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11화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참가자들의 목소리

 

 

 

 

 

일시 : 북투어 3일차 2018년 2월 10일(토) 저녁 7시 30분

장소 : 카페 명성 (1920년 상해에서 개업해 1949년 타이베이로 건너와 운영중)

참가자 : 정선재, 이제만, 곽규환, 김혜림, 강도희, 조세현, 공보름, 현정길, 이수현, 공병호, 권문경, 강수걸 (12명, 발언 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3박4일 북투어의 마지막 날 밤,

참가자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정선재 : 역자 선생님들이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이하 북투어)를 위해 밤낮없이 준비를 해주셨고, 참가자들의 마음과 상태에 맞춰 매일 회의를 하며 일정을 조율했다. 날씨, 식사 등 불편함이 많았을 텐데 감수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선금까지 걸면서 북투어에 의지를 보여주신 참가자도 계신데, 이런 열정이 북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한 것 같다. 수고한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낸다.

 

 

이제만 : 답사경험이 많아서인지 타이베이 북투어가 어렵지는 않았다. 기존 ‘참역사연구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나눔의 집> 방문도 해봤고, 일본에선 14박도 해보았다. 이번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첫 책을 받아 보며 감개무량했다. 원고 번역하던 때의 생각도 나고 이번 북투어에서 여러 방면의 다양한 얘기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곽규환 : 산지니의 이번 북투어는 굉장히 유의미했다. 이런 북투어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다음에 대만에 오는 분들께도 다른 마음, 다른 각도로 여행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북투어 참가자들이 『반민성시』의 한국판인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를 다시 본다면 더 어려운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이 책을 사전처럼, 가이드북처럼 봐주셨으면 한다.

 

 

김혜림 : 책 속 1~3구역을 돌면서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배경과 함께 듣게 돼 좋았다. 타이베이가 관광지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치열함을 알게 되었다. 대만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앞으로 4~6구역도 시간을 내어 찾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대만 이해의 퍼즐조각을 맞춰나가고 싶다.

 

 

 

 

강도희 : 타이베이가 20대 또래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곳이어서 그런 여행인 줄 알았지만 전혀 새로운 여행이었다. 역자께서 북투어 첫 날 ‘실감과 감각’을 얘기하셨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님비 등등. 스린 야시장과 101빌딩의 화려한 야경을 넘어서, 타이베이를 우리와 결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세현 : 타이베이 북투어 안내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런 책이 번역되다니. 대학사회에서 대만 연구자는 취직도 잘 안 된다. 연구자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대만사 수업도 전무하다. 기본역사에 대한 소개도 없는데, 타이베이의 속살을 소개하는 책이라니 놀라운 기획이다. 팔릴까 걱정도 했다.(일동 웃음) 예전 타이베이에 몇 달 살아보기도 했다. 여러 곳을 가봤지만 역자들의 생생하고 전문적인 설명에 감탄했다. 용산사도 2~3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 주변은 처음이었다. 하나하나 실감났다. 우리나라는 대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제시대(친일파, 빨갱이) 질곡을 돌파하는 계기를 대만을 통해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대만 전문가가 필요하다.

 

(보완사항 : 북투어 예비모임이 필요해 보인다. 책을 사전에 나눠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어려운 주제일수록, 프로그램 지속 시 필요하다. 대만이 중국이냐 아니냐(중국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기성세대가 많다.) 나라이름도 대만인지, 중화민국인지 잘 모르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2.28과 우리의 4.3에 대한 비교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공보름 : 책이 많이 어려웠다. 역사지식도 부족해서 잘 읽히지도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이번 북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책에서 느끼지 못한 얘기를 들으며 대만의 이면을 알 수 있었고,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다. 왕즈훙 교수와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아무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현정길 : 그동안 사회단체를 통해 쿠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많은 여행을 다녔다. 구석구석 사소한 곳까지 보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도 일제 때 근대유산이 많지만 잘 찾지 않는다. 용두산공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는 왜 타이베이 구석구석을 보고 있나? 이런 의문이 북투어 중에 종종 들었다. 어느 사회나 자본주의 사회 도시 형성과 개발 과정에는 폭력과 희생, 탐욕이 공존하는 것 같다.

 

(보완사항 : ‘다크 투어’는 차후 ‘타이베이 역사탐방단’ 등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면 좋겠다. 사람들은 좋은 걸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해설 설명도 있으면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가령 청계천 탐방시 전태일 열사의 친구 설명, 지리산 빨치산 참여자의 설명 등이 있듯이. 사전모임도 있었으면 한다. 외국 나가기 전에 가급적 전공자들을 모아 깊이있는 사전 대화(정보와 지식)가 필요해 보인다.)

 

 

이수현 : 이제는 다들 친해져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온 느낌이다. 3박4일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대만과 대만인의 시간과 공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책도 어렵고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입력돼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퍼즐을 맞추듯 메모한 것을 토대로 다시 읽고 복기해서 타이베이와 대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공병호 :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간과 장소를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왕즈훙 교수와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대만은 4년 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름의 의미를 찾기도 했지만 관광 목적이 컸다. 향후 다른 나라를 가더라도 관광보다는 의미가 있는 테마를 찾고 싶다. 이번 타이베이 북투어를 통해 앞으로 한국에서 재충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권문경 : 4년 전 타이베이 출장을 왔었다. 그 때 묵은 곳이 다안삼림공원 옆 단디호텔이었다. 가까이에 좋은 공원이 있어 산책도 하고 맛집도 찾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장소를 다시 방문해 보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삼림공원 내 관음상에 대한 이야기와 의광교회 자리가 린이슝 일가족 살해사건이 일어난 유서 깊은 장소였다. 아는 만큼 보이나 보다. 화산문화창의공원을 방문하고 책을 다시 읽으니 짧게 요약된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강수걸 : 중국은 자주 가봤지만 타이완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투어 일정 내내 감기몸살로 고전했지만 많은 공부가 되었다. 밑으로 보는 시각 교정은 최근의 일이다. 국내에 소개된 타이완 관련 책은 예상외로 없다. 우리에게는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고, 교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역자들이 책 제안부터 안내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감사드린다. 향후 이러한 북투어 활성화의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 12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10점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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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10화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대만판 출간 인터뷰


 

대만·한국, ‘압축·고속’의 닮은 길…이해의 폭 더 넓혀야

타이완의 오픈북(www.openbook.org.tw)은 한국의 출판저널 같은 곳. 오픈북은 『반민성시』(『叛民城市』 대북암흑여지臺北暗黑旅誌, 이하 『반민성시』)의 한국판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에 나선 <산지니 출판사>의 행보에 큰 관심을 표했다. 대만, 타이베이를 제대로 알고자 찾는 이런 북투어는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오픈북측은 2018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방문과 함께 산지니의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대만판 출간 의미와 한국의 (지역)출판에 대해 다양한 물음을 던졌다. 인터뷰는 2월 10일(토) 오후6시 국립 대만대 부근에 자리한 오픈북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편집자 주-

 

<참조> 타이완 오픈북 인터뷰 링크 https://www.openbook.org.tw/article/p-1058

 

 

 

오픈북과 인터뷰 중인 강수걸 산지니 출판사 대표. 

 

대만 유격문화출판사 꿔페이위郭姵妤 대표와 산지니출판사 강수걸 대표가

서로 번역된 책을 들고 양사의 출판교류 우의를 다졌다.

 

 

 

대만을 잘 알 수 있는 책이 많아져야

 

 

Q1. 산지니는 왜 『반민성시』(한국판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를 출판하고 싶었는가? 어떻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역자의 적극적인 의사타전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꽃보다 할배’란 방송 이후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젊은이들이 대만을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대만 가이드북, 소설 일부 외에 이렇다 할 대만 책 소개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곽규환 역자가 『반민성시』를 제안했다. 색다른 책이라 느꼈고, 대만 역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책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고, 한국과 대만의 상호소통을 원한다.”


곽규환 : 내면을 보는 여행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크 투어리즘이 출판 결정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 책은 한국독자들에게 어려운 책이다. 의미를 보고 산지니에 제안했다.

 

 

Q2. 산지니 도서목록을 보면 『반민성시』의 맥락과 닿는 부분을 느낄 수 있는데? 판매는 어떤가?

“한국은 88올림픽 때 철거가 많이 이뤄졌다. 부산에서도 철거가 지속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일제시대 건물도 강제 철거되었다. 철거 관련한 책은 거의 나온 게 없다. 다양성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도시빈민에 주목한 책은 있으나 주류 책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한국은 IMF이후 급속한 변화 과정 속에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 독자들은 음식이나 작은 행복 등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반민성시』의 한국판인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의 판매량은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Q3. 과거에도 귀사(산지니)는 이번과 같은 북투어 활동을 한 적이 있는가? 이번에 왜 타이완에서 이러한 북투어 행사를 진행하는가?


“북투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을 소개하는 책으로 북투어를 계획하기는 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향후 이런 북투어는 계속할 계획이다. 이번 북투어는 책의 발간과 함께 미리 계획했던 것이다. 타이베이 시내 곳곳을 걸으면서 타이베이와 부산의 유사성을 많이 느꼈다. 한국에서 일본의 흔적이 가장 많은 도시가 부산인데, 도시규모나 발전사도 비슷하다. 한국과 타이완은 비행기로 2시간 거리로 가깝다. 타이완 관련 출판이 더 많아지면 방문도 많아 질 것이다. 타이완을 잘 모르는 독자들이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

 

 

Q4. 대만 열풍과 『반민성시』의 상관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은 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진 나라다. 다양한 도시의 모습도 부족하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일본식민지하에서 도시 모습이 갖춰졌다. 해방 후 도시규모가 확장되면서 그 많던 공장이 지금은 사라지면서(외곽 이전) 아파트가 들어섰다. 대부분의 주거공간의 모습이 특이하다고 느낄텐데, 한국은 아파트공화국이다. 이러한 도시를 되돌아보는 작업은 출판의 의무이다. 과거를 잘 되돌아보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산에서도 일제시대 건물을 보존하자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은 타이완에서 배울 부분이다.”


“한국에서 현재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 전에는 홍콩이었으나 열기가 조금씩 식었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대만관계자들이 많이 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타이완의 밤’ 행사가 별도로 있었다. 양국의 교류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산지니에서는 타이완의 밤 행사 사회를 본 정쾅위 저자의 책도 번역중이다. 대만을 잘 알 수 있는 책이 많아져야 한다. 홍콩처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올 6월에 개최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유격문화출판사에서 꼭 오시길 바란다.”

 

 

 

타이베이가 걸어온 길, 호기심과 동질성을 찾아

 


Q5.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성이 비교적 강한 장소들을 탐방하는데, 이 탐방을 통해 독자들이 무엇을 얻길 바라는가?


곽규환 : “역자서문에 밝혔듯이 첫째는 호기심이다. 1~3구역은 관광지가 많은데, 독자들이 경험했던 것과 타이베이가 겪었던 부분이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목표는 답이 아니라 타이베이에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동질성이다. 강 대표님 말처럼 한국과 타이완은 정치 경제적으로 압축, 고속이라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타이베이가 걸어온 길, 기억하는 방식이 한국 독자들께 동질성과 호기심을 가져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 왕즈훙 교수가 지적했듯 반민은 저항하거나 핍박받는 민중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주류가치와 다른 사람들을 말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원한다.”

 

 

Q6. 북투어 참여자 모집은 어떻게 했고, 구성원들은 어떤 분들인가.


“작년 12월 SNS를 통해 참가자 모집을 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학생, 교수, 시민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직업군이다. 특이한 참가자는 중국역사를 전공한 교수님이다. 베이징에서 공부했는데, 이번에 타이완을 좀 더 알고 싶어 참여한 경우이다.”

 

 

Q7.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서 출판사의 지역문화발전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 현지 작가들과의 협업/저자-독자와의 만남 외에 귀사에서는 어떤 방식과 활동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대표님은 이 작업에 어떤 인원들과 기관/기구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자체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정책제안을 많이 하고 있다. 지역의 책 정책을 제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우선 도서관 예산을 올리고 도서관의 책 구매 예산을 올릴 것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또 지역출판 코너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관련해서는 후보 책에 지역도서를 꼭 넣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부산 원북원에 선정된 산지니 시집이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세월호를 다룬 시 한 편 때문이었다. 이런 아이러니가 벌어졌던 나라가 한국이다.”

 

 

 

책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지자체 의존도는 낮아져야

 


Q8. 지역에서 지역출판사의 출판물 판매량을 증가시킬 정부지원 등의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서울 중심으로 출판이 이뤄지고 있다. 중앙집권이 강한 경향 때문이다. 신문은 덜한 편이지만 지역 출판은 유독 어렵다. 지역마다 개성있는 책을 내면 좋은데, 잘 이뤄지지 않는다. 2005년 산지니 초기에 『반송 사람들』 등 부산 관련 책 2권을 냈는데, 언론에서 책 소개 기사가 아닌 부산 지역 출판사 산지니를 소개한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예산 지원은 딱히 없었다. 2012년부터 부산에선 매년 5종을 선정해 종당 1천만 원의 책을 구매해 작은 도서관에 배포하고는 있다.

 

한국에서는 지자체 홍보 물량을 납품하는 지역 출판사도 많다. 그런 출판사들은 전국 판매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산지니와는 다른 방식이다. 책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지자체 의존도는 낮아져야 한다. 지자체나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지원과 그에 대한 의존은 출판사의 자립도를 떨어뜨린다. 제주도에서는 지역출판조례가 곧 통과될 예정이다. 개별 출판사에 대한 지원이 아닌 물류지원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에서 보다 다양한 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출판물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지역민에 많은 도움이 될 책을 지역도서관에서 일정 비율 뽑을 때도 양서가 중요하다. 출판사와 도서관의 연계는 중요한데, 사서에게 지역출판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Q9.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서 확인한 바로는 상당수 독자들이 베스트셀러에 편향된 구매경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역 문화를 다룬 특색 있는 책들이 지역 독자에게서 외면받는 모순이 발생하는데, 그 주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부산인구는 350만 명으로 한국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서점 영향력은 전국의 8%이고, 출판은 4%를 차지한다. 지역출판이 약한데, 서점에서는 주로 베스트셀러가 팔린다. 그 갭을 메꿔야 한다. 부산에는 영광도서 같은 큰 서점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초기에 출판사가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산지니는 다른 지역 출판사와 달리 부산에서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서점 대형서점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물류회사는 파주에 있는데 물류창고가 점점 휴전선 근처로 이동중이다. 서울 땅값 때문이다. 부산서 책을 받으려면 정말 멀리서 오게 된다. 이 또한 한국적 특수성이다.(일동 웃음)”

 

 

Q10. 『지행출』 대만판이 발간되었다. 대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대만 독자들께서 『지행출』을 좋아해 주셨으면 한다. 이 책은 산지니 출판사의 초기 10년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은 책이다. 앞으로 10년 뒤, 산지니는 또 다른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오늘 한 인터뷰와 타이베이 북투어도 『지행출2』에 담겨 있을 것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 11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10점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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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9화

강수걸 대표님의 타이베이 도서전 강연!


 
산지니 부산 생존기 ‘Happy Local Publishing’

 2018 타이베이국제도서전 행사 중 2월 9일(금) 오후 11시 45분~12시 45분, 1시간 동안 1관 황사룡 강연부스에서 진행된 강수걸 산지니 대표의 강연과 청중의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이 강연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이하 지행출) 대만판 출간을 기념해 ‘산지니 부산 생존기’란 부제로 진행되었다. 사회는 대만 유격문화출판사 꿔페이위郭姵妤 대표가, 통역은 대만 에이전시인 POC(Power of Content)의 뚜옌원杜彦文 코디네이터가 맡았다. -편집자-

 

 

 

 

2018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행복한 지역출판, 산지니 부산 생존기’를 주제로

강연중인 산지니 강수걸 대표

 

 

유격이 게릴라인 것처럼 산지니도 마찬가지
 먼저 『지행출』 대만판 출간에 힘써주신 번역자, 유격문화출판사, POC에 감사드린다.
 한국에서는 과거 지역출판이 활성화되었던 적도 있지만 1980년 이후 서울 중심의 출판문화 속에서 지역출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5년 부산에서 출발한 산지니 출판사는 2015년 10주년을 맞이해 저와 직원들이 출판사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책을 냈다. 유격이 게릴라인 것처럼 산지니도 마찬가지다. 산지니에서는 그동안 대만출판물을 소개하지 못했으나 작년에 『반민성시』 한국판인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를 출간했다. 상당히 수준 높은 책으로 타이완 역사를 한국 독자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국 교류가 활성화돼 피상적 인식을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도 이번이 처음인데, 큰 규모에 놀랐다. 『지행출』에 직원이 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참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다. 베이징도서전보다 타이베이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방문은 도서전 참가뿐만 아니라 『반민성시』의 한국판인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가 목적이다. 대표저자 왕즈훙 교수도 오후에 만나고, 타이베이 곳곳을 돌아볼 예정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수준 높은 대만을 알리고 싶다.

 

 -우선 준비한 PPT를 보면서 산지니 출판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산지니는 지난 13년 동안 450종의 책을 출간했다. 역사, 문학, 예술, 어린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내고 있다. 편집은 부산에서 하고 제작은 파주에서 하고 있다. 그곳에 물류창고가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출간목록으로 말한다. 도서목록은 매년 정리하고 있다.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출판사가 지역에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해외 수출도 활발하다. 『부산을 맛보다』는 일본에, 『번개와 천둥』은 몽골에, 『침팬지는 낚시꾼』은 태국에, 『홍콩 본토주의와 중국 민족주의』는 홍콩에 수출했다. 이번에 『지행출』 대만판이 출간되었다.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 블로그 등 SNS에서 산지니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전달하고 있다. 타이완 독자들의 방문도 환영한다. 전자책은 200여종을 내고 있다. 종이책 비중이 높지만 차츰 전자책도 사랑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큰 활자책도 내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령층이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해서다. 도서관 구매가 높은 편이다. 대만은 어떤지 궁금하다.

 

 

 -지역 출판과정에서 지역 대학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부산에는 대학이 25곳이다. 연구실적과 비판적인 정책제안에서 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지니는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전국의 저자 발굴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상으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자세한 내용은 『지행출』 책을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다음은 질의응답.

 

 

 

 

강연 참가자들의 다양한 질문 모습들.

강연 후에는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대만판 사인회가 이뤄졌다.

 

 

쏟아진 관심,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Q. 산지니의 지역활동에서 저자와 독자의 만남 등 관계설정 부분이 궁금하다. 또 큰 활자책은 동시에 출간하나?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갖고 있다. 행사마다 다르지만 많기도 하고, 적은 독자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데 출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획할 때 독자와 저자와의 협의도 중요하다. 책을 내고자 하는 독자도 많아지고 있다.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예전보다 저자의 파워(힘)가 약해지고 있다. 여기서 출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자와 독자에게 당당히 임해야 한다. 출판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다. 큰 활자책은 단행본과 함께 동시에 출간하고 있다. 책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POD 도입으로 발간에 어려움은 없다. 많은 책을 내 수입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필요한 부수만 판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Q. 출판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직원들의 몫은 얼마나 되나? 그리고 좋은 책과 팔리는 책 속에 고민도 많은 것 같다.

 

“어려운 질문이다. 직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하게 참여한다. 출판사 대표가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지만 중요결정은 대표의 몫이다. 특히 한국처럼 출판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책을 팔려는 노력은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있다. 좋은 책을 내는 것과 경영이 충돌하기도 한다. 조화를 이뤄야 하겠지만 만족스런 근무조건을 만들려면 경영을 잘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잘 팔 수 있는 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을 만들고 싶다.”

 

Q. 대만 사람이지만 한국말로 질문해보겠다. 저자가 되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되나?

 

“가능한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누구라도 저자가 될 수 있다. 출판사에 적극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출판에서 중요했지만 지금은 점점 다양한 교양을 갖춘 독자가 저자가 되는 경향이다. 책을 내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야 한다. 그리고 출판사의 욕구(전문성, 교양성)도 충족해야 한다.”

 

Q. 독립출판, 개인출판이 많아지고 있다. 출판사의 역할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럴수록 출판사의 편집력이 중요하다. 산지니에서는 저자에게 출판사의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잘 읽히는 책을 위해서 출판사의 개입이 중요하다. 저자의 글을 종종 수정한다. 그런 과정에 저자와 출판사의 생각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객관성 확보를 위한 과정이다.”

 

Q. 한국정부의 출판 정책과 지원제도 등에 대해 소개 좀 해달라.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한 학기 한 책 읽기 운동’이 올해부터 규모가 확대되었다. 한국은 대만보다 독서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정부나 출판사에서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선 많은 이들이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도서관 수가 부족하다. 현재 초중고의 도서관수와 사서 채용이 증가 추세이지만 도서구입비를 높이는 등 더 노력해서 독서율 향상을 꾀해야 한다. 한국 출판시장에서 인터넷서점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오프라인 서점의 생존이 어렵다. 북유럽의 몇몇 국가처럼 ‘서점 임대료 지원’ 등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Q.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대학도서관을 일반시민이 이용할 수 없었다.

 

“대학도서관을 일반인이 이용하는 데 제약이 많고, 저조한 편이다. 예를 들어 부산대학교 도서관 이용료는 비싸다. 대학에서 지역주민, 일반인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해 많은 이들이 이용하게 했으면 좋겠다.”

 

Q. 지역의제가 전국에 주목받는 방식에서 산지니의 해법은 무엇인가.

 

“지역소재의 제약은 판매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이야기를 걷다』처럼 지역문학을 다룬 책이 그러하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지역 저자가 없다는 점도 지역출판의 어려움이다. 인지도 높은 저자 발굴이 과제다.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산지니는 번역서(30% 가량)를 내고 있다. 타이완의 양질의 책도 한국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Q. 부산에서 산지니가 운영하고 있는 서점이 있는지, 없다면 운영계획이 있는지?

 

“현재는 없다. 장기적으로 서점을 고려중이다. 독자를 만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독자적인 공간을 마련해 독자와 저자의 만남은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과 추후 여력을 확보해 서점을 낼 계획이다.”

 

 


산지니, 2018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을 가다

 

2018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행사장 전경과 입장권.

 

 

 2018 타이베이 국제도서전(TIBE·Taipei International Book Exhibition)이 ‘Power of Reading’을 주제로 2월 6일부터 2월 11일까지 6일 동안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진행되었다. TIBE는 ‘책을 매개로 한 문화교류,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다리, 중국어 도서시장의 세계화’를 모토로 198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도서전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26회째를 맞는 이번 도서전에서는 큰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대만의 현지 문화와 도서시장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도서전 주빈국은 이스라엘이었다.

 

산지니출판사는 한국관 부스 내에 『침팬지는 낚시꾼』,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 『유마도』 등 3권의 책을 위탁 전시했다.

 

2018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메인부스.

한국관에 전시중인 산지니출판사 위탁도서 앞에서 한 북투어 참가자.

 

 

타이완의 작은 출판사 유격문화 부스와 『반민성시』,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대만판 등 책을 살펴보고 있는 북투어 참가자들.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원서인 『반민성시』를 낸 타이완의 유격문화출판사 부스. 유격문화는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 맞춰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대만판을 선보였다. 유격문화는 북카페인 ‘공공책소’를 같이 운영하며 게릴라 형태의 출판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도서전에서도 『무가자』(집이 없는 자), 『정숙공인』(지룽항의 노동자들), 『식농』, 『팡스치의 첫사랑 낙원』 등 개성있는 책들을 선보였다.

 

 

 

 

 

>> 10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10점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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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8화

 대만 유학생활을 말하다.

by. 이제만(대만사범대 유학생)


 

 

대만에서의 유학생활

 대만에 건너온 지 벌써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그 당시의 대만은 아직 지금만큼 유명한 관광지나 유학 장소도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 시기, 대만 워킹홀리데이는 선착순이어서 웬만하면 다 올 수 있었다. 여행도 아는 사람만 오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외국이었다고나 할까.

 

 ‘사범대학교 언어중심’(한국의 어학당과 같은 개념)에 가장 많은 외국인들은 일본인이었다. 그 다음이 한국인. 한 반에 두 세 명은 일본인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비율이 워낙 높아서(대략 40% 정도는 일본인이었다.) 한국인들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국인들 대부분이 중국어를 배우고는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 가기는 두렵거나 꺼려하는 사람들이 대만에 오는 경우였다.

 

 이러한 추세가 한방에 바뀌는 계기가 발생한다. 바로 2013년 여름 경에 방송된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용캉가(당시 아르바이트를 한 곳이 용캉가에 위치한 한국식당이었다)의 관광객은 일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몇몇 팀들이 망고빙수 가게에서 빙수를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 이후 유학생(어학연수, 교환학생 등)과 관광객들의 수가 증가하였다. ‘사대 언어중심’에서는 한국어판 안내책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언어중심 마지막 학기에는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대만이 막 각광받을 시기부터 지금까지 언어중심, 대학원 등의 학교생활을 사범대학교 중심으로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대만의 학기는 3월에 시작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9월에 시작한다. 봄에 시작하여 겨울이 되면 한 학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가을에 시작하여 이듬해 여름에 한 학년이 끝나니 처음에는 매우 생소했다. ‘2018년 1학기, 2018년 2학기’와 같은 학기제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간혹 헷갈리기도 했다.  

 

▲ 민국 기년법으로 표기된 영수증

 

 그러나 대만 학교생활에 더욱 헷갈리는 것이 존재했으니 바로 민국(民國) 기년법(紀年法)의 사용이다. 이는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의 건국이 선포된 1912년을 원년으로 하여 표기하는 방식이다. 대만에서 학교나 관공서에서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올해가 민국 107년인데 107에 11만 더해주면 서기연도가 나와서 일반적으로는 잘 헷갈리지 않는다. ‘민국 몇 년’에 단순히 11만 더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민국 기년법을 사용하여 1학기, 2학기 구분을 짓기 때문에 조금 골치 아프다. 특히 2학기 째가 많이 헷갈리는데 현재 학기는 106년 2학기이지만 서기로는 2018년도이니 조교 일을 하다 보면 간혹 잘못 적을 때가 많다.

 

 

▲ 대만 사범대학교 전경

 

 대만사범대학교(이하 사대)의 전신은 대만총독부 타이베이고등학교이다. 그래서 그런지 캠퍼스 부지 자체는 넓지 않다. 주요 건물 역시 학교 본관과 행정동, 수업 건물 한 동, 강당과 큰 도로를 건너서 위치한 도서관 구역의 건물들을 다 합쳐도 몇 개 되지 않는다. 이후 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학교를 확장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주변 부지에는 마땅히 확장할 공간이 없었다.

 

 따라서 선택한 것이 캠퍼스의 신설이었다. 현재 사대는 ‘어둠 여행단’이 답사했던 본부라고 불리는 곳과 대만대학교 근처의 공관(公館) 캠퍼스, 타이베이 외곽에 위치한 린코우(林口) 캠퍼스 등 총 3개의 캠퍼스가 존재한다. 106년 1학기 기준으로 연구생, 대학생 포함하여 1만 5천명 가량으로 대만대학교의 딱 절반 수준이다. 현재 대만에서는 각 학교끼리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대 역시 2년 전부터 대만대학교, 대만과기(科技)대학교와 함께 3개 학교가 연맹을 맺어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의 수업신청을 한다거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사대를 다니며 불편한 점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니는 학교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것은 재학생만의 특권이 아닐까. 첫 번째로 사대 근처에는 제대로 된 서점이 없다. 하나 있는 서점마저 수업교재를 파는 곳이다. 대학교 근처에 변변한 일반 서점이 없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업에 참고할 책을 찾기 위해 대만대까지 가는 수고를 매번 해야 했다.

 

 두 번째로 사대 행정체계의 비효율성이다. 과거에 월급이나 행정비를 신청할 때 회계실, 인사실, 총무실 등의 각 부처를 돌아다니며 도장을 받아야 했다. 회계실 입구에 들어가면서 1명, 회계실에서 3명, 인사실에서 2명, 총무실에서 3명, 대략 10명에 가까운 사람의 도장을 받아야지만 월급을 겨우 수령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매달 같은 날에 수령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혹, 총무실 최종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문서가 되돌아와서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여기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이 왜 그 전 단계의 행정직원들이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교실 및 도서관 환경이다. 교실 환경에 대해서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강의실에 원래 책상과 의자가 일체형인 나무 책상이 있었다. 그런데 방학 동안 조금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책상과 의자를 분리하여 검은 페인트로 다 칠해놓은 것이었다. 물론 강의실 내 모든 책상이 나무 책상은 아니다. 그나마 교실 환경은 참을 만 했지만 사대 도서관의 열악한 환경은 정말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 장서의 수도 적을뿐더러 등록된 도서의 행방불명과 존재하고 있는 도서의 상태불량 등 관리의 소홀함이 너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제 학생들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자. 대만 대학교의 1교시는 8시 10분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보통 등교할 때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사온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먹는다. 솔직히 대만 학교생활 중에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1교시 수업 중에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은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치더라도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사서 교실에서 먹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아는 한 교수는 수업시간에 취식을 금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교내 밖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도시락을 사서 교내에서 먹는 것이 훨씬 싸니까 학생들은 도시락을 많이 애용하고 있는 듯하다.

 

 보통 학생들의 점심 비용은 대만 돈 100원(한국 돈 3,800원) 내외로 상당히 저렴하다. 대만 학생들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복장에 관해서도 상당히 수수하고 잘 꾸미지 않는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일반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만 학생들에게 느껴졌던 부분은 한국 학생들보다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 역시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느껴진다고 할까.

 

 대만 사회도 한국의 ‘88만원 세대’와 같이 ‘22K(대만 돈 2만 2천원으로 한국의 88만원과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고 ‘민달팽이 운동’처럼 청년 주거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그러나 타이베이 곳곳, 도심에 종종 보이는 공원이나 숨어있는 골목 등지를 날씨가 좋을 때나, 흐릴 때나, 비가 올 때 걷다 보면 없었던 여유가 생겨나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아마 대만의 대학생들 역시 이러한 곳에서 여유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9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10점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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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7화 

 대만은 지방인가 국가인가?

by. 조세현(부경대 사학과 교수)

 

 


대만은 중국의 지방일까? 독립적인 국가일까?

 

 

▲ 중국과 대만의 지도

 

 

 오늘날 대만臺灣이라는 지역은 중화민국中華民國이라는 국가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여기서 중화민국은 청조淸朝의 멸망과 함께 1912년에 건국되어 37년간 중국을 지배하다가 1949년 중국공산당 세력에 패퇴하여 대만으로 옮겨왔다. 오랜 기간 동안 중국대륙의 통치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논리를 가지고 대만을 통치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과 중화민국은 실질적으로는 중국대륙과 대만 섬을 각각 지배하고 있지만, 명분상으로는 양자가 모두 대륙과 대만을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지역명칭에 불과했던 대만이란 이름을 국가명과 구분하지 않고 부르고 있다. 어쩌면 국제사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중화민국의 국호를 인정하지 않기에 더욱 ‘중국과 대만’이란 구도로 이해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중화민국과 대만사이에는 역사정체성과 관련한 뿌리 깊은 문제가 숨겨져 있다.

 

  대만이라는 나라는 중국일까 아닐까? 우리가 보통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믿는 상식과 달리 요즘 다수의 대만인들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대만인의 민족정체성에 대한 전환은 이미 소수의 견해가 아니라 국가권력 차원에서 이루어지기에 더욱 놀랍다. 대만사회에서 자신이 대만인이라고 여기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감소하지만,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독립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비록 대만사회 내부에서조차 중국과 대만이라는 명칭 갈등상황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대만을 바라볼 때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중국(대륙)이냐 대만이냐의 이분법을 넘어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접근하는 태도이다.

 

 

 대만은 중국과의 역사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대만사관련 다양한 해석 가운데 대만사연구자인 이수붕李筱峰의 견해를 빌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중국당국이 항상 대외적으로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분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사실이 이와 같은지 문제를 제기한다. 대만은 1684년 청 제국의 영토에 편입되면서 비로소 중화제국 통치아래 일부분이 되었다. 그 전에 대만은 중국의 어떤 왕조정권에게도 통치를 받지 않았다. 만약 대만이 예로부터 중국영토의 일부분이었다면 대만역사상 출현한 첫 번째 통치정부는 중국이어야 할 것이나 그렇지 않으며 실제로는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인이 대만통치를 시작할 무렵 당시 명 제국은 이를 동의하였다. 대만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경영하고 있을 때에는 중국영역이 아니었으며, 정성공이 대만에 정권을 수립하면서 비로소 명의 영역에 들어왔고, 다시 청이 대만의 통치권을 빼앗으면서 청의 영토 안으로 들어왔다고 본다.

 

  대만이 중국에 예속된 시기는 청이 통치하던 211년간이다. 그러나 청 제국이 대만을 병탄했지만 한참동안 이 섬을 정식영토로 보지 않아 봉산금해封山禁海의 정책을 폈다. 1684년부터 100여년 이상 엄격한 해금정책을 폈으며 1875년 이후에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이민을 개방하였다. 그래서인지 대만이 중국에 예속된 것은 청대부터 처음 시작되었으며, 그 이전에 대만사가 중국사에 포함된다고 믿는 것은 상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청조가 대만을 진정한 자신의 영토로 인식한 것은 187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1895년의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대만은 다시 일본에게 영구 할양되었다.

 

 

▲ 삼국간섭 삽화, 출처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2%BC%EA%B5%AD%EA%B0%84%EC%84%AD)

 

 


  중화민국은 1912년 건국되었는데, 당시의 대만은 일본통치아래 식민지였다. 따라서 대만은 중화민국의 건국에 참가하지 않았으며, 원래 중화민국의 영토에 속하지도 않았다. 1912년부터 1945년까지 중화민국의 범위에는 대만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만은 비록 중화민국의 관리아래 놓였으나 실제로는 중화민국정부가 연합국을 대신하여 잠시 관리한 ‘주권이 정해지지 않은 지역’이었다. 대만과 팽호(중국 대륙과 대만 사이의 작은 섬)의 영토귀속은 반드시 연합국과 일본이 정식 평화조약을 체결해야만 영토의 귀속이 확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1949년 중화민국정부는 중국공산당에 패배해 대만으로 철수하였으며, 결국 중화민국의 범주는 대만과 팽호로 축소되었다. 이런 해석에 따라 다수의 대만학자들은 대만은 고대시기에 중국에 속하지 않았고, 청대에도 통치범위가 대만 섬 전체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역사 거주민 문화 정체성 및 국제법상으로 독립된 국가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대만학계가 위와 같은 하나의 역사해석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 내 통일파와 독립파, 혹은 국민당과 민진당 간에 대만사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복잡하게 엉켜있다. 단순화시키자면 어떤 사람들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으로 중국인이 개발했지만, 단지 대만개발이 비교적 늦었고 장기간에 걸친 이민으로 형성된 사회로 대륙과 상이한 경험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여전히 대만역사는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며, 대만사는 중국의 지방사라는 관점을 가진다. 이에 반해 다른 사람들은 대만은 예부터 중국의 영토가 아니며 항상 외래정권의 통치를 받았다고 믿는다. 즉 대만은 이전에 한 번도 대만인 스스로가 주인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역사정체성을 둘러싼 다양한 역사해석이 대만의 역사교과서 편찬을 둘러싸고 역사논쟁으로 확대되면서 역사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육계와 정치계도 논쟁에 참여했고 언론매체를 통해 일반대중도 광범하게 논쟁에 동참하였다. 그 과정에서 대만정치가들이 대만사 연구 성과를 자의적으로 대만독립(혹은 그 반대)에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양심적인 역사학자들이 곤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아졌다.

 

 

중국의 역사학계에서는... 

 한편 중국 역사학계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대륙과 대만의 역사관계를 본격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대만과 팽호를 병칭하여 대륙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한인 위주의 역사서술을 하면서 대만의 고산족의 기원도 중국 화남지역에서 이주한 고인류로 보고 있다. 정성공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를 몰아내 대만을 수복한 민족영웅으로 높이 평가하고, 청대의 대만통치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통해 대만의 중국 귀속여부를 당연한 일로 여긴다. 일본식민통치시대 역시 항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연구하며 대륙과 대만동포 간 상호협력을 강조한다. 대륙학계는 “대만은 중국의 불가분의 일부분”이라는 관점을 줄곧 유지해 왔으며, 기본적으로 대만사는 중국의 지방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중국학자들은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에 충실하여 논쟁적이기보다는 통일적인 입장을 취하는 특징을 보인다.

 

  대만사가 오랫동안 중국연구의 영향을 받아서 중국사 가운데 지방사의 하나였지 독립국가의 역사로 인식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중원중심의 국가관을 해양국가관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나, 한족중심의 편견을 버리고 다족군多族群사회라고 보는 것이나, 정권교체가 빈번한 이민사회라고 보는 현상은 결국 새로운 대만사를 건립하려는 목적과 맞물려 있다. 이로 말미암아 전개된 대만의 역사논쟁은 독립파와 통일파 사이의 논쟁은 물론 대만독립파 내부에서도 전선이 형성되었고, 대륙학계 역시 이 논쟁에 가세하여 중국의 대만사학자와 대만의 독립파학자 간에서도 논쟁이 이루어졌다. 대만사회에서 대만사라는 하나의 역사에 복수의 역사학이 공존하며 갈등하는 상황은 중화민국사와 대만사 사이에서 방황하는 대만지식인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 8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10점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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