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토요일, 유난히 춥던 날.
故 윤일성 교수님의 1주기를 기념한 추모 학술행사 및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어쩐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부산대 상남국제회관으로 향했는데,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와계신 것을 보고 금세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 참석자들을 환하게 반겨주시는 교수님
▲ 방명록에 쓰여진 “윤일성 교수님, 보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따뜻했습니다.
▲ 추모식장 한쪽에는 교수님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 참석하신 분들께는 산지니에서 출간된 유고문집 <도시는 정치다>와
추모문집 <시인의 마음으로 새로운 부산을 꿈꾸다>를 나누어드렸습니다.
故 윤일성 교수님은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부산참여연대 도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셨습니다. 2012년 부산 북항라운드테이블을 꾸려 방향을 제시했고, '포럼지식공감' 회원으로 활동하며 도시발전을 위해 활동하셨습니다. 또한 2012년 <해운대 관광리조트의 도시정치학>이라는 논문으로 부산 토목사업의 민낯을 속속들이 밝히며 '부산 엘시티 사태'를 예견했습니다. 이후로도 계속해 바람직한 도시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시다 2017년 12월 1일 타계하셨습니다.
▲ 학술행사 모습
(왼쪽부터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홍성태 교수, 정현일 부산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장세훈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민은주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기획실장,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추모행사는 크게 1부 학술행사와 2부 추모식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님의 사회로 시작된 학술행사에서는
선생님의 제자인 정현일 부산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학생의 엘시티 검찰수사의 성과와 한계: 어떻게 할 것인가? , 장세훈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님의 ‘의리(義理)의 사회학’을 통해 본 도시정치, 민은주 사)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기획실장의 부산의 도시개발과 시민사회의 대응까지 여러 발표가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남기고 가신 미완성 논문을 함께 읽으며 살펴보기도 하고, 함께 공부했던 동료 교수로서 말씀해주시는 교수님의 업적을 나누고, 행동했던 도시연구소의 회원으로서 선생님과의 추억을 듣기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해운대 해안가를 바라보며 도시 경관에 대해 설명하고 계신 윤일성 교수님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2부에는 교수님을 기리는 추모식이 있었는데요.
추모 사업회에서 준비하신 영상에서는 생전에 도시를 위해 활발히 연구하고 활동하셨던 교수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수영만 요트 경기장, 엘시티, 부전도서관 등 부산 곳곳에 교수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부산에 난개발 광풍이 몰아치던 지난 10여 년 동안, 온몸으로 맞서 개발 카르텔 세력과 전쟁을 벌여온 윤일성 교수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서 선생님에게 왜 ‘행동하는 도시사회학자’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생전에 그렇게 지키고 싶으셨던 아름다운 해운대 해안가,(지금은 고층빌딩 엘시티의 공사 중인 곳) 근처 미포에 뿌려지는 선생님의 유골을 보며 모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후에는 추모사를 들었는데요.
윤일성 교수님의 동료셨던 부산대 사회학과 김문겸 교수님은 윤일성 교수님이 생전에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셨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아날로그적 소통을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 하늘나라에서는 연락이 닿게 휴대폰을 꼭 하나 만들어달라."는 말씀을 해서 울고 있던 모두에게 웃음을 주시기도 했지요.
한 사회학과 재학생은 선생님의 빈소에 손편지를 놔두고 갔다고 했는데요. 그 손편지를 직접 읽어주셨습니다. 평소에 시를 사랑하셨던 교수님께서 수업마다 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바치는 시를 읊어주셨습니다.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는 점점 장대비로 변해가고 그 빗속을 뚫고 달리는
버스 차창에 앉아 심란한 표정을 하고 있을 너를 떠올리면서
조금씩 마음이 짓무르는 듯했다
사람에게는,
때로 어떠한 말로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넋을 두고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본다거나
졸린 듯 눈을 감고 누웠어도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의 어느 한 부분처럼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너를
보내는 길목마다.
- <네가 가고 나서부터 비가 내렸다>, 여림
추모사가 끝나고는 사회학과 제자분들의 추모공연도 있었고요. 해양수산부 김영춘 장관과 정관용 시사평론가는 먼 곳에서나마 추모 메시지를 영상으로 보내주셨습니다. 김석준 부산광역시 교육감과 박영미 부산인재평생교육원 원장은 직접 추모사를 낭독하셨습니다.
유가족 인사에서 아드님은 교수님의 유언을 언급하시며, 많은 분들이 교수님을 기리기 위해 참석하신 것을 보면 교수님은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언
자유롭게 흘러 다니고 싶으니
유해는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
나는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 하다 간 사람이니
슬퍼하지 말라.
길고 짧게 사는 건 중요하지 않다.
슬퍼하기보다는
윤 교수 잘살다 갔다고 말해주기 바란다.
▲ 추모식 참석자 단체사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도시 공간을 꿈꾸던 故 윤일성 교수님.
교수님을 이제 볼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슬퍼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교수님을 기리는 많은 분들이 모여 교수님이 도시를 위해서 애쓰신 못다 이룬 일들을 계속해나가기로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을 추모하며, 교수님이 염원했던 토건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부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윤일성 지음│420쪽│ 30,000원│ 2018년 12월 1일 출간
한국의 대표 도시사회학자 故 윤일성 교수의 도시 연구와 활동들을 정리한 유고 문집.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도시의 난개발을 막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그의 논문(미발표 논문 포함)들을 엮었다. 이 책은 도시 정치의 관점에서 도시의 성장, 재생과 문화를 살펴본다. 토건주의 세력의 이익을 위한 부산시 난개발의 사회정치적 구조와 동학을 밝히고 해운대 엘시티 사업 비리라는 구체적 사례를 모아 고발한다. 끝으로 도시 성장과 재생의 밑거름이 되는 도시 문화의 단상들을 모아 도시에 대한 공간의 사회학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다.
도시는 공익과 사익, 집단적이고 개인적인 권익과 이권 등이 서로 맞서고 다투는 무대인 동시에 불의와 비리에 저항하며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도시를 바로 세우려는 신산스러운 노력의 결정체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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