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괜찮은 걸까?’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감은 언제나 우리를 집어삼키곤 한다. 당장 반복되는 오늘을 마주하며 아무리 두꺼운 포장지로 나를 꾸며도 단단히 자리 잡은 마음속 공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하루 설렘도 기대도 없이 그저 걸을 뿐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가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가야겠다. 막연한 동경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다.” - 12p
이 책의 저자 또한 외국계 기업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뒤에서 정해진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편이 순탄했을지 모른다. 저자는 우연히 고른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설렘은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해외 취업이라는 매력적인 길은 그간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을 돌려주었고, 그를 싱가포르로 안내했다. 어쩌면 책을 통해 영국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한국인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조금 무모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으로 싱가포르 해외 취업 활동을 떠났다. 물론 덕분에 백수 생활을 하기도 하고, 불법 아르바이트에 뛰어들며 팔자에도 없던 갖은 고생을 하게 되지만 그 속에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더 넓은 세계로 그를 인도한다.
“자신이 받은 교육,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질문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131p
사람 수 만큼 다양한 세상이 있다고 한다. 깨끗한 거리, 맛있는 음식, 찬란한 야경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도시 싱가포르. 그만큼 정교한 계획 위에 만들어진 도시인 싱가포르에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환경, 사람, 사건들을 새롭게 마주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언제나 당황스럽지만 놀라운 일이다. 그 속에서 오로지 종이 몇 장의 계약만으로 얽히고 맺어진 수많은 관계는 오히려 새로운 모든 순간을 즐겁고 단순하게 살아낼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내가 사는 동안 그 시간을 두고두고 돌아보게 만들 경험과 추억을 쌓는 것에 돈부터 들이대고 싶지는 않았다.” - 167p
“외로움은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지만, 그 감정을 다독일 수 있는 새로운 기억과 경험들이 있지 않나.” - 156p
자신의 선택으로 시작된 특별한 순간들, 이 순간들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경험을 발판삼아 저자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는 두근거림을 안고 ‘한국인으로’ ‘싱가포르에’ 살았던 저자가 찾아낸, 경험이라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기록이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 임효진 지음/산지니 |
'인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저도 청년으로 쳐주나요, 『대학과 청년』 (0) | 2019.08.21 |
---|---|
지하도시 여행자를 만나다, 제67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톡 행사 후기 (0) | 2019.08.14 |
[서평] 식사 잘 하셨어요?, 전혜연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1) | 2019.07.30 |
[서평] 인도까지 이끈 마약같이 단 향기,『마살라』 (2) | 2019.07.24 |
[저자와의 인터뷰]『까대기』의 이종철 작가님 인터뷰 (2) | 2019.07.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