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모레면 크리스마스, 또 다음 주면 벌써 새해네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
찬바람이 옷깃을 후벼파고 코끝까지 얼어버리는 날씨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씩 내리쬐는 햇볕에 마음이 녹는 연말이지요. :)
음, 오늘은 시를 추천드릴까해요.
사실 올해 읽었던 책들 소개를 하려 했으나,
제가 도서 종들 중 시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제일 가슴에 남았던 시 혹은 그 구절들을 소개해드리자는 마음이 번뜩 들어서 ㅎㅎ 이렇게 들고 왔습니다.
시작할까요.
첫 번째로는 허연 시인의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의 전문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가장 좋아하는 시입니다.
사랑에 대해 겁먹은 화자의 모습을 아주 덤덤하고 담백하게 서술하는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거리를 두고
너무 사랑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작 혹은 재회를 하지 않고.
여전히 사랑할 테지만, 그것으로 하여금 언제 다칠지 모르기 때문에···.
참. 이런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잘 형용해내는 걸까요?
『액자소설』은 송승언 시인의 「사랑과 교육」이라는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죽음에 대하여 따뜻하고 날카롭게 얘기하는 시인데...,
저 "다정하게"라는 마지막 구절은 정말 다정일까요?
궁금하거나 관심 있으신 분은 전문을 찾아 읽어보심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시가 꽤 어려운 시라고 생각해서 가슴에 사무치는 구절만 데려왔어요.
죽음이 낯설지 않아 위로를 바라지만, 다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란.
그래서 제목이 저럴까요.
지치고 힘들 때 많이 공감했던 거 같아요.
힘든 시절의 내가 많이 사랑했던 시.
박준 시인의 유명한 시죠. 시집 표제작 이기도 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저 시집은 제목을 읽자마자 홀린 듯 구매했어요. 문장이 정말...,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었달까.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모르는 이의 생애를 기록하고, 거기서 저런 문장을 뱉어내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처연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저 문장이.
얼마 전에 박준 시인분께서 tv 프로그램 유퀴즈에도 출연하셨는데, 거기서 시를 쓰는 건 유서와도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생生에 관한 이야기를 참 애달프게 잘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요새 이런 시도 좋더라고요.
사랑의 소실과 소생에 희망을 한 스푼 넣은 듯한···.
꽤 오래된 시이긴 하지만, 그래서 익숙하실 테지만 제가 좋아하는 시라 데려왔습니다.
사계의 순환에 빗대어 사랑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먹먹하고 기쁘지 않나요.
우리들 읽는 책도 마지막 장이 있어야 또 새로운 책의 페이지를 열 수 있고,
하루에도 새벽 끝이 있어야 다른 아침을 맞이할 수 있듯이
아프고 다치는 나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차오르는 사랑이란.
또 그것이 주는 힘이란.
아래는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소설의 한 구절이에요. 몇 년 전부터 제가 정말 사랑하고 있는 구절.
위의 시는 딱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아시겠죠! :D
문장들이 다 가슴에 발자국을 찍고 가지 않나요?
별 거 아닌 표현들이 별 게 되어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사실 마지막 이 두 작품은
이번 달 부로 퇴사를 하는 제가 회사 식구분들께 남기는 이야기랍니다.
산지니 식구분들, 함께해서 정말 감사했고 영광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인연이 이 시간부로 끝이 아님을 우리 항상 기억하자구요... ;)
아.
사진들은 모두 제가 찍은 사진들이에요. 잘 찍지 않았나요?
(불펌금지! ^0^)
ㅎㅎ 이상, 리엉 편집자의 연말 기념 최애 시 소개였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끼니 잘 챙겨 드시고요. 햇빛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꼭 쬐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기쁨으로 켜켜이 채워나가는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읽으시는 여러분들 모두 평온하고 행복하세요. 언제나요.
-리엉 편집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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