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이별의 끝, 남겨진 기억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김민주

 

 

휴전선 넘어 북한으로 출근하는 일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북한 주민들과 직장동료가 되는 소설 같은 일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이었던 ‘개성공단’에서는 가능했다.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는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저자가 1년간 개성공단공업지구 공장동에서 영양사로 일을 하며 만난 북한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성공단 폐쇄 전 1년간 이야기

일상서 피어나는 우정·연대 ‘뭉클’

저자는 2015년 봄 하루 한 대밖에 없는 관광버스를 타고 북한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외우고 또 외우며 개성공단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누리미 공장동 외에 공단 내의 3000여 명을 위한 급식 식자재 반출입과 북한 직원 관리 총괄 업무를 하며 그들의 ‘점장 선생’으로 사계절을 보냈다. 북한 체제 속에 사는 개성 주민들과 교류·관찰하고 느낀 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당시 스물아홉 살이었던 저자는 북한 직원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마흔둘이라 속이며 일을 시작했다. 커피 믹스로 직원들과 마음을 주고받고, 손을 다친 북한 직원의 손가락에 조장 몰래 약을 발라주었다. 겨울에는 남한과 북한의 김칫소를 서로 바꿔 먹기도 했다.

저자가 북한 성원(직원)들과 지내면서 겪은 일화들을 미소를 짓게 한다. 북측 직원들은 식당 급식에 메뉴로 나온 스파게티의 토마토소스가 무슨 맛이 있냐며 김칫국물에 비벼 먹었다. 풀떼기는 왜 먹냐며 샐러드는 안 먹고, 감자는 쳐다보기도 싫다며 손도 안 댔다. 달걀프라이 하나를 먹기 위해 다 같이 투쟁했던 그들이었다. 결혼 직전 급하게 다이어트를 하던 저자에게 그들은 “그렇게 밥 굶다 죽어요!”라며 진심으로 걱정해줬다. 

세관원, 군인, 노동자, 면세점 아가씨, 경비원, 북한 직원들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남한 사람들처럼 그들 역시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가족을 먼저 떠올리고, 고부 갈등을 겪고, 겨울엔 김장을 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남북 간에 미묘한 낌새가 있을 때마다 그 안에서 있던 긴장감과 매일 일상을 통해 피어나는 우정과 서로에 대한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2016년 초봄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로 더는 그곳에 못 가게 됐다. 연휴가 끝나면 함께 먹으려 했던 개성의 사무실 책상 위의 사과와 과자들, 숙소의 옷가지와 물품들, 냉장고 속 식자재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와야 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약 없는 이별의 끝이 너무도 길다. 김민주 지음/산지니/222쪽/1만 5000원. 

김상훈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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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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