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는 사무실에서 ebs 휴먼다큐 '인생후반전'을 촬영하느라 조금 정신이 없었습니다. 시종일관 카메라가 따라 다니는 주인공에 비하면 조연인 저희들은 심리적 압박감이 덜했지만, 그래도 언제 카메라가 들이닥쳐 질문을 던질지 조금은 긴장이 되었습니다. 근데 그마저도 하루 이틀 지나니 조금씩 익숙해지더군요. 업무가 바쁘기도 했구요. 

촬영중인 노피디님. 실제 촬영때는 카메라를 들고 찍는데, 책 소품 촬영하느라 잠깐 삼각대를 사용중입니다.


근데 정작 주인공인 사장님은 '그간 짤막한 방송 인터뷰 경험은 여러번 있었지만, 이런 다큐 촬영은 많이 다르다'며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심하게 후회하는 듯 보이기도 했구요. 사실 처음에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저희가 좀 부추긴 면도 있어서 내심 찔렸습니다.

출판에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청산유수로 나오는데, 개인적인 질문을 받으면 땀을 뻘뻘 흘리고 말수도 적어지고, 저희가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지요. 저도 당사자가 아니기에 이렇게 남얘기하듯 쉽게 하지만, 방송이라는 매체에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촬영중에 몇몇 필자들께서도 출판사에 오셨는데, 첨엔 카메라를 보고 당황했지만 곧 상황을 알아차리고 다들 대처를 잘 하시더군요. <불가능한 대화들> 출간 때문에 교정원고를 들고오신 전성욱 선생님은 마치 준비라도 해오신것처럼 평소의 능숙한 언변으로 카메라를 휘어잡았습니다.^^

사무실 스케치. 앗. 신문에 가려서 편집장님 얼굴이 안보이네요. 고의는 아니었는데...


급기야 촬영 이틀째 담당 피디께서는, 사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형'이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작전을 바꾸시더군요. '첫날치곤 잘한거'라고 칭찬도 했다가, 나중엔 '계속 이런식이면 일요일까지 촬영하면서 옆에서 괴롭힐거'라고 협박도 했다가, 하여간 그와중에 감기몸살까지 걸려 가며 무지 애를 쓰셨답니다. 

방송 피디의 하루하루를 5일동안 곁에서 지켜봤는데, 교육방송의 '극한직업'이라는 프로에 나와도 손색 없을만큼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을때도, 하루 촬영을 끝내고 저녁에 밥을 먹을 때도 머릿속은 온통 프로그램 생각으로만 가득한 것 같았어요. 어떡하면 '인터뷰이'를 잘 꼬드겨서(^^) 솔직 담백 감동적인 이야기를 끌어낼까 하는 생각 말이지요.
요즘 방송계는 자체 제작이 거의 없고 대부분 외주제작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제작비가 더 깎였다는군요. 물가나 모든 게 오르고 있는데 말이지요. 출판계도 외주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정교열, 디자인, 제작, 마케팅은 물론. 심지어는 기획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촬영 테잎을 꼼꼼하게 정리하는 모습.


'편집할 때 우리는 싹 빼주세요' 라고 피디님께 말했더니, 그래놓고 나중에 실제 방송 보구서 '나는 왜 이렇게 조금 나오냐고' 섭섭해나 말라고 하시더군요.^^ 촬영해보면 많이들 그러신다네요.

어쨌건 촬영은 끝이 났고, 저희는 마음 쓰이는 숙제 하나를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책을 만들고 팔아야 하는 더 어려운 숙제가 계속 남아 있긴 하지만요. '인생후반전-산지니 대표 강수걸' 편 방영은 3월 25일 금요일 저녁 10시 40분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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