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산니지 인턴 김소민입니다 지난 6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인데요 이번에 『사람들』의 저자, 황경란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고 들었기에 저도 굉장히 설렜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님과 거리가 멀어서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답니다. 대신 인터뷰 질문 이전에 짧게나마 책을 읽고 난 제 소감이나 생각을 함께 보내드린 후에,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럼 인터뷰를 함께 보실까요? Q1. 『사람들』은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출간한 소감을 여쭈어보고 싶어요:) A1. 재촉한 사람은 없는데 밀린 숙제 같은 걸 끝내고 난 기분이에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숙제가 있다면 이런 걸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그리고 ‘첫 번째’라는 수식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행히 이 처음을 넘겼다는 홀가분한 지금의 기분만 기억하려 해요.
Q2.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곁에서 쉽게 볼 수 있기도 하고, 어딘가에 분명히 있지만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섞인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에 나오는 각각의 인물을 쓰기로 하신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이 사람들 꼭 넣어야겠다! 하신 부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특별한 이유보다는 ‘기억’해야 할 사람들을 소설로 쓰고 싶었어요. ‘기억’해야 할 가치의 기준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인간의 잘못, 과오, 위선 같은 단어를 찾게 되네요. 인간의 잘못으로, 위선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못 넣은 사람들이 더 많아서겠죠.
Q3. 작품 안 내용에 대해 하나씩 얘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사람들」을 보면 ‘신문’을 통해 륜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점은 부장과는 반대된다고 생각했는데 부장의 말들, ‘제 기사는 그냥 기사가 아니에요, 그건, 그건, 사랑이에요’나 ‘그러니까, 모두가 사랑이에요’를 보면, 어쩌면 부장도 륜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륜을 대신해 선뜻 ‘사람들’을 연재했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부장은 ‘사람들’ 대신 ‘사고’를 적었고 ‘륜이 말하고 내가 씀’을 마지막 문장으로 써냈는데, 이건 그동안 륜의 사람들을 삭제했던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을까요?
A3. 부장은 ‘륜’과 같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물론 처음에는요. 그러다 열정도, 품었던 가치관도 어느새 잃어버렸죠. 그래서 부장은 ‘륜’이 부럽고 무서웠어요. 자기처럼 변해야 하는데, 륜은 그럴 거 같지 않았거든요. 륜이 부럽고 두려웠던 부장은 죽은 사람의 흔적을 찾겠다는 륜의 일본 출장을 허락했죠. 그리고 륜이 사라진 그의 빈자리에서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 앞에서 또 한 번의 혼란을 겪어요. 그 혼란으로 ‘사람들’의 연재를 마무리하지 못하지만, ‘륜이 말하고 내가 씀’이라는 문장을 덧붙이며 륜의 ‘사람들’, 그들의 중심에 륜이 있었다는 걸 밝히는 거죠. 일종의 고백이라고 할까요.
Q4. 만약 「사람들에서」에서 륜이 연재한 ‘사람들’을 작가님이 연재하시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제일 먼저 쓰고 싶으신가요?
A4.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가난한 공장 사장이요. 한국 근로자가 모두 떠난 공장을 외국인 노동자와 지키는 가난한 공장 사장의 이야기. 또 하나의 ‘사람들’이죠.
Q5. 「선샤인 뉴스」에서 치윤이 점자지에 기록하는 문장들, ‘그녀도 미로 속에 살고 있다’, ‘안마를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가장 아름다운, 밤. 높이 60미터 달. 살아서 돌아가고 싶어요.’ 등 모두 하나하나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듯합니다. 작가님은 치윤의 문장 중 어떤 것을 가장 고민하며 쓰셨고, 또 기억에 남으시나요?
A5.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걸 봤어요. 티브이에서. 우리의 모든 대화, 입을 열고 입을 닫고, 숨을 쉬는 그 모든 행위는 ‘살려주세요’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요.
Q6. 「킹덤」에 등장하는 타마타브 항구는 옛 타마타브, 현재는 토아마시나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동부 도시를 배경으로 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겐 조금 생소한 장소였고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타마타브라는 공간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6. 실제 암바토비 광산에 킹덤이라는 제련소가 설치됐어요. 각국의 투자로 니켈과 광물을 캐내는 작업이 오 년여 동안 있었어요. 그걸 배경으로 쓰게 된 소설이에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자본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지 그 위험을 말하고 싶었어요.
Q7. 「그날 이후로」에서 금령은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60년 넘게 숨기고 살아오다 서울에서 집회 장면을 보고, 글을 배우면서 점차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금령을 움직이게 했던 결정적인 일 혹은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A7. 함께하는 모습이요. 연대라고 할까도 했지만 왠지 그건 너무 거창하구요. 금령 할머니의 눈에 함께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악몽 같았던 기억들이 떠올랐겠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 틈에 같이 있고 싶었을 것 같아요. 함께, 둘이서 같이, 이건 큰 힘이 되죠.
▲ 작가님 방 창 밖으로 보이는 감나무라고 해요. 저 감나무와 교감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A8. 날개와 같은 상황에서 성장한 아이들, 충분한 보호와 보살핌이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분명 날개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자랄 거예요. 문제는 이 사실을 어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거예요. 알면서도 아이들이 자신들보다 약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죠. 우리 또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많은 어른들이 공범이고 방관자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변해야 해요.
Q9. 「언덕 위의 집」은 앞선 이야기와는 느낌이 다른, 독특한 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 번째 남자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나열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마치 동화나 전설을 그대로 쓴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늙은 아버지와 소년의 이야기가 더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고요. 혹시 「언덕 위의 집」을 쓰실 때 이러한 구성에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A9. 구성은 의도하지 않았어요.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소설의 서사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어요. 시간과 공간은 항상 그대로인데, 변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언덕 위의 집」이 되었어요. 이 소설은 조금 더 고쳐서 다시 완성해야 할 것 같아요. 중간에 퇴고하면서 어색한 부분을 많이 삭제했는데, 그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에요.
Q10. 작품 밖의 이야기도 조금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되고 싶어 하시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A10.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친절해야 하고, 친절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우산이 없는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줄 때도 용기가 필요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다가설 때도 용기가 필요해요. 선한 일에 용기를 내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제가 쓰는 글이 때로는 미흡해도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것 같아요.
Q11. 이번 『사람들』은 왠지 작가님이 길을 걸으시다, 뉴스를 보시다 떠올리셨을 것 같은데 제 추측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글을 쓰실 때 주로 어디에서 소재나 주제를 떠올리시나요?
A11.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내내 전철 안에서 신문을 읽었어요. 종이 신문을 여전히 좋아하는데 기사에 밑줄을 긋고, 기사가 나기 전의 앞과 뒷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혼자 만들어 봐요. 그러면서 평소 관심 있던 분야가 기사화 됐을 때, 소설을 써볼까, 생각하곤 해요.
Q12. 2012년 신춘문예에 등단하실 때 소설을 열심히 쓰셨고 시간이 지나 불과 일 년 전에, 소설에 마음을 쏟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이 아주 짧다고는 할 수 없는데, 계속해서 작가님이 소설을 쓰게끔 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A12. 이 질문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서 써야겠네요. 저는 직장생활을 굉장히 오래했어요. 졸업 후 시작한 직장생활을 일 년 전까지 계속 했으니 꽤 오래 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 사이사이 소설을 쓰긴 했지만, 문우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어요. 어찌어찌 글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보면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였어요. 그래서 나와 소설은 맞지 않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다시 직장에 충실하고. 그런데 또 소설은 혼자 쓰고 있고. 이런 생활이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일 년 전, 더 늦기 전에 소설을 꾸준히 써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여전히 작가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어요. 지금은 그게 더 편하다는 결론을 내렸죠.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소설을 쓰게끔 하는 이유’는 ‘소설 쓰는 일’이 제가 해 본 일 중 가장 평화롭다고 해야 할까요.
Q13. 책이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보니 사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2020년은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보니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일상을 평범하게 보냈었던 사람들도 힘들어하는데, 코로나19 이전에 하루가 고단했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13. 저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아닌,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주변을 돌아보세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답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말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견딜 수밖에요. 그리고 모두 견뎌내고 있을 거예요.
Q14.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의 향후 작품 계획을 살짝 들어보고 싶네요. 계획하셨거나 쓰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나요?
A14. 100세를 한 해 앞둔 한 노인의 이야기와 청소년보호시설인 중장기쉼터에 살고 있는 남학생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두 편 모두 단편이구요. 장편은 청소년 소설을 구상 중이에요.
질문에 대한 답은 끝났지만 작가님이 부록처럼 인터뷰 소감도 함께 보내주셨답니다!
질문에 답하면서
질문에 답하는 동안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공식적인 글로, 공식적인 정리를 했다고 할까요.
「언덕 위의 집」이 기억에 남았다는 글도 제겐 또 힘이 됐어요. 고맙습니다.
(작가님에게 사진을 요청했던 것에) 제 방 창밖으로 보이는 감나무를 찍어서 보내요.
저 감나무와 많은 교감을 하죠. 새도 많이 날아오고요.
그리고, 조카가 만들어준 ‘사람들 엽서’의 이미지도 도움이 될까, 보내요.
우편함은 저희 집 우편함이에요.
제가 저에게 ‘소설가의 집’이라고 수줍게 붙여줬어요.
그럼, 제 감사함을 언젠가 전할 날이 있겠지요.
그날을 기약하며.
그렇게 받은 엽서 사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처음에는 대면 인터뷰가 아니라서 소통하는 데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글로 대화하다 보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신경 쓰며 적게 돼서 더 조심스러워졌고 덕분에 신중하고 진솔한 인터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 넘쳐나는 게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람들을 봐야함을 말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 황경란 작가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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