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
월간 「작은책」
인턴 최예빈
월간 <작은책>이 25주년을 맞았다. <작은책>은 노동자 생활문예집이라는 정체성을 품고, 1995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발간을 시작한 잡지다. ‘작은책’이라는 이름답게, 한뼘 정도 되는 자그마한 크기로 노동자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짧은 글들을 충실히 싣고 있다.
이번 호에는 발행 25주년을 맞아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 라는 질문을 화두로 엮은 특집이 실려있다. 서점 주인, 독립영화감독, 건설 현장 노동자, 어린이집 교사, 만화가 등 '일'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코로나 19사태로 바뀐 일하는 풍경이 일견 새롭긴하지만, 사실 '버티면서 먹고 산다'는 점에는 코로나 전이나 후나 별 다름이 없어보인다. 이러나저러나, 전염병이 창궐하나 마나, 우리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실이다. 밥해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뭐 해 먹고 사냐"는 작은책의 질문은 단출하지만 사실 무겁고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다. 그 질문은 당신은 무얼 먹고(밥해 먹고?) 사냐는 게 아니라, 당신은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어떤 '일'로써 생계를 잇고 있는지, 어떤 연유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유학을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일하며, 어떤 사람은 은퇴 후 꼭 일할 필요가 없는데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일한다고 한다. 노동은 살림을 꾸리는 밑천이기도 하나, 누군가에겐 삶의 밑천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은 누적된 노동에도 도무지 나아지질 않는 형편에 대해 질문하고, 어떤 사람은 지면 위에 '과로'사망을 꺼내며 노동환경을 지탄하기도 한다. 이 작은책에 사는 이야기가 다 담겼다.
그러니까, "요즘 뭐 해 먹고 사냐"는 질문은, 어쩌면 톨스토이적부터 내려온 계보를 잇는 질문(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을 요즘 식으로 달리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작은책 발행인이 된 안건모는 원래 작은책의 오랜 독자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재직하던 시절 처음 썼던 노동수기가 시작이 되어,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로 1997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지금껏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다. 23년전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던 그가, 이제는 잡지 발행인이 되어 뒷면에 "전태일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 너는 나다"를 홍보한다.
그가 낸 책들을 몇 권 읽으며, 안건모는 '사는 일'이 곧 책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싸움의 품격을 읽으니 그가 왜 작은책을 이다지도 열심히 짓는지 여실히 알수 있었다.
글과 일과 책과 삶!
오늘은 이 단어들이 전부 한 글자라는 점이, 서로의 기원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고 써본다.
한겨레 기사 바로가기 "작은책이지만 한국 노동자들의 커다란 역사 담았죠"
싸움의 품격 - 안건모 지음/해피북미디어 |
삐딱한 책읽기 - 안건모 지음/산지니 |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이창우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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