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전태일
지금으로부터 50년전, 그러니까 '시다'들이 하루에 16시간을 일하고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아야 했던 시절, 그러고도 한 달에 딱 이틀을 쉴 수 있었던 시절,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 외치며 스스로의 몸을 태웠던 사람이 있다. 이제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11개 출판사가 기획한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산지니에서 펴낸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진보정치인이자 시사만평가인 이창우 작가가 진보주의적 관점으로 한국의 현대정치사를 조망해낸 책이다.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은 현 시대의 20대 독자를 청자로 두고 가상의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접한 후, 그 이전과 같은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전태일의 분신은 '앎과 함의 일치'라는 실존적 고민을 깊숙이 심으며, 당대 젊은이들에게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키는 계기였다.
'앎과 함의 일치'는 노동운동의 판을 뒤바꿨다. 70년대 활동가들이 외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펼쳤다면, 전태일 분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80년대 활동가들은 아예 현장으로 들어가 '존재를 이전'하며 노동자를 직접 조직하는, 이른바 '학출'의 방식으로 활동했다.
이제는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또한 이 '위장취업' 첫 세대로, 85년 구로동맹파업을 이끌며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초석을 닦았다.
박정희체제는 노동자를 힘써 일하라는 의미의 '근로자'로 고쳐 부르고, 농촌에서 허리가 휘게 일하는 농민은 '농군'이라는 전체주의적 군사용어로 연병장에 도열시키듯 동원했고, 그 자식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또 '산업전사'라고 불렀으며 공장에는 '회사 일을 내 일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는 표어를 붙여 가부장주의적 자본주의체제로 노동을 통제했지.
p.19
심상정은 진보정당이 '진보적이지만 정치적이지 못하면 정당으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때 정치적이란 말은 자신의 신념을 고백하는 것을 넘어 결과물을 성과있게 만들어 내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는 막스베버가 말한 '신념윤리'를 바탕으로 하되, '책임윤리'를 자각한 정치인의 자질이었다.
정치는 선한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한다. 전태일 50주기, 얼마전 광주에서는 청년 노동자가 파쇄기에 몸이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정의당은 '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87년생 장혜영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진보정당과 진보정치의 역사는 또 어떻게 흘러갈까. "정의당이 문제 제기 정당이 아니라 문제 해결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혁재 세종시당위원장의 말에는 뼈가 있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이창우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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