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 홍콩에 아직 가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아는 분이 홍콩을 굉장히 좋아해서
일 년에도 몇 번씩 홍콩으로 여행을 가는 것을 보고,
'뭔가 매력이 있는 곳이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그 지인과 홍콩 여행을 가자며
나름 계획도 세우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젠 그 계획이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네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글쎄요. 여행자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 시절의 홍콩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언젠가 홍콩 여행을 가게 된다면 많은 것이 변해 버린 홍콩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아직 갈 수 없는 홍콩을 알고자 다른 여행자들의 사진과 글을 보며
왜 그토록 홍콩을 사랑했는지를 상상해봅니다.
가이드북 작가 환타 전명윤의 <리멤버 홍콩>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닌 역사 분야의 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범죄인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의 반정부 시위의 타임라인을
꽤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파편적으로 들었던 홍콩의 이야기가
잘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쩐지 슬프고 마음 한편이 아릿한 감정이 듭니다.
다시는 그때의 홍콩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어서일까요.
홍콩의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을 저자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하는 지금의 홍콩의 이야기에서
어쩔 수 없이 꾹꾹 숨겨둔 저자의 상실감과 안타까움이 새어나옵니다.
홍콩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그들의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현재 홍콩 젊은이들의 할아버지 세대는 영국의 압제와 싸웠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중국의 압제에 싸웁니다.
어쩌면 이 홍콩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류영하 교수님의 <홍콩 산책> 프롤로그에 나오는 글입니다.
지금의 홍콩은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다. 풀어보면 홍콩 사람들 속에 중국도 있고 영국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홍콩은 중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학자는 홍콩의 그 특수한 의미에 대해 '제3의 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사실 어떤 것보다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홍콩을 좋아한다. 누구의 편도 아무의 편도 아닌, 또 어느 편인지도 밝힐 필요도 없는 자유 말이다.
(중략)
홍콩은 지금 내부적으로 정체성의 갈등을 겪고 있고, 외부적으로 중국과 정체성 간의 강 대 강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홍콩에게 애국심을 요구하고 있고, 홍콩은 중국에게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랑했던 홍콩 그 특유의 정체성과 분위기는,
어쩌면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랑처럼 시한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땅이지만, 조용히 조금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응원해야겠습니다.
언젠가 수많은 사람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홍콩의 밤거리를 걸을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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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홍콩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988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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