 떠오르세요?

영화 「변호인」이 한국영화 사상 아홉 번째로 관객 수 천만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산지니 식구들은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 벌써 다 보았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생각나는 소설이 한 권 있었습니다.바로 1980년대 부산의 5월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장편소설  『1980』입니다.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저자 노재열 선생님은 국가보안법(부림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선생님의 20대에는 부마항쟁으로 인한 도피, 1980년 계엄포고령위반 1987년 노태우 반대시위 구속 등 역사의 사건들이 가득한데요.

두산백과 '부림사건' 항목.(사진을 클릭하시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잔인한 시대의 청춘을 공유한 「변호인」진우와 『1980』정우의 이야기 같이 들어보실까요?

(영화 스틸컷와 소설 대사는 작성자 임의로 발췌해 재구성한 것으로, 영화와 소설의 내용은 서로 무관합니다.)

 

 

 

변호인의 진우,
1980의 정우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모두 총살해야 한다. 하루 세끼 먹여주는 짬밥도 아깝다."

K 헌병은 자칭 국가관이 뚜렷한 애국자였다. … 영창 안을 구석구석 쏘아보는 K 헌병의 얼굴에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 1부 죽은 자의 울음소리

 

“별로 안 아프지?”
싱긋이 웃으며 가슴을 두드리는 수사관의 주먹이 멈추지를 않았다.
“인마, 이 주먹을 계속 맞으면 너는 폐병에 걸려 죽게 돼.”
수사관의 말에 정우는 두려움이 일어났다. 정우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이러한 정우를 바라보는 수사관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일어났다.

 ─ 1부 죽은 자의 울음소리

 

 

 

김 여사는 아들의 소식이 끊긴 지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경찰의 집요한 감시를 받아왔다. … 처음에는 아들의 일을 무마하기 위해 아는 사람을 통해 선처를 부탁해 보기도 하고, 경찰서를 찾아가 사정을 해 보기도 했다. …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들 정철이가 저녁 늦게 집으로 오다가 집 앞 골목길에서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복경찰이 집 주위에 잠복하고 있다가 김 여사의 집으로 들어가는 둘째 아들 정철을 정우로 잘못 알고 연행했던 것이다. 정철은 맏아들 정우와 한 해 터울로 태어난 연년생으로 정우와 얼굴이 많이 닮았다. 마침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정철을 어둠 속에서 발견한 사복경찰이 정우로 오인하면서 거칠게 연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정철을 구타하고 옷이 찢어지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경찰서로 달려간 김 여사의 앞에는 둘째 아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경찰서 안 구석 나무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날 이후로 김 여사는 집 주위에 어슬렁거리는 사복경찰만 보면 달려들어 쫓아내었다. 
 

─ 1부 죽은 자의 울음소리

 

 

 

 

 

그러나 정우는 다시 살아남아야만 했다. 정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시간들, 잊힌 이름들을 다시 되살려 내어야 했다. 그것은 정우 자신도 모르게 남은 숙제였다. 살아남은 자에게 남은 죽은 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만이 산 자의 영혼을 불러올 수 있었다. 뼈대만 남아 있는 자에게 피와 살을 붙이고 해골 속에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바로 이런 거였다. 죽은 자의 목소리를 통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은 자 역시 죽은 자였다.


─ 2부 살아남은 자

 

 

 

 

1980년, 무엇이 떠오르세요?(책소개) 

1980년의 동화,『1980』의 작가 노재열 선생님을 만나다.

부산 지하철 게시판에 붙은 『1980』포스터

젊은이들, 힘내세요!-노재열 저자와의 만남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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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부마항쟁과 1980년 부산의 학생투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1980』


1980년 부산의 학생투쟁을 다룬 최초의 장편소설 『1980』 출간

부마항쟁과 1980년 부산의 학생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1980』이 그 운동의 당사자였던 저자에 의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1980』은 제목 그대로 1980년 5월을 전후한 1년여 동안에 한정된 이야기로 1980년을 전후한 격랑의 시간에 대한 소묘이자 폭력과 굴종 속에서 고뇌하는 한 청춘의 여정에 대한 기록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한 시대의 질곡을 담은 역사소설이자 표랑하는 청춘의 시간을 그린 성장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5·18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저자 노재열은 전두환군사정권 8년 동안 3차례 구속 수감되며 20대 청춘을 다 보낸 이력의 소유자이다. 누구보다 그 시대를 뼛속 깊이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1979년 10월 부마항쟁으로 인한 도피생활을 시작으로 1980년 계엄포고령위반, 1981년 국가보안법 구속(일명 부림사건), 1987년 노태우 반대시위 구속 등으로 20대 청춘을 도피, 구속, 수감의 생활로 다 보내었다. 저자의 체험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아픔에 누구보다 깊이 발을 담근 한 청춘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에 대한 기록이자 고뇌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이 5·18의 광주라는 한 지역에 국한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1980』의 성취는 5·18을 부마항쟁과 그 이후 전국적인 학생운동의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1980년 당시의 운동사적 맥락을 그 핵심적인 당사자에 의해 문학적으로 복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증언과 기록의 차원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시대의 아픔에 고뇌하는 청춘의 이야기

1980년 오월의 봄은 처참하였다. 평온한 미래의 시간을 꿈꾸고 사랑에 몸 달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은 자주통일, 독재타도와 같은 대의 앞에서 절망하고 분노하고 증오하면서 결국은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당연한 욕망을 타락한 탐욕으로 추궁받아야 했던 그 시절은 지금이라면 믿기 힘든 암흑의 시간이었다. 이제 폭도라 불리던 사람들은 민주화의 주역이 되었고 통곡의 그날은 국가의 기념일이 되었다. 유인물 한 장을 쓰기 위해서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공포의 시대였다. 세속적 욕망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 자기를 기꺼이 희생하며 1980년대를 보낸 그들 청춘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와 시대정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구체성과 사실성이 생생하게 묘사

소설은 연대기적 시간의 흐름 즉 역사적 사건의 선후가 아닌 방황하는 청춘의 시간으로 이야기의 시간을 풀어나간다. 소설은 정우(주인공)가 수감된 15P 영창의 폭력적인 일상으로 시작된다. 1979년 10월의 부마항쟁과 박정희 저격 사망으로부터 시작된 비상계엄은 1980년 5월 17일을 기점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이 같은 정국 속에서 부산 양정의 15P 헌병대는 계엄군에 의해 붙잡혀 들어온 수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수감된 정우는 부산지구 계엄합동수사단이 설치된 망미동의 삼일공사를 오가며 견디기 힘든 고문으로 취조당하고 있었다. 저자의 체험에 기반을 둔 감방의 구조라든가 내부의 자체 규율, 고문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그 체험의 구체성과 사실성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고문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꽁꽁 묶어야 해. (중략)
무릎 안쪽으로 끼인 경찰봉 때문에 다리 안쪽 근육이 밀리며 온몸의 하중을 받아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지. 거기다가 경찰봉 양끝을 책상 사이에 걸쳐 놓고 매달린 사람을 그네처럼 흔들거나 빙빙 돌리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그러는 중에 통닭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은 머리가 거꾸로 서면서 하늘로 향해 입과 코가 벌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어씌우고 물을 부으면 항우장사라고 해도 버티기가 힘들어.
젖은 물수건 때문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물을 부으면 ‘꺽꺽’거리며 숨을 들이마시듯이 그 물은 고스란히 목구멍 기도로 들어가지. 그 고통은 죽음 그 자체야.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만 해도 죽을 고통인데 거기다가 공기 대신 물을 들이마시게 되면 급기야 폐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 들면서 토하게 되지. 차라리 토하면서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살아나는 방법이 되는 거야. -67~68p

소설은 이야기 속 시간으로는 가장 앞선 1979년 10월 16일을 이 소설의 결말로써 제시하며 이야기의 시간을 극적으로 배분한다. 절망과 도피, 저항과 극복이라는 뜨거운 정념의 시간들을 사유와 성찰의 시간으로 엮으며 고난의 순례를 서사화한다.

불온한 역사에서 배우는 성찰의 시간

세상의 모든 청춘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기만의 알 속에서 부화를 기다린다. 불온한 역사는 미숙한 청춘을 고행 속에서 성숙하게 만든다. 정우는 책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고행의 길에서 배운다. 대학을 나와 적당히 먹고살 수 있던 특권의 시절에는 이념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보장된 미래 따위는 없고, 다만 그들은 고용과 실업 사이에서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살아갈 따름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의 기술이 공생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압도할 때 예민한 청춘의 감성은 타락한다. 여전히 가혹한 시련 속에서 우리들의 청춘은 오늘도 아프게 앓는 중이다. 여기 시대의 아픔에 누구보다 진지했던 한 청춘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저자 : 노재열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후 30년 넘게 부산시민으로 착하게 살고자 애쓰고 있는 사람이다. 전두환군사정권 8년 동안 3차례 구속 수감되며 20대 청춘을 다 보내었다. 감옥을 들락거리며 노동운동에 매달리다 세월을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잊혔던 옛일을 떠올리며 글들을 모아 본 것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이 글은 그의 첫 소설책이다. 현재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노동 상담소 소장 일을 하고 있고 부인과 딸을 곁에 두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목차

1부  죽은 자의 울음소리
15P 영창/망미동 삼일공사/5·19 성전(聖戰) 포고문/감시의 눈빛/조사가 끝나다/휴식/깊은 밤 울음소리/B 하사의 침묵/죽은 자와 산 자

2부  살아남은 자
이감/삼청교육/감방의 고민/동지들을 만나다/12제자의 예수/정 군이 꾸는 꿈/영호의 면회/살아남은 자

3부  도망자 2
도망을 시작하다/기차에서 잠을 자다/지리산/다시, 부산으로/정씨 아저씨와 정우

4부  도망자 1, 이야기의 끝이자 시작
10월의 함성/가두시위/유신독재의 종말/새로운 준비, 5월의 핏빛 함성으로

해설  전성욱(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작가 약력

1980 - 10점
노재열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