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선 요즘 시집이 안팔린다고 합니다. 시 한편 읽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을 만큼 삶이 각박해졌거나 시인들이 자신들만 해독할 수 있는 난해한 언어로 시를 어렵게 짓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한국대표시인 70인의 시가 미디어다음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 중 문단의 중견시인인 하종오 시인의 <결혼의 가족사>를 소개합니다.


<결혼의 가족사>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중매결혼하여 자식들 낳았다
자색 밸 때마다 정말로 사랑했을까
자식 낳지 않을 때도
서로 더 사랑하기 위해
마음을 밀고 당기느라 큼, 큼, 거리며
품을 주었을까 등을 돌렸을까

 우리 부부는
연애결혼하여 자식들 낳았다
자식 밸 때마다 정말로 사랑했다
자식 낳지 않을 때도
서로 더 사랑하면서
마음을 밀고 당기느라 후, 후, 거리며
손을 맞잡기도 했다 발을 포개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중매결혼할까
우리 딸은 연애결혼할까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면서도
아직 배내짓을 하며
어미하고 아비하고 깔깔, 깔깔, 거리면서
번갈아 마음을 밀고 당기는 아들 딸,
참사랑할 상대를 구하지 않는다
치사랑 내리사랑을 더 나누고 싶어서일까

 

시작노트 :
"무슨 까닭인지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떠나지 않고 있다."

어린 자식들이 다 자라서 풋풋한 청년 처녀가 되었다. 그런 젊은 나이 그런 청춘의 시절을 우리 부모님이 지나와서 우리 부부를 낳았고, 우리 부부도 그렇게 지나와서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자식들이 혼인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무슨 까닭인지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떠나지 않고 있다.

 하종오 : 195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7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베드타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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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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