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자 열무입니다.
벌써 구월도 절반이 지나갔네요. 소매가 길어지는 계절입니다.
사무실 창문 너머 보이는 나무들도 옷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보여요.
오늘은 산지니시인선의 시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며칠 전 주문서를 확인하는데 『소금 성자』라는 제목의 시집이 눈에 몇 번 걸리더라구요. (날이 쌀쌀해졌음을 이런 데서 느끼기도...ㅎㅎ)
나도 읽어봐야지, 작은 작정을 하고 요근래 틈틈이 읽어갔는데
헉! 하고 마음에 들어와 함께 읽고 싶어진 시가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
―경주남산
첨성대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비단벌레차를 기다린다 온다는 시간 지났다 나는 매표원에게 항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다려본 지 오래다 기다리는 동안 계림의 황금 가을이 나에게 온다 아름다운 호사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 데 천년이 걸렸다 오늘 내게 중요한 것은 너를 기다리는 일 내 손에 탑승권이 있으니 만족한다 비단벌레차가 오고 있나 보다 황남동 쪽 어디에서 푸른 사랑의 섬광* 번쩍하며 눈부처로 내려앉는다.
정일근, 『소금성자』(산지니, 2015) 中
*최동호 시인의 시 「불꽃 비단벌레의 사랑」에서 빌림.
당신의 비단벌레차는 지금 어디쯤에 와 있나요?
소금 성자 - 정일근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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