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불교의 역사

| 다케무라 마키오 지음 | 도웅스님·권서용 옮김 | 산지니 | 288쪽

 

불교는 최초 출현 이후 어떻게 전개되어 여러 주변국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걸까? 이 책은 인도불교의 출현, 분파로 전개된 이후 밀교와 쇠퇴, 그리고 주변국으로 전파된 과정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석존의 생애부터 입멸 후 부파불교의 전개, 대승불교의 출현, 공의 논리, 유식의 체계 등 인도불교의 사상적 전개를 추적하면서, 특히 초기불교와 인도불교를 이루는 다섯 개의 축, 즉 설일체유부, 경량부, 대승불교, 대승중관불교와 대승유식불교를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아시아 불교의 근원인 인도불교 사상의 발전과 전개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뿐 아니라, 특히 한국에 유입된 대승불교의 출현과 함께 『반야경』, 『화엄경』, 『법화경』, 『무량수경』 등의 대승불교 경전이 가지는 특징들을 알기 쉽게 풀이해 준다. 이 책에서 필자는 석존의 깨달음을 실존적으로 음미하여 불교사 전체를 그 ‘깨달음’의 전개로 파악하며, 이것을 축으로 하여 간명한 불교사를 구성하고자 했다.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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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불교의 역사 - 10점
다케무라 마키오 지음, 도웅 스님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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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동부 광대한 옥토를 가로지르는 강이 있다. 갠지스강이다. 이 갠지스강의 한 지류로 그 옛날 '네란자라'라 불렸던 강이 흐르고 강의 유역 근처에 높이 52m의 석탑과 그 안쪽에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큰 가지를 드리우고 서 있다. 바로 석존이 그 아래서 좌선해 무상의 깨달음을 얻은 덕택에 이 무화과 나무를 '보리수'라 일컫는다.

하지만 그 보리수 근처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절도, 불상도, 보살도 없다. 여기서 질문 하나. 그렇다면 불교는 최초 출현 이후 어떻게 전개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걸까?

그 해답이 이 책에 있다. 책은 주로 인도에서 석존이후부터 밀교이전까지 불교의 사상적 전개를 추적하고 있다. 석존의 생애부터 입멸 후 부파불교의 전개, 대승불교의 출현, 공(空)의 논리, 유식의 체계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들어온 대승불교의 출현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불교의 분열, 부파불교의 전개

 

'하여튼 상당히 다른 불교가 같은 불교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이상, 거기에는 무엇인가 입장이나 공통의 사상이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18쪽)

깨달음을 최대 목표로 삼는 불교의 가르침도 석존 입멸 100년쯤(BC283년경)에 이면 하나의 교단으로 존속해 왔던 승가에서 의견의 대립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고자 교단은 1차 결집에서 석존이 제정한 계율은 고수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지만 이른바 혁신파들은 여기에 납득하지 않고 새로운 분파를 형성, 혁신파인 '대중부'와 보수파인 '상좌부'로 나뉘게 된다. 이렇게 분열될 무렵 제2차 결집이 이어지나 다시 한 번 교단이 분열되면서 20개 정도의 교단이 형성되고 이를 '부파불교'라고 부른다.

 

부파불교는 본래 석존의 생존 때의 간명한 가르침과 사후 경전에 대해서 개념을 정확히 하여 불교 교의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점차 복잡한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들은 석존의 언어를 해석하고 또 깊이 천착해 감에 따라 세계와 자아에 대한 인식을 극도로 자세하고 치밀한 논리로 규명해 나갔다.

한 예로 대표적 부파불교인 설일체유부파는 세계를 5범주로 나누고 또 이를 75법에 따라 분류하는 복잡성을 갖추기도 했다.

 

◆불교의 개혁, 대승불교의 출현

 

'석존의 설법은 아함경으로 정리되어 각 부파에 전해져 유지되었다. 그러나 부처님 입멸 3, 4백 년가량 지나서 새로운 불설(佛說)이 천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었다. 반야경 화엄경 법화경 무량수경과 같은 경전이 석존의 설법으로서 선포되었던 것이다.'(129쪽)

이것은 새로운 불교의 출현이었다. 부파불교에서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불교의 '신흥종교' 탄생이었다.

새 불교의 주체들은 자신들을 '대승불교'(위대한 교의)라 부르고 종래의 불교를 '소승불교'(저열한 교의)로 비난했다. 이때 불교문학 운동도 유입됐다. 대승불교 수행의 핵심이 되는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은 불전문학에 나오는 것들이다. 그리고 대승불교에 귀의하여 보리심(깨달음을 추구하는 구도의 마음)을 발한 자는 모두 보살로 불렸다. 오늘날 우리네 절에서 자주 듣는 '보살님'도 이때부터 생겨난 용어이다.

원래 종교라는 세계에서는 확실히 객관적 사실이나 역사적 진실만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가령 신화든 설화든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 종교적 의미이며 진실이다. 대승불교는 문학을 통해 석존을 해석하고 깊이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종교적 진실을 체험하고 있는 불타를 만나고 그 핵심을 널리 전하고자 했던 것 같다.

대승불교도들은 선정 속엣 이루어지는 깨달음의 체험에 근거를 두고 그 과정에서 자아와 존재일체가 공(空)임을 밝히기 위해 연기설이나 유심(唯心)과 같은 다양한 언어들을 주도면밀하게 표현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본체를 가지지 않는 공의 존재방식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현상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공의 논리와 유식의 체계

 

대승 경전을 기반으로 불교의 철학적 사상체계가 정리되어 가던 중 불교는 이제 중관파와 유가행파의 2대 학파로 확립된다. 중관파는 나가르주나를 조사로 하는 학파이며 유가행파는 마이트레야, 아상가 바수반두가 이 사상의 대성가들이다.

다만 중관파는 일체의 언어를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부정하고 있었던 반면 유식행파는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이 다 같이 하나의 식(識) 속에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마치 궤변을 갖고 우롱하는 것과 같은 중관파의 '중론'은 모순율을 구사하는 형식논리학을 고수하는 한편 유식행파의 유식론은 깨달음을 실현하면 어떤 길을 걷고 성불하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는 게 서로의 다른 점이다.

이후 인도불교는 1203년 이슬람의 침공으로 파괴되어 갔지만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전해져 계속 생존했다. 288쪽, 2만원.

 

▷지은이 다케무라 마키오…

 

1948년 도쿄에서 출생. 도쿄대학교 문학부 졸업. 문화청 전문 직원. 미에대학 조교수와 쓰쿠바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도요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승불교사상을 전공했으며 저서로 '유식의 구조' '대승불교 입문' '성유식론을 읽다' 등 다수가 있다.

 

매일신문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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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보드가야에는 지금도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가 있고 이 나무 아래 큰 석탑 안쪽에 금강보좌가 놓여 있다. 여전히 많은 불교신자들이 이곳을 참배하고 부처님의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찰, 불상도 없다. 그렇다면 불교는 최초 출현 이후 어떻게 전개돼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걸까?

대승불교사상을 전공한 일본의 불교학자 다케무라 마키오 도요대 교수는 최근 펴낸 <인도불교의 역사>를 통해 부처님의 생애부터 입멸 후 부파불교의 전개, 대승불교의 출현, 공의 논리, 유식의 체계 등 인도불교 사상사를 정리한 책으로 불교의 출현과 교리, 분파의 전개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기존의 불교가 전문화, 고립화되고 민중과 멀어지면서 이에 반기를 든 대승불교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서기 기원 전후에 출현한 새로운 불교로 문학적으로 뛰어난 경전을 많이 산출하고 공의 철학이나 유식의 철학도 체계화했다. 중국, 한국, 일본 및 티베트 등 동남아시아에는 대승불교가 전파돼 지역의 풍토와 문화에 따라 독자적으로 전개된다.

더불어 저자는 대승불교의 출현과 함께 대승불교의 경전인 <반야경>, <화엄경>, <법화경>, <무량수경>을 소개하고 각 경전이 갖는 특징들을 알기 쉽게 풀이한다. 그리고 인도불교가 분파로 전개된 이후 밀교와 쇠퇴까지 설명한다. 저자는 “아시아 불교의 근원인 인도불교 사상의 발전과 전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한국에 유입된 대승불교의 출현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볼 수 있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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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이 유럽에서 왔다고?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김영진 저자와의 만남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과 다시 만나게 된 봉선2라고 합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2월도 추위와 함께 끝나가고 있네요. 오늘은 지난 목요일 저녁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강연 소식을 전해 드릴까 합니다.

얼마 전 산지니에서 출간된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의 저자이자 김영진 선생님과의 뜻깊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1970년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하셨습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중국 근대사상가 장타이옌의 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어요. 『중국근대사상과 불교』 등 여러 저서를 쓰시고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십니다~!

 

 

이날 강의는 선생님의 최근작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으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불교와 불교학>이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열띤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강의를, 그것도 무료로 말이죠!늦은 밤이었지만 강연을 찾아주신 분들과 설레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 . . 어떤 강연이었길래 방청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는지, 저와 함께 이제부터 알아보도록 할까요?



▲ 산지니에서 주관하는 제 79회 저자와의 만남의 주인공은 김영진 선생님이십니다.


여러분! 불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제 기억 속에서 불교는 '두려움'데요. 어릴 때 부모님 따라 절에 간 적이 있어요. 입구에서 마주친 사대천왕을 보고 무서워서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도 어두운 곳에 안치된 불상이나 향냄새, 주문을 읊조리는듯한 불경을 생각하면 오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저처럼 불교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분이라면 한번씩 이런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김영진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불교'에 대해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고, 나아가 불교학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이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종교로서의 불교 혹은 학문으로서의 불교학에 관련된 책이라면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먼저 선생님의 강연을 조금 엿보도록 할까요?



▲ 2월 22일(목)에 열렸던 강연 들여다보기



▲어려운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 >_<


선생님께서는 <중국 근대 불교학>을 중심으로 한 권의 책을 집필해 주셨지만, 이번 강연에서는 '학문'으로서의 불교, 즉 '불교학'에 초점을 맞추셨다고 합니다. 

불교와 불교학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불교'는 붓다의 가르침을 기초로 해서 긴 세월에 걸쳐 이룩한 종교체계를 말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종교'로서의 불교는 그 모습도 전통도 다양하죠. 그런데도 그것을 '불교'라고 간주할 만한 하나의 정체성으로 모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모두를 가리켜 '종교'로서 '불교'라고 부릅니다. 


이번 강연은 우리가 만나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그것을 대상화한 연구 활동, 즉 불교학의 성립과 전개를 다뤘습니다. 물론 고대부터 불교 전통 내부에도 불교 연구는 존재했지만, 현재 우리가 행하는 불교학은 근대 유럽에서 형성된 학술전통이라고 합니다. 종교로서의 불교와는 다르게 불교 지식의 많은 부분은 어쩌면 혼혈의 것이고, 그것을 가공한 기술은 유럽산일지도 모릅니다! 


'(Modern Buddhist studies)'이란 말은 근대시기 유럽의 학문 방법론에 기반들 두고 형성된 불교 연구를 가리킨다. 유럽에서 고전 연구를 할 때 사용한 문헌학이나 역사학이 방법론으로 주로 동원됐다. 물론 유럽에서는 '근대불교학'이 아니라 그냥 '불교학(Buddhist studies)'이었다. 하지만 동아시아처럼 전통적인 불교연구가 존재한 지역에서 그것은 기존 불교연구와 구분된 '근대불교학'이었다. '근대' 혹은 '근대적'이라는 표현은 18세기 이후 서구가 창안한 문명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럽이 생산한 근대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동아시아에서 현재 작동하는 거의 모든 학문이 '유럽적'이고 '근대적'이다. 


- 「근대학술과 불교학 방법론」,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17페이지 참고. 



▲강의 중간마다 질문이 톡톡 튀어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했답니다,

 

선생님께서 계속 강조하신 부분은 불교학과 신앙은 다르다는 점 이었습니다. 이 논제는 어떻게 보면 불교와 불교학의 차이일 수도 있겠는데요. 선생님은 불교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불교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유명한 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의 진리를 전해 들은 스님 A와 불교학자 B가 있었습니다. 


A가 진리의 말씀에 진심으로 감동해 있는 중에 B가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그 당시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니, 이상하지 않아?" 


A는 분노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의심하다니 불경스럽다고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A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B는 유명한 스님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찾기 위해 산스크리트어를 배워 부처님의 말씀을 해석한 결과 그 진리의 말씀은 출처도 없는 불경을 잘못 번역해서 일어났다는 것을 밝혀내게 됩니다. 



▲동아시아 최초의 불교학 유럽 유학생 가사하라 겐주(좌)와 난조 분유(우) 


이야기의 핵심은 진리를 찾기 전에 사실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진리가 거짓이라면 그것은 더이상 진리가 아닌 게 되는 거죠. '사실에 기반을 둔 진정한 진리는 무엇일까'는 의문은 유럽의 학자에 의해 제기되었고, 선구자에게 교육받은 동양의 유학생에 의해서 아시아에 급격히 퍼져나가서 중국 근대의 불교학이 형성 되었습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방문해 주셨답니다.


짧은 글과 영상이었지만 어떠셨나요. 근대 불교학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1시간 30분으로 약속된 강의였지만 2시간을 훌쩍 넘긴 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으니 즐기며 강의를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에는 는 어제 있었던 강의내용부터, 중국의 근대 불교학까지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책은 산지니 출판사와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 10점
김영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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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초코라떼 mj입니다^^ (첫 서평을 올린 이후 친구들은 제 닉네임을 보고 줄여서 '초라'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ㅎㅎ 닉네임이 유치하게 그게 뭐냐며.. 초라하다며.. 하지만 추운 겨울날 따뜻하고 달달한 초코라떼처럼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여러분들은 알아주실꺼라 믿습니다!!)

이전에 『고도경보』 서평을 올린 이후 하루라도 빨리 작가인터뷰도 올리고 싶었는데 다른 업무들을 보느라 이제서야 올리게됬네요.

하지만 작가인터뷰를 조금 늦게 올리는 만큼 더~욱 알찬 인터뷰 내용들로 가득가득 채워져있으니까 열심히 봐주세요~

 

제가 김헌일 작가님을 만난 곳은 영광도서 앞이었습니다~! 혹여나 늦을까 희얌90언니와 열심히 뛰어갔는데 다행히 늦지않게 도착을 했습니다!

만나자마자 출출한 저희의 뱃 속 사정을 걱정해주시며 갈비탕을 사주신 김헌일 작가님 그렇게 맛있는 갈비탕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하트3

그리곤 이내 근처에 카페에 가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근황>

Q1.『고도경보』 출간 후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글이라는 것은 창작 에너지가 솟아야 되거든. 『고도경보』를 쓰고 나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랄까, 이런 것들이 많이 솟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작품을 좀 많이 쓰려고 해요. 우선은 얼마 전 행방불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 그리고 자바해에 추락한 에어 아시아 항공기 두 이야기를 소재로 장편 항공소설로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벌써 작업을 시작하신 거예요?

구상 중에 있어요. 나는 구상을 좀 철저히 하는 편이거든.

⤷ 구상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구상만 딱 끊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 1~2달은 걸려요.

구상을 오래 하시는 편이시군요.

김헌일 작가님

 

<집필시기>

Q2. <작가 소개>에 보면 항공사에서 오래 근무하셨다고 되어있는데 소설은 언제부터 쓰시게 된 건가요?

A.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어요. 소설 공부를 시작한 것이 한 1978년도부터였거든. 그때쯤에 작품을 써서 신춘문예에도 내고 그랬지요.

⤷항공사에 들어가시고 나서 신춘문예에 작품을 내신 건가요?

그렇지요. 직장 들어가서. 그때는 넣은 것만으로도 당선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혼자 뿌듯해하곤 했어요.(웃음) 근데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어. 처음에는 친구와 그림공부를 했는데, 우연히 단편소설을 한 편 적어 공모전에 투고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상당히 평을 좋게 받은 거야. 그래서 그 때 ‘아! 이 길이 내가 갈 길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어느 공모전에 작품을 투고하신 거예요?

사내잡지였어요. 작가 소개에 보면 ‘소설에서 길을 발견한 지 30년….’이런 말이 있는데 문청시절을 포함하면 그 기간을 조금 넘기는 셈이지요. 세월을 내 문학적 업적과 비교하면 무능하고 게으른 작가지.

 

 

⤷그렇다면 항공사를 들어가시기 전에도 소설에 관심이 있으셨던 것이군요?

그래요. 문학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책을 많이 읽곤 했거든. 그런데 내가 소설에 정말 관심이 있는지, 내게 소설을 쓸 만한 역량이 있는지, 나 스스로도 알지 못했어요.

⤷그럼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때 단편소설을 한 편 쓴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학교 교지에 투고했는데, 그 내용이 10대 사춘기 학생의 방황, 분노 등을 그린 거거든요. 그러니까 국어선생님께서 부르시더라고. 그리곤 “소설은 참 좋은데, 이것을 교지에 싣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따라할 수도 있다.”이렇게 얘기하셨지. 좀 실망이었죠. 결국 소설쓰기를 놓아버렸어요. 그러다 서른 즈음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소설을 취미로 쓰시기 시작하신 건가요?

취미보다는….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돈을 벌어야 되니까 항공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내 인생을 다 바쳐도 좋을 일은 되지 못했어요. 그러다 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소설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은퇴를 하신 후의 여러 환경이 소설을 집필하시는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나요?

은퇴 전부터 글을 쓰긴 썼는데 많이 쓰지는 못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 거칠고 삭막한 세파와 직접 부딪히게 되는데, 소설은 현실 세상을 넘어선 영역의 것이거든. 소설을 쓰려면 내가 쓰려는 소설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야 하는데 직장에서 한참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글을 쓰려고 하면 모드체인지가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은퇴를 하고 나서는 하루 종일 글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면서 소설가로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고도경보는 은퇴 후에 쓰시게 된 건가요?

직장생활을 할 때 항공과 관련된 내용의 항공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공항에서는 온갖 인생사가 집약적으로 일어나거든. 그래서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 항공소설에 대해 진지하게 구상을 하게 되었죠. 특히 『고도경보』 중 <지상의 낙원 오로 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썼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쓴 것이예요.

 

<집필동기>

Q3.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소설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이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문학에서 찾게 되었고, 그로인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왜냐하면 문학이라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이고・본질적인 것을 탐구하고 집약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글감>

Q4. 글감은 주로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과거 항공사 근무 경험에서 대다수 찾으시는 편이신가요?

A. 글감은 주로 경험에서 많이 나오는 편이지요. 그리고 인문학 서적 읽기를 좋아해서 자주 읽는 편인데 그것도 많은 도움이 됬어요. 이렇게 과거 항공사에서의 경험과 인문학 서적, 전문서적 등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결합하여 글을 쓸 주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하고…… 그렇게 써가고 있죠.

 

<경험>

Q5. 소설에 보면 비행기 조종사, 관제탑에서 교신을 하는 사람, 사무실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여 이․착륙을 관리하는 사람, 표를 관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데 작가님께서는 항공사에서 근무하실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가 궁급합니다.

A. 나는 대한항공, 타이항공 이렇게 두 군데에서 근무를 했어요. 대한항공은 규모가 커서 정해진 일만 주로 했는데, 내가 하던 업무는 카운터에서 승객들의 좌석 배정을 하는 일이였어요. 공항의 가장 대표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타이항공에서는 항공에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다 해야 했어요. 조종사 숙소관련 문제부터, 운항계획, 기상 상황, 항로, 관제, 정비에 관련된 사항까지. 그곳에서 그러한 다양한 일들을 하다 보니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조종사들을 직접, 그리고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예요. 전부가 외국인 조종사들이어서 한계는 있었지만.

 

대한항공

타이항공

⤷저는 책을 보면서 비행기 조종과 관련된 내용이 너무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서 과거에 조종사를 하신 줄 알았어요. 그렇다면 비행기 조종 관련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항공조종에 관련된 것은 내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항공기나 조종학과 관련된 책도 다양하게 읽고, 기상학도 공부하고. 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비행기 조종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에 의해서 조종이 되는 거거든. 이런 시스템을 사서 집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지요. 쉽지 않아.(웃음) 아직도 많이 모자란 건 분명하지요. 흉내만 내는 거지. 진짜 조종사들이 내 책을 보면 순 엉터리라고 할 껄?(웃음)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그렇다면 소설 속에서 작가님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있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떠나는 사람들>은 내가 항공사 근무시절에 그와 비슷한 일을 본 적이 있어서 적은 것이고, <기도>는 괌에 추락했던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이고, <나비 속에서>는 내가 공항에서 태풍이 부는 날 항공편을 핸드링하면서 느꼈던 것을 적은 것이에요.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작가의 경험이 안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라서 그 외의 다른 작품들에도 내 경험이 조금씩은 다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중편 <붉은 띠>의 경우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 왜냐하면 내가 그 현장에 안 있어봤으니까.

그렇죠. 9.11 테러 때니까.

그래서 자료조사 할 때부터 많은 노력을 해야 했어요. 아랍 말이라든지 그들의 생리, 왜 어떻게 이런 테러를 하게 됐는지 등. 또 당시의 부시 대통령의 기독교 원리주의적인 사상과 정책들 같은 것들도 다 공부를 해야 됐어요.

 

<작품 속 불행한 가정환경>

Q6. 소설 속 주인공들의 가정사를 보면 모두들 아내 혹은 자신이 이혼을 요구하거나, 불륜을 저지르고, 외도를 하는 등 불행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렇게 상황을 설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근본적으로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의 불행과 비극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아픔, 고뇌, 번민과 같은 것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행복한 상황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소설의 발상이 문제가 있는 인생, 가정 등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정형남 작가는 문학을, 그 중에서도 소설을 뻘의 문학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어요. 뻘의 문학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뻘은 육지에서 나오는 온갖 오물들을 정화해서 맑은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잖아요. 이와 같이 소설이라는 것이 우리들 인생살이에서 온갖 추하고, 악하고, 불합리한 일들을 다룸으로써 그러한 것들의 해결책 혹은 타개책을 제시해준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실제로 비행기 조종사들의 아내들이 남편의 직업이 조종사인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듣거나 보신 적이 많으신가요?

거의 상상이지요.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소설 내용과 같이 불행한 가정환경들을 마냥 허구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어요. 어느 가정에서나 있어날 수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적은 거거든. 비단 비행기 조종사들의 가정뿐만이 아니라 모든 가정들이 각자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는 거니까.

 

<신과 종교>

Q7. 소설에서 보면 하늘은 신의 영역이라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종교와 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작가님께서는 종교와 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도대체 알 수가 없어."

"뭐가요?"

"신 말이야. 하나님. 정말 신이라는 게 있는 거야?"

"당연하죠."

"있다면 있겠지. 그런데 도대체 신은 누구편인거야?"

"당연히 인간 편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은 우리 편이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후쿠시마 쓰나미. 무섭고 어이가 없었네. 한순간에 도시가 없어지고 그 많은 생명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닷물 속으로 쓸려가도 좋은 것인가? 허리케인, 화산 폭발, 대지진…. 도대체 신의 정체가 뭐야?"

"글쎄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 <기도> p.59

 

A.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인간에게 종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간은 약하니까. 누구나 집에 큰 불행한 일을 당한다든지 죽을 때가 되면 하나님부터 찾게 되요. 그런데 그런 하나님이 곡해되는 경우도 너무 많은 것 같아.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 살상 이런 거지요. 우선 <붉은 띠>에서 내가 그려놓았듯이 종교의 이름으로 많은 살상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알카에다, IS의 테러가 가깝고 손쉬운 예지요. 종교라는 것이 인류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 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했거든. 십자군 전쟁 이후로 인류의 전쟁사가 대체로 그래요.

또 자연재난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후쿠시마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보더라도, 그 참상을 보는 우리도 그렇지만 그것을 직접 당한 사람들은 분명히 손바닥이 닳도록 하나님을 찾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지진을 만들어낸 것이 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과연 신은 누구 편인가? 도대체 신은 누구인가? 왜 인간들에게 이런 재난과 비극을 주는 것인가? 신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지요. 이러한 생각이 불가지론과 흡사하긴 해요. 피상적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본질과 실재를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 소설 또한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 싶었던 거죠.

⤷신은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항상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진정 신은 누구냐. 이것은 끝도 없는 고민인거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도대체 왜 유다와 같은 세기의 악인, 혹은 거대한 희생양을 만들어 냈느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논점을 가지고 예전에 중편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고백』이라는 5.18 후일담 소설이에요.

작가님의 말씀을 듣다보니까 『고백』이라는 책도 곡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비행공포증>

Q8. <불꽃>에서 주인공의 애인이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공포증을 가지고 계신 분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많이 있다고 봐야지요. 나도 비행공포증을 겪었었거든.

⤷그것은 증상이 어떤가요?

비행공포증이라는 것은 심리적인 불안상태의 일종이에요. 갑자기 온몸에서 땀이 나고 공포감이 들고 그렇죠.

⤷높은 곳에 올라가면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것이죠?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혹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을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지고, 호흡도 거칠어지고, 식은땀이 나고 그런 것이지요. 한 번은 항공사에서 근무할 때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향해 나가다가 중간에 선 적이 있어요.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급히 직원을 찾길래 가보니까 멀쩡한 산사 한 사람이 툴툴 털고 내려오는 거야. 그 사람이 겪은 증세를 들어보니 딱 비행공포증인 거예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은 여행사 사장이었어요. 여행사 사장이라면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다녔을 텐데도 비행공포증을 느끼기도 하더라고. 또 비행기 조종사 중에서도 비행공포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한 연구에서는 미국인의 십분의 일이 비행공포증을 느낀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요즈음 누구나 마음이 병들어 있잖아. 지쳐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상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는 비행기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비행공포증 환자에게 탁 트인 하늘을 보여주고 하니까 그 증상이 해결됐잖아요. 정말 그렇게 완화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고, 안심시켜주면 증세가 가라앉을 수도 있어요. 요즘 많은 연예인들이 앓고 있는 공황장애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공황장애 환자들은 넓은 들판에 가서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끼기도 해요. 그런데 아마 앞으로 심리적인 불안에서 오는 이러한 병들은 더욱 많아질 거예요. 그런데 감기에 걸리면 당장 병원에 쫒아가면서도 마음의 병은 병원에 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우울증과 심리적인 병,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 마음의 병이 깊어져서 자살을 택하게 되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정확한 치료법이 있다면 치료받길 원하는 이들이 엄청 많이 나타날 거예요.

 

 

 

 

 

<비행사고>

Q9.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도>, <불꽃>, <붉은 띠>와 같이 비행사고를 다룬 소설들이 많은데 항공사 근무시절 비행사고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세요?

A. 그런 적은 없었어요. 사실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이니까.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행기 사고 자체만이 아니에요. 만약 사고만을 다룬다면 흥미위주의 장르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 사건 이면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든. 예를 들어 <불꽃>의 경우 불륜을 이야기 한 것이지, 단순한 비행기 사고를 그린 것은 아니죠. 불륜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거잖아.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성에 대한 사랑, 열정, 그리움과 같은 것들은 인간의 내면에, 결혼을 했든 안했든 무관하게 살아있기 때문이죠.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에요. ‘그렇다면 불륜의 속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추적을 하고 소설화 해 본 것이지요. 사랑해선 안 될 상대를 사랑한 남자와 고장 난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 이 둘은 매우 닮아있어요. 불륜 관계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당당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에의 갈구가 존재하기도 하죠. 고장 난 비행기를 몰고 안전한 기착지까지 몰고 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둘 다 소설적인 스릴도 있는 거고. 그러한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나는 비록 불륜이기는 하지만 그 같은 사랑이 하나에서 열까지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비행기가 아름다운 불꽃을 일으키면서 폭발하잖아. 그것은 부정한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날 수는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지요.

⤷그렇다면 주인공은 비행기가 폭발할 것을 알면서도 비행을 한 것인가요?

그건 아니지요. 비행기 응급조치는 마쳤지. 그런데 공중에 올라가서 사고로 폭발을 하게 된 거죠.

⤷그럼 비행기가 폭발을 안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결국은 폭발을 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으신 것이잖아요. 그렇게 결말을 설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렇지. 소위 불륜이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예요. 불륜은 만나면서부터 이별을 예상하고 만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붉은 띠>

Q10. <붉은 띠> 소설의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붉은 띠’는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대상을 향한 적대감, 증오심, 적개심을 의미하는 거예요. 소설 속 주인공에겐 구체적으로는 세상을 대한 증오, 아버지를 향한 원망 같은 게 있어요. 주인공은 어머니가 일찍 죽고, 가난과 소외 속에서 버려진 자식같이 세상을 살아왔어요. 그러다보니까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만 남아있는 거죠. 그런데 죽음의 일보 직전에서 자신의 그 마음을 돌아보는 거지. ‘아버지를 철저히 증오만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냐.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과 사랑은 진정 없었던 것이냐.’

또 작품 속에서 테러범이 머리에 두르고 있던 것도 ‘붉은 띠’잖아요. 제대로 된 세상에서 태어났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아이가 전쟁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살다보니 서방세계, 기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에 사무쳐 무자비한 테러범 되고 만 것이지요. 그래서 그 상징으로 붉은 띠를 맨 것이고. 즉 이 두 사람을 통해 알 수 있는 ‘붉은 띠’의 의미는 증오, 적대감, 파괴, 이런 것들이에요. 주인공의 경우에는 마지막에 마음 속에 있는 ‘붉은 띠’를 풀어헤치고 아버지와 세상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게 되죠.

난 이 소설에서 신의 이름으로 무참한 파괴와 살상을 일삼은 테러집단 등 거대 조직과 국제사회의 실상을 죽어가면서도 사랑을 고백하는 작은 인간들의 모습을 비교 대조해 보이고 싶었어요. 무엇이 더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애(愛)작>

Q11. 여러 단편 소설 중 특별히 공들여서 쓴 작품 혹은 쓰기 힘들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A.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붉은 띠>가 가장 공도 많이 들였고, 고생도 많이 했어요. 그 작품은 세계를 무대로 했을 뿐더러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 신과 인간의 이야기 등 내 나름대로 시야를 크게 보고 시작한 작품이라서 마음이 많이 갑니다.

⤷수정도 많이 하셨어요?

수정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니까.

⤷쓰고 난 지금도 애착이 제일 많이 가시나요?

그렇지, 지금도.

⤷그래서 소설 순서 배치도 제일 마지막에 하신 건가요?

그건 분량이 제일 많아서. 분량 상 그렇게 배치한 거지요.(웃음)

 

<독자>

Q12.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혹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수용했으면 하시나요?

A. 일단 이 소설을 흥미 위주의 소설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행기가 악천후 속에서 혹은 고장이 났을 때, 어떻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지 하는 것만을 다이나믹하게 그려낸 그런 활극은 아니거든. 소재는 그거였지만. 그 안에는 인간과 사회를 향한 내 나름대로의 의식과 인생관, 세계관을 녹아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런 것들을 찾아가면서 이 소설을 읽어줬으면 해요. 소설이라는 것은 재미와 의미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창작을 함에 있어서도 이 점을 가장 중요시 하고 있어요. 재미만 강조하는 이야기는 자칫 통속적이 되기 쉽고, 의미만 추구하는 소설은 위선적이기도 하고 지루해질 수 있거든.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경우 ‘잘못된 권력자와 오도된 대중들이 영합한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가.’ 하는 의미가 숨겨져 있어요. 눈앞의 영달만을 쫒는 권력자와 지극히 이기적인 대중들이 모이게 되면 세상이 얼마나 비인간적이 되고 위험한가 하는 것을 악천후 속을 나는 비행기를 통해 증명해 보이려 했던 거죠. 소설 속에서 보면 그 상황에선 비행기가 자칫 추락할 수도 있었잖아요. 아마 정말로 추락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서 비행기 추락은 정의가 깨지는 것을 의미하거든. 그래서 나는 추락은 못 시켰어요. 정말 못 시키겠더라고. 추락으로써 결말을 짓는다는 것은 ‘이러한 경우에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작가가 단정지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작품 속에서도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

Q13.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A. 써야 될 작품이 많아요. 많은 건 아니지만 나이도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도 생각이 안 들어서 부지런히 글을 쓰려고 해요. 희망이 있다면 ‘내가 이 작품을 썼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거지요.

⤷소설도 열심히 쓰셨는데, 여행 계획은 없으세요?

여행을 가더라도 소설을 위해서 가게 되겠지.(웃음)

 

<여담(餘談)>

혹시 소설 중 실화가 있나요?

실화는 없어요. 실화는 없고, 내가 이것저것 참조를 하지.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 기장의 딸 이름이 티티야였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의 다른 소설집 제목 중에서도 ‘티티야를 위하여’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특별히 그 이름을 좋아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원래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작품 이름은 ‘티티야를 위하여’ 였어요. 그 이름을 좋아하는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쁘고 귀여워 사랑스런 어린아이를 나타내기에 적합한 것 같아서 쓴 것이죠. 그 아이는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 할 가치, 다시 말해서 고귀함, 정의, 진리, 아름다움 같은 것의 상징이죠. 참고로 원래 태국의 어린아이 이름이에요.

오로공항은 실제로 있는 항공사인가요?

실제로 그런 공항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지역은 있어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시 열심히 인터뷰 중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얼마 전 산지니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 서류닝입니다. 처음이라 많이 부끄럽네요. 제가 인턴일기에 처음 소개하게 된 책은 바로 7년 만에 나온 이규정 작가님의 아홉 번째 소설집인 『치우』입니다. 『치우』는 「치우」, 「죽음 앞에서」, 「폭설」, 「희망의 땅」, 「작은 촛불 하나」, 「풀꽃 화분」,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의 총 일곱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으로 처음 봤을 때 외관에 굉장히 시선이 끌렸던 책입니다. 밝음과 어두움의 묘한 공존을 연상시키는 표지와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제목이 턱, 하고 이 책의 첫인상으로 제 머리에 박혀버렸습니다. 가벼운 책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우』는 어느 한 편도 소홀히 읽히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치우』는 사상과 사람, 생명과 죽음, 종교에 대한 얘기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이 된 「치우」라는 작품은 사상과 사람다운 삶 중에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자신이 영향을 준 사상을 좇아 아내를 잃으면서까지 힘들게 살아온 친구를 보며 주인공인 동식은 ‘바보 같은 친구’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상태는 조총련을 멀리하고 민단으로 활동하는데, 이로 인하여 아내가 우울증으로 자살한다.

그가 잠시 말을 그치고 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상태의 눈길을 받으면서 나는 심한 자책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상태가 총련을 멀리하면서 민단에 발을 붙인 이유가 나의 공산주의 혐오에 기인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그가 이모부의 뜻대로, 장인의 뜻대로 살았다면…. 내가 뭔데? 내가 대관절 뭔데, 나의 생각을 그렇게 존중하면서 고생을 사서 했단 말인가. 바보 같은 친구….

-「치우」 중 p.19

이규정 작가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 안의 상태는 실존 인물로, 작품 안의 상태는 죽었지만 실존 인물인 상태는 살아있다고 합니다. 작품 속 사상에 휩싸였던 동식처럼 당시 친구의 가난한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작가님은 스스로 ‘어리석은 친구’라고 말하고, 그런 자신의 말을 따른 상태라는 친구 또한 ‘바보 같은 친구’라고 말하십니다. 이 어리석은 친구, 바보 같은 친구라는 뜻의 ‘치우’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어쩌면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뜻은 아닐까요. 그것이 아무리 나라와 자신의 사상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저는 평소에 사상을 좇아 기꺼이 사람다운 삶을 내버리는 사람들을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그것이 과연 사람으로서 옳은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가족을 잃으면서까지 지향해야하는 사상이 있을까요. 사상을 좇기 전에, 과연 나는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작은 촛불 하나」입니다. 한 중년 남성의 고해성사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부모의 사랑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아들을 죽이고 싶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고해성사에 경악 했지만, 이어지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멀쩡했던 아들이 사고로 지체장애와 청력장애가 되어 자신과 아내에게 막무가내로 대하는 모습에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내 그런 생각을 한 것을 후회하고 고해성사를 하곤 합니다. 아들은 안하무인으로 굴다가도 금방 숙이고 들어와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욕지거리를 하다가도 오래 사시라고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마음은 찢어집니다. 성체조배실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아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이 아닌 충동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싶을까요. 아무리 밉더라도 자식은 자식이지요.

“아버지 오늘 저녁에 한국과 이란이 축구합니다. 얼른 오시어 진지 드십시오. 그리고 저도 모레 주일부터는 성당에 나가겠습니다.”

지혁이 성당에 안 다닌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다시 다니겠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믿을 수 없다. 마음이 하도 잘 바뀌므로. 준호는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그러나 준호의 마음속에는 작은 촛불 하나가 켜진 것 같았다.

-「작은 촛불 하나」 중 p.159

아버지는 이런 힘든 현실을 종교에게 위로받습니다. 고해성사를 하고 성경을 읽어보며 현실을 버티는 힘을 얻는 것이죠. 저는 종교가 없어 사람들이 왜 종교를 믿을까 궁금했는데, 「작은 촛불 하나」를 보니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이 힘든 사람일수록 종교를 찾는 일이 많은 것도 그 이유겠지요. 작품 속 아버지의 현실은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들의 문자를 보고 마음속에 ‘작은 촛불 하나’가 생깁니다. 이때까지 상황으로 보아 아마 그 촛불은 다시 꺼지겠지만, 아버지는 다시 촛불 하나를 얻기 위해 고해성사를 하면서, 또 성경을 읽으면서 현실을 버텨나갈 겁니다.

 

 

『치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사상, 종교뿐만 아니라 역사, 가난, 죽음 등 방대합니다. 하나만 해도 받아들이기 무거운 메시지기에 읽고 나면 벅찬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작가님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거창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체 덕분에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약간의 허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깊숙이 가슴으로 와 닿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처음 『치우』를 읽고 서평을 쓰기로 했을 때 내용이 내용인지라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조총련’이라든지 ‘보도연맹’과 같은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여 한 작품을 두 번씩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부끄럽네요ㅠㅠ) 그러나 다행히 뒤에 해설도 잘 되어있고, 블로그의 <저자와의 만남>에 이규정 작가님을 인터뷰한 글도 있어서 적절히 참고하여 무사히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ㅇ^!!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다르마키르티(Dharmakīrti, 法稱, 600∼660)는 7세기 이후 불교학, 인도철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불교철학자이자 논리학자입니다.
그렇지만 다르마키르티의 주저인 『프라마나바르띠카(Pramāṇavārttika)』(量評釋)는 너무나 난해해서 그것을 해명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달팽이걸음이답니다.
이 책은 『프라마나바르띠카』의 게송을 해석하여 논고함으로써 다르마키르티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언어이론과 다르마키르티의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의 존재증명에 관한 이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르마키르티가 살았던 시대는 ‘집단적 열광, 신앙부흥운동, 종교기관, 교회당, 예배의식, 경전, 그리고 행동규범 등 형식에 속하는 종교의 장식들을 강조’하는 세속의 종교가 만연한 시대였답니다.
이 종교는 교회나 성직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신이나 절대자를 만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또한 신을 믿고 신을 경배하며 신에게 제사지내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 전도했습니다.
교회는 세속화되어갔으며 인간은 더욱 의타적이었고, 종교는 타락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아집에 사로잡힌 지금의 종교의 모습 같지 않나요?
7세기면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니요.
비애가 느껴집니다.

그때 다르마키르티는 말합니다.
모든 인간의 합목적적 행위에는 ‘바른 인식’이 선행한다고.
바른 인식 없이는 해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다르마키르티의 생각이었습니다.
다르마키르티는 자기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만이 자기를 구원할 것이며 세상을 구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르지 못한 인식과 그것에 의해 생긴 애착의 마음에 지배되기 때문에 열등한 곳으로 가서 태어난다. 따라서 그것을 끊는 자는 [다시는] 생사윤회의 세계에 태어나지 않는다.

mithyājñānatadudbhūtatarṣasaṃcetanavaśāt /

hīnasthānagatir janma tena tacchin na jāyate // (PVⅡ.260b;261a)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세계의 12대 사상가를 들라고 한다면 서양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칸트, 화이트헤드 등을, 동아시아에는 주자, 왕필, 원효 등을, 인도에는 나가르주나(용수), 바수반두(세친), 다르마키르티(법칭), 상카라 등을 들 수 있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권서용 선생님 말씀입니다.

존재론적 전통이 강한 서양사상과 실천론적 전통이 강한 동양사상의 경계에서 존재론적 전통과 실천론적 전통을 매개할 수 있는 사상으로, 다시 말하면 철학적 전통과 종교적(윤리적) 전통을 매개할 수 있는 사상으로 바로 불교, 그중에서도 디그나가로부터 출발하여 다르마키르티에 의해 완성되는 불교인식논리학을 들 수 있답니다.
이것도 저는 잘 몰랐습니다.
역시 번역하신 권서용 선생님 말씀입니다.
권서용 선생님은 다르마키르티의 인식론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으셨으니 아마 맞을 겁니다.

지금 서구의 종교적 열망을 충족시키고 있는 티베트불교는 바로 다르마키르티의 철학과 종교의 지반 위에 구축된 가르침이랍니다.
티베트스님들은 다르마키르티의 텍스트를 외우지 않으면 종교에 입문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사실 이 책은 저도 그 내용이 좀 어려워 다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막연하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만 짐작할 뿐이지요.
448쪽이나 돼서 분량이 많기도 하고, 번역하신 선생님께서도 시간이 꽤 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책이든 쉬운 책이는 책의 가치는 독자입니다.
보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의외로 이렇게 어려운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어려운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책이 너무 쉽게 읽히면 어쩐지 맨송맨송하고, 깊은 생각을 안 하게 된다나요?
이런 책들이 차근차근 곱씹어 읽어보면 깊은 맛이 나긴 하지요.
여러분들도 그 깊은 맛을 느껴보시길 바래요.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