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겨우내
햇볕 한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밑 마늘광 위으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온
저 잔설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 스민다

-이동순,『숲의 정신』, 산지니, 2010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네요.
감수성 풍부한 소녀적엔 일부러 비를 맞고도 다녔는데...
이젠 비도 예전 그 비가 아니네요. ㅠㅠ


숲의 정신 - 10점
이동순 지음, 최영철.김경복.황선열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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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제야 2011.04.22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사능이라는 것이 봄비의 멋진 정취까지 앗아가 버리고 말았네요

  2. 바람 2011.04.22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권인하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나오길래
    모처럼 상념에 잠겼었는데...
    산성비, 황사비에 이제 방사능비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