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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내가 사랑하는 구절들 :: 시를 소개합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2. 23.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모레면 크리스마스, 또 다음 주면 벌써 새해네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

찬바람이 옷깃을 후벼파고 코끝까지 얼어버리는 날씨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씩 내리쬐는 햇볕에 마음이 녹는 연말이지요. :)

 

음, 오늘은 시를 추천드릴까해요.

사실 올해 읽었던 책들 소개를 하려 했으나,

제가 도서 종들 중 시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제일 가슴에 남았던 시 혹은 그 구절들을 소개해드리자는 마음이 번뜩 들어서 ㅎㅎ 이렇게 들고 왔습니다.

시작할까요.

 

 

 

첫 번째로는 허연 시인의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의 전문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가장 좋아하는 시입니다.

 

사랑에 대해 겁먹은 화자의 모습을 아주 덤덤하고 담백하게 서술하는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거리를 두고

너무 사랑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작 혹은 재회를 하지 않고.

여전히 사랑할 테지만, 그것으로 하여금 언제 다칠지 모르기 때문에···.

참. 이런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잘 형용해내는 걸까요?

 

 

『액자소설』은 송승언 시인의 「사랑과 교육」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죽음에 대하여 따뜻하고 날카롭게 얘기하는 시인데...,

저 "다정하게"라는 마지막 구절은 정말 다정일까요?

궁금하거나 관심 있으신 분은 전문을 찾아 읽어보심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시가 꽤 어려운 시라고 생각해서 가슴에 사무치는 구절만 데려왔어요.

죽음이 낯설지 않아 위로를 바라지만, 다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란.

그래서 제목이 저럴까요.

지치고 힘들 때 많이 공감했던 거 같아요.

힘든 시절의 내가 많이 사랑했던 시.

 

 

박준 시인의 유명한 시죠. 시집 표제작 이기도 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저 시집은 제목을 읽자마자 홀린 듯 구매했어요. 문장이 정말...,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었달까.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모르는 이의 생애를 기록하고, 거기서 저런 문장을 뱉어내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처연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저 문장이.

얼마 전에 박준 시인분께서 tv 프로그램 유퀴즈에도 출연하셨는데, 거기서 시를 쓰는 건 유서와도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생生에 관한 이야기를 참 애달프게 잘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새 이런 시도 좋더라고요. 

사랑의 소실과 소생에 희망을 한 스푼 넣은 듯한···.

꽤 오래된 시이긴 하지만, 그래서 익숙하실 테지만 제가 좋아하는 시라 데려왔습니다.

사계의 순환에 빗대어 사랑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먹먹하고 기쁘지 않나요.

 

우리들 읽는 책도 마지막 장이 있어야 또 새로운 책의 페이지를 열 수 있고,

하루에도 새벽 끝이 있어야 다른 아침을 맞이할 수 있듯이

아프고 다치는 나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차오르는 사랑이란.

또 그것이 주는 힘이란.

 

 

아래는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소설의 한 구절이에요. 몇 년 전부터 제가 정말 사랑하고 있는 구절. 

위의 시는 딱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아시겠죠! :D  

문장들이 다 가슴에 발자국을 찍고 가지 않나요?

별 거 아닌 표현들이 별 게 되어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사실 마지막 이 두 작품은

이번 달 부로 퇴사를 하는 제가 회사 식구분들께 남기는 이야기랍니다.

산지니 식구분들, 함께해서 정말 감사했고 영광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인연이 이 시간부로 끝이 아님을 우리 항상 기억하자구요... ;)

 

 

아.

사진들은 모두 제가 찍은 사진들이에요. 잘 찍지 않았나요?

(불펌금지! ^0^)

ㅎㅎ 이상, 리엉 편집자의 연말 기념 최애 시 소개였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끼니 잘 챙겨 드시고요. 햇빛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꼭 쬐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기쁨으로 켜켜이 채워나가는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읽으시는 여러분들 모두 평온하고 행복하세요. 언제나요.

 

-리엉 편집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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