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자본에 맞서 지역 상권을 지킨
중소상공인살리기 운동, 그 13년의 기록“
2006년, 중소기업을 보호하던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면서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중소기업 분야에 진출했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사업조정제도에서 빠져나가려고 했고, 결국 그해 말부터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인 슈퍼마켓이 거대 자본과 조직을 가진 대기업 슈퍼마켓에 혼자 맞설 수 없기에, 지역 상인들은 다 같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생업까지 뒤로하고 맞섰다.
이 책은 그 상인들이 자신들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내용과 결과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들의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사연, 이들이 법과 공무원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정치와의 관계 등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자본에 중소 상인과 자영업자의 삶이 난도질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식품대리점을 운영하다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았다. 또한 부산시 중소기업 사업 사전조정협의회와 부산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을 맡아 골목 상인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전국유통상인 연합회 공동회장을 맡아 골목상권 보호 입법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부산도소매 유통 생활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아 협동조합 사업과 사업조정제도를 활용한 상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골목상인 분투기』의 내용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만은 할 수 없다. 회사에 다니다가 퇴직을 한 후에 부족했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게 자영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OECD 주요 회원국 중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8월 기준, 25.5%로 OECD 평균인 15.9%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번듯하면서도 리스크가 낮다는 판단에 대기업이 하는 가맹사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고, 오로지 가맹점만 늘리려고 혈안이 된 가맹 본사 탓에 한국은 편의점과 치킨집이 포함된 가맹점 수가 전국에 22만 개가 넘는 ‘가맹점 대국’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자영업을 해서 많은 수입을 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가맹점으로 가게를 차렸지만 무분별한 가맹사업으로 적자를 보거나, 비싸게 기계를 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업그레이드된 새 기계가 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대기업이 아니라도 자본이 없는 개인이 하는 사업자는 사업이 잘돼도 문제였다. 장사가 잘되니 입점해 있던 마트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재건축으로 인해 몇 년간 노력했던 게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자영업자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처럼 자영업을 여윳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자영업을 시작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현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지레 겁먹고 절대 자영업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SNS나 유튜브, 다른 서적을 보면 실패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들과 사업에 대해 밝은 점도 충분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자영업을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여기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준비를 한다면 성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을 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하지 않고 이익만 챙기려고 하고, 사람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성공을 한다면 그 또한 대기업과 다름없는 것이다. 결국 서로서로 '상도(常道)의 정신'을 가지고 잘 살기 위한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목상인 분투기 -
이정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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