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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다시 그림 그릴 수 있을까요? :: 심수환 그림 에세이 <일상 그리기> 편집후기

by 에디터날개 2023. 1. 31.

안녕하세요. 편집후기를 들고 온 날개 편집자입니다. 

오늘은 그림 그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그림 그리기 좋아하시나요? 
전 그림에 소질이 없고 자신도 없어요. 
그런데 반전인 건, 제가 어릴 적 유치원 대신 미술학원을 다녔다는 거죠. 
라떼는 말이죠... 미술학원이 유치원의 역할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아침에 미술학원으로 등원해서 오후에 하원하는 거죠.   
이름은 미술학원이었지만 하루종일 다양한 활동을 했고 (연말엔 재롱잔치도 했어요!)   
그렇지만 또 미술학원답게 매일매일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매일 그렸던 날에 비례해서 제 그림실력이 늘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릴 적 그림을 너무 많이 그려서 흥미가 일찍이 떨어져 버렸나? 하는 생각도 한답니다. 

그 뒤론 그림에 대해서는 영 자신이 없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심수환 작가의 <일상 그리기>를 편집하면서 나도 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풍경 수채화 화가로 활동 중인 심수환 작가는 2007년부터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드로잉 작업도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드로잉 수업을 통해 거창한 예술이 아닌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으로서의 그림의 가치를 나누고 있어요.

심수환 작가는 이번 책에서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무엇이든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그림 그리는 데에 거창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거죠.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기는 생각보다 쉽다.
지금 당장 수첩을 펴 들고 펜을 쥐시라. 그리고 눈앞에 있는 뭐라도
그려 보시라. 그러면 당신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_<일상 그리기> 21쪽

 

이거 이거... 밥 아저씨의 향기가 풍기는 거 아니냐고요...?

일상 그리기 참 쉽죠잉?

저도 믿을까 말까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ㅎㅎㅎ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해야지 라는 장비 욕심과 
어째 어째 시작한 그림에 나 자신이 실망하는 마음을 넘어선다면 
일상 그리기의 첫걸음은 이미 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작가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물건들부터 그려보기 시작하라고 합니다. 
제 눈앞에는 지금... 비타민 약, 에어팟, 립밤, 텀블러, 머그컵, 두유 칫솔, 치약, 집게핀, 마스크, 휴대폰 등등 아주 다양한 물건이 있네요. 이 중 어떤 물건이 제일 그리기 쉬우려나요. 

눈을 높이 들어 먼 풍경을 그릴 생각은 마라.
그냥 눈앞에 있는, 내가 늘 사용하는 무엇이라도 좋다.
늘 날 위해 존재해 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천천히, 그리고 정성껏 마주한 물체의 윤곽을 따라 그려 보자.
너무 잘 그리려고 욕심내지 말고 그냥 자세히 보고, 세밀하게 그린다는 마음만 가지고 그리자.
대개는 생각보다 ‘좀 그리는걸’ 하고 자신에게 놀랄 수도 있다.
아, 아니. 뭐 역시 못 그렸다고 치자.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에겐 또 다른 해결책이 있다.
시계를 그렸는데 시계를 안 닮았으면 화살표를 해서 ‘시계’라고 쓰면 되지. 뭐,
어쩌라고. _<일상 그리기> 23쪽

 

<일상 그리기>에는 심수환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온 일상 그림 180여 편과 일상 그리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술교육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온 저자가 제안하는 오늘날 학교 미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엿볼 수 있어요. 일상 그리기를 하기에 좋은 그림 도구(작가가 직접 사용하고 추천하는!)들도 정리해 두었으니 놓치지 마시고요.

아, 물론 컬러입니다!



이제 최종 편집을 마치고 예쁜 양장책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인쇄소로 간 <일상 그리기>에 많은 기대 바랍니다.

2월에 만나 볼 수 있어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바쁜 삶에 밀려 잊고 지냈던 그림에 대한 마음을 되살리고, 
저처럼 그림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더 많은 분들이 일상 그리기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남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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