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련(사진) 소설가가 두 번째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산지니)을 냈다. 2005~2019년 발표한 단편 7편이 실렸다.
정우련 15년 만의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출간
첫 소설집 이후 15년 만의 출간이라는 점에서 ‘중력’이 느껴진다. 작가의 말에 써놓은 ‘한때 소설 쓰기가 사치가 아닌가 하고 주눅 들고 쭈뼛거리’기도 했다는 것이 그 중력의 실체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통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통증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거라고’(‘통증’) 한다. 아니 “사랑은 극심한 통증”이라고 한다. 통증이 글을 쓰게 한다는 것일 터인데 이제 그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회복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표제작 제목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의 뜻은 물이 끓기 시작해서 4분 후면 달걀이 알맞게 익는다는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핵심적인 삽화를 가져와 우리에게 허락된 ‘뜨거운 사랑’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얘기한다. 짧은 순간이 지나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가 썼듯이 짧고 강렬한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수도 있으며 더욱이 삶에서는 ‘빛나는 것만 의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편 ‘처음이라는 매혹’에서 다음의 구절이 그걸 말하고 있다. 작중의 88세 할머니는 ‘어찌 된 판인지 하나하나가 다 낯설고 생전 처음인 거 같을 때’가 있는데 ‘죽음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나서 생전 처음 겪는 진짜로 매혹적인 순간이 아니겠나 싶다’고 한다. 죽음을 처음 겪을 매혹으로 생각한다는 그 말은 생을 무한히 긍정한다는 것이다. 통증으로 예민하게 마주하는 생은 매혹으로 넘칠 거라는 말이겠다. 성장사를 구수하고 아릿하게 그린 ‘말례 언니’ 등의 단편도 들어 있다. 그는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 정우련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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