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략)
“구멍은 위아래를 구분하지 않았다. 거식증 환자처럼 속이 메워지면 다시 토해내고 메워지면 또 토해내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구멍은 새로 땅을 찾아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예술의 허상을 고발하는 ‘광인을 위한 해학곡’, 막연하게 불안한 현대사회를 은유한 ‘해파리 medusa’ 역시 예의 독특한 상상력과 건조한 문체로 우리 시대 민낯을 그린다.
소설집의 마지막, 작가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재개발 아파트 건설로 인해 터전을 빼앗긴 어느 소시민의 인터뷰 한 마디가 이 책을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블랙코미디와 공포영화의 교집합 같은, 한편 당 40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들은 ‘헬조선’의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재로 시작된다. 읽는 것보다 읽은 소감을 타인에게 전할 때 할애할 시간이 더 많을 만큼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이윤주 기자 (한국일보)
기사 전문 읽기 (한국일보)
'기타 > 언론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지니의 신간 소식을 모아 모아 모아서~ (0) | 2017.08.14 |
---|---|
익살과 조롱의 시위, 세상을 바꾸다 (0) | 2017.08.11 |
단편소설에 담은 사회비판과 저항…김사과·권리 소설집 (0) | 2017.08.09 |
'X싸고 게임 할 뿐'…PC방 열광시킨 '동시' 작가 (0) | 2017.08.09 |
[책의 향기] 거리의 시민들, 정부에 유쾌한 한 방을 날리다 (0) | 2017.08.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