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시인선'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8.09.20 고독에 대한 솔직한 고백 -『새로운 인생』 (책소개)
  2. 2017.12.22 조향미 시인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1)
  3. 2017.12.10 [산지니가 읽는 시] '돌돌'의 언어 -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을 꿇는 것." (2)
  4. 2017.12.04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봄 꿈』 관련 기사입니다!
  5. 2017.12.01 꽃잎은 이우는데… 「이 가을」(조향미 시집『봄 꿈』 중)
  6. 2017.11.24 시와 인생을 노래하다! 『봄 꿈』
  7. 2017.11.17 끝없이 갈등하는 현실, 그 속의 우리 ::『봄 꿈』(책 소개)
  8. 2017.08.22 유년과 현실의 대비를 지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 모험 :: 『맨발의 기억력』 (책 소개) (1)
  9. 2016.11.29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수상자-서규정 시인) (1)
  10. 2016.11.03 서규정 시인의 『다다』 최계락문학상을 수상! (2)
  11. 2016.10.31 이태원 <다시서점>에서도 산지니 시인선이 활짝 (3)
  12. 2016.10.17 절망을 사랑으로 포용하다-최정란 시인『사슴목발 애인』(책소개) (3)
  13. 2016.09.22 경주에게도 푸른 가을 하늘이-최영철 시인의 시「가을」 (1)
  14. 2016.06.09 속담에 버무린 시간의 흐름과 깨달음(경남도민일보) (1)
  15. 2016.06.02 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부산일보)
  16. 2016.05.31 거칠지만 자유롭게 노래하다-서규정『다다』(책소개) (1)
  17. 2016.05.18 장미와 시집 (4)
  18. 2016.05.03 [이 아침의 시] 밥벌 - 성선경(1960~ ) (1)
  19. 2016.04.25 제72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성선경『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2)
  20. 2016.03.25 성선경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책소개) (3)
  21. 2015.09.23 소금처럼 스며드는 시어들이 빛을 발하다-『소금 성자』(책소개) (1)
  22. 2015.05.21 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 (3)
  23. 2014.09.30 9월의 끝, 호박이 굴러들어온 날-『금정산을 보냈다』
  24. 2014.09.19 문학 기자들이 찜한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25. 2014.09.05 파멸과 비명 속에도 어둠을 직면하며-『금정산을 보냈다』(책소개)

▲ 새로운 인생ㅣ송태웅 지음ㅣ산지니ㅣ160쪽

 


▶ 고요에 잡아먹히지 않고
   함께 느긋해지고 함께 팽팽해지다


 

산지니시인선 열다섯 번째 시집 송태웅 시인의 『새로운 인생』이 출간되었다. 2003년 『바람이 그린 벽화』, 2015년 『파랑 또는 파란』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비겁한 내면의 풍경을 과장과 꾸밈이 없이 담백하게 담았다. 시집을 내기까지 오랜 준비 기간과 좌절도 있었지만 시인은 좌초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송태웅 시인은 담양, 광주, 제주, 순천을 돌아 지리산 구례에 터를 잡았다. 전원생활이라고 해서 마냥 편하지 않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외로움과 자연이 준 고독함 속에서 삶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야 했다. 그 속에서 시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시인의 말」에서 “언제부터인지 시가 괴로웠다 / 그건 네 옷이 아니니 벗어버리라고 / 연기암 오르는 길의 시누대들이 / 죽비처럼 등짝을 때려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시인은 삶의 무게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지금부터 살기 위하여” 시를 쓴다. 시인은 고요에 잡아먹히지 않고 느긋해졌다가 팽팽해졌다가를 반복하며 과거에 짊어진 인생의 상처를 돌아보면서 묵묵히 나아간다.

 

 

 

 

▶ 도약을 준비하는 시인의 「새로운 인생」

 

 

나는 당분간 일용노동자로 살기로 했다
내 등을 떠밀어 다오
서투른 몸동작으로

 

삽과 괭이와 해머와 철사와 커터 들을 다루는 나를
이제야 그들의 눈빛에서
체념과 순응의 본능을 읽을 줄 알게 된 나를
내 어머니에게 이런 나를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인생을 향해
꿀꺽 침을 삼키는 나를

 

_「새로운 인생」부분

 

시인은 선언한다. “당분간 일용노동자로 살기로” 한 것이 바로 새로운 인생이라고. 비록 “서투른 몸동작”이지만, 그도 이제 “삽과 괭이와 해머와 철사와 커터 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도구의 “체념과 순응의 본능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가 된 것이다. “방 안에 웅크렸던 나라는 짐승”이 자신의 삶 속에 비로소 고요를 넘어서는 생동을 끌어들였다. 시인 스스로를 구원하는 시들로 읽는 이의 마음에도 생동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 혼자 밥 먹는 날, 고독함에 대한 솔직한 고백


 

시집에는 유독 밥 짓는 내용의 시가 많다. “혼자만의 식사를 위해 이거 웬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 간혹은 내가 내 스스로를 대접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메추리알 장아찌를 담그며」), “소고기를 볶아 미역국을 끓이고”(「새벽에 쓰는 시」) “일생의 저녁을 먹네”(「혼자 먹는 저녁」)처럼 시인이 혼자 밥 짓고 상 차리는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혼자 먹는 밥상 풍경이 쓸쓸하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평범하기도 하다. 자연 속에 살든 도심에 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장면이다.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런 타인을 훔쳐보기도 한다. 시인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고독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준다.

 

 

 

추천사


오월 광주에 있다가 살아남은 시인은 신산스런 삶을 짊어지고 절대 고독 속으로 투신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송태웅의 시들은 이 비극의 끝에서 자연 그리고 인간과 하나가 된 맑고 깊고 높은 경지를 내보이고 있다. 시인 스스로를 구원하고 있는 이 시들이 많은 사람들을 역시 구원하리라 확신한다. 고독하고 외로운 자만이 모든 것의 혈육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의 영혼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하는, 지리산 같은 ‘지리산 고독 시인’이 여기 있다._나해철(시인)

  

 

저자소개

 

송태웅
1961년 전남 담양에서 출생하고 광주고와 전남대 국문과를 나왔다. 2000년 계간 『함께 가는 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이 그린 벽화』, 『파랑 또는 파란』 등이 있으며 이번 시집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현재는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에 거주하며 틈만 나면 지리산을 오르내리면서 지리산과 섬진강의 나날들을 구가하고 있다.

  

 

목차

 

 

         

 

 

 

새로운 인생 - 10점
송태웅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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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12월 18일 월요일에 조향미 선생님의 시집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자리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

시심을 가득 채우고 온 날이었습니다^^

마음까지 푸근해졌던 북 콘서트 현장,

사진과 함께 만나보실까요?

 

***

 

12월 18일 오후 여섯 시,

전교조 부산지부 강당에서 『봄 꿈』 북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입구로 들어서자 화사한 플래카드가 반겨주었어요^^

따뜻한 분홍색이 추운 날씨도 잊게 만들었죠.

이 날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답니다.

동료 교사분들, 그리고 조향미 선생님의 제자들까지!

강당을 꽉 채우는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답니다 :)

행사에는 대표님과 저 병아리 편집자가 달려갔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 중 낯익은 얼굴!

바로 박두규 작가님~!

산지니에서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을 출간하셨던 분이죠.

시집의 수록작 「한 몸」을 낭독하셨습니다.

얼마나 멋진 시인지 짧게 보여드릴까요?

(…)
사과와 뱀과 고양이는 얼마나 다른가
강아지풀과 사람과 흙은 어떤가
빗방울과 불꽃과 바람은 또
이 모든 것도 별의 한 몸이다

이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한 올의 머리카락이
나는 혼자라고
한 몸 같은 것은 없다고
쓸쓸해하는 것과 같다
한 송이 민들레꽃이
나는 스스로 피었다고
흙과 햇빛과 나비와 무관하다고
고집부리는 것과 같다
(…)

자리를 함께 빛내주신 동료 선생님들도

분위기 있게 시를 낭독하셨고요

조향미 선생님의 제자인 귀여운 학생도 나와서

「둘러앉는 일」이라는 좋은 시를 낭독했답니다.

모교인 만덕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시를 골랐다고 하던데

내용도 좋은 시를 골라서 차분한 목소리로 낭독하더라고요^^

(…)
둘러앉는 시간과 공간은 따로 없으니
학교 텃밭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웠고
백양산 달빛산행 국수집 구포시장 막걸리집
만덕동 화명동 동래역 밥집 술집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논쟁하고 고민했습니다
교사들 둘러앉은 자리 기승전결은 언제나 아이들
엎드린 아이 홀로인 아이 외면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한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시키지 않을까
(…)

담당 편집자였던 저도 앞으로 나가게 되었답니다.

앞뒤로 멋지게 낭독을 하시는데

바쁘게 나가느라 시집을 못 챙겼던 저는 8ㅅ8

작업을 하는 동안 외웠던 시들을 머릿속에 얼른 떠올리면서 책 소개를 짧게 했습니다.

「정정」과 「아무것도 안 하기」라는 두 편의 시에 곡을 붙이신 선생님!

시의 분위기를 잘 살린 노래에 귀가 녹는 것 같았어요^^

직접 곡을 붙이셨다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죠ㅎㅎ

마지막 순서로 오늘의 주인공이신

조향미 선생님이 나오셨답니다 :)

어린 시절 날이 저무는 가운데

바람처럼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무섭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나네요.

...분명히 저도 어릴 때 그런 이유로 해질녘을 싫어했는데

어째서 저는 시인이 되지 못했을까요..... (오열)

시를 쓰는 마음, 시를 대하는 자세

시인 조향미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시집 작업을 하는 동안 좋은 시를 많이 만나서

저도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

좋은 자리에는 단체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ㅎㅎ

사진 찍어주시는 선생님의 하트♡ 요청에

수줍게 팔을 올리는 분들~ㅎㅎㅎ

따뜻한 시만큼이나 따뜻한 분들과 함께한

『봄 꿈』 출간기념 북 콘서트 현장이었습니다~

 

 

봄 꿈 - 10점
조향미 지음/산지니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 10점
박두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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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돌돌의 언어

- 고개 숙이는 것, 조아리는 것, 무릎을 꿇는 것에 대하여

 

최영철 시인의돌돌(실천문학, 2017)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 2014)를 읽고

 

 

 

   

 

내 꿈에 놀러와

 

겨울. 추위에 몸을 떨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고개를 숙였구나, 춥구나, 생각하다가 시를 읽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매일 시를 읽는 것은 힘들다. 시를 읽는 것은 무용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컷 자고 일어난 주말에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커다란 창이 있는 책상 앞에 앉기도 하며, 밀린 빨래들이 신나게 굴러다니는 세탁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겨우 읽을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무용함의 효용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읽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읽지만 읽고나면 그래, 시를 읽어야지. 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시를 읽는 좋은 방법은 한 손에 시집을 들고 스르륵 넘겨보며 저절로 멈추게되는 곳부터 시작하는 것. 내가 처음 멈춘 페이.

 

 

"내 꿈에 놀러와

오는 길목 마트에 들러

새로 나온 꿈 세트 한 꾸러미 잊지 마"

(잊지마 꿈 세트부분, 돌돌)

 

 

마트에서 사갈 수 있는 꿈, “오래전 내놓고 잊어버린 꿈”, “깨고 나서도 꿈이어서 좋았지중얼거리게 되는 꿈은 반짝이는 희망이나 열린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맨 얼굴의 꿈이다. 일상에서 나는 자꾸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것이 무엇을 위한 기다림인지를 묻게 만들 수 있는 힘은 맨 얼굴의 꿈을 보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 같다. “거긴 내가 내가 아니야라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시인은 자주 서있고 중얼거리는데 그걸 계속 보고 있으면 너의 앞은 우리의 앞은 무척 깜깜해, 라는 속삭임을 듣게되기도 한다. (“인기척이 없어도 어김없이 길은 열리고/아무도 없는 미래가/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 했다/길이 너무 많아/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일상에서의 나의 기다림을 잠시 잊고서 거짓없는 그 캄캄한 말을 따라가는데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기는 건 왜일까. 허무하다거나 절망적이라는 말보다 그 믿음이 더 크게 느껴질 즈음, 너무 많은 길 속에서 만나게 된 어떤 것들 때문일까.

 

 

길 위의 것들

너를 한번 안아주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

떨며 선 나목과 새와 길고양이와

청설모와 멧돼지와 좀도둑과 육교와

세상 모든 노숙

나도 너에게 무엇인가를 받고

그 보답으로 내가 너에게

무엇인가를 주면 안 되겠니

너의 배고픔과 나의 배부름을

공평하게 맞바꾸는 건

너의 싸늘함과 나의 따스함을

신나게 맞바꾸는 건

저울 하나 갖다 놓고

정확하게 칼로 잘라 맞바꾸는 건

바람이 달아주는대로

이 무거운 등짐 맞바꾸는 건"

(노숙에게부분, 돌돌)

 

 

나약한 것들,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은 것들을 앞에 두고도 내려다보지 않고 나란히 서있는 것은 힘들다. 불안하게 중얼거리는 시의 말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말로 안 되겠니’, ‘안 되겠니하며 옆에서 바라보는 일일 뿐이다. 거리의 말들, 선언의 말들과 멀리 떨어진 그 넋두리를 따라가다보면 당연하게도 납죽엎드려 저만치 기어가는 벌레같은 시인을 만나게된다. 나는 인사를 한다.

 

 

살의는 없었으나 짐짓 있는 힘 다해 내리친

나에게 보은이라도 하려는 듯

영영 숨이 끊어진 척 먼 딴 데를 보고

나 역시 서슬 시퍼런 척 납죽

까무러치는 척 정신을 잃은 척

부리나케 쫓아와

숨이 가쁜 듯 납죽

기어들어가는 척 숨 넘어가는 척

애도하는 척 납죽

그게 탄로 나 짐짓 먼 딴 데를 보고

눈시울을 닦는 척"

(납죽부분, 돌돌)

 

 

 

 

마음 노동자의 일

 

이번 시집 돌돌에는 유년의 기억(진흙 쿠키), 민중과 혁명에 대한 믿음(프라이 하는 법), 자본의 무자비함과 역사 인식(디엠지 부동산에 대한 전망)에 관한 사유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나는 이 시들을 읽으며 결코 밝은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무자비한 꿈의 진실을 읽기를 바랬다. 그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가 매일 고개를 숙이며 쓸모없이 걱정하는 일상의 안위를 잠시 제쳐두고 더 크고 아름다운 고개 숙임과 자주 꿇어 벌겋게 닳아오른 무릎을 바라보는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시집을 엮으며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을 마음 노동자의 일이라 정의했다. 일생의 반을 마음 노동자로 살아온 시인의 무릎은 무슨 색일까. 말로 세상을 사는 일은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일이고 노심초사하는 일이다.

 

 “너무 오래, 어눌한 말을 내뱉었다. 엄밀히 말해 그 말들은 하나도 나의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파장이요 자연의 율동이었다. 나는 그것들의 말을 엿들은 염탐꾼이었고 누군가가 무심코 흘리고 간 말을 주워담아 궁굴려본 흉내쟁이였다.” (노심초사의 즐거움중에서 ) 시인은 여전히 그것을 하고 있다.

 

 

 

"부산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가마뫼라는 말

가마솥처럼 생긴 뫼라는 말

앙다문 솥뚜껑 아래 부글부글 끓는 뫼라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과 불끈 솟는 힘이라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과 절절 끓는 힘이라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과 굳게 다문 힘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급하게 서두르거나 시끌벅적 떠들어 어수선하다는 말

부산이라는 말

주된 생산물이 아니라 무엇에 편승해 슬쩍 덩달아 나왔다는 말

 

부산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꿀꿀이죽이라는 말

공돌이 공순이란 말

번득이는 생선 비늘이라는 말

 

덩달아 시끌벅적

지금도 끓고 있다는 말

 

그 가마뫼라는 말에 참기름을 붓고

그 가마뫼라는 말에 깨소금을 붓고

그 가마뫼라는 말에 각설탕을 붓고

 

오랫동안 굳은살과

바짝 조인 허리띠와

움켜쥔 땀방울을

슬슬 풀어주고 싶다는 것

슬슬 닦아주고 싶다는 것

 

부산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

앙다문 가마솥 같은 뫼라는 말"

  (「부산 釜山이라는 말전문, 금정산을 보냈다』)

 

 

 

 

 

돌돌 - 10점
최영철 지음/실천문학사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블로그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산지니가 읽는 시>.

가볍게 첫 인사를 건넸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찾아뵐 수 있기를!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자 조향미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네요^^

시만큼이나 따뜻한 내용의 인터뷰, 만나보실까요? :)

 

***

 

교편 잡는 시인의 정갈하고도 따뜻한 詩

 

조향미 네 번째 시집 ‘봄 꿈’

 

 

- 교사 눈에 비친 삶·세상 담겨
- 안일한 현실에 자성 목소리도
- “아이들에 열린 시각 주고싶다”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 시(詩)도 아름답다. 세상의 온갖 말을 수집해 혼신의 공을 들여 조합한다 해도 그 말이 구름 위에 떠있다면 손짓 한 번에 흩어질 뿐이다.

 

1986년 등단한 시인 조향미가 11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봄 꿈’(산지니)을 냈다.

조향미의 시는 내가 아는 얘기를 하거나, 내가 모르는 얘기라도 누군가는 아는 얘기를 한다. 아는 얘기를 하는데 내가 실은 그 얘기를 잘 몰랐구나, 안일하게 생각했구나, 깨닫게 만든다. 그의 자성과 사무침은 정갈한 시어로 전달되고 사람들은 시인과 함께 깨어난다.

(중략)

 

조향미 시인은 고교 교사다. 혁신학교인 만덕고 교사다. 그래서 시에 학교가 많이 등장한다. 교정을 내다보며 점심 도시락을 먹는 것도, 여자친구가 생긴 후부터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귀여운 남학생도, 공부의 사막을 낙타처럼 맥없이 걸어가는 아이들도 그에게는 모두 시, 시다.

방년 십팔 세 꽃다운 나이/남학생 녀석들/운동장에서 뻥뻥 공만 찬다/러닝셔츠 흠뻑 젖어/꽃그늘에 앉아 땀 닦으면서도/등꽃 한 번 안 쳐다본다… 겅중겅중 뛰기만 하는/수노루 같은 놈들/내 차마/짐승 같은 놈들이라고는 안 한다만(‘남학생들’ 중)

슬몃슬몃 누르다가 마지막에 조그맣게 폭발하는 애정. 그 한마디 유머에 본 적도 없는 시커먼 남고생들이 사랑스럽다. 얼마나 사랑해야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까. 천생 교사인가 한다.

그의 시 다수에는 따뜻한 충만감이 찰랑거린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에도 쉽게 행복해하는 사람의 특권이리라. 행복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는 세상의 불행을 아파한다. 밀양 송전탑 마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울분과 슬픔은, 정제하느라고 애썼다는 그의 시를 비집고 나온다.

체중 34키로 골다공증 굽은 몸으로/산을 오르고 나무 부여잡으며 보낸 십년/구덩이 파고 목줄까지 묶으며 싸운 할매는/말이 곧 사람임을 믿었다…그러나 씹다 만 껌보다 가벼운 권력자의 말/할매는 믿던 도끼보다 독하게 찍혔다(‘부엉이’중)

‘결핍의 겸허함’을 알기에 풍요에 도취돼 질식하기를 경계한다.

요금제를 확 낮추었다…예금 잔고와 통신 데이터 반 너머 줄어들 때/무언가 그리운 것이 파고든다/무제한은 신의 영역/생은 제한이어서 이렇듯 애틋한 것이다(‘무제한’ 중)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안정지향적이고 비판이 둥글거라는 편견이 있다 했더니 웃으며 말한다.

“국어교육과를 나왔지만 교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젊을 땐 없었어요. 내 글을 쓰고 싶었지. 어쩌다가 교사가 됐는데, 교사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소명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고 아이들이 잘 컸으면 좋겠어요.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인문학적 소양도 익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그걸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국제신문 신귀영 기자

 

기사 전문 읽기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

 

한겨레 문화면에 조향미 시집 『봄 꿈』의 수록시 「이 가을」이 실렸네요.

시집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시들 중에

기자님의 마음을 흔든 특별한 시일까요?ㅎㅎ

 

이제는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계절이 왔지요.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겨울이 다가오는 늦은 가을날 어스름이 떠올랐어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조금 쓸쓸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죠.

 

여러분은 이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을 가지실지 궁금하네요^^

시를 읽고 떠오르는 것들을 짧게라도 댓글에 적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가을」 감상하시고 금요일도 힘차게!

 

***

 

 

 

[시인의 마을] 이 가을

 

 

가을     조 향 미

 

 

마음이 쭈글쭈글해졌으면
나른하게 납작하게 시들어갔으면
꽃잎은 이우는데 낙엽도 지는데
시들지 않은 마음은 하염없이
뻗쳐오르고 시퍼레지고 벌게지며
이렇게 푸드덕거리며 기세등등할까
그만 고운 먼지에 싸여
하야니 핏기를 잃고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서
더 이상 출렁대지 않고 들끓지 않고
조그맣고 동그랗게 여위어져서
소리도 없이 툭 떨어졌으면
이 무명 진토에 다시 피어나지 말았으면

-시집 <봄 꿈>(산지니)에서

 

 

한겨레 최재봉 기자

 

기사 원문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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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조향미 시집 『봄 꿈』 리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

내 마음이 '날아갈 듯 찬란'해진 까닭

조향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봄 꿈>에 부쳐

 

시란 무엇인가?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래된 질문이자 현재진행형인 이것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 꽃씨처럼, 비수처럼 간직하고 있을 질문이다. 어떤 이는 위안으로서의 시를 말하고 어떤 이는 혁명과 해방의 무기로서의 시를, 또 어떤 이는 발견-깨달음으로서의 시를 말한다. 이 외에도 숱한 이름의 시가 있을 것이다.

 

올해로 나이 쉰여섯이고,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 이후 11년 만에 <봄 꿈>(산지니)을 세상에 내놓은 조향미에게 시는 무엇일까? 아니, 11년 전에는 무엇이었고 지금은 무엇일까?

 

시인 조향미에게 시란 무엇인가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독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부분)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에 실린 '온돌방'(널리 애송되는 이 시는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는데)이다. 그때 시인에게 시는 '온돌방' 같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표제시인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의 부제가 '녹색평론을 위하여'인 것만 봐도 그에게 시는 녹색평론적인 무엇을 지향하는 것임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공중의 새를 근심하여
새장에 넣고
들판의 백합을 찬미하여
꽃병에 꽂았다
거친 바람으로부터 새를 보호하고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꽃을 지켜주었다
매일매일 고단백 모이를 주고
무균질의 물을 갈아주었다

그러나 새는 노래를 잊었고
꽃은 피어나지 않았다
교육 또는 사랑은
종종 우주에 대한 불경이기도 했다 (전문)

 

이렇듯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의 시편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거나,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게 하거나, 아아 그렇지, 하는 나직한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그것만으로도 가히 아름답고 우리에겐 '고마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봄 꿈>은 어떨까? 성급하게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게 <봄 꿈>은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와는 선연하게 다른 지평을 보여주는 시집으로 다가왔다고. <봄 꿈>에도 '온돌방' 은 있고 '국화차'도 있고 시인에게 팔을 벌리는 '나무'들도 있지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와 <봄 꿈> 사이엔 건너뛰기 힘든 심연-크레바스가 가로놓여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왜일까? 두 시집 사이의 세월 속에 시인에게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 걸까?

 

(중략)

 

그럼에도, 그러니까 오늘의 파란 많은 역사를 준열하게 살아내는 속에서도 시인은 '날아갈 듯' 생을 사랑하고, '숨 막히는 더위/ 태울 듯한 햇볕을 지나온 사과', '스물 몇 번 친다는 농약의 유혹을 이기고/ 자연이 주시는 축복과 시련을/ 백 프로 수용하고 견뎌낸' 사과 앞에서 '묵상'을 하며 '둥근 손으로 예배'도 한다.

저 '하느님의 사과'이자 '하느님인 사과' 앞에서 말이다. (〈사과 하느님〉) 그렇지 않다면 과연 시인일까? 또한 역사 속에서 역사 너머를 바라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이 없다면, 그러니까 분별 속에서도 분별을 넘어 본래 면목을 향하는 곡진한 구도심이 없다면 말이다.

 

'날아갈 듯' 생을 사랑하는 시인

 

<봄 꿈>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내 마음은 순간순간 '날아갈 듯 찬란'해진다. 그것은 조향미 시 언어의 힘이라면 힘이고 구도자의 순정한 영혼이라면 영혼이고 지혜의 빛이라면 빛이라 하겠다.

 

날아갈 듯한 숱한 시편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찬란'한 절창,〈날아갈 듯〉을 다시금 낭송해 보는 것으로써 '궁핍한 시대의 시인'(하이데거)으로서 존재의 진리를 시의 언어로 드러내는 데 곧잘 성공하고 있는 조향미 시인에게 공감과 고마움의 합장 인사를 전해 본다.

 

영도 영선동 곡각지 돌아들면
푸른 바다 마주하고
오래된 집들 다닥다닥 붙어있다
도로변엔 낚시가게 철물점 진돗개 파는 집
선반에 라면 몇 개 얹어놓은 구멍가게
바다 쪽으론 오밀조밀 살림집들
태풍 불 때 이 동네 어찌할까
지붕 훌렁 날아가지 않을까
어깨 넓이 좁은 골목길 들어서니
바다색 페인트 떡칠한 슬레이트 지붕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촘촘히 눌러놓았다
태풍이야 맨날 오는 것은 아니지
한 번씩 미친 비바람 몰아칠 땐
지붕에 돌멩이 몇 개를 더 얹는 거지
그러다 천연스레 맑은 날
태평양 바다 앞에 빨랫줄 치고
눅눅한 이불도 고린 양말짝도
젖은 가슴도 쨍쨍하니 말리는 것이다
바윗돌 짊어진 듯 숨찬 생애도
날아갈 듯 찬란해지는 날도 오는 것이다 (전문)

 

 

오마이뉴스 윤지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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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꿈

 

조향미 시집

 

 

 

▶ 끝없이 갈등하는 현실, 그 속의 우리

 

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이 출간됐다. 조향미 시인은 1986년 무크지 『전망』을 통해 등단,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있네』 『새의 마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와 산문집 『시인의 교실』을 펴냈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조향미 시인은 교단에서 만난 다양한 삶과 소중한 인연, 교육자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번 시집을 꺼냈다. 이 시집은 넘치도록 충만하여 안주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미련과 그토록 충분한 현실 속에서 무심코 툭툭 올라와 가슴을 흔들어놓는 존재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시에 녹아 있는 주된 대상은 ‘현실’이다. 때로는 편안하고 나른하게 다가오지만 때로는 안일한 모습을 질책이라도 하듯 아프게 가슴을 찌르며 우리를 깨운다. 조향미 시인이 말하는 ‘현실’은 안주와 반성 가운데서 끝없이 갈등하고 방황한다. 마침내 시인은 안주도 반성도 한데 끌어안으며 세상이 아프더라도 다시 살아가야 한다며 다독이는 목소리를 낸다.

 

 

▶ 안주할 수 있는 오늘, 충만한 현재 속에서

 

‘이 출렁임과 경탄과 밥알과 사과와/창과 하늘과 운동장 아이들의 함성/세계는 완벽하고 신비는 충만하다/저 멀리 누군가의 분노와 탄식도/한 치 차별 없는 법法이요/무심히 외면하고 귀 막지 않음/또한 하느님의 일이거니’ (「도시락을 먹으며」 중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은 안온하고 충만하다. 이 충만한 현재가 우리를 감싸고 있을 때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앓고 있을 걱정 근심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시인은 선물처럼 주어진 ‘오늘’에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움을 누린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방년 십팔 세 꽃다운 나이/남학생 녀석들”(「남학생들」 중에서)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빨강 염색머리에 초록 원피스를 입고”(「반짝반짝」 중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며 즐거워하는 명랑한 학생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몸을 담은 세상이 “넘실넘실/충만하다”(「귀향」 중에서)고 말하며 그 속으로 녹아들기도 한다. 만족스러운 현실을 시인은 자유롭게 누린다.

 

 

▶ 우리를 수없이 콕콕 찔러대며 깨우는 모든 존재들

 

그러나 마냥 행복에 겨워 노래할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시인은 또한 불현듯 다가오는 세상의 그늘에 대해 쓰기도 한다.

 

그런데 칼바람 속에서 철탑 위에 올라 있는 사람들/추위보다 매서운 소외와 싸우는 사람들/마침내 목숨의 끈조차 놓아버리는 사람들이/나를 콕콕 찌른다/너만 남향집에서 따스한 햇볕과 놀아도 좋으냐/(…)/함께 살자는데, 무력한 나는 빈 방에서/등에 같은 햇살에 찔리기만 한다 (「남향집」 중에서)

 

타인의 아픔은 불시에 다가온다. 나의 일상이 평화롭고 아늑하게 흘러갈 때, 밥을 먹다가 문득, 햇볕 아래에서 문득. 시인은 이렇듯 무심코 다가오는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의 아픔에 대한 무거운 마음은 개인의 입장에서, 또한 교육자의 입장에서도 그려진다. 지금도 교단에 있는 시인은, 교육자로서 느낀 현실에 대해 사뭇 단호하고 냉정한 시선을 내비치며 「부엉이」를 통해 묻는다. “방방곡곡 학교에서 학원에서/밤새우는 부엉이들아/너희는 왜 공부하니/무얼 위해 공부하니”

 

 

▶ 세상이 아파도 살아내야 한다는 시인의 다독임

 

「우리 모두 열일곱 살」, 「울음소리」, 「엄마의 밥상」은 세월호에 대한 작품이다. 시인은 세 편의 시를 통해 통절한 슬픔을 드러내고, 이어 「노란, 노란」으로 남은 사람들의 어깨를 다독인다. “가방마다 노란 리본 달랑달랑/(…)/노란 나비가 되어서라도/기억하라고 증언하라고/그 사월 바다에서 살아남았다고 믿는다”(「노란, 노란」 중에서).

 

텃새 두 마리 찍찍 짹짹 날아와/콕콕 조반을 먹는다/순둥이 강아지 아침 먹다 말고/귀가 쫑긋/(…)/나도 깜빡/밥솥에 불 넣으러 간다 (「아침」 중에서)

 

안주와 반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시인은 마침내 그 모든 것들을 끌어안은 채 현실로 돌아온다. 세상이 아파도 살아내야 하는 오늘은 다시 찾아온다.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들은 스며드는 대로,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감나무 봄」, 「저녁 밥상」, 「비 오는 날 동래시장」, 「감나무 가을」 등의 작품들은 우리의 그런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소개


조향미 시인  solbaram-@hanmail.net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86년 무크지 『전망』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있네』 『새의 마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산문집 『시인의 교실』을 펴냄. 현재 부산 만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목차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너에게|이 가을|생각 1|생각 2|바다 앞에서|오래된 집을 떠나다|기도|밥 한 그릇|봄풀 곁에 쪼그리고 앉다|쉼 없이|뜻 없이|정정|늙은 철길|날아갈 듯|도시락을 먹으며|무제한|공명共鳴|귀향|한 몸|사막 시집|아무것도 안 하기|쉿!|바람의 집|은행 새 잎

 

제2부
촛불 2|풍찬노숙, 햇볕|남향집|독거|다섯 걸음|이모작|라오스의 닭|양치기 소년|원룸|세상이 아프니|재난|시선|반짝반짝|칠칠하다|남학생들|풋감|피자와 시|부엉이|선물|둘러앉는 일|유엔공원에서 작은 우물을 생각하다|삼일절|우리 모두 열일곱 살|울음소리|엄마의 밥상|노란, 노란

 

제3부
산동네의 시|낡은 옷|메이데이|감나무 봄|파전|목청|논|흐린 날|이만큼의 자본주의|빨래|촛불 묵상|木月 문학관|신라의 달밤|저녁 밥상|마당에 빨래 널기|동구 밖 막걸리 집|비 오는 날 동래시장|단비|감나무 가을|아침|용맹정진|무당벌레|사과 하느님

 

해설 | 세속과 초월, 또는 그 사이

 

 

조향미 시집

봄 꿈

 

 

조향미 지음 | 152쪽 46판  | 10,000원 | 978-89-6545-449-6 03810

 

산지니시인선 004 조향미 시집 『봄 꿈』이 출간됐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조향미 시인은 교단에서 만난 다양한 삶과 소중한 인연, 교육자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번 시집을 꺼냈다. 이 시집은 넘치도록 충만하여 안주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한 미련과 그토록 충분한 현실 속에서 무심코 툭툭 올라와 가슴을 흔들어놓는 존재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봄 꿈 - 10점
조향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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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

 

 

 

 

▶ 유년과 현실의 대비를 지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 모험

 

 

산지니시인선 014 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이 출간됐다. 기자 출신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삶을 부대껴온 윤현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부박하고 비루한 현실 속에 처한 사회적 자아를 돌아보고 진실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유년과 고향을 주된 매개로 하여 때 묻지 않은 지난날의 순수한 경험들을 되새긴다. 또한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진 유년 시절을 통해 현재의 나를 비춘다. 윤현주 시인에게 유년은 시적 원천이지만 안주할 위안의 공간으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비루한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제로 재귀적 반복의 양식이 된다.

 

 

 

 

▶ 혼탁한 현재를 밝히는 유년이라는 순수한 불빛

 

 

‘늙은 누이야/아직도 기억하고 사는가’ (「푸른 강냉이 시간의 윤슬」 중에서)

의식이 분화되지 않는 유년은 사실 말할 수 없는 기억의 세계이다. 시인이 기억하는 것은 경험의 잔상들이며 이로써 유년은 재구성된다. 가난과 상처가 있는가 하면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공존한다. 유년의 이미지들은 시인의 현재를 반추하게 한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삶을 대비함으로써 바라는 자아에 대한 기대를 강화한다.

유년은 “세월이 가뭇없이 흘러도/끝내 젖지 않는 비의 맹점에/환한 기억의 등불”(「우산 속의 마른 기억」에서)과도 같다. 때론 상처로 고통을 환기하고 콤플렉스로 사고의 진전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존재의 등불이 되어 내면을 비추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유년은 시인의 시적 지평을 열어가는 적극적인 매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타락하고 퇴락한 사회적 자아와 대립하며 탄생한 시

 

 

‘나는 노쇠한 개, 이빨은 파뿌리처럼 뽑혔고/야성은 서리 맞은 들풀이오/어둠마저 빨려 들던 눈의 광채는 어둠에 갇혀 버렸고/ 십 리 밖 악취를 낚아채던 후각은 권력의 향기에만 민감하오’ (「기자들」 중에서)

기자가 직업인 시인이 자신의 일을 자조하고 풍자한다. 즉, 윤현주의 시는 타락하고 퇴락한 사회적 자아와 대립하는 자리에서 탄생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내적 망명의 장소에 시가 있다. 「대추나무에 걸린 시」에서 시인은 “때늦은 등단”과 시 쓰기의 의미를 깊이 새긴다. “온몸으로 세월을 관통해야만” 한다는 의지와 더불어 “화려한 꽃의 수식 대신/태양의 뜨거운 직유와/달과 별의 은은한 은유, 그리고/뇌우의 홛달한 활유”를 얻으려 한다. 여기서 우리는 비루한 현실과 시적 망명 사이에 위치한 시인의 긴장된 입장을 상기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표제작인 「맨발의 기억력」과 「숟가락의 연애법」은 사물에 대해 세세하게 사유하고, 「헐렁한 시간」, 「모음을 파는 사내」, 「계절을 파는 여인」 등은 일상과 풍속을 관찰하고 그려낸다. 이러한 시적 과정은 나아가 「산복도로 풍경」이라는 연작시로 시적 성취를 얻는다.

 

 

 

 

저자 소개

윤현주 시인 hohoy@busan.com

경북 경산 출생.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부산대학교 국제전문 대학원 석사. 2014년 <서정과현실>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했고, 현재 부산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임플란트 | 의자 | 젖은 눈망울 | 기자들 | 반의반 통 수박의 고독 | 사회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 대추나무에 걸린 시詩 | 물먹다 | 맨발의 기억력 | 고3 성자들 | 넥타이 | 빈방 | 어느 날의 도시 | 숟가락의 연애법 | 러닝머신 | 헐렁한 시간 | 지하철

 

제2부

장미와 담장 | 모음母音을 파는 사내 | 계절을 파는 여인 | 산복도로 풍경-골목 | 산복도로 풍경-파란 물통 | 산복도로 풍경-천국의 계단 | 산복도로 풍경-흔들리는 섬 | 산복도로 풍경-빨간 고무다라이 | 산복도로 풍경-벽화 | 산복도로 풍경-168계단 | 포크레인 | 포란抱卵 | 막춤 | 꽃다지 | 때밀이 여자 | 버려진 길을 딛고 삶은 일어서는가 | 호랑이 쇼

 

제3부

경기 동향에 관한 보고서 | 고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 누가 내 이름에 | 無所有 | 생활의 발견 | 그날 이후 | 목줄 | 우여곡절〔寺〕 | 시래기 | 아내는 낡아서 일가를 이뤘다 | 테트라포드 | 숫돌 | 천리향 설움에 젖어 | 386 따라지 | 능소화凌霄花 | 12월의 붉은 단풍나무 숲에서 | 노안老眼으로 당신을 읽다

 

제4부

입안에 고여 오는 얼굴 | 상어의 변주곡-돔베기 그리고 샥스핀 | 솔갈비·1 | 솔갈비·2 | 푸른 강냉이 시간의 윤슬 | 퇴장退藏 | 통곡 | 물메기 | 오래된 침묵 | 매실을 담으며 | 아버지 서책 | 우산 속의 마른 기억 | 아랫목 쌀밥 한 그릇 | 가덕 팽나무 | 도꼬마리 사랑 | 반어법 돌아가시다 | 즐거운 외풍

 

해설 | 비루한 현실과 시적 성찰-구모룡

 

 

 

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

 

윤현주 지음 | 149쪽 46판  | 10,000원 | 978-89-6545-431-1 03810

 

산지니시인선 014 윤현주 시집 『맨발의 기억력』이 출간됐다. 기자 출신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삶을 부대껴온 윤현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부박하고 비루한 현실 속에 처한 사회적 자아를 돌아보고 진실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유년과 고향을 주된 매개로 하여 때 묻지 않은 지난날의 순수한 경험들을 되새긴다. 또한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진 유년 시절을 통해 현재의 나를 비춘다.

 

 

 

 

 

맨발의 기억력 - 10점
윤현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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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금) 부산 국제신문 중강당(4층)에서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최계락문학상

최계락 시인은 아름다운 시와 정겨운 동시를 남긴 정갈한 시인의 표상이었습니다. 그는 소박하고 남다른 애틋한 감성적 언어로 일상 속의 인간의 삶과 꿈을 실어 노래했습니다.

1950년대 혼란기를 겪으면서도 향토색 깉은 작품으로 시의 순수성을 추구했던 시인의 순결한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사)최계락문학상재단은 2000년, '최계락문학상'을 제정하여 국제신문과 공동으로 시상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최계락문학상은

시집 『다다』를 집필하신 서규정 시인이 수상했습니다.

 

서규정 시인

1949년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는 『참 잘 익은 무릎』,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다다』 등이 있다. 

 

● 제16회 최계락문학상 '다다'의 서규정…농익은 삶 밀도있게 묘사(국제신문)

 

 

 

 

올 5월에 출간한 서규정 시집 『다다』는,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 투박한데 따뜻하다…서규정 시인 신작 '다다' (국제신문)

● 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부산일보)

 

▲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심사위원 구모룡 문학평론가

 

 

구모룡 평론가는

"서정적 추상을 경계하면서

시적 발화와 시어의 밀도를 따져

서규정의 시집 『다다』를 선정"

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작고 미천하고 버려진 것들의 실존에 동참하는 시인은

 안으로부터 열려 그 외부와 화해하는

서정적 신체를 매우 건강하게 노래하고 있다.

바닥과 허공을 한데 두고

사유하는 그의 시적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고 덧붙였습니다.  

 

▲ 서규정 시인의 수상 모습입니다.

 

 

이쯤에서 시집 『다다』에 수록된 작품을 만나보고 가야겠죠?

 

 

낙화

 

만개한 벚꽃 한 송이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 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어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

 

 

盤松洞

 

인구 십만 명 이상이 사는 반송동엔

결혼식장이 없다네

그러니 청년들아

어찌 저지 연애를 하다

두둥실 아이를 배

급히 교회당을 빌려 예식을 마치고

첫날밤도 아닌 그 밤에

와인 몇 잔 마신 신부가 핑 돌아

사실은 처녀가 아니었다고 고배을 해도, 무조건 받아들여라

뜨고 지는 이치는 같은 것이고

곧 동백꽃이 진다

결혼식장보다 공동묘지가 가까운

우리 동네에선 그 첫, 이라는 말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

 

다만, 첫 죽음들을 묻을 뿐이다

 

 

▲ 수상 소감을 전하는 서규정 시인

 

 

▲ 시상식에서 단체사진이 빠질 수 없겠죠?!

 

 

"엉뚱한 장인정신을 가진 이들에 의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

는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세상과 만나게 될

서규정 시인의 작품들을 기대해봅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에 날아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산지니시인선으로 시집으로 낸

서규정 시인의 『다다가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얼마 전에는 『사슴목발 애인』을 낸 최정란 시인이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했죠!

 

 

 

 

 

산지니 시인선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네요^^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모르게 "산지니시인선에 책 내면 상 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해버렸네요 ㅎㅎ

 

 

최계락 시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 <꼬까신>을 지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노래죠?

 

저도 이 노래 좋아하는데요, 개나리만 보면 자동으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최계락 시인(1930~1970)은 경남에서 태어나 자라고 부산에서 생을 보낸 부산 경남의 자랑이기도 하지요.

 

1971년 부산 금강공원에 선 '꽃씨' 시비를 시작으로 용두산공원의 '외갓길', 대신공원의 '해변' 등 부산에만 4개의 시비가 있고 지난 2000년 경남 진주시 신안동 시민녹지공원에는 생전에 서로 절친했던 이 지역 출신 이형기 시인의 '낙화'와 최계락 의 '해 저문 남강'을 앞뒤에 각각 새긴 독특한 시비가 전국 처음으로 세워졌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입력: 2006.08.30 21:09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최계락 시인의 문학을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네요.

이처럼 시가 어렵지 않고 삶 곳곳에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선정된 『다다』의 시집에서 제가 좋아하는 시를 골라봤습니다.

 

누추하지만, 나비야 내 방에 오려무나

제 몸의 피돌기가 멈춰져, 무릉도원에서 쫓겨난 태양의

또 다른 발광체라고, 흉보진 않을 테니 제발 놀러나 좀 오렴

비록 13평 임대아파트라도

샤워기 물은 폭포처럼 펑펑 쏟아져

찜질이나 더 뜨겁게 혼욕이나 즐겨보자

(중략)

나비야 나비 모처럼 내 집에 올 떄는

벽에 붙은 색 바랜 사진처럼 그렇게 오지는 말고

 

열락인지 지옥인지 도대체 모를, 수증기 자욱한 화장실로 먼저 오라

 

-「익명의 계절」 부분

 

 

덕분에 아침부터 시집을 들춰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네요.

이런 날이 많아지면 좋겠죠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산지니시인선은 시인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따뜻한 소식이 기다려지네요.


이것도 따뜻한 소식이 될지 모르겠으나


산지니 블로그 서점탐방에서 소개드렸던 이태원에 있는 <다시서점>에

산지니 시인선이 입고되었습니다.


소개 블로그 글

http://sanzinibook.tistory.com/1564


이번에 새로 나온 신간 사슴목발 애인과 함께 

『은근히 즐거운』, 『다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사진이라 작게 올려지되네요^^


https://www.instagram.com/dasibookshop/








이쁘죠?


다른 서점에서도 산지니 책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뉴스 보면 울적해지는 마음

시와 함께 달래 보아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가을 같은 시집이 나왔습니다. 차갑다가도 따뜻하고 따뜻하다가도 쓸쓸한.

그러나 결국 사랑으로 사랑으로.

시인의 붉은 마음을 시집에 담았습니다.





▶ 사슴목발을 짚고 걷듯이 조금씩 미완성인 사람들

그들에게 애인의 칭호를 붙이며 절망을 사랑으로 포용하다



생동감 있는 시적 언어로 삶의 비애와 희망을 탐구해온 최정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슴목발 애인』이 출간됐다. 시인은 절망스러운 현실일수록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만이 절망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듯이, 우리는 조금씩 부족하고 삶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집 제목이 『사슴목발 애인』인 것도 사슴목발을 짚고 걷듯이 미완성인 우리가 서로에게 애인처럼 사랑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틀어놓고 열심히 춤을 추지만 “한없이 얇아진 풍선인형의 고독”(「댄싱 퀸」)을 느끼는 소녀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지루한 별에 다녀간 것을 증명하는”(「불란서 인형」 노년의 할머니, 노량진에서 “공부만 하다 죽을지도”(「노량진」) 모른다고 외치는 취업 준비생들. 시인은 현실의 절망 앞에 놓인 사람들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이번 시집에 담았다. 절망 대신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인에게 황정산 평론가는 “절름거리는 절망 속에서 엇박자의 희망을 향해 가는 시인의 발이 간절하고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절며 끌며 너에게 가네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봄

또각또각 추를 흔들며 울고 가는

엇박자의 시간 속으로

뼈가 부러진 꽃들이 떨어지네

깁스 속에 가둔 순결한 발이

진흙도 모래도 아스팔트도

때 묻은 땅이라고는 모르는 것처럼

최초의 구름 위를 걸어가네


-「사슴목발」부분


 



▶ 방황하는 청춘들의 슬픔을 시로 다독이다



시인은 청춘들의 어두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에 담아 위로를 전한다. 개인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방황하는 건 당연한 순리일 수 있다.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사회에서 청춘들의 방황은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는 청춘들에게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전에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무엇이 서둘러 되라고 재촉한다. 청춘들은 고민한다. “나는 어떻게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신분증」), 현실은 가혹하게도 취업도 결혼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시인은 청춘들의 방황과 정체성 상실을 부정하기보다 또 하나의 길을 찾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믿으며 청춘들의 슬픔을 시로 다독인다.



서 있는 자리가

틀린 골목 틀린 문 앞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심해볼 생각을 왜 안 했을까


젖 먹던 힘까지 용을 쓰며

다른 골목에서 다른 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는 삶이 있다.


-「영희네 집」 부분

 


 

▶ 환상과 절망 사이, 그래도 희망을 만들어내다



시인은 절망의 현실을 감추는 환상을 경계한다. “허락하면 나는 왕자의 세 번째 아내가 될 거예요 그렇지만 나는 누구의 아내도 되고 싶지 않아요”(「아부다비에서 온 편지 2」)라고 말하듯, 왕자가 와서 결혼해달라는 꿈같은 환상을 믿지 않는다. 


환상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 큰 절망으로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나지막하게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비애 속에도 서로가 연대하고 사랑한다면 희망은 만들어낼 수 있다.



남극기지를 세운 기념으로

교환학생 펭귄이

온대마을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룸메이트였던 나는

극세사 이불 세트를 펭귄의 침대에 깔아주었다


-「펭귄표 지우개」부분


 



지은이 최정란


경북 상주 출생.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여우장갑』, 『입술거울』이 있다. cjr105@hanmail.net









산지니시인선 007

사슴목발 애인

 

최정란 지음 | 46판 양장 | 11,000원 | 978-89-6545-375-8 03810


생동감 있는 시적 언어로 삶의 비애와 희망을 탐구해온 최정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슴목발 애인』이 출간됐다. 시인은 절망스러운 현실일수록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만이 절망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듯이, 우리는 조금씩 부족하고 삶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슴목발 애인 - 10점
최정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어느 때보다 더웠던 여름으로, 가을이 오기를 고대했는데 

지진으로 이번 가을도 쉬운 계절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워크숍 등으로 만만하게 떠났던 경주.

또 경주야? 했던 경주.

그래도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벚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


그러고 보니 산지니도 경주로 워크숍을 갔었지요.

참 맛있게 먹었던 저녁. 길었던 회의까지^^;;

추억이 많은 곳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여진이 멈추고, 티끌 한 점 없는 푸른 가을 하늘이 

경주 시민들에게도 어서 펼쳐지길 바랍니다.



가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저렇게 넓은 고요

저렇게 티끌 한 점 없는 이마


콩만 한 내 가슴에는

왜 이리 티끌이 많으냐

비바람이 치느냐

닦아도 닦아도 걷히지 않는 먹구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저렇게 맑은미소

저렇게 주름 한 점 없는 허공


-최영철,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시인선001) 수록.







Posted by 산지니북

[책]속담에 버무린 시간의 흐름과 깨달음

성선경 시인 8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삶의 모습 풍자·해학 담아




평범한 일상에서 진실을 찾는 시를 적었다.


성선경(57) 시인이 8번째 시집으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를 냈다. 명태는 '명예퇴직'과 유사한 발음에서 착안했다. 명예퇴직자이기도 한 시인은 푸석한 삶의 모습을 풍자, 해학 등으로 나타냈다.

이번 시집은 속담을 시 속에 녹여낸 부분이 두드러진다.

성 시인은 "올해 2월, 30여 년간 교사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삶의 패턴을 갖고자 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이 변화했다"며 "이번 시집은 압축과 상징의 형식이 가장 잘 살아있는 속담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시 제목에서부터 그런 경향은 잘 드러난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와 들어가노',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새가 날자 날이 저물고', '앵두밭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고', '녹피에 가로 왈' 등의 제목이 그렇다. 속담에 맞게 구어체로 해학적인 시를 썼다.


동음을 이용한 표현들도 인상적이다. '밥벌(罰)'이라는 제목의 시는 밥벌이를 '밥벌'로 표현했다. "밥벌이는 밥의 벌(罰)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중략)/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벌이다.//"


나이 듦에 대한 고뇌도 시에 담겼다. 시 '하산'에서는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중략)/내겐 내려가는 길도 예삿일이 아닌데/나도 혹시 하고 잠시 발을 멈추어 본다.//"고 적고 있다. '만추'에서는 "세월은 늘 감추고 싶어 하는 아내의 새치 같은 것/그보다 더 깊은 주름살 같은 것/내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차릴 때/우수 뒤의 목련같이 우리는 늙는다//"고 표현했다.



성선경 시인. /우귀화 기자

김경복(경남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이번 성선경 시인의 시집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늙음의 문제는 시집 전반을 아우르는 현실적 고민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성 시인은 자신의 존재성의 변화에 따른 현실적 감각을 통해 바로 이 존재의 본질적 질료와 형식으로 주어진 시간의 문제를 아프게 이번 시집에 각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인은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하며, 삶의 깨달음을 전한다.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시다.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중략)/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168쪽, 산지니, 1만 원.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ㅣ경남도민일보ㅣ2016-06-08

원본 읽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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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






'더 굶주려야 한다, 배고파야 산다//…//배가 부르면 다 죽는다.'('화염') 
 
1991년 등단한 뒤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꾸준히 만나 온 서규정(67) 시인.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등 치열한 삶을 담아낸 시 72편을 모아 3년 만에 펴낸 시집 '다다'(산지니·사진)에서 그는 곤궁한 처지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다.


서규정, 시집 '다다' 발간 
'치열한 삶' 다룬 詩 72편 
 
13평 임대아파트 생활 등 
곤궁한 처지 시원히 풀어 

"아름다운 세상은  
꿈꾼다고 될 일은 아냐"
 

시를 통해 13평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서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은 꿈꾼다고만 될 일이 아니다. 이 나이에 숨길 게 뭐가 있겠느냐"며 "전라도 사투리로 '끝을 보자'라는 의미의 시집 제목처럼, 방바닥을 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삶은 힘겹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놀랍도록 매섭다.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는 거칠고 투박하며 때론 노골적이다. 

'이 자유라는 책임은 결박이 된 지 이미 오래/…/국가라는 틀 속에 갇혀, 우리 모두는 새 됐다'('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라거나 '불통에 불통 새마을운동보다 더욱 발전적인 숨쉬기 운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하시고 이내 목마를 타고 떠날 여왕의 무표정을 언제까지 기억해야 되나요'('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 '참 공교로워라, 분단 육십 오년은 이쪽이나 저쪽이나/1%의 로열패밀리를 위해 99%가 목숨 줄을 매달고 있단 말인가'('1%/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며 통탄해한다. ☞ 6월11일~12일 웨딩박람회 
 
시인에게, 비판의 대상은 야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군부가 밀려난 의자엔 투사들이 앉고, 국가를 위하는 척 결국은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진흙탕 개싸움을 마다않는 수구꼴통이나 진보짝퉁의 끝은 왜 국회 아니면 청와대냐고'('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뿐 아니라 '우리나라엔 대체 운동과 혁명들이 그리 많은지/독립운동부터, 산업화혁명, 노동귀족이 되는 노조활동/삼십 년이면 세대가 바뀌는 것도 모르고/노동자와 학생들이 민주화 투쟁을 하다 줄 잘 서면, 국회로도 가'('미행'), '돈 한 푼 안 먹었다고 버티던 민주투사 출신 정치인에게/묻는다, 지금이 암흑의 시대인가'('백합부대') 등 논란도 자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우리가 나누며 사는 숨, 그리고 비린내/태초에 비린내는 사람이 만들었다/신을 처음으로 이긴 순간이다'('매료') 등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람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기에 공감을 얻는다.  

'내 비록 스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아티스트야 그리고 나는 납품 따윈 안 해'('한림 兄')라며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드러내는 시인은 외친다. '어쩌다 들어선 여성 대통령 몰아내자는 그런 쩨쩨한 촛불이 아니라/촛농에 눈이 하얗게 익어버리도록 대오와 각성의 촛불을 높이 들자'('투혼'), '대권 반열에 오른 정치인과/복지지원 신청을 한 변두리 예술인이/스스럼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면/어디 피를 한번 바꿔봐라'('피막')고. 

시인의 외침,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윤여진 기자 onlypen@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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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거칠지만 자유롭게 

낮은 곳에서 도약을 노래하다


거칠지만 자유롭게 자신의 시 세계를 펼치는 서규정 시인의 신작 시집 『다다』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일곱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서규정 시인은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봄날에 터지는 건 꽃망울뿐인데

남의 집에 들어가 눈뜨고 낮잠 자는 주인에게 놀라

그 자리에서 졸도한 좀도둑 같은, 뜬눈이 지키는 세월이다

목련화야 내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그대 발밑에 잠들고 싶어

(…)

얼마나 간이 커야 좀도둑이 되는 것이냐

길거리에서 손을 덜덜 떨며 훔친 것은

그대 어깨 위에 떨어진 머리칼 한 올

풀린 머릿결이 선율처럼 천상으로 가는 도중이, 아마 공중

이었지

바람이 분다, 한 바퀴만 더 돌고 갈래

-「감긴 눈이 더 감기려 할 때」




시인의 연륜과 결합한 서정적인 언어들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


시인은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서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라고 말한다. 비록 시인의 시가 세상에 대해 거칠고 냉소적일지라도 그 목적지는 사람다운 삶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인의 시는 연륜과 결합한 서정적인 언어들로 피어난다. 예컨대 만개한 벚꽃이 떨어지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뿐한”(「낙화」)처럼 생(生)의 가치를 긍정하기도 하고, 사랑에 대한 애잔한 감정을 “사랑이 살던 그 집의 울타리는 일생을 돌고 도는 강물이라서”(「그곳에 사랑이 살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인은 강렬하지만 서정적인 목소리로 세상에 다가가고 있다. 



만개한 벚꽃 한 송이를 오 분만 바라보다 죽어도

헛것을 산 것은 아니라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모심이 있었고

추억과 미래라는 느낌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도 너무 가

뿐한

-「낙화」 전문


 



삶을 긍정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


나비야 나비

고맙다, 높이보다 바닥이라는 넓이를 살게 해준 그 공책을

하얀 나비라 부르는,

이 박차 막바지의 생, 내 최고의 직장은 공공근로였다만

다시 나비를 잡으려면 몰래몰래 다가가

집게손가락에 날개 끝이 닿을락 말락 하면


고개를 돌리고 입을 크게 벌려 하품 한 번 하고

사르르 눈을 감아 버릴 것

-「나비 잡는 법」



세상에 대한 시인의 냉소적인 시선은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애정으로 볼 수 있다. 시인에게 삶은 “‘높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바닥’으로 대표되는 낮은 곳에 머무르는 일이다. 


서규정의 시세계를 무엇이라고 부르건 그의 시가 ‘바닥’을 지향하고, ‘바닥’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긍정의 태도 속에서 ‘바닥’은 추락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한 도약대”(고봉준, 해설)가 된다. 이것이 시인의 시가 거칠지만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지은이: 서규정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참 잘 익은 무릎』,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등이 있다.


 


 차례





다다

 

서규정 지음 | 46판 | 140쪽 | 10,000원

2016년 5월 20일 출간 | ISBN 978-89-6545-355-0 03810


등단 이후 일곱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서규정 시인은 현실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투박하지만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다른 시인들이 좀처럼 ‘문학’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시화”(고봉준, 해설)하는 편인데, 낮은 자세로 우리 삶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새 책 나와

기쁜 날

퇴근길 담장에

흐드러진 빨간 장미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오월은

장미와 시집이 있어

행복한 달

 

 

 

 

 

Posted by 산지니북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中

세상이 나에게 다그쳐 묻습니다.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이상은 어찌한 채 밥벌이하느라 그렇게 바쁘냐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너의 과거는 모두 거짓이었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대가로 내려진 벌을 받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을 나섭니다. 세상의 수많은 가장이 자식 입에 밥 한 숟가락을 넣기 위해 ‘밥벌(罰)’을 달게 받습니다. 

양병훈 | 한국경제신문 | 2016-05-02

원문 읽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지난 4월 20일(수) 제72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은 성선경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로 꾸며졌는데요, 

시만큼 위트가 넘치는 성선경 선생님의 입담으로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자이신 성선경 시인과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의 행사는 시 속에 들어 있는 의미와

그 의미를 통해 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이야기한 여러 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 편을 옮겨 볼까하는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시의 의미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성선경 (이하 성) : 먼저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라는 제목에서 '명태'는 '명예 퇴직'이라는 의미가 겹쳐지도록 만든 말입니다. 그리고 '조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는 왠지 말이 안되잖아요. 명태 씨 정도 됐으면 느긋느긋 일어나서 '석간신문'을 읽어줘야 폼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웃음)  사실 저는 올해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제가 꿈에도 그리던 전업 작가가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큰 꿈을 꾸지 않아요. 소박한 꿈, 누군가 들어줄 것만 같은 그런 꿈만 꾸는데요. 명예 퇴직을 하고난 뒤에 제가 하는 일이 화분에 물 주는 일입니다. 아주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죠. (웃음)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

그저 시간이 나면 관심을 가지는 척

물 조루를 들고 어디 새잎이 났는지

어디 마른 잎사귀는 없는지 살펴보는 일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귀한 일이

화분에 물 주는 일 바싹 마른 화분에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도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일

누가 봐도 그저 그런 사소한 일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둘이서 무슨 대화를 나누나 싶게

그저 시간이 나서 마주 않아 차 한잔 마시듯

아무 말도 없이 물 조루를 들고 서성거리는 일

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

응 새잎이 났네!

고개를 끄덕끄덕 다시 화분을 옮기고

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

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

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최학림 (이하 최) : 이 시를 읽으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의 대단함. 우리가 살면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 이런 생활 속의 어떤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웃음) 옆에 있는 최학림 기자는 오래된 벗입니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이렇게 일년에 두 번 꼭 부산에 와서 술을 먹고 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늘 최학림 기자와 함께 했어요. 그런 인연으로 이번 시집의 뒷표지에 표4를 적어주셨는데요. 이 표4가 참 재밌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가 순간적으로 말이 없어지는 진공상태를 '천사가 지나가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제 명태 씨의 이야기들을 알게 된 내 앞에서는 천사가 함부로 지나가지 못하리라. 일찍이 김종삼은 '내용 없는 아름다움'을 말했지만 우리는 명태 씨에게서 '내용 있는 구수함'을 맛본다. 골계와 해학의 입담! 거기에 구성진 리듬과 가락이 있다. 이야기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흥겹게 놀고 있다."

 

  : 저는 이 시집의 앞부분은 인생에 대해 허허롭게 이야기하는 원숙한 시들란 생각을 했고, 시집 제3부의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와 들어가노' 이후, 뒷편의 시들은 좀 재밌는 시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재미삼아 하는 농담이나 잡설까지도 포함하여 시를 쓰고 있는데요, 과연 이런 것들이 생을 통찰하는 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묻고 싶습니다. 

 

: 저는 지금까지 너무 진지하게만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야구를 잘하려면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죠? 시도 마찬가지로 힘을 빼야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쳤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가난한 집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참 벅찬 일이었죠. 그래서 졸업식이 끝난 뒤 새우깡에 소주를 막 마셨어요. 그 다음날 그 모습을 모두 본 삼촌이 저희를 불러서 어제는 왜 그랬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졸업식이 끝나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다가 친구 중에는 교복을 찢다가 상처난 애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삼촌께서 '갸 가죽은 안 버렸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람에게 난 상처를 '가죽을 버리다'라고 이야기하신 거죠. 그 위트, 꾸중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날의 위트 있는 한 마디가 더 깊게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어요. 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시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 이번 시집에서는 풀어해치고 허허롭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가 되냐고 물었고, 이것이 시가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 시점이 성선경 시인이 와 있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거북이가 아주 급한 걸음으로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이를 보는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심술궂게 한 말씀 하시는데

"너! 토끼와 경주에서 또 졌다며"

옆으로 와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만사 귀찮다는 듯이

아주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사자는 따라오며 또 놀리는데

다정하게 붙어서 놀리는데

"야! 너 가방이나 벗고 뛰지 그랬니?"

아주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 멈춰

척 허리 버팀을 하고

거기 사자를 보고 한 말씀 하시는데

"야! 이년아 머리나 좀 묶고 다니지?"

한 말씀 던지고 뒤도 안 보고 가는데

엉금엉금 빨리도 가는데

이를 보고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야! 너 정말 가방 안 벗을 거냐?"

심술궂게 또 딴죽을 거는데

거북이는 제 갈 길이나 꾸벅꾸벅 가면서

"미친년! 머리나 좀 묶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꾸벅꾸벅 가면서

엉금엉금 꾸벅꾸벅 가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엉금엉금.

 

: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이 시를 보면 이번 성선경 시집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언어유희, 말장난 말놀이를 참 많이 했는데요. 말장난의 범위가 단순히 낱말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구조 전체로 넓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말놀이가 한 구절에 국한될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전체가 장난이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우리가 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서의 말씀도 우리를 감동시키지만 더 오랫동안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이솝 우화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꼭 기억되어야 할 진리는 떠도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친구들과 농담하다가, 술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시를 만들어 보았는데... 다른 분들도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렇다면 시의 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 제가 마산에 사는데요. 어느 날 길을 지나가다가 어느 노조에서 써 붙인 것같은 플랜카드를 봤어요. 임금 인상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시급이 몇 십원 정도였나봐요. 그래서 표어처럼 떡 하니 붙여놨는데 "10원도 돈이냐 쭈쭈바도 100원이다"라고 돼 있는 거예요. 이야, 엄청 감동적이었어요. 임금 인상 백 번 이야기하는 것 보다 저 문구 하나가 더 강력하게 와 닿더라고요. 급할수록 에둘러 가라는 말이 있죠. 에둘러 가는 것,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싶어요. 시는 무기가 될 수도 혁명이 될 수도 없지만, 시가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에둘러 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는 원형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 생각해요. 제 세 번째 시집이 <서른 살의 박봉 씨>인데 서른 살 하면 뭐가 떠오를까요? 저는 '박봉'이 떠올랐어요. 나이가 60이 다 되어 가는 사람은 뭐가 떠오르겠습니까. 명예 퇴직, 즉 '명태 씨'죠. 그런 식으로 하나의 원형을 만들자는 꿈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입니다. 

 

: 그런 것 같네요. 그래도 이것은 지적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밌는 말을 가지고 부려 먹는 것과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강인한 시대적 배경이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염두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속담, 격언들은 늘 서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이 시대와 맞아 떨어질 때 통쾌함을 느낄 수 있죠.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 중에 재밌는 사실 하나는 아이들에게 제가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남아 있지 않아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제가 농담한 것은 다 기억하더라고요.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눈 파는 것'인 것 같아요. 일탈, 이것이 삶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성선경 시인의 태도는 이런 것 같습니다. 삶은 누추할지 모르지만 그 장면이 언어로 통과되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여러 국면들이 있는데 이것을 말로서 건들일 수 있는 것이 생의 절정이 있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 같아요. 성선경 시인은 언어에 대해 굉장히 각별한 마음이 가진 것 같습니다.

 

 : 명명되고, 이름 불리어지는 것, 그것은 참 특별한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제가 늘 책을 내면 어머님께 한 권씩 전해드리는데 어머니는 늘 한 쪽에 밀어두시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산문집을 하나 냈을 때였어요. 산문집 속에 어머니 이야기도 있고 해서 책의 맨 앞에 어머님의 성함을 정성껏 적어서 드렸어요. 다른 책은 다 던져버리시는데 이 산문집은 화장대 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예정된 시간이 되자 성선경 선생님께서

 "자! 이제 술 먹으러 갑시다"

라고 하시며 웃음으로 제72회 저자와의 만남을

마무리 지어 주셨습니다.

 

시를 보며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멀리 마산에서 와 주신 성선경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날 대담을 이끌어 주신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을 비롯하여

참가해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소박하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

 

그럼 산지니 제73회 저자와의 만남에서 또 뵙겠습니다.

다음은 누구일까요? (두둥!)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 시인선 세 번째 시집으로 성선경 시집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독특하지요.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라니요. 


봄처럼 푸석해진 

내 마음 어디를 콕 찌르는 시입니다. 






생의 무력함 속에서도 빛나는 일상의 소중함과 정신적 성숙

희망이란 뭐 별건가?

내년이면 아들은 졸업반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어디냐?

나는 다시 힘이 나고 용기가 솟는다

이야 이야 이야오.


-「아주 꾀죄죄한 희망」 부분


그는 궁색하고 누추한 우리 삶의 틈을 벌린 뒤 능수능란한 언어의 촉수를 그 속으로 집어넣어 우리를 간질이고, 나는 저 웃기는 이야기들에 배꼽을 잡는다. _최학림(부산일보 전 문화부장)


무력함과 무상함에 노출된 존재의 원형적 감정의 한 형상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 _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환기하는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여덟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나이 든다는 것, 

존재의 무력감 속에 담긴 서늘함의 시원을 탐색하다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

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

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

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

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일

아직은 내게 너무 어려워

자주 몸이 기우뚱하고 발이 꼬인다


― 「하산(下山)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부분


시인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처럼 스스로의 생애가 이제 장년에서 노년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생각하면 한로(寒老)/ 나도 한가로이 늙어 갈 수 있을 것인가?”-「한로(寒老)」) 시집의 전편에 걸쳐 쉰 이후에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뇌하며 시간의 속절없음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발이 꼬”여 제대로 된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없는 “내리막길”의 구석에서 느끼는 자기연민의 묘사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조금씩 생명성을 잃고 사라져 가는 자신에 대한 자조와 슬픔이 “이젠 소리통도 관절염을 앓는”(「탄현(彈絃)」), “나는 이제 누워 있는 부처”(「와불(臥佛)」) 등의 묘사로 변주되면서 ‘늙음’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속물적 삶에 대한 냉소와 부정, 그리고 자기반성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밥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전문


「밥罰」은 삶의 진실성을 놓쳐버린 것에 대한 비판을 담아, 시인이 자기 징벌의 마음으로 스스로의 시비(是非)를 가리는 시이다. 시집 전편에 깔려 있는 속물적 삶에 대한 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자기 현실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한 처방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시와 마찬가지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는 일상 속에서 빚어지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시들이 다수 실려 있다.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생의 소중한 진실을 깨닫는가 하면(세상에 제일 중요한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지/ 그저 눈빛으로만/ 너도 여기 좀 봐!”-「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주기」), 1급수 맑은 강가에만 살던 쏘가리의 생명력 넘치는 삶이 우리네 일상에도 펼쳐질 수 있음(“저 맑은 물에 쏘가리가 산다네/ 글쎄, 저 맑은 물에 어떻게/ 쏘가리가”-「그곳에도 쏘가리가 산다네」)을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에는 지리멸렬한 생의 범속함을 특유의 재치와 정신적 성숙으로 극복하려는 면모가 돋보인다.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재학 중 1987년 무크 『지평』,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서른 살의 박봉 씨』, 『몽유도원을 사다』, 『모란으로 가는 길』,『진경산수』, 『봄, 풋가지 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을 냈다. 경남문학상, 월하지역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시민불교문화상을 받았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성선경 지음|문학|46판 양장|168|10,000원

2016년 3월 15일 출간ISBN : 978-89-6545-341-3 03810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환기하는 성선경 시인의 신작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여덟 번째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봄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인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산지니시인선 002


소금 성자

정일근 시집





구체적인 삶을 통한 희망가,

궁극의 서정을 말하다



히말라야 설산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물속에 숨어 있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이 있다// 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신이 내려주신 생명의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_「소금 성자」, 전문.


정일근의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가 산지니에서 출간되었다. 서정시인 정일근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2009) 등 30여 년간 꾸준히 시집을 발표해온 중진시인이다. 특히 구체적인 삶을 통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일상의 경험이 빚어낸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인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 이야기가 담겨졌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읽어내며, 시인이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말한다"고 읽는다. 무감각해지는 현대사회 속 궁극의 서정을 담아내는 정일근 시인이 그리는 세계는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서 소금처럼 빛을 발할 것이다.


기다림과 그리움의 미학



첨성대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린다 온다는 시간 지났다 나는 매표원에게 항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다려본 지 오래다 기다리는 동안 계림의 황금 가을이 나에게 온다 아름다운 호사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 데 천년이 걸렸다 오늘 내게 중요한 것은 너를 기다리는 일 내 손에 탑승권이 있으니 만족한다 비단벌레차가 오고 있나 보다 황남동 쪽 어디에서 푸른 사랑의 섬광 번쩍하며 눈부처로 내려앉는다. _「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 전문.


이번 시집은 ‘기억’과 ‘그리움’이 감각의 근원을 이룬다. 정일근 시인은 1980년대 ‘새로운 서정’의 지역문학운동을 개진한 바 있는데, 이 ‘새로운 서정’에는 세상을 바꾸자는 시인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구모룡 평론가는 1990년대 이후 정일근 시인은 삶의 거처가 옮겨지고 그의 시세계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였다. 구체적인 장소가 매개가 되어 시인의 ‘움직이는 시’세계 또한 순례의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에서 드러나듯 기억은 기다림과 다가오는 것들, 그리고 저 너머 세계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을 안고 화자에게 돌아온다. 「고래, 52」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고래보호운동가인 그가 ‘고래’를 유토피아의 표상으로 생각하여 숭고한 아름다움을 그려낸 시다.


삶과 죽음을 껴안는 생명의 긍정성



우수서 경칩까지 같이 걸어와 보니, 아니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저건 어느 땅 한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볕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 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 _「우수서 경칩까지」, 부분.


‘움직이는 시’로서 정일근 시인의 시세계가 압축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시인이 현재 거주하는 장소인 ‘은현리’이다. 그는 “은현리 유월, 꽃 한 송이 피운 뒤에 또 한 송이 피우며 접시꽃이 걸어”(「접시꽃이 걸어간다」)가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하며, “어느 땅 한줌이든 버리지 않는/ 은현리의 가르침”(「우수서 경칩까지」)을 들며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표현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사물의 움직임을 오로지 시인의 경험에 의존하여 서술함으로써 시적 공감을 획득할 뿐 아니라, 시적 화자와 다양한 의미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자연사물의 인과관계를 특유의 서정성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삶의 미궁에 놓인 궁극의 시



시인이 제 피 찍어 시 한 편 쓰지만/ 마침표는 죄의식처럼 찍어야 한다/ 이 시가 끝났다는 시의 마침표는 되겠지만/ 그건 시인의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는 시인과 함께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시인의 눈물로 고쳐지고 또 고쳐지며 시는 살아 있어야 한다 _「마침표」, 부분.


이 시집은 정일근 시인이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등단 3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되었다. 따라서 정 시인이 갖고 있는 시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보다 압축적으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이는 “자갈밭에 제 몸 굴려가며 시의 뼈를 깎아야 한다”(「별이름 루婁에 대하여」), “미궁의 시”(「미궁의 시詩」), “미궁에서 찾아온 시”(「미궁에서 찾아온 시詩」)와 같은 시어들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나 시인은 시인의 수행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소금 성자』처럼 한 편의 시를 쓰는 일이 “소금”처럼 읽는 이에게 스며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찾는 과정이 빚는 그의 ‘새로운 서정’은 80년대 이래 여전히 역사성을 가지고 전진할 것이며, 등단 30주년을 맞이한 현재에도 끊임없는 운동성을 갖고 지속될 것이다.

특히 이 시집은 시인이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네팔 지진 구호성금으로 내놓아 ‘착한 시집’으로도 의미를 가지며, 정일근 시인은 내년 1월 네팔 신두팔촉 지역에서 있을 대한적십자사의 구호활동에 직접 참가한다.





글쓴이 : 정일근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재학 중인 1984년 무크 『실천문학』과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1991),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1994), 『처용의 도시』(1995), 『경주 남산』(1998),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2001),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2003), 『오른손잡이의 슬픔』(2005),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2006),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2009), 『방!』(2013) 등이 있으며 『소금 성자』(2015)는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이다. 현재 경남대학교 문과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시와시학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시), 이육사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시), 한국예술상(시) 등을 수상했다.



소금 성자 | 산지니시인선002

정일근 지음 | 문학 | 46판형 양장 | 102쪽 | 10,000원

2015년 9월 22일 출간 | ISBN : 978-89-6545-316-1 03810

정일근의 열두 번째 시집. 구체적인 삶을 통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일상의 경험이 빚어낸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번 시집 <소금 성자>에는 '소금을 받아내는 평생 노역'인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그가 받아내는 소금 이야기가 담겨졌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읽어내며, 시인이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말'한다고 바라본다.


차례



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2015 원북 독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

 

 

5월 20일(수) 부산시민도서관에서 2015 원북 독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최영철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원북 선포식 이후 처음 가지는 행사에 산지니 식구들도 들뜬 마음으로 연수에 참가했습니다. (^^)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에는 학생들부터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분들이 참석했는데요,『금정산을 보냈다』가 현실을 응시하고 시의 서정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민도서관 입구에 이렇게 안내 표시판을 따라가니

오늘의 행사가 있는 곳까지 금방 나오더라고요!

 

 

최영철 작가님의『금정산을 보냈다』와 원북 도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자료집을 받았습니다!

자료집 앞에 쓰인 "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저는 이 문구가 참 좋더라고요.

덕분에 최영철 작가님과의 대화가 더 기대됩니다 >_< 

 

 

 

최영철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많은 시민 여러분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학생들부터 일반 시민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간이 의자에 앉으신 분들도 계셨어요.

 

 

작가와의 대화는 전성욱( 前 산지니 편집주간이자 현재 계간 『오늘의문예비평』 주간) 선생님의 진행과 최학림 기자님(부산일보 논설위원), 그리고 최영철 작가님의 대담으로 이뤄졌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부산의 시(詩)면서 좋은 시(詩)"

 

최학림 기자님께서는 이번 원북원 도서로 선정된『금정산을 보냈다』가 부산의 시(詩)면서 좋은 시(詩)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좋은 시는 자신의 삶의 터가 드러나는 시(詩)며, 최영철 작가님의 『금정산을 보냈다』는 그러한 시의 감성과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 작가의 삶의 터전인 부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번 시집의 부산성(釜山性)과 지역성을 담은 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삶의 터전이 드러나는 시를 통해 부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한계 혹은 모종의 정서적 열등감과 같은 좋지 않은 자의식을 깰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금정산을 보냈다>는 최영철 작가님께서 아들을 요르단으로 보내며 쓴 시라고 합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들을 먼 타지로 보내며 금정산을 선물한 셈인데요. 작가님께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모종의 정서적 열등감을 깰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이면서, 작가님에게는 '금정산'이라는 키워드가 그러한 대상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금정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은 아니지만, 부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봄직한 산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감성은 『금정산을 보냈다』를 만든 기본 뼈대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편리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최영철 작가님께서는『금정산을 보냈다』를 2009년부터 쓰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살게 되면서 오히려 도시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매일 마주하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도시의 소음, 매연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시골의 어느 시인의 눈에는 더욱 자세히 보였던 것 입니다. 최영철 작가님께서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도시의 물질과 속도에 대해 당부를 전합니다.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작가님께서는 강을 건너서 보니 현재, 도시의 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게 되셨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작가님께서는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몇 발짝 물러서서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일상을 낯설게 보는 힘, 이것이 바로 시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사진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으나 열띤 대담에 행여나 방해가 될까 싶어

카메라의 줌(ZOOM)만 바짝 당겨서 찍었답니다. (소심소심... 긁적긁적 )

 

 

이어 독자들과의 질의문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 시간 관계상 모든 분들의 질문을 받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ㅜ.ㅜ) 하지만, 시민 분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작가님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인사말들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았습니다.

 

 

 

 

아래는 작가와 독자간의 질의 응답 내용입니다.

 

 

Q. 시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데, 시집 한 권을 다 읽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 )

산문과 달리 시는 많은 이들의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시는 기호식품에 가깝죠.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오늘은 A란 시가 좋았다가 내일은 B라는 시가 더 눈에 들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시를 쓰기도, 찾기도 힘듭니다. 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코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시를 읽을 때는 여러 작가들의 시가 모여있는 시집을 읽고, 그 중의 자신과 코드가 맍는 시를 찾아 그 시인의 시집을 읽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Q. 작가님 본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가 있다면 낭송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최 )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그렇 듯, 저 역시도 제 시 중에서 좋아하는 시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좋아할 저의 시를 만나기 위해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 하나를 낭송해보자면...

 

천지사방 나무

 

결국, 귀이개나 이쑤시개

낙서쪼가리 같은 게 되어

마구 흩날릴 테지만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가려워서 등돌리고 기다리는

그대 하늘의 넓디넓은 등을

앞다투어

긁어주었던 녀석들 

 

 

나무 한 그루가 하늘 위로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 하늘의 등을 긁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쓴 시입니다.

 

Q. 『금정산을 보냈다』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최 )

 제가 생각한 것, 느낀 것 그대로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독자를 억압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많은 독자 분들께서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는 자신이 캐내고 싶은 것면 캐내면 됩니다. 책은 영상과 달리 받아드릴 준비가 필요한 매체입니다.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조금 더 보이고, '읽다'라는 독자의 수고로움이 동반되죠. 그래서 독자의 부지런함이 책 한 권의 의미를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시 한 권을 모두 이해하려하지 마십시오. 시 한 편, 한 줄, 혹은 시의 일부라도 자기화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시를 읽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산문 장르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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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9월의 끝, 호박이 굴러들어온 날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오늘 9월의 끝이네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시 한 편 읽고 업무 시작해야지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편집자 좋은 직업이네)

제 마음대로 고른 제 마음에 드는 오늘의 시입니다.




광안대교를 건너며



어느 날 느닷없이 내일이 없어진다 해도

오늘의 마지막이라 해도

괜찮아 다 괜찮아 첫날 같은 마지막 날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 날

밥은 두어 숟갈만 먹어야지

(중략)

남은 생의 절반, 한나절을 허송해야지

이젠 네가 내일이면 꼭 온다고 해도

가슴 설렐 일 없으니 좋아라

다시는 오지 않을 어둔 밤이 코앞이니 좋아라

뒤척이며 잠 못 들 일 없으니 좋아라

(하략)


-「호박이 굴러들어온 날」일부 , 최영철의 『금정산을 보냈다』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 주어지지만 어제를 살았기에 오늘을, 내일을 때로는 기대하고 때로는 두려워합니다. 첫날 같은 마지막 날,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괜찮다, 라니...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시인이 괜시리 미워집니다.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데. 9월과 작별하고 다시 없을 새로운 10월이 옵니다. 



*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문학 기자들이 찜한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시집이 <국민일보>, <세계일보>, <연합뉴스>, <중앙일보>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처음 제목을 정할 때, 금정산에 대해 타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금정산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잘 전달될까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잘 전해진 것 같네요. 꼭 금정산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마음에 품은 산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하네요.

 

산지니시인선이 즐겁게 출발할 수 있게 좋은 기사 써주신 기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클릭해서 보시면 됩니다. )





‘창비’ ‘문지’만 詩選 내나… 지역출판사의 도전

부산 기반 ‘산지니 시인選’ 1호 출간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산지니 시인선(選)’을 시작했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시집을 내긴 했지만 ‘시인선’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해보기로 했다”며 “실험적이고 난해한 시보다 시의 서정성에 집중하면서도 현실에 응시하는,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작품은 최영철(58·사진)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이다.

함께 자리를 한 최영철은 “산지니는 지역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는 출판사다. 강 대표와는 ‘동지적’인 관계이고 일단 한 권이 먼저 나와야겠다 싶어 ‘희생타’로 내 작품을 내게 됐다”며 웃었다. “아껴놓은 원고를 고향에서 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2010년 경남 김해로 이주한 시인은 “강 건너에서 보니까 강 건너 문제가 더 잘 보인다. 좋은 작가들이 시골로 많이 갔으면 좋겠다.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시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시인은 1984년 등단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등단 30주년을 맞아 펴낸 10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하략)


국민일보│한승주 기자│2014-09-18 원문읽기




"중동에 일하러 간 아들에게 詩로 산을 보냈지요"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펴낸 최영철 시인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 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시 '금정산을 보낸다' 중)

최영철(58) 시인은 대기업에 입사한 아들이 망설임 없이 중동 요르단으로 파견 근무를 가겠다고 했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멀고 힘든 곳인데 그게 다 무능한 시인 아비를 만난 탓인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공항에서 아들을 전송하고 와서 시인은 아들을 위해 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이다.

시집 출간에 맞춰 17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이번에 "시의 덕을 봤다"고 말했다.

"시가 참 쓸모없어졌다고들 하지만 시가 아니면 중동에 일하러 간 아들에게 산을 통째로 선물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시니깐 가능한 일입니다."

서울 하면 남산을 떠올리듯이 금정산은 부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시인은 "아들을 위해 고작 한 짓이 이 시를 단숨에 쓴 일이지만 시의 위대함이 이런 데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아들은 별 탈 없이 중동에서 2년간 일하고 돌아왔다.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묶으면서 예전에 묶은 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헷갈렸다"면서 "작품을 너무 많이 썼다는 반성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략)


연합뉴스황윤정 기자2014-09-18 원문 읽기




대중 속에 갇힌 한국 문학 … 낙동강변서 답을 구하다

『금정산 … 』 낸 부산 시인 최영철






올해로 시력(詩歷) 31년째(1984년 무크지 ‘지평’으로 작품활동 시작)인 최영철(58·사진) 시인은 문단의 비주류, ‘지방파’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자기 인생의 “99%의 기억이 내장된 곳”이라고 말하는 부산에서 성장하며 시를 써왔다. 그런 최씨가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를 부산 지역 문학출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지니 출판사(대표 강수걸)에서 냈다. 출판사가 본격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하며 낸 첫 시집이다.


17일 기자간담회 자리. 최씨는 “요즘 문학은 자기 안에 갇혀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대중의 반응에 신경 쓰다 보니 빨리 지치고, 정작 신념이나 꿈, 희망을 좇는 작가는 드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가들이 나처럼 시골로 많이 내려가면 좋겠다. 도시 생활을 성찰하게 된다”고 했다. 4년 전 부산도 떠나, 김해 낙동강변의 도요마을로 들어가 겪은 변화의 일단을 밝힌 것이다. 최씨의 세계는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자연과 인간의 화해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평론가 이숭원).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건강한 서정시다.


신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히지만 표제시 ‘금정산을 보냈다’에 얽힌 사연은 특히 뭉클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보냈다’고 읊는다.


아비가 보낸 것은 물론 부산의 금정산이다. 고향 생각, 부모 생각이 나면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물으라는 당부와 함께다.  (하략)


중앙일보신준봉 기자2014-09-19 원문읽기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펴낸 최영철 시인

“요르단으로 일 떠나는 아들에게 못난 아비가 무언가 주고 싶었다”




최영철(58·사진) 시인이 열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른바 중앙 문단의 잘 알려진 출판사에서 내지 않고 부산의 상징적인 출판사 ‘산지니’를 선택했다는 점, 등단 30주년에 냈다는 사실이 그동안 낸 시집과 다르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집 제목에서도 부산이 상징적으로 보인다. 부산과 양산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서울 남산 같은 부산의 얼굴이다. 표제작의 사연도 뭉클하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취직 원서를 냈다가 어렵사리 한 기업에 붙었다.

요르단 근무라는 취업 조건이 아비의 마음에는 걸렸지만 아들은 두 말 없이 ‘서역’으로 떠났다. 아들을 공항에서 보낸 뒤 집에 돌아와 단숨에 써낸 시가 그 시란다. 아비를 믿었더라면 여유를 가지고 다른 곳을 좀 더 알아볼 수도 있었을 터인데 가난한 부모를 둔 탓에 훌쩍 떠났다는 자괴감이 시인의 가슴을 죄었다고 한다. 이렇게 썼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고 (…)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렀다 이 아비의 어미의 그것이라고 일렀다”(‘금정산을 보냈다’)

신문 칼럼에 이 시를 인용했는데 아들과 알고 지내던 요르단 한국 대사관 사람이 이 시를 읽고 아는 체를 하여 생색이 났다고 한다.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강수걸 ‘산지니’ 대표와 서울에 올라와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시가 아무리 쓸모없는 시대라지만 시가 아니면 어떻게 금정산을 통째로 보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시선집 시리즈를 내기로 하고 기획한 첫 시집이다. 지방 문단에서 확고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전국구를 지향하는 의미 있는 기획인 셈이다.  (하략)


세계일보 2014-09-19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원문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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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파멸과 비명 속에도 어둠을 직면하며 

생성과 환희를 놓치지 않는 삶의 우둔성


산지니에서 지역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시인을 만나기 위해 ‘산지니시인선’을 시작한다. 실험적이고 난해한 시보다 시의 서정성에 다시금 집중하고 일상과 거리두기보다 현실을 응시하는 힘으로 시의 변모를 꿈꾸며,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산지니시인선’의 우선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로 문을 열었다.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시집과 산문집, 청소년 소설 등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평등한 가치와 존엄을 그려왔다. 시인이 그리는 대상들은 대부분 배려와 소통으로 화해롭게 조우하지만 최근 작품은 상처받고 버려진 타자들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년) 다음으로 4년 만에 내놓은 열 번째 시집으로 총 68편이 수록되어 있다.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한다.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어둠을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문이 없었을 때는 아무 일 없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열고 닫고 잠그고 부수고

몰래 넘어갈 일 없었다

모두 문이요 모두 안이요 모두 밖이었으니

들어오시오 나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나가지 마시오

문이 없었을 때는 이런 말도 없었다

(…)

모두 문이 아니고 모두 안이 아니고 모두

밖이 아니게 되었을 때 어디가 어딘지 몰라

다들 기웃거리게 되었을 때

참 이상하게도 문이 너무 많이 생기고 나서

긴 파국은 시작되었다 


_「문이 생기고 난 뒤」 부분





고지가 없는 사막에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






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금정산은 화려한 산은 아니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넉넉한 산이다. 시인은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모태와도 같은 금정산을 시로 선물한다. 금정산은 우리를 품은 자연 같기도 하고, 그 자연이 머금고 있는 어떤 적막 같기도 하고, 힘 넘치는 거친 청년과 삶을 다독거리며 이모저모를 모색하는 중년 같기도 하다. 시인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한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_「금정산을 보냈다」 부분





시인을 길러준 고향 

부산이라는 말, 釜山이라는 말




언젠가 시인은 서울살이 2년이 10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시인에게 지역은 중앙에서 소외된 곳이 아니라 자신을 길러준 고향이다. 부산 ‘서면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시가 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밟힌다. 「서면 천우짱」에서는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다며 옛 거리를 서성이고, 「색다른 만세사건」에서는 “남단의 최고 번화가 부산서면로터리에 방뇨”한 옛일을 불러오고 있다. 시인은 자신을 길러준 부산에 대한 감수성을 시에 담았다.

없어진 지 오래인 서면 천우장 앞

그때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아

푸른 시절이 걸어나간 길 저편을 악착같이 바라보며

조금 두둑해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데

천우장 자리 들어선 새 건물 3층 천우짱노래방이

하염없이 목을 빼고 있는 첫사랑을 비틀고 있다

천우짱 천우짱 숨가쁜 맥박소리로

쿵덕쿵덕 흘러간 세월을 비틀고 있다


_「서면 천우짱」부분




우둔과 실패를 가공하는 시, 

대담에서 펼쳐지는 가감 없는 대화


이번 시집에서는 대담을 실어 시인과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대담자 최학림은 문학담당 기자생활 20년 동안 경남·부산의 작가 18명을 소개한 산문집 『문학을 탐하다』(산지니, 2013)를 내놓으며 지역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책에서 최영철 시인과 함께 보낸 시간들과 변화하는 작품 세계에 대해 담담하지만 뜨겁게 담아냈다. 이번 대담은 시인과 문학기자 사이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다정하게 가감 없이 나눈 대화를 실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최학림은 시인보다 어려 형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데 최영철 시인도 덩달아 최학림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최영철 시인 특유의 재치로 같은 최 씨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된단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남을 반복하며 농밀한 대담을 나누었고, 이렇게 나눈 대담은 시와 작가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언제라도 죽음을, 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또 지옥을 직시할 때,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삶은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찬란해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원하는 걸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때가 청춘이라면 원하지 않는 걸 덜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말년이다. 나는 지금 슬슬 완행열차로 갈아타고 있는 중이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삶의 진경을 놓치지 않는 완행열차가 역시 좋다. 


_「대담」 중에서



   

산지니시인선 001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지음 | 문학 | 46양장 | 144쪽 | 11,000원

 2014년 8월 25일 출간 | ISBN :978-89-6545-248-5 03810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한다.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어둠을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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