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책을 보다가 정말 어쩜 이렇게 콕 집어 잘 적어놓았는지 혼자 보기 아까운 글이 있어 올립니다. 원래 이 글은 주디 사이퍼스라는 미국의 여성 작가가 어느 잡지에 기고한 글이라는데 이 책의 저자도 공감하시는지(참고로 이 책 저자는 남자) 한 번 재미 삼아 읽어보라고 옮겨두었더군요.
나는 아내라고 분류되는 계층에 속한다. 나는 아내다. 그리고 당연히 엄마다. 얼마 전에 한 남자 친구가 방금 이혼한 산뜻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는 당연히 전 아내가 데리고 있다. 그는 지금 다른 아내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저녁 다림질을 하며 그를 생각하다가 문득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왜 나는 아내를 원하는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나 자신을 부양하고 필요하면 내게 딸린 식구를 부양할 수 있도록 나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때문에 일을 해서 나를 후원해 줄 아내를 원한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 줄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의 병원과 치과 약속을 놓치지 않을 아내를 원한다. 그리고 내 약속도 챙겨 줄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을 적절히 잘 먹이고 돌보는, 믿을 수 있는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의 옷을 깨끗이 빨고 손질하는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의 학교 문제를 잘 살피고, 아이들이 어울리는 또래와 적절한 사교생활을 하는가도 확실히 챙기고, 공원이나 동물원 등에 데리고 가는 그런 아내를 원한다.
또 아이들이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줄 아내를 원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학교 수업에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일하는 시간에 적절히 짬을 내면서도 직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아내 수입은 때때로 조금 깎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마도 관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내는 자신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볼 사람을 구하고 돈을 지불할 것이다.
나는 내 신체적 요구를 돌볼 아내를 원한다. 집을 깨끗이 할 아내를 원한다. 아이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치워 줄 사람, 내 뒤를 따라다니며 치워 줄 사람, 내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하고 손질해서 꼭 필요할 때를 위해 제자리에 놓는 아내를 원한다. 그리고 내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나 잘 살펴서 내가 필요로 하는 즉시 찾아 주는 아내를 원한다.
나는 밥을 짓는 아내, 훌륭한 요리사인 아내를 원한다. 메뉴를 짜고 필요한 식품을 사들이고, 식사를 준비하고 쾌적하게 봉사해 주고, 그러고 나서 내가 공부하는 동안 설거지를 해 줄 아내를 원한다. 내가 아플 때는 돌봐 주고 내 고통과 수업 시간의 손해를 동정해 줄 아내를 원한다. 그리고 가족이 휴가를 갈 때 함께 따라가 줄 아내를 원한다. 내가 환경을 바꾸고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을 때 나와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아내를 원한다.
나는 아내의 의무에 대해 불평하며 구시렁대고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아내를 원한다. 그러나 내가 공부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다소 어려운 점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 들어주는 아내를 원한다.
나는 내 사교생활의 세세한 부분을 돌봐 주는 아내를 원한다. 내가 친구한테 부부동반 초대를 받게 되면 아이 봐 줄 사람을 구하는 일을 맡아 줄 아내를 원한다. 내가 학교에서 좋아하고 접대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집안을 깨끗이 치우고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서 나와 친구들을 대접하고, 내가 친구들과 관심 있는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는 끼어들지 않는 아내를 원한다.
···(중략)···
우연히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아내보다 아내로서 더욱 적합한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지금의 아내를 바꿀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 자연히 나는 신선한 새 삶을 기대하게 될 것인데, 내 아이들을 데려가고 완전히 책임을 져서 나를 자유롭게 둘 아내를 원한다. 내가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갖게 되면, 아내의 의무를 더욱더 충실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일을 그만두고 집안일에 전념할 아내를 원한다.(황대권, 『황대권의 신앙 편지 바우 올림』, 시골생활, 266~269p)
정말 나도 이런 아내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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