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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김기찬의 '골목 안 풍경'

by 산지니북 2010. 4. 23.


지난 토요일 해운대에 있는 고은사진미술관에 들렀다. 
전시실에는 1960~70년대 서울의 골목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골목만을 일관되게 찍어온 김기찬 사진가의 '골목 안 풍경'들이었다.

1960년대 말, 작가는 서울역과 염천교 사이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염천교 아래에 늘어선 노점상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는데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던중, 하루는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노점상들을 따라나선 것이 그네들이 살고 있는 골목 풍경을 찍게된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김기찬


'골목에 들어서면 늘 조심스러웠다. 특히 동네 초입에 젖먹이 아기들을 안고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은 동네에서 쫓겨나기 알맞은 행동이었다. 사실 젊은 엄마들을 찍을 수 있었던 시기는 내 나이 오십이 넘어서였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을 향해 사진 찍는 행위가 그들의 생활 속에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그리고 해가 거듭될수록 나는 자연스레 골목 안 사람이 되어갔고 그들도 나를 받아들여 주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를 의논 상대로 생각해 주기도 했다. 중림동은 참으로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처음 그 골목에 들어서던 날, 왁자지껄한 골목의 분위기는 내 어린 시절 사직동 골목을 연상시켰고, 나는 곧바로 '내 사진 테마는 골목 안 사람들의 애환, 표제는 골목 안 풍경, 이것이 내 평생의 테마이다'라고 결정해버렸다. 그리고 지금가지 이러한 나의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일이 없다.' - 김기찬 사진선집 '골목 안 풍경'의 작가노트에서



김기찬의 골목 풍경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 자리가 없어 골목길에 나와 있는 세탁기와 거기서 빨래하는 할머니. 돋자리 깔고 엎드려 숙제하는 아이. 골목길에서 상펴고 이웃과 밥먹는 사람들. 동네 강아지들. 그시절에 골목은 길이 아니라 앞마당이고 부엌도 되고 마루도 되는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었다.

ⓒ김기찬


오후에는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의욕적으로 시작하는 '제1회 미술관 대화'의 자리도 마련되었다. 주제는 '젊은 사진가의 시각으로 보는 우리시대의 골목안 풍경'이었다.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문턱이 높기만한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쉽고 편하게 오도록 할까?' 고민 끝에 만든 자리라고 한다.

대담자로 오신 문진우 사진가의 부산 골목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보면서 얘기를 나눴다. 감천 태극마을, 범일동 매축지, 안창마을, 우암동, 거제동, 용호동 등. 부산의 골목이란 골목은 다 나오는 것 같았다. 심지어 '번화하고 화려할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남포동 한켠에도 오래된 골목길이 있어 놀랬다'고 사진가는 말했다.

ⓒ문진우


골목하면 먹자골목, 시장골목, 패션골목 등 종류도 많지만, 예전에 골목은 주거 공간으로 우리 삶의 중심이었는데 아파트라는 물건이 생기고 난후 골목은 점차 주변으로 밀려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부산만 해도 재건축, 재개발에 밀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분은 왜 골목사진을 찍으세요?'
'골목이 땡겨서요' '골목이 자꾸 사라져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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