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무 편집자입니다 :)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산지니시인선 숫자가 하나 추가되었답니다.

바로, 11월 9일 출간된 강남옥 시인의 『그냥 가라 했다』입니다.



강남옥 시인은 청도출생으로, 8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9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거주중이신데요, 

이번 시집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떠올리면 눈물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 만리타국에서 낯선 이 된 자가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차별의 경험들.. 여러 질곡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지만, 저는 타국에서 겪는 일상의 유쾌함을 포착한 시를 만나는 게 가장 즐거웠어요. 


미국 할배


치과 약속 있던 날

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뛰다가

오늘이 그날인지

갑자기 믿기지 않았다


마주 오는 미국할배에게 

오늘 화요일 맞지요?

물었다


그러엄~ 화요일이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그 할배같이

웃으며 지나치다

다시 뛰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성큼 다가와 입술에 검지 대고

눈까지 찡긋,하며 건네준 두 마디


넘어질라

내일은 수요일이야




―강남옥, 『그냥 가라 했다』中, 산지니(2020)


이런 정경은, 타국이기에 마주칠 수 있는 멋진 순간인 것 같아요 :) 


보통 책이 출간되면, 저자분께서는 마음을 나누고 싶은 지인분들께 책을 선물하곤 하는데요.

강남옥 선생님은 외국에 거주하시고 또 팬데믹으로 한국 방문이 어려우신 상황이라 

산지니 식구들이 선생님을 대신해 책 선물을 준비했어요.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포장업체가 된 산지니의 작업은 당연히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답니다.

오전부터 모여 앉아 시집에 강남옥 선생님의 편지를 조심히 끼워넣고, 시집을 봉투에 다시 넣고,  봉투에 주소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마르크스는 분업이 소외를 일으킨다고 했지만...

저희는 분업으로 빨리 끝냈습니다 ^^;



사진에 보이는 파본은 당연히 새 책으로 교체하였습니다 ^^


저자분이 계신 미국으로 보낼 시집들도 챙기고 수레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채

해운대 우체국으로 출발합니다. 



화원이 쭉 늘어선 반송의 가을풍경이 아주 넉넉했어요. 

시집들이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천천히 시인에게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뭉클합니다. 

열심히 포장한 시집들도 주인을 만나, 진심 속에서 읽히기를 바라요 :)




그냥 가라 했다 - 10점
강남옥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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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20.11.13 1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그날 휴가였던 게 다행이었을까요? ㅎㅎ

  2. BlogIcon 산지니북 2020.11.18 1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휴가였네요. 다행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