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주민과 함께>에서 주최하는 '아시아문화 한마당'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너무 쌀쌀했는데 지난 주말만 신기하게 따뜻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늘만 보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한마당은 민주공원에서 11시에 시작해 5시에 끝나지만 야외부스는 3시에 철거되고 극장 안에서 이주민들의 공동체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매 해 하는 공연이지만 연극이 가장 인기 있는 공연입니다.
이미 제가 도착했을 때는 안에서 연극이 한창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가을을 즐겼습니다. 너무 좋으면 사진 찍는 것도 잊는다고 했던가. 갈 때는 사진 많이 찍고 와야지 해놓고 막상 멍하게 앉아서 찍은 하늘 사진 밖에 없네요.(변명 중;;)
대부분 아시아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와 오지 않는 건기로 나눠지는데 우리나라의 4계절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계절이지요. 건기는 우리 가을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계절이지요. 가을이 없는 나라에 온 친구들이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가을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출렁출렁 튜브를 타고
들이 너른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이글이글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산이 높은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어슬렁어슬렁 물가를 걸어다니고
강이 긴 나라에서 온 남녀들은
첨벙첨벙 수영을 했다.
「축제」일부,『입국자들』, 하종오
산지니에도 이주민과 관련된 책을 몇 권 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건 이주민들의 개개인의 삶을 다양하게 오린 하종오 시인의『입국자들』
행사에서 만난 미얀마 친구는 고국에 돌아가 사진스튜디오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되면 자신의 자유를 뺏긴다고 말했던.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진지함에 저 역시 조용히 경청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자신이 꿈꾸는 세계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억울한 악몽인가? 남들의 일생에 얽히고설켜서 제 평생을 마쳐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생애인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돈을 벌러 온 이주민을 우리 너무 배타심과 이기심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이제 돈만 벌기 위해 한국에 온다는 이주민의 다른 꿈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가을날의 노을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바라본 가을 노을. 가을은 역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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