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주민과 함께>에서 주최하는 '아시아문화 한마당'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너무 쌀쌀했는데 지난 주말만 신기하게 따뜻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늘만 보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한마당은 민주공원에서 11시에 시작해 5시에 끝나지만 야외부스는 3시에 철거되고 극장 안에서 이주민들의 공동체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매 해 하는 공연이지만 연극이 가장 인기 있는 공연입니다.


이미 제가 도착했을 때는 안에서 연극이 한창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가을을 즐겼습니다. 너무 좋으면 사진 찍는 것도 잊는다고 했던가. 갈 때는 사진 많이 찍고 와야지 해놓고 막상 멍하게 앉아서 찍은 하늘 사진 밖에 없네요.(변명 중;;)

대부분 아시아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와 오지 않는 건기로 나눠지는데 우리나라의 4계절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계절이지요. 건기는 우리 가을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계절이지요. 가을이 없는 나라에 온 친구들이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가을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출렁출렁 튜브를 타고

들이 너른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이글이글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산이 높은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어슬렁어슬렁 물가를 걸어다니고

강이 긴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첨벙첨벙 수영을 했다.

「축제」일부,『입국자들』, 하종오




산지니에도 이주민과 관련된 책을 몇 권 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건 이주민들의 개개인의 삶을 다양하게 오린 하종오 시인의『입국자들』 

행사에서 만난 미얀마 친구는 고국에 돌아가 사진스튜디오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되면 자신의 자유를 뺏긴다고 말했던.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진지함에 저 역시 조용히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자신이 꿈꾸는 세계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억울한 악몽인가? 남들의 일생에 얽히고설켜서 제 평생을 마쳐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생애인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돈을 벌러 온 이주민을 우리 너무 배타심과 이기심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이제 돈만 벌기 위해 한국에 온다는 이주민의 다른 꿈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가을날의 노을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바라본 가을 노을. 가을은 역시 노을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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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12.10.24 2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주공원이 우여곡절 끝에 중앙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부산 시민들에게 이곳은 여전히 민주공원이죠.

    관련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66726&CMPT_CD=P0001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2.10.25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전히 저도 민주공원이라는 이름이 좋습니다. 그 횃불도요^^ 평소에 민주란 단어를 쓰기가 너무 힘들잖아요ㅎㅎ

 

  새해 첫 인터뷰는 바로!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를 번역하신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님과 진행했습니다. 책이 나온 지는 4년이나 지났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2011년 한국은 이주민이 142만 명 시대에 도래한 다문화 다인종 국가입니다. 2010년에 비해 14%(22만여 명)이 증가한 추세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책,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문화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주민 정책을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 노동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이주민들이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포괄해서 정책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폭넓은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책을 발간했다고 합니다. 정책이나 법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실제 사례를 곁들여서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은 읽을수록 무거워지죠.


  인터뷰는 이한숙 소장님이 근무하고 계신 '이주민과 함께'에서 진행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센터는 다양한 부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소개 보기

  먼저 '이주민'의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물었습니다. 이한숙 소장님은 '이주민'은 좁게 보면 외국에서 태어나서 국내에서 살는 사람, 넓게 보면 부모가 이주민인 아이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살지만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한숙 소장님이 소속된 '이주와인권연구소'에서는 NGO 활동가들 입장에서 이주정책에 대한 제언을 마련하거나 정책을 만들기 위해 활동가와 이주민이 토론하는 일을 주로 하신다고 합니다. 제가 일주일 넘게 이주민 관련 공부를 했지만 세밀한 부분까지는 건드릴 수는 없기에 사회현상과 관련된 질문을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이 부산의 목욕탕에서 "외국인은 물을 더럽힐 수 있고, 에이즈 감염 문제도 출입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출입을 제지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성은 한국 국적자였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219쪽을 보면 일본에서도 똑같은 사례가 발생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외모로 구별하는 인종 차별 문제가 한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만일 이 여성이 백인 여성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일본과 한국은 외국인에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죠. 법적 제도적인 차별이 많기에 이런 것을 먼저 없애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나 방금 말한 외국인 혐오증은 단지 법,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죠. 전반적인 인식의 문제니 차별 금지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죠. 이주와인권연구소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이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과 어떤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지, 이주가 이주민을 보내는 나라와 받아들이는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그런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연구하고 사회에 알리고 있죠.

㉡ 책에서도 여성 이주노동자 혹은 국제결혼을 한 이주 여성을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이주여성이 성차별, 가정폭력, 성희롱, 성폭행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관련 사건도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뜻 신고하기도 어렵고요.

▩ 성차별, 성희롱 문제는 내국인 여성들도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죠. 외국인 여성은 더 힘들 것이다. 증거를 찾아서 보여주면 법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보통의 여성이 그런 문제를 당했을 때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가짐과 동시에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는 기업주에게 종속적인 위치에 있기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내국인은 문제 제기를 했을 때 해고를 당하면 그만이지만 이주 노동자는 강제 추방을 당할 수도 있다. 말하려고 해도 언어상의 문제 때문에 법, 제도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실상을 알기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 국제결혼을 해서 한국으로 오는 이주민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가정불화로 이주민 여성이 이혼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살해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국제결혼 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기 어려운데요. 이주민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면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요?

▩ 결혼해서 한국에 들어온 여성은 영주권이나 국적을 얻기 전까지는 남편의 보증이 있어야 체류권을 확보할 수 있죠. 영주권이나 국적을 신청하려면 2년 이상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거주해야 해요. 그동안에는 체류권이 완전히 남편에게 매여 있으니 평등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죠. 핵심적인 문제는 체류권 문제죠. 만약 체류권이 있다면 이혼을 요구할 수 있죠. 지금은 남편 쪽에 귀책사유가 분명해야지 이혼을 해서 체류권을 받을 수 있죠. 그 경우에도 자녀가 있어야 체류권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혼하면 본국으로 가야 할 경우가 많고 아니면 미등록 체류자로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남편에 매여 사는 사람이 많죠.


이한숙 소장님

 

㉣ 외국인 여성을 아내로 맞으면 여자를 사온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동등한 입장이 형성되지 못합니다. 도망간 외국인 아내를 찾아다니는 에피소드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죠. 체류권을 얻는 데 2년이나 걸리는 이유도 아내도 소유물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00년쯤에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국제 결혼이 늘어났죠. 중개업체의 목적은 이윤이기에 무리한 방법으로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 문제죠. 국제결혼이 늘어난 원인은 한국 사회에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사회적 활동도 많아졌지만 사회 시스템은 굉장히 가부장적이다. 한국 여성의 기혼율이 60%라고 할 정도로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하는 여성은 그중에서 괜찮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럼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결혼 적령기를 놓친 남자들은 결혼하기 위해 외국에서 신부를 찾는 것이다. 
  여성을 보내는 나라에서는 이주의 한 방편이 국제결혼이다. 불법이라고 하지만 한국에 보내는 이유는 여성들이 보내는 돈 때문이다. 여성을 보내고 받아들이는 두 나라는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제결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온 여성들에게 체류권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율에 의해서 이뤄진 결혼인데 이주 여성에게 체류권을 목숨줄도 내세워서 남편에게 종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 여성에게 아이를 낳고, 노부모를 봉양하고, 농사일과 집안일을 하는 역할을 요구한다. 이런 역할을 거부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들은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외국인 범죄사범이 2만 2,543명으로 나타났다고 경찰 측이 발표했습니다. 폭력, 지능법, 절도, 마약류, 강도, 강간, 살인 등의 순이었다. 국적별 단속 현황에 동남아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범죄 예방책을 따로 시행하고 있나요?

▩ 그건 객관적인 상황부터 봐야 해요. 실제로 외국인 비율이 늘어난 만큼 범죄율이 늘어나진 않아요. 그건 범죄 건수 분류를 어떻게 하는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출입국 관리 위반 건수를 뺀다면 별로 범죄율을 높지 않다. 외국인이 늘어났기 때문에 건수가 많아진 건 당연하다. 같이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약간 언론에서 외국인이 심각한 범죄를 일으킨다고 과장한 면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범인을 인종, 국적으로 분류하는 자체를 못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편견을 이용하고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 <반두비>, <방가 방가>, <완득이>, 매년 개봉하는 인권영화시리즈 등 다문화, 이주민 관련 영화가 2011년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이런 현상에서 장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할 때는 최근 영화는 연민이나 동정의 눈길보단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느낌으로 외국인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이 많다. 처음에는 동정적인 시선으로 이주민을 보게 되죠. 사실 대부분은 그렇다.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주민들이 본인의 생각과 시선을 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남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화나 영상물을 만들게 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이 같은 땅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외모가 달라서 차별대우를 받거나 마음을 다치는 일이 생길까 겁나네요. 벌써 그런 아이들이 있겠죠. 한국정부가 하는 다문화 교육은 다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대구 왕따 사건처럼 상황이 극단적으로 흘러가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시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도 얼마나 이중적인 잣대로 이주민을 바라보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속에서도 저의 시선이 드러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한숙 소장님의 차기작으로는 일본의 경우가 아닌 한국 사회 속 이주민의 실제 사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10점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 지음, 이주와인권연구소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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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창비 저작권팀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는데요.

“중, 고등 국어교과서가 국정이 아닌 검정 교과서로 바뀌면서 여러 종의 국어 교과서가 발행되어 있습니다. 창비는 검정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을 선택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편에 귀사의 저작물 「밴드와 막춤」(출전:입국자들)을 사용하고자 아래와 같이 문의를 드리오니 검토하시고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략)”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밴드와 막춤」이라는 시를 다른 작품들과 같이 묶어 책을 발행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밴드와 막춤」은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하종오 시인의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인데요.

『입국자들』 소개글 보기

작년에도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 「사전」을 싣고 싶다는 이런 메일을 창비에서 받은 기억이 나네요. 「사전」은 중학교 생활 국어 2-2에 실려 있답니다.
그때 허락 메일을 보내드렸더니 책이 나오고 나서 저희 출판사에 2권을 보내왔더군요.
한 권은 저희 아들놈 읽으라고 집으로 싹~. 마침 제 아들도 중2이거든요.

『입국자들』에 실려 있는 시 중에서 이 외에도 몇 편이 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데요.  이 시집 만들 때 저희 출판사에서는 처음 출간하는 시집이라 꽤 많이 공력을 들였는데 교과서에도 실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되어 좋네요.

창비의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에서 작품을 선정할 때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좋은 시를 많이 접해서 우리 주위의 사람, 사물, 세계에 대한 인식이 훌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주민에 대한 인식도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고요.^^


 

사전

시어머니 손에 잡혀 나오면서도
영문을 몰랐던 며느리는
서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시집온 지 겨우 한 달
한국어는 말하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해도
베트남어는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 손을 잡고 앞장섰다

각종 외국어 사전이 꽂힌 서가 앞에서
베트남어 한국어 사전을 뽑아 든
며느리는 빠르게 책갈피를 넘기고
한국어 베트남어 사전을 뽑아 든
시어머니는 천천히 책갈피를 넘겼다

사전 한 권씩 들고 집에 돌아온 고부는
그때부터 편해지고 마음 놓이는지 
굳이 사전을 뒤적여 찾지 않아도 
한국말과 베트남말로
제각각 한마디씩 해도 살림할 수 있었다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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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인의 새 시집 '남북상징어사전'이 나왔네요.
서울 변두리에 사는 하종오 시인은 시집에서도 이주민, 탈북자 등
자본주의 주변부 존재들의 이야기를 시의 소재로 삼아왔습니다.

저희 출판사와는 2009년 <입국자들>이라는 시집을 내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산지니에서 나온 첫시집이며 출간후 청소년 권장도서(대한출판문화협회)로도 선정되었답니다.



<입국자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국경 너머>는 탈북과 그 이후의 고난ㆍ가난ㆍ그리움 등
탈북자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2부 <사막대륙>은 몽고ㆍ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이들과
현지 가족들의 삶을 다루고 있으며,
3부 <이주민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온 이들의
한국생활을 이야기하며,
4부 <귀환자들>에서는 한국에서 고국으로 귀환한 자들과
한국에 간 이들을 기다리는 현지 가족의 생활을 다룹니다.

이번에 나온 시집 '남북상징어사전'은
통일 이후를 상상하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통일 이후'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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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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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학술 | 정치 사회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 지음 | 이혜진,이한숙 옮김
    출간일 : 2007년 5월 25일
    ISBN : 9788992235174
    신국판 | 256쪽 

    한국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를 맞은 일본 NGO의 다민족 공생사회를 향한 정책 제언. 이주자를 단지 불쌍하고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한국사회로서는 공생사회를 위한 이들의 조언이 의미심장하다.



    지금은 다문화를 이해하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다문화 가정은 새로운 가족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숫자는 91만 명으로 이 중에는 이주노동자도 40만 명에 달한다. 또 2006년 결혼한 부부 8쌍 가운데 1쌍 꼴로 국제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사회는 빠른 속도로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외국인인 가정, 한쪽이 불법체류자인 가정, 농촌 총각과 결혼한 국제결혼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 가족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다문화를 이해하려는 사회적인 노력과 함께 이들을 우리 법제도 속에 편입시킬 때 소외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다.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이주자(이주노동자, 국제결혼이민자 등)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NGO의 전국 네트워크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가 그간의 활동경험을 바탕으로 이주자와 관련된 제반 정책의 개선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노동, 이주여성, 가족과 어린이의 권리, 어린이의 교육, 의료와 사회보장, 지역자치, 난민, 재판권 등의 각 영역에서 이주자 관련 현실 문제를 검토하고 필요한 정책적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이하 이주련)>
    이주자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얻은 결실 가운데 하나다. 1980년대 후반, 이주노동자가 일본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활동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1990년대 초에는 같은 과제와 문제의식으로 맺어진 전국적인 연락망을 형성하게 되었다. 1997년에는 상시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이주련이 결성되었고,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분명히 인식하게 된 ‘외국인정책’의 오류를 지적하고, 인권에 기반을 둔 정책을 제언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주련은 2년 간격으로 전국적인 논의를 하여 그것을 통해 『다민족ㆍ다문화 공생사회를 향하여-포괄적 외국인정책에 대한 제언(2002년 판)』을 정리하여 일본정부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제시하였다. 이 제언은 한편으로는 정부가 발표한 ‘출입국관리 기본계획’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동시에 더 넓은 의미에서는 21세기 일본사회가 지향해야 할 다민족ㆍ다문화 공생사회에 대한 비전과 그 경로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10년 정도 앞서 이주민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한 일본을 통해 배운다

    일본과 한국의 이주문제와 이주정책은 많은 부분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이주노동정책은 많은 부분 일본의 정책을 답습하거나 모방한 것이다. 일본의 남미일계인(일본계 후손) 문제는 우리의 재외동포 문제와 맞닿아 있다. 두 나라 모두에서 최근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시행착오는 바로 우리의 현재 혹은 미래의 경험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본의 이주민 관련 현실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크게 증가하였다.

    한국에서 이주정책이 거론될 때는 어김없이 일본의 사례가 등장하곤 하지만 의외로 일본의 현실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산업연수제도, 남미일계인과 관련된 현실은 미화되는 경우가 많고, 미등록노동자의 현실은 수치상의 통계 이상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한국사회에서 주로 이주노동자의 문제로만 생각되던 이주민의 문제는 2000년 이후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사회가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넘어선 이주민의 문제에 부딪치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에 비해 10년 정도(1990년 출입국관리와 난민인정법 개정 이후) 앞서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일본사회의 현실은 이주민의 정착기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 우리가 간과하거나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측면들을 보여준다. 

    최근 이주민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신문지면에 관련기사가 빠지는 날이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쌍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동정심을 자아내는 책도 많고, 여러 가지 정부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나온 보고서도 많지만, 관련 전문도서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2006년 7월 한국의 행정자치부는 각 자치단체에 이주민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담당부서 내지 담당자를 확보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였다. 그러나 많은 자치단체의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2007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된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이주와인권연구소에서 번역 맡아

    이 책을 번역한 이한숙 소장은 이제 막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고민하기 시작한 한국사회와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이주민의 정착기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 간과하거나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지원운동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들이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의 처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 노동조건, 생활조건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 사회의 인권과 복지의 최저선을 끌어올리는 것과 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정책 제언이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위한 이런저런 지원을 해야 하고 이런저런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여러 제도를 제안하고 그 대상에 이주민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은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다.

    이주와인권연구소(Migration & Human Rights Institute)에 대하여...

    ‘국가’라는 이름 아래 제한되어온 수많은 제도와 인권을 검토하고 연구하여, 한국사회뿐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빈곤,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고자 하는 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실천적으로 모색해보고자 2005년 8월 부산 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의 부설기관으로 개소하였다.
    2005년 ‘이주노동자와 노동조합’, 2006년 ‘경계를 넘어 이민사회로-국가별 사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색’이란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http://www.mihu.re.kr)


    옮긴이 이혜진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쯔꾸바대학(University of Tsukuba) 사회학 박사과정

    옮긴이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부산대학교 경제학 박사

    차례

    제I부 이주정책의 갈림길에 서서
    제1장  다민족ㆍ다문화 공생(共生)의 미래를 향하여
    제2장  인권과 공생을 위한 법과 제도

    제2부 개별과제에 대하여
    제3장  일할 권리, 일하는 자의 권리
    제4장  이주여성의 권리
    제5장  가족과 어린이의 인권
    제6장  어린이의 교육
    제7장  의료와 사회보장
    제8장  지역자치와 외국국적 주민
    제9장  굳게 닫힌 난민에 대한 문을 열기 위하여
    제10장  수용과 강제퇴거
    제11장  재판 받을 수 있는 권리
    제12장  인종 차별과 외국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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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회의>에 실린 '책으로 만나는 이주민의 삶'
    ●  아시아 이주민들의 삶 <입국자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10점
    이주노동자와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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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사랑과 책은 나누면 나눌수록 좋다고 하던데요. 특히나 좋은 책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죠. 이런 책의 행복한 순환을 이끌어내는 북리펀드 사업.
    북리펀드는 한국출판인회의와 네이버가 함께 하는 독서 캠페인인데요.

    매달 40권의 도서를 선정하여 홍보하고, 책 구매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 반납하면 책 가격의 50%를 돌려주는 사업이랍니다. 반납된 도서는 전국의 마을도서관에 기증하고요. 아직까지 북리펀드가 뭔지 생소하신 분은 네이버에서 ‘북리펀드’를 검색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책을 사시는 분은 나중에 반납하고 책값의 반을 돌려받으니 부담이 적고 반납된 도서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산 넘고 바다 건너 책을 구하기 힘든 분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 좋은 일도 되구요.

    평소 읽고 싶었는데 책값이 부담되었다면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하는 수고는 당연히 해야겠죠.


    저희 출판사도 당근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매달 2권의 도서를 신청하는데 이번에는 『입국자들』과 『극동 러시아 리포트』를 신청했답니다. 오늘 투표상황을 보니 『입국자들』이 1위를 달리고 있더군요. 1등이나 40등이나 선정되는 것은 똑같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습니다.^^

    그럼 열화(ㅎㅎ)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는 『입국자들』은 어떤 책인지 궁금하시죠.^^
    『입국자들』은 이주민 문제를 화두로 삼고 그 문제에 지속적으로 천착하고 있는 하종오 시인의 이주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는 시집인데요.

    이제껏 많은 매체들이 이주민의 삶에 주목해왔지만 실상과는 괴리가 있는 다소 일방적인 시각이 많았죠. 이주민들이 직면한 비참한 현실만을 주목하여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거나, 또는 그들을 정적인 인물로 고립시키거나, 선한 인물로 신비화하기도 하고요. 반면, 한국인들은 주로 악한 인물로 그리고 있죠.^^ 이러한 점들은 대체로 한국인의 시선에서 그들을 일방적으로 대상화할 때 나타나는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종오 시인은 이러한 일방적인 시선을 넘어서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선들을 맞대면시키며 섬세한 시선으로 이주민들의 일상생활을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사기를 치기도 하고(「눈비음」), 한국 체류기간 동안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되풀이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도 하고(「소자본가」), 솟구치는 욕정 때문에 자국 언어로 한국여성들에게 진한 농을 던지기도 하고(「공단 밤거리」), 합법 체류자가 되기 위해 결혼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이유 있는 방황」),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는 일하기를 꺼려하고(「작은 공장」),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이주민들이라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시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주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주민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시인의 연륜이 담긴 시들을 통해 이주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입국자들』이 북리펀드 도서로 선정되면 책의 선순환에 같이 동참해도 좋을 것 같네요.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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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심원 2010.06.10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의 순환이라... 저는 책은 소유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읽지 않아도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읽은 내용 등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2. BlogIcon 마루니 2010.06.10 1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책 욕심이 많아 많이 쌓아두는 편인데, 그것도 좋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번 읽은 것은 잘 안 보게 되더라구요.^^ 의외로 책에 고파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사실 이번 달은 저자 만남이 아니라 역자 만남입니다. 이번 달에 독자들과 함께한 책은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라는 번역서였으니까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는 'NGO의 정책 제안'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주민 정책을 제안한 일본책을 번역한 책입니다.

    산지니 대표께서 원서를 들어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책을 번역한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이한숙 선생입니다. 이한숙 선생은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일본은 방문한 경험으로 말을 시작하셨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주민들의 환경이 열악하기가 짝이 없지만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아니, 우리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지요. 이주민 관련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기는 우리보다 일본이 먼저이고, 그에 따라 이주민을 지원하는 단체도 우리보다 먼저 생겼으며, 그런 단체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 책은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이한숙 선생은 일본 엔지오와 교류하면서 이 책을 번역해야겠다 생각하셨다는군요.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우리 현실입니다. 그간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많았고, 정부 정책도 많이 바뀌고 했는데, 이주민들이 살아가기가 좀 나아졌는지 묻는 질문에 현정부 들어서 후퇴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표시하셨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라면 무엇보다도 이주민들 스스로의 인식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준비해간 자료를 열심히 읽고 계시는 독자분



    때 맞춰 극단 새벽에서 이주민 관련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데,
    오늘 저자와의 만남이 있는 걸 아시고 초대권을 보내주셨네요. 오늘 오신 독자분들 다섯 분께 초대권을 나누어드렸습니다. 연극 제목은 <미누, 시즈위 밴지를 만나다>이고, 5월 15일까지 공연한답니다.


    이한숙 선생님께서 미누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미누는 네팔에서 온 이주민으로, 17년 동안 한국에서 살다가 2009년 표적 단속을 당해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연극은 30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정책이 2000년대 한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연극에 대한 자세한 내용 보기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10점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 지음, 이주와인권연구소 옮김/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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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회의> 268호에서 '다문화사회와 출판'이라는 기획 특집 기사를 실었습니다. 점점 다문화사회화 되어가는 우리 사회인데, 출판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기획이라고 합니다. 다문화 관련 서적들이 종종 출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산지니 출판사에도 원고 청탁이 왔네요. 재작년에 펴낸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라는 책의 기획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0매 원고를 써서 보냈습니다.  다음은 원고 내용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따뜻해진다. 서로 기대고 돕고 사는 사회는 얼마나 이상적인가. 이렇게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절실하다. 그러나 이 당연한 사실이 한편으론 너무나 당연하게 외면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심화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우리 옆의 약자』_약자와 소수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파헤치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했다. 이 관심은 출판사 설립 초기에 출간한 『우리 옆의 약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우리 옆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르포 작가 이수현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직접 찾아 그들의 삶의 현장을 한 편의 글로 담아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미혼모, 희귀난치병 환자, 병역 거부자, 청소년, 노숙인, 쪽방 사람들, 신용불량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어민들, 성소수자, 독거노인, 탈북 새터민 등 이 땅에서 차별받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소수자들. 저자는 우리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일상에서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매 꼭지마다 전문가 기고를 통해 소수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우리 옆의 약자』의 1장 두 꼭지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국경 없는 마을에서 직접 만난 이주노동자와 청소년, 아이들의 열악한 상황,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이 꿈꾸는 세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박노자 교수가 추천사에서 쓴 말마따나 외국인의 노동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특징인 불안 노동의 한 종류일 뿐이고, 누구나 노동 불안화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임금 체불이나 손찌검을 덜 당하고, 월급을 약간 더 받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박해 받을 일이 없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지, 사실 대형 마트나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국 여성의 처지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누구나 이주노동자의 처지가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와 남을 가르고 구분하기보다는, 따뜻한 관심으로 내가 아닌 그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이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_일본의 이주민 정책 문제를 살펴보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들을 몇 권 출판한 이후 이를 눈여겨보았는지 지역의 이주민 관련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부산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부산 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의 부설기관 이주와인권연구소는 일본에 있는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The Solidarity Network with Migrants Japan)라는 NGO 단체와 연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단체에서 펴낸 책을 번역해서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이렇게 해서 펴낸 책이 바로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다.

    일본이 한국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10년을 앞서간다고 하듯, 이주민 관련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문제라고 하면 이주노동자 문제만 거론되다가, 2000년 이후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이주민 문제로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일본에서는 이주민 문제가 그보다 10년 전(1990년 개정 출입국관리와 난민인정법 시행 이후)부터 사회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이주정책을 거론할 때는 어김없이 일본의 사례를 든다. 그것은 일본과 한국사회의 이주 문제와 성격이 매우 유사할 뿐 아니라 한국의 이주노동정책이 많은 부분 일본의 정책을 답습하거나 모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연수생과 기능실습생 제도는 일본의 연수기능실습 제도를 흉내낸 것이고, 일본의 남미 일계인 문제는 우리의 재외동포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비슷한 만큼 일본의 시행착오는 우리에게 현재와 미래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이주민 관련 지원 활동도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훨씬 먼저 시작했으며, 다양한 활동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는 일본에서 이주노동자 및 외국 국적 주민 지원 활동을 하는 NGO들이 1991년부터 정기적으로 외국인노동자 문제 포럼을 개최하며 연대하던 중, 일상적인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1997년 발족한 단체이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와 외국 국적 주민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정책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는 바로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의 노력과 활동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부제 ‘NGO의 정책 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엇보다도 정책 제언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부족하나마 이주민 관련 책들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는 시점이었으나, 정책을 이야기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정부 기관도 늘어나고 지자체에서도 다문화 가정에 관한 여러 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입안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하는 책은 아직 부족하다.

    마침,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 제언은 탁상공론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정책을 도입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예를 들어, 이주 어린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출생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주 여성을 가정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외국 국적자에게 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수용할 때는 어떤 절차를 갖추어야 하는지, 수용소 내부는 어떤 복지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등 아주 구체적인 제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아직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12월 28일 펴낸 ‘2009 외국인보호소 방문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단속, 이송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에게 출입국 단속의 요건 및 절차 등을 법률로 규정하라고 권고했다 한다. 따라서 아직도 이와 관련된 책이 필요하고, 더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 책은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과 일본 쯔꾸바 대학의 사회학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이혜진 연구위원이 맡아 번역을 해주었고, 원저작권자인 일본의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는 인세를 한 푼도 받지 않음으로써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었다.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책이 출간된 후 뜻하지 않게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도서로 선정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처음 책을 낼 때는 독자 타깃을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이나 이주민 관련 단체 활동가들, 약자와 소수자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으로 두었으나 청소년도서로 선정이 되고 보니 세계인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청소년들이 읽어도 충분히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속에서 더 열린 자세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야 할 다음 세대를 위해 청소년도서로 선정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들고, 그 책으로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서로 나누고 보듬어 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담당 편집자로서는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이 책이 징검다리가 되어 이주민 문제 관련 시인 하종오의 시집 『입국자들』을 펴낼 수 있어 더욱 보람 있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 10점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일본 네트워크 지음, 이주와인권연구소 옮김/산지니
    우리옆의 약자 - 10점
    이수현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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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아침마다 전 직원이 모여 회의를 한다.
    출판사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전 직원이 같이 공유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나누기 위해서 오전 약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각 편집자마다 편집하고 있는 원고의 진척 정도, 출간의뢰 들어온 원고 검토(출간할 건지 말 건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 서점 출고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전화가 자주 와 흐름이 자주 끊겼는데(혹시 주문 전화일지 몰라 안 받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음) 백 번 끊겨도 좋은 전화 한 통.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2/4분기 올해의 청소년도서에 하종오 선생님의 『입국자들』이 선정되었다는 전화였다. 회의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겨운 것 또한 사실. 모두들 뻑뻑한 얼굴로 회의하고 있다가 돌연 모두들 화색이 가득.^^

    뭐든지 상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것. 더구나 보너스로 연결되면 더더욱 좋은 것. 우리 출판사는 따로 보너스가 없는 대신 도서 선정시 구입금액의 1%를 보너스로 받는다. 비록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갑자기 생긴 공돈이니 기분은 짱이다. 오늘은 우리 사장님 기분 좋다고 점심도 탕수육으로 한턱 쐈다.

    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선사한 『입국자들』이란 어떤 책인가?
    이주민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형상화해 온 하종오 시인의 새 시집으로 이주민들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책이다.

    입국자들, 46판 양장, 값 12000원



    우리들은 흔히 이주민을 인간 개개인으로 보지 않고 인종이나 민족적 차원으로 환원하여 깜둥이, 필리핀인, 태국인 등으로 호명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주민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그들 개개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다.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고 교감할 수 있는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만남을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입국자들』에서 담아내고 있는 이주민들의 모습은 자기들끼리 사기를 치기도 하고, 한국 체류기간 동안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되풀이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도 한다. 솟구치는 욕정 때문에 자국 언어로 한국여성들에게 진한 농을 던지기도 하고, 합법 체류자가 되기 위해 결혼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는 일하기를 꺼려하고,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주민이라 해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http://sanzinibook.tistory.com/63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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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yain 2009.09.08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판사에 근무를 하시나요.
      좋은 직장에 근무하시는군요.
      어쨌든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

    2. 예비교사 2016.04.06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회과 교사를 꿈꾸는 24살 청년입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필요한 관용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학습지도안을 작성하는 와중에 어떤 문학작품들이 이주민의 삶을 담아두었을까 찾아보다가 왔습니다.
      우수도서 선정 축하드립니다. 언젠가 교단에 서면 이 책을 아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네요.

      • BlogIcon 잠홍 2016.04.06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국자들>은 시집 전체가 이주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책이 아닐까 합니다. 문학작품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박노자 교수가 추천한 <우리 옆의 약자> 또한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멋진 꿈 꼭 이루셔서 학생들과 만나시길 바랍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는 이주민들을 얼마나 얼마나 정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아시아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국인들의 눈에 비친 아시아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시아인들의 눈에 비친 아시아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연의 재앙에 노출되어 있는 아시아인들의 인생은 어떠한가.
    정치 경제적으로 각각 다른 체제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아시아인들의 인생은 어떠한가.  - '시인의 말'에서


    노파는 웃는다

    한국 공장에 취직하러 간다는
    손자 덩군터숭는을 볼 때마다

    한국말을 모르는 척
    한국을 모르는 척
    노파는 병상에 누워서
    손자 덩군터숭는과 잡담을 나눈다
    당연히 태국말로

    이젠 더욱 한국에 갈 수 없고
    이젠 더욱 한국어를 쓸 수 없겠지만
    노파는 망설인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일제 때 처녀로 정신대에 끌려왔다가
    태국 여자 행세하며 할머니로 살아남은 신세를

    처자식까지 있는 손자 덩군터숭는이
    한국 공장에 가서 몇 년 열심히 일하고 돈 모아
    태국 집으로 돌아오면 부자 된다고 자랑할 때마다
    노파는 속마음으로 속마음으로 바란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제 얼굴과 할머니의 얼굴에서

    한국인의 이목구비를 느낄 수 있기를
                                                         -「귀국」, 184쪽



    지금 한국 사회에는

    수난당하는 이주민들을 도와주자
    그들을 한국인으로 인정하자
    한국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비판하자

    라는 담론이 들끓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려운 경제 사정과 한국인들의 실업난을 빌미삼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질시와 추방의 분위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
    지젝(Slavoj
    Žižek)은 인종차별주의의 논리를
    우리의 향락을 타자가 박탈했다는 향락의 절도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바 있는데,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그러한 심리적 박탈감이 이주민들을 향해 표출되고 있다.

    46판 양장, 정가 12,000원

    이제껏 많은 매체들이 이주민의 삶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다소 일방적이었다. 이주민들이 직면한 비참한 현실만을 주목하여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거나, 또는 그들을 정적인 인물로 고립시키거나, 선한 인물로 신비화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인들을 악한 인물로만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은 그들의 실상과 거리가 멀다.

    시집『입국자들』은 이주민들을 도움을 기다리는 고통받는 얼굴로만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한 표정을 간직한 이들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이주민들은 자기들끼리 사기를 치기도 하고, 한국 체류기간 동안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되풀이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돌아온 쩐주이호안 씨는 /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수리점 차렸다 // 합법체류 이 년 불법체류 팔 년 / 청년 때 가서 일해 돈을 모아 / 중년이 되어 돌아온 쩐주이호안 씨는 / 수리공들 일찍 출근시키고 늦게 퇴근시키고 / 봉급 적게 주며 미루었다가 / 제풀에 지쳐 떠나가게 만들었어도 / 오토바이는 제때 고치도록 했다 // 한국인들이 하던 그대로 / 베트남인들에게 똑같이 하니 / 저절로 손님들이 꼬여서 / 장사 잘 된다는 쩐주이호안 씨는 / 신형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거드름 피웠다 // 그러나 한국으로 취업하러 가려는 / 젊은이들이 찾아와 도움말 한마디 구하면 / 쩐주이호안 씨는 입 꽉 다물어버린다


    - 「소자본가」, 208쪽


    솟구치는 욕정 때문에 자국 언어로 한국여성들에게 진한 농을 던지기도 하고, 합법 체류자가 되기 위해 결혼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는 일하기를 꺼려하고, 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시인은 이주민 국가의 실상을 전폭적으로 드러내면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왜곡된 시선을 고쳐준다.

     

    책에는 이주민들과 맞대면하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 안에 그려진 한국인들 역시 이주민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다. 시인은 한국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신세가 다르지 않다고 꼬집기도 한다
    . (연합뉴스)


    한국인 노동자도 외국인 노동자도 / 봉급에 별 차이가 없으니 / 인도네시아인 하디링랏 씨는 / 한국인 철진 씨가 안쓰럽다 // 철진 씨는 한국 수준으로 쓰니 / 모자라서 빌리러 다니고 / 하디링랏 씨는 인도네시아 수준으로 쓰니 / 송금하고 나머지로 먹고 입는다 // 한국인 철진 씨도 /인도네시아인 하디링랏 씨도 / 언제 잘릴지 모르기는 마찬가지 // 노동자론 힘들기는 마찬가지여도 / 철진 씨는 한국에서 지내야 하므로 잘 살 수 없을 것이고 / 하디링랏 씨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면 잘 살 것이다 / 피차 그렇게 생각하며 /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 쉴 때는 옆에 주저앉고 / 일할 때는 물건을 맞잡고 옮긴다

    -「비정규직」, 162쪽



    『입국자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탈북과 그 이후의 고난ㆍ가난ㆍ그리움 등 탈북자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국경 너머」(1부), 몽고ㆍ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이들과 현지 가족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사막 대륙」(2부),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온 이들의 한국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는「이주민들」(3부), 한국에서 고국으로 귀환한 자들과 한국에 간 이들을 기다리는 현지 가족의 생활을 다룬 「귀환자들」(4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무엇보다 이주민 개개인들과의 개별적인 만남을 중시한다. 우리들은 흔히 이주민을 개인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인종이나 민족적 차원으로 환원하여 대면하곤 한다. 예컨대, 이주민 개개인을 깜둥이, 필리핀인, 태국인 등으로 환원하여 호명한다. 그리고 민족이라는 집단에 스스럼없이 동화되어 그들을 대면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이주민들에게 배타적인 민족감정을 드러내고, 그러한 배타성을 집단 내부의 책임으로 전가하여 별다른 죄책감 없이 폭력적인 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주민을 집단으로 보지 않고 그들 개개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고 있다. 이것은 이주민들을 국적이나 인종과 같은 집단으로 보는 태도에 맞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또한 그것은 민족 감정이 발현되기 쉬운 집단 대 집단으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고 교감할 수 있는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만남을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나타난 작업이기도 하다.


    하종오 시인

     

    1954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호는 河詩이다.  그동안 하종오 시인은 『반대편 천국』(문학동네, 2004)『국경 없는 공장』(삶이 보이는 창, 2007)『아시아계 한국인들』 (삶이 보이는 창, 2007) 등에서 이주민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이번 시집 『입국자들』도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주민과 현지가족의  실제 삶에 바짝 다가가 들여다봄으로써 그들과의 진정한 만남을 추구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향해 질주하는 아시아 각 국가와 한국 사이에서 생존하려는 평범한 인간 개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서울의 변두리에서 사는 나는 부산을 중심으로 터잡아 출판 활동하는 ‘산지니’에서 시집을 출간하여서 특별히 기쁘다."  - '시인의 말'에서



    차례

    제1부 국경 너머

    재배하우스 / 목련 / 말투 / 초청 / 대면식 / 젊은 여자 / 구경 / 적금통장 / 부부 / 남자종업원 / 짓거리 / 출향 / 시급(時給) / 별미 / 강가에서 / 독상(獨床) / 화전(花煎) / 타국 / 봄꽃 / 국경 너머 / 월경(越境) / 비 내리는 날 / 과수 / 접경지대 / 이국

    제2부 사막 대륙
    푸른 하늘 / 장맛비 / 닮은꼴 / 신혼시절 / 변두리 동네 / 놀이터 / 전업 / 전 재산 / 후예 / 고물자전거 / 겸상 / 비행 / 아이 몇몇 / 속울음소리 / 방사림 / 직업 / 밑천 / 편서풍 / 방풍림 / 이주 / 페트병 / 귀가 / 모터펌프 / 호수 / 플라스틱 통 / 쌍봉낙타 / 두 눈 / 사유(私有)

    제3부 이주민들
    작은 공장 / 돌연사 / 밴드와 막춤 / 기후 난민·1 / 값 / 공중목욕탕에서 / 먼 메콩강 / 눈비음 / 열대야 / 신분 / 목적지 / 교제 / 첫눈 / 첫낯 / 여권 / 봉급 / 연인 / 속사정 / 공단 밤거리 / 비정규직 / 오해 / 장애 / 메콩강, 메콩강 / 휴일 / 외모 / 구직자들 / 시내버스정류장에서 / 사전 / 축제

    제4부 귀환자들
    귀국 / 메콩강 / 모델료 / 안나푸르나 / 불행한 휴식 / 뉴스 / 알 수 없는 일 / 한 가지 이유 / 전후(前後) / 우기 / 연(緣) / 악랄한 공장 / 소자본가 / 악수 / 세 번의 행운 / 가까운 메콩강 / 서글픈 귀환 / 금의환향 / 취업 / 관광객 / 귀국자 / 메콩강 가 / 소식 / 난민 / 기후 난민·2 / 생리휴가 / 신출(新出) / 섬나라


    * 『입국자들』책소개 더보기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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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비 2009.06.25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이 좋네요.

    2. BlogIcon 망명객 2009.07.01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 꼭 구입해 봐야겠네요.

    3. 풀소리 2009.07.07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공장 이라는 시는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는 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