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6-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7 찾아가는 베트남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21개 국내 출판사가 참여해서 이틀 동안 베트남 출판사와 저작권 수출 상담을 하고, 양국의 출판시장 현황에 대한 세미나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가지고 갈 짐들을 챙겨봅니다. 영문으로 된 홍보물을 챙기고 샘플 도서를 넣으니 가방 두 개가 한 가득입니다. 대표님 무거운 가방 들고 베트남 거리를 누비느라 고생 좀 하셨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베트남에서는 길 건너는 일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온갖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차선을 무시하고 달리기가 일쑤. 숙소에서 행사장까지 이틀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무질서해 보이는 교통 흐름에 어느덧 익숙해지고, 거기에도 그들만의 어떤 법칙이 있음을 몸으로 느끼게 되더군요.
여기가 산지니 부스입니다. 작년에 열린 찾아가는 태국 도서전에서 판권을 수출했던 <침팬지는 낚시꾼> ppt 슬라이드를 노트북에 띄워 놓고, 베트남 이주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쓰엉>은 잘 보이게 세워놓았습니다.
도서전 첫날인 26일 수요일 오전에는 ‘베트남 출판시장현황’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베트남 외상대학교 교수님께서 발제를 해주셨는데요, 베트남 출판 시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발표였습니다.
베트남은 여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서 문해력이 상당히 높고, 수준 높은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국영출판사의 비중이 높고, 출판물에 대해서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K-POP 을 비롯한 한류는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요, 이 한류의 인기가 베트남에서의 한국출판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긍적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한류 덕분에 한국의 인기는 상당하지만 음악이나 방송 드라마, 예능 등의 한류에서 비춰주는 한국은 화려하고 재미있고 환상적인 반면, 한국 문학 책들에서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소외와 고통, 가족 간의 갈등, 사회 문제 등을 포함하고 있어 심각하고 어둡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베트남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한국인의 숫자 또한 만만히 않음을 고려할 때 한류를 통해 환상적인 한국의 모습만을 동경할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 한국 도서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베느남에서 한국 출판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였습니다.
실제로 베트남 출판사들과 여럿 미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재미있는 한국 소설을 소개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습니다.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작품, 20-3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책에 대한 요구가 많았습니다. 작년 태국도서전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교재 수요가 많았는데, 확실히 달라 보였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출판 교류에 있어서 번역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입니다. 베트남에서는 18개 대학의 한국어과, 한국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답니다. 한국어과, 한국학과 학생들은 입학 성적도 높고, 한국어는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외국어라고 합니다. 이는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5000여 개의 한국 기업들 덕분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면 이들 기업에 쉽게 취직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번역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합니다. 기업에 쉽게 취업해서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힘든 문학 번역을 하려는 사람은 드문 형편인 것이지요.
베트남 서점의 모습입니다. <응답하라, 1994> 등 한국 서적이 여럿 번역되어 세계문학 한쪽 서가에 꼽혀 있었습니다.
저는 해외 도서전은 처음 가보았는데요,
어디서나 열정을 가진 출판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서전이 열린 장소는 하노이 롯데 호텔 크리스탈 볼룸 이었는데요,
부산 롯데보다 더 크고 으리으리하더라고요.
커피랑 차랑 쿠키, 과일도 계속 주고요.
첫날에는 두세 건의 미팅을 하고 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더군요.
둘째 날에는 마음을 비우고 즐기자는 생각으로 다른 부스도 돌아보고, 간식도 먹어가며 재미있게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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