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시인선'에 해당되는 글 40건

  1. 2021.08.01 피자와 시 - <봄 꿈> 3쇄본을 내며
  2. 2021.06.07 <쪽배>가 국제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3. 2021.06.03 <쪽배>가 부산일보에 소개되었습니다!
  4. 2021.05.31 이 봄, 보라색 <쪽배>와 함께 떠나는 여정
  5. 2021.05.13 5월은 '시인선'의 달
  6. 2021.05.12 그대 향해 기울어져 있으니 ― <나는 기우뚱> 책소개
  7. 2021.05.06 2021년 첫 시인선 <나는 기우뚱>
  8. 2021.04.13 시를 계속 읽어보다 문득
  9. 2020.12.11 포장 작업대로 변신한 편집팀 회의 테이블
  10. 2020.11.09 산지니시인선005-강남옥 시집『그냥 가라 했다』(책소개)
  11. 2020.10.29 10월 마지막주 산지니의 시선―『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1)
  12. 2020.09.18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정일근, 『소금 성자』
  13. 2019.09.19 일상 언어로 현실의 상처·절망 치유하다_서화성 시집
  14. 2019.08.29 당신이라는 이름의 기호,『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책소개)
  15. 2018.09.20 고독에 대한 솔직한 고백 -『새로운 인생』 (책소개)
  16. 2017.12.22 조향미 시인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1)
  17. 2017.12.10 [산지니가 읽는 시] '돌돌'의 언어 -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을 꿇는 것." (2)
  18. 2017.12.04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봄 꿈』 관련 기사입니다! (2)
  19. 2017.12.01 꽃잎은 이우는데… 「이 가을」(조향미 시집『봄 꿈』 중)
  20. 2017.11.24 시와 인생을 노래하다! 『봄 꿈』
  21. 2017.11.17 끝없이 갈등하는 현실, 그 속의 우리 ::『봄 꿈』(책 소개)
  22. 2017.08.22 유년과 현실의 대비를 지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 모험 :: 『맨발의 기억력』 (책 소개) (1)
  23. 2016.11.29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수상자-서규정 시인) (1)
  24. 2016.11.03 서규정 시인의 『다다』 최계락문학상을 수상! (2)
  25. 2016.10.31 이태원 <다시서점>에서도 산지니 시인선이 활짝 (3)

조향미 시집 <봄 꿈> 3쇄본이 나왔습니다. 시집은 초판만 다 나가도 좋겠다 하는데 이게 뭔일인가 싶습니다. 물론 중쇄본이 나옴과 동시에 이 책들을 어떻게 팔까 고민 시작이지만요. 초판 나올 때 만덕고등학교 교사셨는데 이번에 '충렬고등학교 재직중'으로 작가약력 수정하면서 작가님 근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망아지 같은 놈들' '수노루 같은 놈들'이 3쇄본 나온 거 알면 또 '피자 피자' 외쳐대지 않을지요^^

 

선생님! 신문에 나왔데요.
시집 내신 거 축하드려요
와~ 짝짝짝 박수도 쳐 준다
이 반 녀석들 꽤 예의가 있는걸
고마워, 흐뭇이 웃으며 답례하니
피자 한 판 쏘세요
피자, 피자! 팔까지 흔들며 외친다
아까 다른 반 애들은 비비큐를 요청했다

지난 시절엔 새 책 사들고 와서
선생님 싸인 해주세요
수줍게 내미는 아이들도 많았다
오랜 세월 나는
목 아프게 시를 가르치고
밤새워 시를 썼지만

시는 피자를 당하지 못한다
먹을 것 없던 시절
우리는 빈 교실에 둘러 앉아 시를 읽었으나
요즘 아이들 둘러 앉아 피자를 먹는다


- 피자와 시

Posted by 아욱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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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산책길…사별한 아내 향한 그리움 ‘뚝뚝’

조성래 시인 새 시집 ‘쪽배’ 출간…현대문명 안타까운 시선도 담아

 

 

‘헬레나/그대 사는 하늘 편안한가/흘러가는 가랑잎 따라 계절은 서쪽 강 건너고/푸른 달빛 자주 아파트 유리창 적신다/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무슨 할 말이 있겠나 … 창밖엔 겨울바람 나뭇가지에 매달려 울어도 나는 도무지 무관해서 밤늦도록 눈물 없이 홀로 앉아있다’(‘하늘통신’ 중)

백양산 갈맷길 걷는다/우리 옛날 그 길을 홀로 걷는다… 아, 정다운 바위틈 약수터/투병하던 그대 손 잡고/천천히 올라와/생수 나눠 마시고 하늘 우러렀던 곳(‘산책’ 중)

조성래 시인의 새 시집 ‘쪽배(사진·산지니)’가 나왔다. ‘아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4부 4편의 시에 아내와 사별한 시인의 슬픔과 허전함이 뚝뚝 묻어난다. 그의 이번 시집에는 쓸쓸함의 정서가 유독 진하게 묻어난다. 시란 것이 본디 고독을 바탕으로 쓰이기도 하겠지만 상처한 아픔이 그 외로움을 더 깊게 만든 것 같다. 계절의 변화조차 아내가 없이는 그저 무관하고 무감해 한 마디 말도 없이, 독한 술로 밤을 달랜다. 아내의 이름을 습관처럼 불러보며 함께 걷던 길마다 문득문득 멈춰 서는 시인의 걸음이 느껴진다. 아내가 못 견디게 그립다는 시를 써서 그리움을 견딘다.

시집 ‘쪽배’에는 또한 살풍경하고 비인간적인, 전염병과 황사로 가득찬 현대 문명을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구하는 시인의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다.

안개가 쳐들어온다/항구도시에 바이러스 번지는 저녁/막강한 안개 군단이 제7부두에 진주/해안선 포위한다(‘항구’ 중)

우포늪 맑은 물에 쪽배 한 척 잠겨 있다/세월 놓치고 뒷전으로 밀려나 천천히/물 아래 가라앉는 생의 한 부분 보여주고 있다(‘하늘거울, 쪽배’ 중)

조성래 시인은 195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1984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국에 대하여’ 등 7편의 시집을 냈고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받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출처: 국제신문

 

알라딘: 쪽배 (aladin.co.kr)

 

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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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언어로 차곡히 담은 ‘삶의 굴곡과 마디’

조성래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쪽배’

 

 

조성래(62)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쪽배>(산지니)는 아주 담백하고 슬픈 시집이다. 요즘 어렵게 시를 쓴다고 야단들이지만 그는 쉽게 읽히는 시를 쓴다. 하지만 그 언어들이 가볍지 않은 것은 삶의 언어들이기 때문이다. 시 언어들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야 하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한다는 태도가 읽힌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은 일어난다. 시인은 근년 아픔을 겪었다. ‘허공’이란 시를 보면 요양병원에서 ‘외동딸이 자기를 데리러 온다고/ 눈 내리는 허공만 하염없이 가리킨다’는 노파가 나오고, ‘오래 투병해온 노파의 딸도 또한/ 병 깊어 하루하루 여위어간다’(61쪽)고 했는데 노파와 외동딸은 그의 장모와 부인이다. 시인과 같이 살던 두 사람은 모두 근년에 세상을 떠났다.

투병하던 아내 옆을 지키는 일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알 수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운명에 설정된 장치가 무엇인지/ 암호가 무엇인지/ 왜 갑자기 세상은 흑백필름으로 흐려져/ 나를 먹먹하게 하는지/ 어찌하여 지상의 자물쇠는 나를 병동에 가두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지’(‘덫’ 중에서). 그 아내가 흔적도 없이 훌쩍 떠나간 것이다. ‘나에게 구원 요청하다가/ 어느 아침, 흔적도 없이 잘려나간 그녀/ 내 사랑 벚꽃나무’(‘비가’ 중에서).

 

 

조 시인은 1984년 무크 <지평>, 1989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고교 국어교사로 34년간 봉직한 학교에서 올 초 정년 1년을 남겨두고 명예퇴직했다. 그는 대금을 멋들어지게 잘 불고, 팔만대장경이 있는 경남 합천 출생으로 불경을 줄줄 외는 천주교 신자다. ‘텅 빈 마음으로 대금 불기 좋지/ 굴곡 많은 인생살이 말 못할 사연 많아’(‘대금’ 중에서). 그는 젊은 시절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갔다가 힘들어 곧바로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어느 날 눈 속을 걸어/ 해인사 장경판전에 닿기까지/ 거기 닿아, 지친 몸 내려놓고 시린 마음으로/ 경판의 문구 하나 돋을새김하기까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눈 내리는 소리에 귀 열고/ 내가 누구인지 생사의 너머 어디인지/ 몸 바뀐 글자들 경판에서 더듬다가/ 문득, 내 안의 큰 고요 대면하기까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팔만대장경’ 중에서).

‘내 안의 큰 고요’는 우리가 떠나온 고향, 마침내 이르러야 할 안식처일 것이다.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이 삶의 길이다. ‘아무리 애써도 단숨에 넘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장고개 (중략) // 세상 길 가도 가도 아슬한 고개’. 문현동과 우암동 사이에 ‘장고개’가 있는데 그런 고개를 넘어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가자, 이 몸 낙타야/ 목마른 시간 너머 팍팍한 능선 너머/ 오늘 하루 또 살아내야 하는/ 나를 견디며 걷자’(‘이 몸, 낙타’ 중에서). 아, 우리는 사막을 걷는 낙타인 것이다. 그 험로에서 ‘집도 어찌 그리 가난하던지/ 이 골짝에 시집 와서 참 많이 굶었니라/ 뼈 빠지게 농사지어도 묵을 거는 없고’로 이어지는 ‘나무실 합천이씨’라는 그의 ‘어머니 경전’을 새기고는 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 홀로다. ‘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하늘통신’ 중에서) 혹은 ‘천천히 물 아래 가라앉는’(‘하늘거울, 쪽배’ 중에서) 늪에 잠겨 있는 쪽배 같은 신세다. 눈물 없이 독한 술도 마시면서 그는 말한다. ‘먼저/ 천상으로 올라간 그대/ 잠시 내려와/ 숲에서 한나절 놀다 가면 안 될까,/ 노랑부리 지저귀는/ 우리 새끼들 함께!’(‘가족’ 중에서). 고향과 도회지 사이, 합천 언저리에 폐사지인 영암사지가 있다. ‘나, 한 그루 은행나무로 물들어/ 그대에게 닿을 수 있다면/ 온몸 황홀하게 물들어/ 그대 마음 어귀에 놓일 수 있다면/ 가을저녁 폐사지에서 깊은 적막/ 홀로 밝혀도 좋으리’(‘폐사지에서’ 중에서). 그는 지금 아내가 떠나고 없는 삶의 폐사지에서 시로 수행 중이다.

시인은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

알라딘: 쪽배 (aladin.co.kr)

 

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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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아무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쓰지는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1980년대 중반에 등단한 이후로 시집을 발표할 때마다 독자들의 감성을 흠뻑 깨우는 작품으로 다가오는, 조성래 시인은 참 대단합니다.

 

 

드물게 선보이는 까닭에 발표하는 시를 기다리는 마음은 더 간절하고, 존재 내면에 깃든 생명성을 형상화하는 시가 많은 이유로 시를 살피는 눈길과 손끝은 더 일렁입니다.

원고를 받아들고 시인과 소통하며 책이 나오는 순간을 가장 처음 들여다본, 보라색을 좋아하는 편집자는 이번 시집이 더 특별합니다. 산지니에서 어루만지는 마지막 시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인께 글을 다듬지 않고, 보듬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쪽배』를 가득 껴안고 오래도록 두고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늘거울, 쪽배

 

우포늪 맑은 물에 쪽배 한 척 잠겨 있다

세월 놓치고 뒷전으로 밀려나 천천히

물 아래 가라앉는 생의 한 부분 보여주고 있다

무엇으로 채우려던 욕심 비운 지 오래

수초와 펄을 헤집던 삿대도 잃은 지 아득

삭은 관절 편안히 수면에 내맡기고 있다

생각하면 지난날들 모두 뜬구름

한 몸 고요히 해체하여 물로 돌아가는 것을

고물에 달라붙는 왕성한 물풀

생이가래도 이젠 생광스러울 뿐이다

한랭전선 떠메고 올 철새 기다리며

시린 물낯의 하늘거울에 담긴, 환하게 굴절된

잎 진 나무들 물구나무선 그림자

쪽배 빈 가슴에 또 다른 풍경 매단다

 

…… 이쪽 언덕에서 유심히 지켜보면

쪽배가 가라앉는 속도만큼, 기척 없이

저문 산이 저쪽으로 자리를 비켜 앉는다

 

이전의 쪽배는 ‘푸른 하늘 은하수~’의 동요 <반달>에 나오는 가사로 기억되었다면, 이제부터 쪽배는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따스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독자들의 감성을 흠뻑 깨우는 조성래 시인의 시집 『쪽배』를 추천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1718370 

 

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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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산지니는 2021년 첫 번째 시인선으로 이지윤 시인의 『나는 기우뚱』을 출간했는데요.

계절에 어울리는 산뜻한 민트 컬러로, 많은 분이 관심 있게 봐주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서울 영풍문고 베스트 대열에 진열되어 있다면서 시인께 구매 인증 사진을 보냈고, 시인은 또 반가운 마음에 출판사로(정확히는 편집자에게)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요즘 책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 혜택까지 받으며 쉽게 구입하는 편인데요. 발품을 팔아 직접 책을 찾아보고, 사진을 남긴 그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이 외에도 “어느 인터넷 서점에는 일시품절이라고 뜨더라”, “어느 서점에 가니 책이 없더라” 하는 얘길 전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지윤 시인이 등단 이후 시작(詩作) 활동은 쭉 이어왔으나 그동안 쓴 시를 묶어서 낸 적이 없던 터라, 그만큼 시인의 시집을 기다린 이가 많았다는 의미겠죠.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0589468&start=slayer

 

나는 기우뚱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지윤 시인의 서정을 일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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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엔 또 하나의 시인선이 출간됩니다.

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만큼,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인... 바로 조성래 시인. 시집의 제목은 『쪽배』입니다.

보라색의 묵직한 표지가 시인의 이미지와 퍽 닮아 있는 책입니다.

2021년 산지니 두 번째 시인선도 기대해주세요.

 

 

Posted by the 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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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우뚱

 

 

사랑-슬픔-사랑의 시적 변증

이지윤 시인의 첫 시집 나는 기우뚱이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1자벌레로 걷다에는 사랑과 슬픔을 깊은 사유로써 노래한 열일곱 편의 시가, 2절반의 얼굴에는 담담한 시선으로 삶의 서정을 읊은 스무 편의 시가 담겨 있다. 3그리움의 거처에서는 그리움의 궁극적 대상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열여덟 편의 시로 펼쳐지고, 4지극한 사랑은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열여덟 편의 시로 구성된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지윤 시인의 서정을 일컬어 사랑-슬픔-사랑의 시적 변증을 너머 진여(眞如)의 푸른 눈빛을 찾아가는 금빛 환희의 비상(飛翔)”이라 말한다.

 

사랑과 슬픔의 궁극, 진여의 푸른 눈빛

“이지윤의 시인됨은 존재의 슬픔을 이야기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은 게 삶이다. 슬픔은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시는 자기의 슬픔을 말하면서 ‘나와 너’를 묻고 대상과 사물을 더 깊이 이해하려 한다. 슬픔은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지윤의 시는 사랑을 사유한다. 복수초의 꽃말처럼 ‘슬픈 추억’을 환기하는 데서 비롯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잃고서 좌절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자아의 외로운 투쟁이 만든 사랑의 궁극적인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아닌가 한다. 이는 실존적인 생존의 과정이며 이 과정이 빚어내는 노래가 시가 된다. 그의 시는 사랑과 슬픔의 변증법이다. 금빛 환희를 기억하면서 희망 없는 실존적 생존을 견뎌내고 푸른 기억의 에너지로 다시 비상을 꿈꾼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시로 사유하지 않는 날 선 생존의 시대에 이지윤 시인은 삶의 나날들을 시로써 씨줄과 날줄을 엮어낸다. 자연을 낙()하며 사람과 화()하는 그의 깊은 눈에는 시어가 가득하며, 시를 읊는 그의 목소리는 소녀처럼 투명하고 순후하다. 부박하게 떠도는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는, 시인의 곧은 서정은 쉼표와 마침표 하나에까지 유동하고 또 유랑한다.

 

화해의 지평을 여는 유년의 기억

시인은 시집에서 세상을 향하여 서정을 잉태한, 마음의 탯줄을 더듬어 찾아간다. 일렁이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나 강물처럼 변함없이 흐르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 돌담 옆 작은 꽃 피었던 산 아래 고향 마을은 모두 상처의 기억을 넘어 흘러간 슬픔을 더 큰 사랑으로 잇는 화해의 지평을 연다.

“유년의 추억은 지금의 자아를 되비추는 거울로서 순수한 얼굴을 회복하는 길을 열어주며 그 어떤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더 큰 사랑’을 발명하는 데 계기로 작용한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유년은 지금의 상처를 회피하기 위하여 향수를 선택하는 도피 의식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유년을 불러 세움으로써 현재의 자아를 반성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적 기획이다. 그때의 기억은 나르시시즘이나 노스탤지어에 그치지 않는다.”(구모룡 문학평론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연을 품고, 그리움으로 기울어진 삶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나는 기우뚱이다. 얼핏 가벼워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니, 이지윤의 시는 삶의 무게로 아득히 기울어져 있다. 부재한 어떤 그리움에 몸 기울이는 시인의 궁극의 서정이 한 편의 시에 무겁게 쌓여있다.

 

내가 홀로 길을 걷거나 차를 마실 때

그대 지척인 듯 아득한 거리

처음부터 또는 내 죽고 난 후에라도

끊어지지 않을 영원의 거리

나는 기우뚱, 그대 향해 기울어져 있으니

 

세상의 저울로는 감히 측량할 수 없는 무게

어쩌다 얼굴을 마주할 찰나를 영원 삼아

무거운 그리움의 배후가 되어

이 안타까운 궤적을 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기우뚱」 부분

 

“시인은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지구의 기울어진 순환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연들’을 품고서 ‘그리움’으로 ‘기우뚱’ 기울어진 삶을 사는 시적 화자의 생과 포갠다. 한편으로 불가능한 사랑의 표백이고 다른 한편으로 근원을 향한 존재론적 갈망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지만 ‘지척인 듯’ 마음을 이끄는 역설의 긴장이 있다. ‘어쩌다 얼굴을 마주할 찰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그대’야말로 영원에 가까운 궁극이다. 어디에도 없는 당신을 향한 시적 자아의 기울어짐은 상처와 고통을 동반한 ‘무거운 그리움’이다. 그 순수한 대상의 인력으로 비록 기울어진 마음이지만 그의 존재로 인하여 생은 부서지지 않는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시인은 새로운 그리움을 갈망하며 날마다 시작(詩作)한다.

 

 

저자 소개

이지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2004<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하여,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냈다. 2018시와 소리전국문학낭송가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유튜브 계정 이지윤의 시와 함께를 통해 직접 시를 낭송하고 있기도 하다. 시저녁작가회를 거쳐 현재 부산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목요시선동인 대표를 맡고 있다.

 

차례

시인의 말 하나

1부 자벌레로 걷다

애인 | 자벌레로 걷다 | 비탈에 선 나무에게 | 동백, 지다 | 지상의 길이 막히면 | 귀를 여니 | 달안에서 추억을 본다 | 청동물고기 | 사랑 1 | 사랑 2 | 은하수 | 청사포 | 부재중 | 인드라망 | 가을숲에 들다 | 사랑은 | 노란 신호등

2부 절반의 얼굴

복수초 피다 | 절반의 얼굴 | 바람 부는 날 | 그 집 | 길 위에서 | 수련 | 찔레꽃 | 귀걸이 | 신발 | 기척 | COVID-19 | 선상에서 | 꽃을 줍다 | 밀물이 썰물에게 | 리젠시빌라 | 병실 | 1302 | 이별 앞에서도 담담한 | 꽃과 별 사이 | 젖은 아침 그리고 | 그대

3부 그리움의 거처

그리움의 거처 | 아버지의 달 센베이 과자 | 열두 살 송편 | 달개비꽃 | 새벽강 어머니 | 푸른 기억 | 엄마는 색맹이다 | 하늘바닥 | 물의 지문 | 아나, 차비 보태라 | 정지된 테레비 | 달의 노래 | 산굼부리 | 그네 | 몸살 | 붉은 저녁의 강 | 담쟁이 1 | 담쟁이 2

4부 지극한 사랑

지극한 사랑 | 나는 기우뚱 | 아젤리아, 사랑의 기쁨 | 깡통 | 등꽃 | 가을 립스틱 | 안드로메다의 기억 | 붉은 새 | 드라이플라워 | 풍경 | 한실 저수지 | 빈 바다 | 강의 무게 | 겨울 여행 | 떠도는 섬 | 유리창을 닦으며 | 석양 | 시인에게

사랑과 슬픔의 궁극-구모룡(문학평론가)

 

 

나는 기우뚱

이지윤 지음 | 144쪽 | 127*188 양장 | 978-89-6545-717-6 |

12,000원 | 2021년 5월 6일 출간

이지윤 시인의 첫 시집이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1부 ‘자벌레로 걷다’에는 사랑과 슬픔을 깊은 사유로써 노래한 열일곱 편의 시가, 2부 ‘절반의 얼굴’에는 담담한 시선으로 삶의 서정을 읊은 스무 편의 시가 담겨 있다. 3부 ‘그리움의 거처’에서는 그리움의 궁극적 대상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열여덟 편의 시로 펼쳐지고, 4부 ‘지극한 사랑’은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열여덟 편의 시로 구성된다.

 

 

알라딘: 나는 기우뚱 (aladin.co.kr)

 

나는 기우뚱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지윤 시인의 서정을 일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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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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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에서 오랜만에 시인선을 출간했습니다.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고

지금은 ‘이지윤의 시와 함께’라는 유튜브까지 운영하는

이지윤 시인의 시집 『나는 기우뚱』입니다.

 

시집의 표제작인 「나는 기우뚱」은 얼핏 가벼워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부재(不在)한 어떤 그리움에 몸 기울이는 시인의 궁극적 서정이 무겁게 쌓여있는데요.

이 외에도 사랑, 슬픔, 그리움 등을 노래하는 일흔세 편의 시가

담담한 시선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펼쳐집니다.

 

『나는 기우뚱』의 출간일은 2021년 5월 6일, 바로 오늘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작이 좀 빨리 되어서 조금 서둘러 서점출고를 했더니

글쎄 며칠 만에 댓글이 꽤 달렸어요.

'교보문고' 리뷰
'예스24' 리뷰
'알라딘' 리뷰

 

이지윤 시인의 시를 기다린 분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겠지요.

 

시집이 나온 계절에 딱 어울리게

마음 따뜻한 시인의

내용 따뜻한 시가 궁금하신가요?

「나는 기우뚱」의 부분만 살짝 소개합니다.

 

내가 홀로 길을 걷거나 차를 마실 때

그대 지척인 듯 아득한 거리

처음부터 또는 내 죽고 난 후에라도

끊어지지 않을 영원의 거리

나는 기우뚱, 그대 향해 기울어져 있으니

 

세상의 저울로는 감히 측량할 수 없는 무게

어쩌다 얼굴을 마주할 찰나를 영원 삼아

무거운 그리움의 배후가 되어

이 안타까운 궤적을 돌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부모님, 자연, 일상생활을 그린 내용 등

언제 보아도, 누구에도 선물해도 좋은 시가 가득합니다.

오늘도 시작(詩作)하는 시인과

새로운 시작(始作)을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추천하는 오월의 시집

『나는 기우뚱』입니다.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457173&start=pnaver_02

 

나는 기우뚱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지윤 시인의 서정을 일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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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 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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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출간을 앞두고 최종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집이 있습니다.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냈고, 2018년 ‘시와 소리’ 전국문학낭송가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가끔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번 시집에서 소개할 일흔세 편의 시 가운데, 한 편을 가져왔습니다.

이번에 나올 시집은 블루와 민트와 그린 사이 어디쯤의 상큼한 컬러입니다

 

꽃과 별 사이

 

나만 보면

밥 많이 먹으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별하지 않아 더 각별한 사이

같은 안부만 묻는 그대로 하여

나의 일상은 고장 난 자전거

이렇게 항상 털털거립니다

그대만을 별쯤 꽃쯤

혹은 그 별과 꽃의 가운데쯤 있는

풍경으로 놓아둡니다

낙엽이 흙이 되는 일처럼

살다가 가뭇없이 잊혀져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손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있어

더 단단한 그리움

사랑 아닌 사랑으로 읽히기 전에

꽃은 늘 별로 피어납니다

 

각별하지 않아 더 각별한 사람에게 받은 사랑을 그리움으로 표출해내는 시인의 마음에서,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살짝 가늠해봅니다. 등단한 지 10여 년이 훨씬 지나, 그의 시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내놓을 두근거림도 함께 짐작해봅니다.

밤새워 뒤척인 시인의 마음이 그의 시를 기다리고 그의 언어를 그리워한, 어느 누군가에게라도 잘 닿기를... 그래서 오늘 밤엔 꽃과 별 사이 그 어디쯤에서 다디단 꿈을 청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책을 사보지 않고 시로 사유하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책을 만들고 시를 여러 번 읽으며 생각합니다. 여전히 책과 시는 거칠고 메마른 삶을 조금 더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Posted by the 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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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포장 작업대로 변신한

편집팀 회의 테이블

미국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시인의 

그리움을 한권 한권에 

담아 보낸다


2020년 12월 11일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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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05

그냥 가라 했다


바다 너머 건너온 이방의 신체감각

강남옥 시인의 신작 시집 그냥 가라 했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8<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동안 낸 시집으로는 살과 피, 토요일 한국학교가 있다.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구모룡 평론가는 해설에서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이에게, 더구나 그가 시인이라면 시적 표현은 피할 수 없다. 강남옥 시인이 중년의 분주한 삶을 돌아보면서 시인으로 귀환한 일은 거의 필연에 가깝다고 전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다 부주의한 생, 또 박았다
뒤 범퍼가 내 주먹만큼 꺼진 앞 차 주인
범퍼를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예기치 않게
관대한 생, 그냥 가라 한
다 또 들이박혀 입 딱, 벌어지는
트렁크 몇 번 닫았다 열어본다
열리고 닫히는, 충분히 충분한 생
그냥 가라 했
_()중에서

 

이민자 시인이 말하는 타국에서의 질곡

미국 이민자인 시인은 섬 같은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시들은 차이와 차별에 민감한, 이방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감정을 표출한다. 가령 쌀과 꽃은 미국 생활에 대한 해학을 품고 있는 시이다.쌀 포대는 크고 무겁고/꽃다발은 작고 가볍지만/값은 같다라는 결구를 지닌 이 시는 쌀과 꽃으로 구별되는 한국인과 미국인에 대한 선물의 양식을 표상한다. 유머와 해학이 깃든 시선은 일종의 관조와 거리”(해설, 150)이다.

시인은 요절한 친구를 보낸 후, 시적 화자의 입을 빌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끌고 간다/여기까지 끌고 온 것에 대해/지금 끌고 가는 것에 대해/앞으로 끌고 가야 할 것에 대해/뒤에서 저를 주저앉히려 한 것에 대해/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반전의 때가/생의 마감을 알리는 신호라면/치욕도 상처도 내려놓음 없이/헐떡이며 마냥 끌고 가야 하는 것일까/저 헐떡이며 쉼 없이 내리는 눈발처럼이라고 묘사하는데, 이는 생을 끌고 가는 행위에 비유함으로써 이민자 생활의 질곡을 단번에 요약”(해설, 151)하는 것이라 하겠다.

 

시적 감각을 깨우는 고향의 기억들

고향의 기억은 강남옥 시인의 시적 영감을 깨운다. 원동을 떠나다마른 먼지 자욱한 가로수 길/소 버짐같이 쓸쓸하던 봄 그날/첫 차 타고 떠나왔다, 떠난 그대처럼/보고 싶고 안 보고 싶던 날들 셀 수 없건만/다시는 다시는 작은 원동/내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진술한다. 원동은 추억 속의 한 마을이지만 시적 원천과 같은 상징으로 자리한다.”(해설, 149). 고단한 이민살이는 고향을 더욱 그리워하게도 하지만 시인의 시적 감각을 깨우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바다 건너서 전해오는 고향 이야기는 새롭고 또 애틋하다. 시인의 아련한 정서가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오랜 그리움 해감에 넘어 나오는 것들 훔치느라
  코 밑 꺼매진 행주 그렁그렁한 눈물 닦아주며
  몽당연필 같은 여생 빈 볼펜 자루에 끼워
  조심조심 뾰족이 다듬고 있다네
  _부엌의 사색

 


강남옥 195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효성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살과 피(1989), 토요일 한국학교(2017)가 있다. 1990년 도미하여,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

산지니시인선 005

강남옥 시집|158쪽|46판형 양장(133*194mm)12,000원
2020년 11
월 09일 

978-89-6545-659-9 03810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강남옥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그냥 가라 했다 - 10점
강남옥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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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열무 편집자입니다.

벌써 시월도 거의 다 가버렸네요.
곧있으면 라디오에서 이용의 노래만 온종일 나오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 오겠군요.
시간은 늘 심상하게 흐르고,
내가 무엇을 하든,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은 무장무장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는 데에 있어 무료함을 느껴버리면 어쩐지 조금 우울해지는 것 같죠? 

그래서 오늘 소개해드릴 산지니의 시선은 성선경 시인의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입니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는 성선경 시인의 여덟번 째 시집입니다. 


성선경 시인은 1998년 <한국일보>를 통해 등단한 뒤 다수의 시집을 펴내고, 고산문학대상, 경남문학상, 마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자랑스러운 경남의 시인입니다 :)


그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는 "시간이라는 그 불가항력적 폭력과 소멸의 형식"에 대해 노래하는 요즘 같은 때에 함께 읽고 싶은 시집이에요.

이 시집에서는 일상의 범속함에 대한 환멸과, 생에 대한 자조를 읽을 수 있어요.

같이 읽어볼까요?



시인은 첫 연부터 삶이란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삶에게 냉소를 띄웁니다. 

삶이란 이렇듯 하찮고 보잘것 없으며, 사람들이 기껏 취하는 희망과 햇살과 기대따위 

모조리 "쥐꼬리"만할 뿐이라고 빈정대고 있어요.

하지만 이내 웃음이 나는 것은, 그런 쥐꼬리에다 대고 경배를 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입니다. 





뻥튀기보다 잘 부서지는 쥐꼬리더라도, 우리를 깨어나게 하는 것은 햇살과 기대이고 희망일 거예요.
일상은 매일의 반복이고 그 범속함이 가끔 이렇게 우리를 질리게 하더라도,
기쁨이나 행복이 우리를 약하게 하지는 않으니 우리는 다시 기꺼이 기뻐하고 행복해 할거예요 :)

시월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명태씨의 노래를 읽어보시겠어요?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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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10.30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시 좋아한답니다. 멋지게 잘 만들었네요^^

안녕하세요.

편집자 열무입니다.

벌써 구월도 절반이 지나갔네요. 소매가 길어지는 계절입니다. 

사무실 창문 너머 보이는 나무들도 옷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보여요


오늘은 산지니시인선의 시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며칠 전 주문서를 확인하는데 『소금 성자』라는 제목의 시집이 눈에 몇 번 걸리더라구요. (날이 쌀쌀해졌음을 이런 데서 느끼기도...ㅎㅎ)

나도 읽어봐야지, 작은 작정을 하고 요근래 틈틈이 읽어갔는데

헉! 하고 마음에 들어와 함께 읽고 싶어진 시가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 

―경주남산


첨성대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린다 온다는 시간 지났다 나는 매표원에게 항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다려본 지 오래다 기다리는 동안 계림의 황금 가을이 나에게 온다 아름다운 호사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 데 천년이 걸렸다 오늘 내게 중요한 것은 너를 기다리는 일 내 손에 탑승권이 있으니 만족한다 비단벌레차가 오고 있나 보다 황남동 쪽 어디에서 푸른 사랑의 섬광* 번쩍하며 눈부처로 내려앉는다.


정일근, 『소금성자』(산지니, 2015) 中 

*최동호 시인의 시 「불꽃 비단벌레의 사랑」에서 빌림.



당신의 비단벌레차는 지금 어디쯤에 와 있나요? 






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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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성 (사진)시인은 200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한 모더니즘 시인이다. 하지만 그는 난해한 시를 쓰기보다 일상에서 떨어져 나온 언어의 조각들로 시 세계를 만든다. 그가 3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시집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산지니)에는 곰탕, 리어카, 바셀린 로션 등 일상의 언어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어가 많다. 그는 이번 시집을 현실의 상처와 절망을 희열과 기쁨으로 승화하는 시어들로 수놓았다.


서화성 시인, 세 번째 시집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출간

‘슬픔을 가늠하다’란 시에는 신산한 저녁 풍경에 비친 현대인의 슬픔과 고뇌를 담았다. ‘그러나 당신을 리어카라고 부른다/당신을 언덕 위의 달동네라고 부른다/(중략)/두 개의 동전을 굴리며/손잡은 부부가 되어 달동네를 넘는다/한쪽은 당신의 얼굴/한쪽은 당신의 거울/당신을 두 얼굴의 저녁이라 부른다/당신을 늦은 저녁의 밥상이라 부른다’(‘슬픔을 가늠하다’ 중).

하지만 시인은 모성애를 떠올리는 시편을 통해 현대인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시인은 자식에게 고기를 다 주고 뼈다귀만 먹는 어머니를 회상한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은 당신은 부드러워질 때까지 날을 지새운 적이 있었다/항상 뒷자리가 편안하다고 앉아 있던 당신은/뼈다귀에서 맛있는 것은 뼈 사이라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먹은 적이 있었다/밑바닥부터 걸쭉해지는 것이 당신을 많이 닮아서일까/몇 시간 지나 푹 잤다는 당신은 벚꽃 눈물을 흘리는 사월,/뜨거운 김에 눈물을 훔친 적이 있었다’(‘곰탕’ 중).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바세린 로션’이란 시에 촉촉히 묻어난다. ‘다시 겨울이 오면 갈라진 틈으로 엄마가 들어온다. 그러면 발뒤꿈치가 아프기 시작하고 마루 귀퉁이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가 그리울수록 빨리 트는 이유일까. 그런 날이면 엄마가 발바닥에서 나온다’(‘바세린 로션’ 중).

누구나 한 번쯤 삶이 힘겨울 때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길 바란 적이 있을 터. 시인은 ‘우울한 시계방’이란 시에서 ‘질리도록 들은 FM 89.9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올까’라고 노래하며 희망 찾기를 시도한다.

시인은 모더니즘 색채가 짙은 시 ‘알리바이’에서 고뇌와 혼란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밝은 세상으로 향하는 희망을 전한다. ‘대낮에 숨어 있던 모음과 자음이 촛불을 켜자 어둠에서 나온다. 시집 하나와 먼지 둘과 목소리 셋이 숨죽이며 스멀스멀 나온다. 의지 밑의 그림자 다섯과 책상 일곱 사이에서 그리고는 그리고와 그러나 사이에서 숨었다 나온다. 방바닥은 온통 불빛 투성이다.’(‘알리바이’ 전문).

김상훈 기자 neato@

<부산일보> 2019-09-18, 기사읽기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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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08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서화성 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기호

휘청거리는 현실을 떠받치는 시어들


서화성 시인의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가 산지니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2012년 『아버지를 닮았다』, 2016년 『언제나 타인처럼』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성숙하고 단단해진 시인은 아련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

서화성의 시인은 생활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언어의 조각들로 시 세계를 꾸린다. 곰탕, 리어카, 바세린 로션, 양말 등 일상에서 빚은 시어들이 휘청거리는 현실을 떠받친다. 위태롭고 불완전하지만 시는 줄곧 ‘당신’을 향해 있다.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기꺼이 시선을 돌린다.

삶에서 한 번쯤은 일상이 고되고 힘겨울 때,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짠하고 나타나 주길 바란 적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이 사람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되길 바란다. 당신에게 등대가 되고 백만 송이 장미가 되어, 우울하고 슬픈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져줄 수 있기를 원한다. 시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낸다.


길모퉁이와 모서리는 세월이 지나면 부드러워지는 습성이 있다

어릴 적 유난히 책상 모서리가 싫어 닳도록 비빈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보름달처럼 변해 가는 심장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은 당신은 부드러워질 때까지 날을 지새운 적이 있었다

항상 뒷자리가 편안하다고 앉아 있던 당신은 뼈다귀에서 맛있는 것은 뼈 사이라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먹은 적이 있었다

밑바닥부터 걸쭉해지는 것이 당신을 많이 닮아서일까

몇 시간 지나 푹 잤다는 당신은 벚꽃 눈물을 흘리는 사월,

뜨거운 김에 눈물을 훔친 적이 있었다

_「곰탕」 전문



일상의 순간을 포착, 

나와 또 다른 당신들을 떠오르게 하는 시


이번 시집에는 주옥같은 시들이 많다. 시 「바세린 로션」에서는 엄마가 떠오른다. “다시 겨울이 오면 갈라진 틈으로 엄마가 들어온다. 그러면 발뒤꿈치가 아프기 시작하고 마루 귀퉁이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가 그리울수록 빨리 트는 이유일까.” 시 「첫,」은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어깨를 나란히 했던 어느 빛바랜 사진에서/ 노을빛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강둑에서 기다리리라/ 고백역을 지나 소망역을 지나 지도에 없는 첫사랑이 되어/ 오고 있을까” 시 「혼자 보는 날씨」에서는 혼자였던 어느 날의 나를 회상하게 한다. “퇴근하고/ 혼자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전화기와 혼잣말에 익숙해지겠지/ 그러면 눈이 빠지게/ 수돗물 소리가 반가워질 거야”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시들로, 나와 또 다른 당신들을 떠오르게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 속의 말을 솔직하게 드러내, 

상처와 절망을 치유하는 행복한 중얼거림


“서화성의 시는 제 속의 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실은 불온하고 시는 투명하다. 잃어버린 시의 성채를 찾기 위해 시인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발휘한다. 아름다운 말의 숲속에 가려진 삶의 얼룩은 시의 화법과 상징을 통해 새로운 시적 그늘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변이 작용의 과정에서 시 세계가 형성된다. 그것은 꿈과 환상의 세계가 되기도 하고 고발과 비명의 몸짓이 응결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오랜 상처와 절망을 치유하는 행복한 중얼거림이 되기도 한다.(정훈 평론가)”


시인에게 현실 세계는 조금씩 결락되어 있으며 약간 경사진 각도로 위태롭게 놓여 있다. 불완전함과 허전함과 아쉬움과 미련의 의식과 감정이 시인의 시 언어 저변에 흐르지만 “비극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시인의 시는 현실 세계에서 찾은 절망과 환상이 시인만의 정서로 배합되어 영롱하게 빛난다. 


책 속으로                                    

P.13 「슬픔을 가늠하다」


그러나 당신을 리어카라고 부른다

당신을 언덕 위의 달동네라고 부른다

달동네의 허리에서

당신을 마지막 월급봉투라고 부른다

당신은 때 묻은 수건

당신은 세월의 나이테

두 개의 동전을 굴리며

손잡은 부부가 되어 달동네를 넘는다

한쪽은 당신의 얼굴

한쪽은 당신의 거울

당신을 두 얼굴의 저녁이라 부른다

당신을 늦은 저녁의 밥상이라 부른다


저자 소개                                                                         


서화성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200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버지를 닮았다』 『언제나 타인처럼』이 있다. 제4회 요산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다. 

kitjoy@hanmail.net


목차                                                                               



 


산지니시인선 008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서화성 지음 | 국판 양장본(110×178) | 12,000원 | 

978-89-6545-622-3 03810

 

서화성의 시인은 생활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언어의 조각들로 시 세계를 꾸린다. 곰탕, 리어카, 바세린 로션, 양말 등 일상에서 빚은 시어들이 휘청거리는 현실을 떠받친다. 위태롭고 불완전하지만 시는 줄곧 ‘당신’을 향해 있다.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기꺼이 시선을 돌린다.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 10점
서화성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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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인생ㅣ송태웅 지음ㅣ산지니ㅣ160쪽

 


▶ 고요에 잡아먹히지 않고
   함께 느긋해지고 함께 팽팽해지다


 

산지니시인선 열다섯 번째 시집 송태웅 시인의 『새로운 인생』이 출간되었다. 2003년 『바람이 그린 벽화』, 2015년 『파랑 또는 파란』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비겁한 내면의 풍경을 과장과 꾸밈이 없이 담백하게 담았다. 시집을 내기까지 오랜 준비 기간과 좌절도 있었지만 시인은 좌초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송태웅 시인은 담양, 광주, 제주, 순천을 돌아 지리산 구례에 터를 잡았다. 전원생활이라고 해서 마냥 편하지 않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외로움과 자연이 준 고독함 속에서 삶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야 했다. 그 속에서 시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시인의 말」에서 “언제부터인지 시가 괴로웠다 / 그건 네 옷이 아니니 벗어버리라고 / 연기암 오르는 길의 시누대들이 / 죽비처럼 등짝을 때려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시인은 삶의 무게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지금부터 살기 위하여” 시를 쓴다. 시인은 고요에 잡아먹히지 않고 느긋해졌다가 팽팽해졌다가를 반복하며 과거에 짊어진 인생의 상처를 돌아보면서 묵묵히 나아간다.

 

 

 

 

▶ 도약을 준비하는 시인의 「새로운 인생」

 

 

나는 당분간 일용노동자로 살기로 했다
내 등을 떠밀어 다오
서투른 몸동작으로

 

삽과 괭이와 해머와 철사와 커터 들을 다루는 나를
이제야 그들의 눈빛에서
체념과 순응의 본능을 읽을 줄 알게 된 나를
내 어머니에게 이런 나를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
꿀꺽 침을 삼키는 나를

 

_「새로운 인생」부분

 

시인은 선언한다. “당분간 일용노동자로 살기로” 한 것이 바로 새로운 인생이라고. 비록 “서투른 몸동작”이지만, 그도 이제 “삽과 괭이와 해머와 철사와 커터 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도구의 “체념과 순응의 본능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가 된 것이다. “방 안에 웅크렸던 나라는 짐승”이 자신의 삶 속에 비로소 고요를 넘어서는 생동을 끌어들였다. 시인 스스로를 구원하는 시들로 읽는 이의 마음에도 생동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 혼자 밥 먹는 날, 고독함에 대한 솔직한 고백


 

시집에는 유독 밥 짓는 내용의 시가 많다. “혼자만의 식사를 위해 이거 웬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 간혹은 내가 내 스스로를 대접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메추리알 장아찌를 담그며」), “소고기를 볶아 미역국을 끓이고”(「새벽에 쓰는 시」) “일생의 저녁을 먹네”(「혼자 먹는 저녁」)처럼 시인이 혼자 밥 짓고 상 차리는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혼자 먹는 밥상 풍경이 쓸쓸하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기도 하다. 자연 속에 살든 도심에 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장면이다.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런 타인을 훔쳐보기도 한다. 시인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고독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준다.

 

 

 

추천사


오월 광주에 있다가 살아남은 시인은 신산스런 삶을 짊어지고 절대 고독 속으로 투신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송태웅의 시들은 이 비극의 끝에서 자연 그리고 인간과 하나가 된 맑고 깊고 높은 경지를 내보이고 있다. 시인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는 이 시들이 많은 사람들을 역시 구원하리라 확신한다. 고독하고 외로운 자만이 모든 것의 혈육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의 영혼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하는, 지리산 같은 ‘지리산 고독 시인’이 여기 있다._나해철(시인)

  

 

저자소개

 

송태웅
1961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하고 광주고와 전남대 국문과를 나왔다. 2000년 계간 『함께 가는 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이 그린 벽화』, 『파랑 또는 파란』 등이 있으며 이번 시집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현재는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에 거주하며 틈만 나면 지리산을 오르내리면서 지리산과 섬진강의 나날들을 구가하고 있다.

  

 

목차

 

 

         

 

 

 

새로운 인생 - 10점
송태웅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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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12월 18일 월요일에 조향미 선생님의 시집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자리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

시심을 가득 채우고 온 날이었습니다^^

마음까지 푸근해졌던 북 콘서트 현장,

사진과 함께 만나보실까요?

 

***

 

12월 18일 오후 여섯 시,

전교조 부산지부 강당에서 『봄 꿈』 북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입구로 들어서자 화사한 플래카드가 반겨주었어요^^

따뜻한 분홍색이 추운 날씨도 잊게 만들었죠.

이 날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답니다.

동료 교사분들, 그리고 조향미 선생님의 제자들까지!

강당을 꽉 채우는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답니다 :)

행사에는 대표님과 저 병아리 편집자가 달려갔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 중 낯익은 얼굴!

바로 박두규 작가님~!

산지니에서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을 출간하셨던 분이죠.

시집의 수록작 「한 몸」을 낭독하셨습니다.

얼마나 멋진 시인지 짧게 보여드릴까요?

(…)
사과와 뱀과 고양이는 얼마나 다른가
강아지풀과 사람과 흙은 어떤가
빗방울과 불꽃과 바람은 또
이 모든 것도 별의 한 몸이다

이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한 올의 머리카락이
나는 혼자라고
한 몸 같은 것은 없다고
쓸쓸해하는 것과 같다
한 송이 민들레꽃이
나는 스스로 피었다고
흙과 햇빛과 나비와 무관하다고
고집부리는 것과 같다
(…)

자리를 함께 빛내주신 동료 선생님들도

분위기 있게 시를 낭독하셨고요

조향미 선생님의 제자인 귀여운 학생도 나와서

「둘러앉는 일」이라는 좋은 시를 낭독했답니다.

모교인 만덕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시를 골랐다고 하던데

내용도 좋은 시를 골라서 차분한 목소리로 낭독하더라고요^^

(…)
둘러앉는 시간과 공간은 따로 없으니
학교 텃밭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웠고
백양산 달빛산행 국수집 구포시장 막걸리집
만덕동 화명동 동래역 밥집 술집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논쟁하고 고민했습니다
교사들 둘러앉은 자리 기승전결은 언제나 아이들
엎드린 아이 홀로인 아이 외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한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시키지 않을까
(…)

담당 편집자였던 저도 앞으로 나가게 되었답니다.

앞뒤로 멋지게 낭독을 하시는데

바쁘게 나가느라 시집을 못 챙겼던 저는 8ㅅ8

작업을 하는 동안 외웠던 시들을 머릿속에 얼른 떠올리면서 책 소개를 짧게 했습니다.

「정정」과 「아무것도 안 하기」라는 두 편의 시에 곡을 붙이신 선생님!

시의 분위기를 잘 살린 노래에 귀가 녹는 것 같았어요^^

직접 곡을 붙이셨다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죠ㅎㅎ

마지막 순서로 오늘의 주인공이신

조향미 선생님이 나오셨답니다 :)

어린 시절 날이 저무는 가운데

바람처럼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무섭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나네요.

...분명히 저도 어릴 때 그런 이유로 해질녘을 싫어했는데

어째서 저는 시인이 되지 못했을까요..... (오열)

시를 쓰는 마음, 시를 대하는 자세

시인 조향미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시집 작업을 하는 동안 좋은 시를 많이 만나서

저도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

좋은 자리에는 단체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ㅎㅎ

사진 찍어주시는 선생님의 하트♡ 요청에

수줍게 팔을 올리는 분들~ㅎㅎㅎ

따뜻한 시만큼이나 따뜻한 분들과 함께한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 현장이었습니다~

 

 

봄 꿈 - 10점
조향미 지음/산지니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10점
박두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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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12.26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많은 분들 와주셨군요! 마지막 단체 사진에서 하트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돌돌의 언어

-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을 꿇는 것에 대하여

 

최영철 시인의돌돌(실천문학, 2017)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 2014)를 읽고

 

 

 

   

 

내 꿈에 놀러와

 

겨울. 추위에 몸을 떨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고개를 숙였구나, 춥구나, 생각하다가 시를 읽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매일 시를 읽는 것은 힘들다. 시를 읽는 것은 무용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컷 자고 일어난 주말에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커다란 창이 있는 책상 앞에 앉기도 하며, 밀린 빨래들이 신나게 굴러다니는 세탁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겨우 읽을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무용함의 효용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읽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읽지만 읽고나면 그래, 시를 읽어야지. 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시를 읽는 좋은 방법은 한 손에 시집을 들고 스르륵 넘겨보며 저절로 멈추게되는 곳부터 시작하는 것. 내가 처음 멈춘 페이.

 

 

"내 꿈에 놀러와

오는 길목 마트에 들러

새로 나온 꿈 세트 한 꾸러미 잊지 마"

(잊지마 꿈 세트부분, 돌돌)

 

 

마트에서 사갈 수 있는 꿈, “오래전 내놓고 잊어버린 꿈”, “깨고 나서도 꿈이어서 좋았지중얼거리게 되는 꿈은 반짝이는 희망이나 열린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맨 얼굴의 꿈이다. 일상에서 나는 자꾸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것이 무엇을 위한 기다림인지를 묻게 만들 수 있는 힘은 맨 얼굴의 꿈을 보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 같다. “거긴 내가 내가 아니야라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시인은 자주 서있고 중얼거리는데 그걸 계속 보고 있으면 너의 앞은 우리의 앞은 무척 깜깜해, 라는 속삭임을 듣게되기도 한다. (“인기척이 없어도 어김없이 길은 열리고/아무도 없는 미래가/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 했다/길이 너무 많아/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일상에서의 나의 기다림을 잠시 잊고서 거짓없는 그 캄캄한 말을 따라가는데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기는 건 왜일까. 허무하다거나 절망적이라는 말보다 그 믿음이 더 크게 느껴질 즈음, 너무 많은 길 속에서 만나게 된 어떤 것들 때문일까.

 

 

길 위의 것들

너를 한번 안아주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

떨며 선 나목과 새와 길고양이와

청설모와 멧돼지와 좀도둑과 육교와

세상 모든 노숙

나도 너에게 무엇인가를 받고

그 보답으로 내가 너에게

무엇인가를 주면 안 되겠니

너의 배고픔과 나의 배부름을

공평하게 맞바꾸는 건

너의 싸늘함과 나의 따스함을

신나게 맞바꾸는 건

저울 하나 갖다 놓고

정확하게 칼로 잘라 맞바꾸는 건

바람이 달아주는대로

이 무거운 등짐 맞바꾸는 건"

(노숙에게부분, 돌돌)

 

 

나약한 것들,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은 것들을 앞에 두고도 내려다보지 않고 나란히 서있는 것은 힘들다. 불안하게 중얼거리는 시의 말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말로 안 되겠니’, ‘안 되겠니하며 옆에서 바라보는 일일 뿐이다. 거리의 말들, 선언의 말들과 멀리 떨어진 그 넋두리를 따라가다보면 당연하게도 납죽엎드려 저만치 기어가는 벌레같은 시인을 만나게된다. 나는 인사를 한다.

 

 

살의는 없었으나 짐짓 있는 힘 다해 내리친

나에게 보은이라도 하려는 듯

영영 숨이 끊어진 척 먼 딴 데를 보고

나 역시 서슬 시퍼런 척 납죽

까무러치는 척 정신을 잃은 척

부리나케 쫓아와

숨이 가쁜 듯 납죽

기어들어가는 척 숨 넘어가는 척

애도하는 척 납죽

그게 탄로 나 짐짓 먼 딴 데를 보고

눈시울을 닦는 척"

(납죽부분, 돌돌)

 

 

 

 

마음 노동자의 일

 

이번 시집 돌돌에는 유년의 기억(진흙 쿠키), 민중과 혁명에 대한 믿음(프라이 하는 법), 자본의 무자비함과 역사 인식(디엠지 부동산에 대한 전망)에 관한 사유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나는 이 시들을 읽으며 결코 밝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무자비한 꿈의 진실을 읽기를 바랬다. 그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가 매일 고개를 숙이며 쓸모없이 걱정하는 일상의 안위를 잠시 제쳐두고 더 크고 아름다운 고개 숙임과 자주 꿇어 벌겋게 닳아오른 무릎을 바라보는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시집을 엮으며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을 마음 노동자의 일이라 정의했다. 일생의 반을 마음 노동자로 살아온 시인의 무릎은 무슨 색일까. 말로 세상을 사는 일은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일이고 노심초사하는 일이다.

 

 “너무 오래, 어눌한 말을 내뱉었다. 엄밀히 말해 그 말들은 하나도 나의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파장이요 자연의 율동이었다. 나는 그것들의 말을 엿들은 염탐꾼이었고 누군가가 무심코 흘리고 간 말을 주워담아 궁굴려본 흉내쟁이였다.” (노심초사의 즐거움중에서 ) 시인은 여전히 그것을 하고 있다.

 

 

 

"부산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가마뫼라는 말

가마솥처럼 생긴 뫼라는 말

앙다문 솥뚜껑 아래 부글부글 끓는 뫼라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과 불끈 솟는 힘이라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과 절절 끓는 힘이라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과 굳게 다문 힘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급하게 서두르거나 시끌벅적 떠들어 어수선하다는 말

부산이라는 말

주된 생산물이 아니라 무엇에 편승해 슬쩍 덩달아 나왔다는 말

 

부산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꿀꿀이죽이라는 말

공돌이 공순이란 말

번득이는 생선 비늘이라는 말

 

덩달아 시끌벅적

지금도 끓고 있다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에 참기름을 붓고

그 가마뫼라는 말에 깨소금을 붓고

그 가마뫼라는 말에 각설탕을 붓고

 

오랫동안 굳은살과

바짝 조인 허리띠와

움켜쥔 땀방울을

슬슬 풀어주고 싶다는 것

슬슬 닦아주고 싶다는 것

 

부산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앙다문 가마솥 같은 뫼라는 말"

  (「부산 釜山이라는 말전문, 금정산을 보냈다』)

 

 

 

 

 

돌돌 - 10점
최영철 지음/실천문학사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블로그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산지니가 읽는 시>.

가볍게 첫 인사를 건넸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찾아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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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12.11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마음 노동자가 하는 노심조차의 일이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앞으로 프로샤 님께서 올려주시는 글들도 기대가 되네요 : )

  2. BlogIcon 산그늘12 2017.12.22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 나온 꿈 한 꾸러미'에는 어떤 꿈들이 있을까 궁금하네요.

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자 조향미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네요^^

시만큼이나 따뜻한 내용의 인터뷰, 만나보실까요? :)

 

***

 

교편 잡는 시인의 정갈하고도 따뜻한 詩

 

조향미 네 번째 시집 ‘봄 꿈’

 

 

- 교사 눈에 비친 삶·세상 담겨
- 안일한 현실에 자성 목소리도
- “아이들에 열린 시각 주고싶다”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 시(詩)도 아름답다. 세상의 온갖 말을 수집해 혼신의 공을 들여 조합한다 해도 그 말이 구름 위에 떠있다면 손짓 한 번에 흩어질 뿐이다.

 

1986년 등단한 시인 조향미가 11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봄 꿈’(산지니)을 냈다.

조향미의 시는 내가 아는 얘기를 하거나, 내가 모르는 얘기라도 누군가는 아는 얘기를 한다. 아는 얘기를 하는데 내가 실은 그 얘기를 잘 몰랐구나, 안일하게 생각했구나, 깨닫게 만든다. 그의 자성과 사무침은 정갈한 시어로 전달되고 사람들은 시인과 함께 깨어난다.

(중략)

 

조향미 시인은 고교 교사다. 혁신학교인 만덕고 교사다. 그래서 시에 학교가 많이 등장한다. 교정을 내다보며 점심 도시락을 먹는 것도, 여자친구가 생긴 후부터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귀여운 남학생도, 공부의 사막을 낙타처럼 맥없이 걸어가는 아이들도 그에게는 모두 시, 시다.

방년 십팔 세 꽃다운 나이/남학생 녀석들/운동장에서 뻥뻥 공만 찬다/러닝셔츠 흠뻑 젖어/꽃그늘에 앉아 땀 닦으면서도/등꽃 한 번 안 쳐다본다… 겅중겅중 뛰기만 하는/수노루 같은 놈들/내 차마/짐승 같은 놈들이라고는 안 한다만(‘남학생들’ 중)

슬몃슬몃 누르다가 마지막에 조그맣게 폭발하는 애정. 그 한마디 유머에 본 적도 없는 시커먼 남고생들이 사랑스럽다. 얼마나 사랑해야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까. 천생 교사인가 한다.

그의 시 다수에는 따뜻한 충만감이 찰랑거린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해하는 사람의 특권이리라. 행복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는 세상의 불행을 아파한다. 밀양 송전탑 마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울분과 슬픔은, 정제하느라고 애썼다는 그의 시를 비집고 나온다.

체중 34키로 골다공증 굽은 몸으로/산을 오르고 나무 부여잡으며 보낸 십년/구덩이 파고 목줄까지 묶으며 싸운 할매는/말이 곧 사람임을 믿었다…그러나 씹다 만 껌보다 가벼운 권력자의 말/할매는 믿던 도끼보다 독하게 찍혔다(‘부엉이’중)

‘결핍의 겸허함’을 알기에 풍요에 도취돼 질식하기를 경계한다.

요금제를 확 낮추었다…예금 잔고와 통신 데이터 반 너머 줄어들 때/무언가 그리운 것이 파고든다/무제한은 신의 영역/생은 제한이어서 이렇듯 애틋한 것이다(‘무제한’ 중)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안정지향적이고 비판이 둥글거라는 편견이 있다 했더니 웃으며 말한다.

“국어교육과를 나왔지만 교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젊을 땐 없었어요. 내 글을 쓰고 싶었지. 어쩌다가 교사가 됐는데, 교사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소명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고 아이들이 잘 컸으면 좋겠어요.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인문학적 소양도 익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그걸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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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uldgo@naver.com 2019.12.11 1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멘

  2. 2019.12.11 16: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한겨레 문화면에 조향미 시집 『봄 꿈』의 수록시 「이 가을」이 실렸네요.

시집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시들 중에

기자님의 마음을 흔든 특별한 시일까요?ㅎㅎ

 

이제는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계절이 왔지요.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겨울이 다가오는 늦은 가을날 어스름이 떠올랐어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조금 쓸쓸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죠.

 

여러분은 이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을 가지실지 궁금하네요^^

시를 읽고 떠오르는 것들을 짧게라도 댓글에 적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가을」 감상하시고 금요일도 힘차게!

 

***

 

 

 

[시인의 마을] 이 가을

 

 

가을     조 향 미

 

 

마음이 쭈글쭈글해졌으면
나른하게 납작하게 시들어갔으면
꽃잎은 이우는데 낙엽도 지는데
시들지 않은 마음은 하염없이
뻗쳐오르고 시퍼레지고 벌게지며
이렇게 푸드덕거리며 기세등등할까
그만 고운 먼지에 싸여
하야니 핏기를 잃고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서
더 이상 출렁대지 않고 들끓지 않고
조그맣고 동그랗게 여위어져서
소리도 없이 툭 떨어졌으면
이 무명 진토에 다시 피어나지 말았으면

-시집 <봄 꿈>(산지니)에서

 

 

한겨레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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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조향미 시집 『봄 꿈』 리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

내 마음이 '날아갈 듯 찬란'해진 까닭

조향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봄 꿈>에 부쳐

 

시란 무엇인가?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래된 질문이자 현재진행형인 이것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 꽃씨처럼, 비수처럼 간직하고 있을 질문이다. 어떤 이는 위안으로서의 시를 말하고 어떤 이는 혁명과 해방의 무기로서의 시를, 또 어떤 이는 발견-깨달음으로서의 시를 말한다. 이 외에도 숱한 이름의 시가 있을 것이다.

 

올해로 나이 쉰여섯이고,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 이후 11년 만에 <봄 꿈>(산지니)을 세상에 내놓은 조향미에게 시는 무엇일까? 아니, 11년 전에는 무엇이었고 지금은 무엇일까?

 

시인 조향미에게 시란 무엇인가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독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부분)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에 실린 '온돌방'(널리 애송되는 이 시는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는데)이다. 그때 시인에게 시는 '온돌방' 같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표제시인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의 부제가 '녹색평론을 위하여'인 것만 봐도 그에게 시는 녹색평론적인 무엇을 지향하는 것임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공중의 새를 근심하여
새장에 넣고
들판의 백합을 찬미하여
꽃병에 꽂았다
거친 바람으로부터 새를 보호하고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꽃을 지켜주었다
매일매일 고단백 모이를 주고
무균질의 물을 갈아주었다

그러나 새는 노래를 잊었고
꽃은 피어나지 않았다
교육 또는 사랑은
종종 우주에 대한 불경이기도 했다 (전문)

 

이렇듯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의 시편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거나,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게 하거나, 아아 그렇지, 하는 나직한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그것만으로도 가히 아름답고 우리에겐 '고마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봄 꿈>은 어떨까? 성급하게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게 <봄 꿈>은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와는 선연하게 다른 지평을 보여주는 시집으로 다가왔다고. <봄 꿈>에도 '온돌방' 은 있고 '국화차'도 있고 시인에게 팔을 벌리는 '나무'들도 있지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와 <봄 꿈> 사이엔 건너뛰기 힘든 심연-크레바스가 가로놓여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왜일까? 두 시집 사이의 세월 속에 시인에게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 걸까?

 

(중략)

 

그럼에도, 그러니까 오늘의 파란 많은 역사를 준열하게 살아내는 속에서도 시인은 '날아갈 듯' 생을 사랑하고, '숨 막히는 더위/ 태울 듯한 햇볕을 지나온 사과', '스물 몇 번 친다는 농약의 유혹을 이기고/ 자연이 주시는 축복과 시련을/ 백 프로 수용하고 견뎌낸' 사과 앞에서 '묵상'을 하며 '둥근 손으로 예배'도 한다.

저 '하느님의 사과'이자 '하느님인 사과' 앞에서 말이다. (〈사과 하느님〉) 그렇지 않다면 과연 시인일까? 또한 역사 속에서 역사 너머를 바라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이 없다면, 그러니까 분별 속에서도 분별을 넘어 본래 면목을 향하는 곡진한 구도심이 없다면 말이다.

 

'날아갈 듯' 생을 사랑하는 시인

 

<봄 꿈>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내 마음은 순간순간 '날아갈 듯 찬란'해진다. 그것은 조향미 시 언어의 힘이라면 힘이고 구도자의 순정한 영혼이라면 영혼이고 지혜의 빛이라면 빛이라 하겠다.

 

날아갈 듯한 숱한 시편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찬란'한 절창,〈날아갈 듯〉을 다시금 낭송해 보는 것으로써 '궁핍한 시대의 시인'(하이데거)으로서 존재의 진리를 시의 언어로 드러내는 데 곧잘 성공하고 있는 조향미 시인에게 공감과 고마움의 합장 인사를 전해 본다.

 

영도 영선동 곡각지 돌아들면
푸른 바다 마주하고
오래된 집들 다닥다닥 붙어있다
도로변엔 낚시가게 철물점 진돗개 파는 집
선반에 라면 몇 개 얹어놓은 구멍가게
바다 쪽으론 오밀조밀 살림집들
태풍 불 때 이 동네 어찌할까
지붕 훌렁 날아가지 않을까
어깨 넓이 좁은 골목길 들어서니
바다색 페인트 떡칠한 슬레이트 지붕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촘촘히 눌러놓았다
태풍이야 맨날 오는 것은 아니지
한 번씩 미친 비바람 몰아칠 땐
지붕에 돌멩이 몇 개를 더 얹는 거지
그러다 천연스레 맑은 날
태평양 바다 앞에 빨랫줄 치고
눅눅한 이불도 고린 양말짝도
젖은 가슴도 쨍쨍하니 말리는 것이다
바윗돌 짊어진 듯 숨찬 생애도
날아갈 듯 찬란해지는 날도 오는 것이다 (전문)

 

 

오마이뉴스 윤지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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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꿈

 

조향미 시집

 

 

 

▶ 끝없이 갈등하는 현실, 그 속의 우리

 

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이 출간됐다. 조향미 시인은 1986년 무크지 『전망』을 통해 등단,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있네』 『새의 마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와 산문집 『시인의 교실』을 펴냈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조향미 시인은 교단에서 만난 다양한 삶과 소중한 인연, 교육자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번 시집을 꺼냈다. 이 시집은 넘치도록 충만하여 안주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미련과 그토록 충분한 현실 속에서 무심코 툭툭 올라와 가슴을 흔들어놓는 존재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시에 녹아 있는 주된 대상은 ‘현실’이다. 때로는 편안하고 나른하게 다가오지만 때로는 안일한 모습을 질책이라도 하듯 아프게 가슴을 찌르며 우리를 깨운다. 조향미 시인이 말하는 ‘현실’은 안주와 반성 가운데서 끝없이 갈등하고 방황한다. 마침내 시인은 안주도 반성도 한데 끌어안으며 세상이 아프더라도 다시 살아가야 한다며 다독이는 목소리를 낸다.

 

 

▶ 안주할 수 있는 오늘, 충만한 현재 속에서

 

‘이 출렁임과 경탄과 밥알과 사과와/창과 하늘과 운동장 아이들의 함성/세계는 완벽하고 신비는 충만하다/저 멀리 누군가의 분노와 탄식도/한 치 차별 없는 법法이요/무심히 외면하고 귀 막지 않음/또한 하느님의 일이거니’ (「도시락을 먹으며」 중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은 안온하고 충만하다. 이 충만한 현재가 우리를 감싸고 있을 때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앓고 있을 걱정 근심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시인은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에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움을 누린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방년 십팔 세 꽃다운 나이/남학생 녀석들”(「남학생들」 중에서)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빨강 염색머리에 초록 원피스를 입고”(「반짝반짝」 중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며 즐거워하는 명랑한 학생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몸을 담은 세상이 “넘실넘실/충만하다”(「귀향」 중에서)고 말하며 그 속으로 녹아들기도 한다. 만족스러운 현실을 시인은 자유롭게 누린다.

 

 

▶ 우리를 수없이 콕콕 찔러대며 깨우는 모든 존재들

 

그러나 마냥 행복에 겨워 노래할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시인은 또한 불현듯 다가오는 세상의 그늘에 대해 쓰기도 한다.

 

그런데 칼바람 속에서 철탑 위에 올라 있는 사람들/추위보다 매서운 소외와 싸우는 사람들/마침내 목숨의 끈조차 놓아버리는 사람들이/나를 콕콕 찌른다/너만 남향집에서 따스한 햇볕과 놀아도 좋으냐/(…)/함께 살자는데, 무력한 나는 빈 방에서/등에 같은 햇살에 찔리기만 한다 (「남향집」 중에서)

 

타인의 아픔은 불시에 다가온다. 나의 일상이 평화롭고 아늑하게 흘러갈 때, 밥을 먹다가 문득, 햇볕 아래에서 문득. 시인은 이렇듯 무심코 다가오는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의 아픔에 대한 무거운 마음은 개인의 입장에서, 또한 교육자의 입장에서도 그려진다. 지금도 교단에 있는 시인은, 교육자로서 느낀 현실에 대해 사뭇 단호하고 냉정한 시선을 내비치며 「부엉이」를 통해 묻는다. “방방곡곡 학교에서 학원에서/밤새우는 부엉이들아/너희는 왜 공부하니/무얼 위해 공부하니”

 

 

▶ 세상이 아파도 살아내야 한다는 시인의 다독임

 

「우리 모두 열일곱 살」, 「울음소리」, 「엄마의 밥상」은 세월호에 대한 작품이다. 시인은 세 편의 시를 통해 통절한 슬픔을 드러내고, 이어 「노란, 노란」으로 남은 사람들의 어깨를 다독인다. “가방마다 노란 리본 달랑달랑/(…)/노란 나비가 되어서라도/기억하라고 증언하라고/그 사월 바다에서 살아남았다고 믿는다”(「노란, 노란」 중에서).

 

텃새 두 마리 찍찍 짹짹 날아와/콕콕 조반을 먹는다/순둥이 강아지 아침 먹다 말고/귀가 쫑긋/(…)/나도 깜빡/밥솥에 불 넣으러 간다 (「아침」 중에서)

 

안주와 반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시인은 마침내 그 모든 것들을 끌어안은 채 현실로 돌아온다. 세상이 아파도 살아내야 하는 오늘은 다시 찾아온다.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들은 스며드는 대로,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감나무 봄」, 「저녁 밥상」, 「비 오는 날 동래시장」, 「감나무 가을」 등의 작품들은 우리의 그런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소개


조향미 시인  solbaram-@hanmail.net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86년 무크지 『전망』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있네』 『새의 마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산문집 『시인의 교실』을 펴냄. 현재 부산 만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목차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너에게|이 가을|생각 1|생각 2|바다 앞에서|오래된 집을 떠나다|기도|밥 한 그릇|봄풀 곁에 쪼그리고 앉다|쉼 없이|뜻 없이|정정|늙은 철길|날아갈 듯|도시락을 먹으며|무제한|공명共鳴|귀향|한 몸|사막 시집|아무것도 안 하기|쉿!|바람의 집|은행 새 잎

 

제2부
촛불 2|풍찬노숙, 햇볕|남향집|독거|다섯 걸음|이모작|라오스의 닭|양치기 소년|원룸|세상이 아프니|재난|시선|반짝반짝|칠칠하다|남학생들|풋감|피자와 시|부엉이|선물|둘러앉는 일|유엔공원에서 작은 우물을 생각하다|삼일절|우리 모두 열일곱 살|울음소리|엄마의 밥상|노란, 노란

 

제3부
산동네의 시|낡은 옷|메이데이|감나무 봄|파전|목청|논|흐린 날|이만큼의 자본주의|빨래|촛불 묵상|木月 문학관|신라의 달밤|저녁 밥상|마당에 빨래 널기|동구 밖 막걸리 집|비 오는 날 동래시장|단비|감나무 가을|아침|용맹정진|무당벌레|사과 하느님

 

해설 | 세속과 초월, 또는 그 사이

 

 

조향미 시집

봄 꿈

 

 

조향미 지음 | 152쪽 46판  | 10,000원 | 978-89-6545-449-6 03810

 

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이 출간됐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조향미 시인은 교단에서 만난 다양한 삶과 소중한 인연, 교육자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번 시집을 꺼냈다. 이 시집은 넘치도록 충만하여 안주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미련과 그토록 충분한 현실 속에서 무심코 툭툭 올라와 가슴을 흔들어놓는 존재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봄 꿈 - 10점
조향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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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

 

 

 

 

▶ 유년과 현실의 대비를 지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 모험

 

 

산지니시인선 014 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이 출간됐다. 기자 출신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삶을 부대껴온 윤현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부박하고 비루한 현실 속에 처한 사회적 자아를 돌아보고 진실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유년과 고향을 주된 매개로 하여 때 묻지 않은 지난날의 순수한 경험들을 되새긴다. 또한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진 유년 시절을 통해 현재의 나를 비춘다. 윤현주 시인에게 유년은 시적 원천이지만 안주할 위안의 공간으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비루한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제로 재귀적 반복의 양식이 된다.

 

 

 

 

▶ 혼탁한 현재를 밝히는 유년이라는 순수한 불빛

 

 

‘늙은 누이야/아직도 기억하고 사는가’ (「푸른 강냉이 시간의 윤슬」 중에서)

의식이 분화되지 않는 유년은 사실 말할 수 없는 기억의 세계이다. 시인이 기억하는 것은 경험의 잔상들이며 이로써 유년은 재구성된다. 가난과 상처가 있는가 하면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공존한다. 유년의 이미지들은 시인의 현재를 반추하게 한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삶을 대비함으로써 바라는 자아에 대한 기대를 강화한다.

유년은 “세월이 가뭇없이 흘러도/끝내 젖지 않는 비의 맹점에/환한 기억의 등불”(「우산 속의 마른 기억」에서)과도 같다. 때론 상처로 고통을 환기하고 콤플렉스로 사고의 진전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존재의 등불이 되어 내면을 비추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유년은 시인의 시적 지평을 열어가는 적극적인 매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타락하고 퇴락한 사회적 자아와 대립하며 탄생한 시

 

 

‘나는 노쇠한 개, 이빨은 파뿌리처럼 뽑혔고/야성은 서리 맞은 들풀이오/어둠마저 빨려 들던 눈의 광채는 어둠에 갇혀 버렸고/ 십 리 밖 악취를 낚아채던 후각은 권력의 향기에만 민감하오’ (「기자들」 중에서)

기자가 직업인 시인이 자신의 일을 자조하고 풍자한다. 즉, 윤현주의 시는 타락하고 퇴락한 사회적 자아와 대립하는 자리에서 탄생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내적 망명의 장소에 시가 있다. 「대추나무에 걸린 시」에서 시인은 “때늦은 등단”과 시 쓰기의 의미를 깊이 새긴다. “온몸으로 세월을 관통해야만” 한다는 의지와 더불어 “화려한 꽃의 수식 대신/태양의 뜨거운 직유와/달과 별의 은은한 은유, 그리고/뇌우의 홛달한 활유”를 얻으려 한다. 여기서 우리는 비루한 현실과 시적 망명 사이에 위치한 시인의 긴장된 입장을 상기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표제작인 「맨발의 기억력」과 「숟가락의 연애법」은 사물에 대해 세세하게 사유하고, 「헐렁한 시간」, 「모음을 파는 사내」, 「계절을 파는 여인」 등은 일상과 풍속을 관찰하고 그려낸다. 이러한 시적 과정은 나아가 「산복도로 풍경」이라는 연작시로 시적 성취를 얻는다.

 

 

 

 

저자 소개

윤현주 시인 hohoy@busan.com

경북 경산 출생.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부산대학교 국제전문 대학원 석사. 2014년 <서정과현실>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했고, 현재 부산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임플란트 | 의자 | 젖은 눈망울 | 기자들 | 반의반 통 수박의 고독 | 사회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 대추나무에 걸린 시詩 | 물먹다 | 맨발의 기억력 | 고3 성자들 | 넥타이 | 빈방 | 어느 날의 도시 | 숟가락의 연애법 | 러닝머신 | 헐렁한 시간 | 지하철

 

제2부

장미와 담장 | 모음母音을 파는 사내 | 계절을 파는 여인 | 산복도로 풍경-골목 | 산복도로 풍경-파란 물통 | 산복도로 풍경-천국의 계단 | 산복도로 풍경-흔들리는 섬 | 산복도로 풍경-빨간 고무다라이 | 산복도로 풍경-벽화 | 산복도로 풍경-168계단 | 포크레인 | 포란抱卵 | 막춤 | 꽃다지 | 때밀이 여자 | 버려진 길을 딛고 삶은 일어서는가 | 호랑이 쇼

 

제3부

경기 동향에 관한 보고서 | 고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 누가 내 이름에 | 無所有 | 생활의 발견 | 그날 이후 | 목줄 | 우여곡절〔寺〕 | 시래기 | 아내는 낡아서 일가를 이뤘다 | 테트라포드 | 숫돌 | 천리향 설움에 젖어 | 386 따라지 | 능소화凌霄花 | 12월의 붉은 단풍나무 숲에서 | 노안老眼으로 당신을 읽다

 

제4부

입안에 고여 오는 얼굴 | 상어의 변주곡-돔베기 그리고 샥스핀 | 솔갈비·1 | 솔갈비·2 | 푸른 강냉이 시간의 윤슬 | 퇴장退藏 | 통곡 | 물메기 | 오래된 침묵 | 매실을 담으며 | 아버지 서책 | 우산 속의 마른 기억 | 아랫목 쌀밥 한 그릇 | 가덕 팽나무 | 도꼬마리 사랑 | 반어법 돌아가시다 | 즐거운 외풍

 

해설 | 비루한 현실과 시적 성찰-구모룡

 

 

 

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

 

윤현주 지음 | 149쪽 46판  | 10,000원 | 978-89-6545-431-1 03810

 

산지니시인선 014 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이 출간됐다. 기자 출신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삶을 부대껴온 윤현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부박하고 비루한 현실 속에 처한 사회적 자아를 돌아보고 진실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유년과 고향을 주된 매개로 하여 때 묻지 않은 지난날의 순수한 경험들을 되새긴다. 또한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진 유년 시절을 통해 현재의 나를 비춘다.

 

 

 

 

 

맨발의 기억력 - 10점
윤현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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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08.22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산지니시인선이 나왔네요!!

 

 

지난 11월 25일(금) 부산 국제신문 중강당(4층)에서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최계락문학상

최계락 시인은 아름다운 시와 정겨운 동시를 남긴 정갈한 시인의 표상이었습니다. 그는 소박하고 남다른 애틋한 감성적 언어로 일상 속의 인간의 삶과 꿈을 실어 노래했습니다.

1950년대 혼란기를 겪으면서도 향토색 깉은 작품으로 시의 순수성을 추구했던 시인의 순결한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사)최계락문학상재단은 2000년, '최계락문학상'을 제정하여 국제신문과 공동으로 시상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최계락문학상은

시집 『다다』를 집필하신 서규정 시인이 수상했습니다.

 

서규정 시인

1949년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는 『참 잘 익은 무릎』,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다다』 등이 있다. 

 

● 제16회 최계락문학상 '다다'의 서규정…농익은 삶 밀도있게 묘사(국제신문)

 

 

 

 

올 5월에 출간한 서규정 시집 『다다』는,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 투박한데 따뜻하다…서규정 시인 신작 '다다' (국제신문)

● 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부산일보)

 

▲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구모룡 평론가는

"서정적 추상을 경계하면서

시적 발화와 시어의 밀도를 따져

서규정의 시집 『다다』를 선정"

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작고 미천하고 버려진 것들의 실존에 동참하는 시인은

 안으로부터 열려 그 외부와 화해하는

서정적 신체를 매우 건강하게 노래하고 있다.

바닥과 허공을 한데 두고

사유하는 그의 시적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고 덧붙였습니다.  

 

▲ 서규정 시인의 수상 모습입니다.

 

 

이쯤에서 시집 『다다』에 수록된 작품을 만나보고 가야겠죠?

 

 

낙화

 

만개한 벚꽃 한 송이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 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어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盤松洞

 

인구 십만 명 이상이 사는 반송동엔

결혼식장이 없다네

그러니 청년들아

어찌 저지 연애를 하다

두둥실 아이를 배

급히 교회당을 빌려 예식을 마치고

첫날밤도 아닌 그 밤에

와인 몇 잔 마신 신부가 핑 돌아

사실은 처녀가 아니었다고 고배을 해도, 무조건 받아들여라

뜨고 지는 이치는 같은 것이고

곧 동백꽃이 진다

결혼식장보다 공동묘지가 가까운

우리 동네에선 그 첫, 이라는 말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

 

다만, 첫 죽음들을 묻을 뿐이다

 

 

▲ 수상 소감을 전하는 서규정 시인

 

 

▲ 시상식에서 단체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

 

 

"엉뚱한 장인정신을 가진 이들에 의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

는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세상과 만나게 될

서규정 시인의 작품들을 기대해봅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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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6.11.29 0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차려입으시니 멋지니시네요- 이번 상이 시 쓰기에 힘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산지니에 날아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산지니시인선으로 시집으로 낸

서규정 시인의 『다다가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얼마 전에는 『사슴목발 애인』을 낸 최정란 시인이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했죠!

 

 

 

 

 

산지니 시인선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네요^^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모르게 "산지니시인선에 책 내면 상 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해버렸네요 ㅎㅎ

 

 

최계락 시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 <꼬까신>을 지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노래죠?

 

저도 이 노래 좋아하는데요, 개나리만 보면 자동으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최계락 시인(1930~1970)은 경남에서 태어나 자라고 부산에서 생을 보낸 부산 경남의 자랑이기도 하지요.

 

1971년 부산 금강공원에 선 '꽃씨' 시비를 시작으로 용두산공원의 '외갓길', 대신공원의 '해변' 등 부산에만 4개의 시비가 있고 지난 2000년 경남 진주시 신안동 시민녹지공원에는 생전에 서로 절친했던 이 지역 출신 이형기 시인의 '낙화'와 최계락 의 '해 저문 남강'을 앞뒤에 각각 새긴 독특한 시비가 전국 처음으로 세워졌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입력: 2006.08.30 21:09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최계락 시인의 문학을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네요.

이처럼 시가 어렵지 않고 삶 곳곳에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선정된 『다다』의 시집에서 제가 좋아하는 시를 골라봤습니다.

 

누추하지만, 나비야 내 방에 오려무나

제 몸의 피돌기가 멈춰져, 무릉도원에서 쫓겨난 태양의

또 다른 발광체라고, 흉보진 않을 테니 제발 놀러나 좀 오렴

비록 13평 임대아파트라도

샤워기 물은 폭포처럼 펑펑 쏟아져

찜질이나 더 뜨겁게 혼욕이나 즐겨보자

(중략)

나비야 나비 모처럼 내 집에 올 떄는

벽에 붙은 색 바랜 사진처럼 그렇게 오지는 말고

 

열락인지 지옥인지 도대체 모를, 수증기 자욱한 화장실로 먼저 오라

 

-「익명의 계절」 부분

 

 

덕분에 아침부터 시집을 들춰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네요.

이런 날이 많아지면 좋겠죠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산지니시인선은 시인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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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11.03 1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 축하드립니다! 정말 기쁜 소식이네요!

  2. BlogIcon 단디SJ 2016.11.03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지니 시인선들이 올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는군요 >.<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따뜻한 소식이 기다려지네요.


이것도 따뜻한 소식이 될지 모르겠으나


산지니 블로그 서점탐방에서 소개드렸던 이태원에 있는 <다시서점>에

산지니 시인선이 입고되었습니다.


소개 블로그 글

http://sanzinibook.tistory.com/1564


이번에 새로 나온 신간 사슴목발 애인과 함께 

『은근히 즐거운』, 『다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사진이라 작게 올려지되네요^^


https://www.instagram.com/dasibookshop/








이쁘죠?


다른 서점에서도 산지니 책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뉴스 보면 울적해지는 마음

시와 함께 달래 보아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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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11.01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 이렇게 만나니 되게 반갑네요!!

    • 온수 2016.11.01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도 뜻밖에 장소에서 보니 산지니 책이 좀더 새롭게 보였어요^^ 다른 서점에도 조금씩 확대되면 좋겠어요 호호

  2. BlogIcon 별과우물 2016.11.02 1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인선의 색이 다양해서 함께 보니 더 좋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