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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셋이 사는 게 좋을까?_『윤리적 잡년』출간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7. 13.

안녕하세요. 와이 편집자입니다. 

요즘 작가나 연예인이 책을 직접 낭독해주는 오디오북이 인기가 많죠? 
저도 공유의 오디오북에 대한 사심을 들어냈는데요.
어제는 이병률 시인의 신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오디오북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시인이 시 한 편을 읽고 시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인데

7월 6일부터 30일까지 하루 한 편씩 연재 형식으로 오디오북이 공개됩니다.

시 행간에 숨은 시인의 이야기는 물론, 시인의 목소리까지 
낭독회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시가 있었는데요. 
셋이서 사는 게 좋겠다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serial/leebyungryul


꼭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 형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시였어요. 실제로 작가에게 어느 부부가 함께 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최근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 많이 나오는데요. 출판사에서도 <폴리아모리>와 <윤리적 잡년>을 출간했습니다. 짜잔! 



윤리적 잡년폴리아모리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였다 하여 ‘폴리 성서로 불린답니다. 이 책의 원서는 1997년 처음 출간되었고 당시 당연히 파급력이 어마어마했겠죠?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가장 최신 개정판을 번역한 책입니다. 


둘에서 여럿으로, 이분법을 넘은 열린 관계와 탐구
무엇이든 가능하다

둘에서 여럿으로 관계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 모든 관계의 기본이면서 특히 열린 관계에서 중요한 원칙은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인생을 살고 개인적 요구를 결정하며 그 요구들을 충족시킬 책임은 각자에게 있다. 윤리적 잡년에서 경계는 사람의 관계가 어디에서 끝나고 시작되는지, 사람은 어떻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닫힌 관계에서 열린 관계로 나아가게 한다.
저자 재닛 하디와 도씨 이스턴은 다양한 관계와 사랑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이 각자 자신을 솔직하게 탐구하고 결정하는 시작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와 함께 일부일처제나 독점연애는 계속되고 주류의 형태로 남겠지만, 다른 선택지에도 시야를 열어두라고 당부한다. 여지를 키워 계속 적응하면 관계의 형태는 새롭게 진화할 것이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담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함께 사는 폴리아모리 에세이입니다.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레즈비언의 결혼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조금씩 다양한 관계의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책들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또 이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윤리적 잡년』을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저는 편집하면서 꼭 이 책에 나오는 폴리아모리, 동성애자, 논바이어리 등에만 『윤리적 잡년』 방식이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기 전 상대방에게 의사를 묻고, 화가 나는 일이 있다면 왜 화가 났는지 서로 소통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어떠한 상황이든 내가 원할 때는 예스, 내가 원하지 않을 때는 아니오 라고 말한다면 (음음 그 외에 아주아주 많은 방법들이 있답니다.) 전통적인 결혼생활에도 충분히 적용해볼 만한 관계설정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열린 관계를 떠나서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나는 타인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사유가 빛나는 책입니다. 편집하는 동안은 힘들었지만(분량이요ㅠㅠ)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각으로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둘이 좋으신가요? 셋이 좋으신가요? 아니면 혼자가 좋은신가요? 

이제는 우리 사회가 전통적인 결혼방식뿐만 아니라 타인과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을 더 개방적으로, 더 활발하게 고민하고 사유해야 할 시간 같아요. 그 고민의 깊이 만큼 나와 타인을 더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관계 맺기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더 너그러워질 수 있겠죠.


우리는 모든 사람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자유롭게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공동체, 연결, 터치와 섹스와 사랑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이 대가족, 그러니까 현대의 소외 속에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마을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그 아이들과 서로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충분히 있기에, 사랑과 관심과 보살핌이 넘친다.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고도 남는다. 환자와 노인은 사랑이 담긴 손으로 보살핌을 받으며,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 자원을 공유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채워질 가망이 없는 욕망에 시달리지 않고, 욕망이 수치스럽거나 꿈이 좌절되어 괴로워하지 않으며, 사랑이나 섹스의 결핍에 굶주리지 않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 자신의 역량보다 적은 역량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문화적 규칙에 제한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 삶의 선택이나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한 선택이나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의 선택을 놓고, 자신과 연인 말고는 아무도 결정권이 없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 누구를 사랑하든지, 얼마나 사랑하든지. 그리고 바라건대 우리 모두 평생의 꿈이 실현되기를. _본문 중에서


윤리적 잡년 - 10점
재닛 하디.도씨 이스턴 지음, 금경숙.곽규환 옮김/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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