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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2021 서울국제도서전 <가을, 첫 책>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8. 5.

2021 서울국제도서전

Seoul International Book Fair 2021

긋닛-斷續-Punctuation

 

오는 9월 8일부터 12일까지 2021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립니다

'긋닛-斷續-Punctuation'이라는 주제로 개최될 이번 도서전은 "팬데믹 상황으로 잠시 멈추어진 일상에서 우리가 멈춘 곳이 마침표가 될지, 아니면 잠시 멈추었지만 이전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쉼표가 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코로나 이후에 가야 할 길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를 품고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2021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을, 첫 책>🍁으로 산지니의 신간이 처음 공개됩니다!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 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생애사

 

우리는 인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 생애로 기억돼야 한다.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는 포항 사투리로 자신의 생애를 풀어내는 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다년간 기자 생활을 해온 손자가 할머니의 삶을 기록하였습니다.

현대사를 지나온 할머니의 생애가 한 줄 사건 혹은 숫자로 뭉뚱그려진 인물들의 삶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위안부와 강제징병, 해방 후 좌우대립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목격자이자 당사자로서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자석을 낳아가지고 사지로 보낼 수가 있나. 머시마는 남자라서 군대로 간다 하지만, 여자로 우예 목숨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데로 보내노.”
그래 엄마가, 어디라도 결혼시켜야 된다 하대. 그래서 어디 머시마 있다 하면 다 중신애비를 보냈는 거야. 엄마가 그때는 살림도 안 보고, 신랑만 있으면 빨리 시집보낸다 했어. 죽는 거카마 낫다꼬, 거 보내는 거카마 낫다꼬.
- p.30

 

손자에게 들려주는 할머니 자신의 삶 속에는 혹독한 시절을 건너온 아픔,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가족사는 물론 앞으로 삶을 살아갈 손자를 염려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독자들이 여실히 느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기록자의 마음도 함께 녹아 있습니다.

 

교과서를 통해서만 역사를 보면 그 속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어떤 생을 살았고 어떤 감정을 겪었을지 단편적으로 유추할 뿐이죠.

그 시절의 풍경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어떻게 함께 살았는지를 기록하는 일은 사람을 사람으로 기억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시대를 거쳐 온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역사는 현재가 되어 다시 이곳으로 불려올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손쉽게 생략되었던 사람들의 생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혹한 시절을 견뎌낸 사람들이 ‘인구’가 아닌 개개인의 ‘인간’으로 기록되기를,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간’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 구술 김두리

1929년 경북 영일군(현재는 포항시)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오남매를 키웠다. 열다섯 살 되던 해 봄, ‘위안부’ 징집을 피하려고 어머니가 결혼 시키려 했으나 한 차례 파혼했다. 그해 가을 열일곱 살의 최상회와 결혼했다. 남편의 일본군 징병을 피해 산골에 숨어 살다 해방을 맞았다.

해방 후 좌우 대립은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남겼다. 남편은 좌익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과 옥살이를 겪어야 했고, 시동생은 경찰의 손에 학살당했다.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전쟁이 터지고 군대에 간 남편은 일곱 달 넘게 소식 한 장 없었다. 그사이 첫 딸이 죽었다는 말은 편지에도 쓰지 못했다. 마을에는 남편의 부대가 전멸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아갈 희망을 잃고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한 번은 죽을 팔자가 못 돼서, 한 번은 아들 얼굴 때문에 죽지 못했다.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삶을 끝내는 것조차 뜻대로 하지 못해서, 언젠가 자연스레 주어질 ‘끝’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난하고 고된 시절을 살아냈다. 네 명의 딸과 세 명의 아들을 낳았다. 그 가운데 둘을 가슴에 묻었다. 현재 93세로, 경북 포항시에 산다. 자식들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여전히 그의 가장 큰 일이다.

 

🍂 기록 최규화

김두리 여사의 손자. 월간 작은책, 오마이뉴스, 북디비, 베이비뉴스를 거치며 12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양성평등미디어상, 인터넷선거보도상, 정치하는엄마들 올해의보도하마상 등을 받았다.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드립니다』, 『달빛 노동 찾기』, 『숨은 노동 찾기』, 『난지도 파소도블레』 등의 책을 함께 썼다.

지금은 할머니의 이야기가 열어준 인연의 길을 따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일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세상에 전하는 일이다.

위성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꿈이다.

 


 

2021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을, 첫 책>🍁으로 처음 공개될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역사 속 인간의 삶이 담겨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는 9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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