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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온 선물의 정체는…_『Die Welt vor Suzie Wong』, 독립운동가 서영해와 남겨진 가족, 수지의 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4. 18.

산지니 앞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의 출판사(mandelbaum verlag)에서 보내 온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이것은 바로바로…… 

 

책입니다! 후후. 엽서도 같이 왔네요.

 

 

『Die Welt vor Suzie Wong』 앞표지 / Erica Fischer 지음 / mandelbaum verlag

독일어 표지의 이 책은,

독립운동가 서영해의 직계 장손녀, 수지 왕(Suzie Wong)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랍니다. 제목 ‘Die Welt vor Suzie Wong’은  ‘수지(Suzie) 이전의 세계’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군요. 

2019년 산지니에서 펴낸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라는 책을 기억하시나요?(아래 이미지)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 정상천 지음 / 산지니

 

이분이 바로 수지의 할아버지, 서영해입니다. “서영해”라는 이름이 낯선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그럼 수지 이야기를 담은 책 소개에 앞서, 먼저 그녀의 조부인 서영해가 누구인지! 간략히 짚고 넘어갑시다.  (:

 

독립운동가 서영해(徐嶺海, 1902~1949 실종)

“ 말과 글로 일본의 총과 칼에 대항한 독립영웅 ”

부산에서 태어난 서영해는 17세의 나이로 3·1 독립운동에 참가합니다. 그는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다 외국어를 구사할 인재가 필요했던 임시정부의 요청으로 1920년 12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납니다. 유학생활을 마친 후, 임시정부 외무부의 지시로 고려통신사(Agence Korea)를 설립하게 됩니다. 통신사를 통해 일본의 한반도 침략상을 전 유럽에 알리면서 일본에 의해 왜곡된 한국 이미지를 바로잡고, 한국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데 일조하죠. 그는 불어로 쓴 장편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의 주변』과 민담집 『거울, 불행의 원인』 등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유럽에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독립운동의 불모지와도 같던 유럽에서 고독하고 집요하게 펜으로 투쟁한 독립투사였습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27년간 조선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였지만 서영해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역사에 묻혔고,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독립영웅” 하면 무력으로 대항한 독립투사를 떠올리지만, 이렇게 펜으로 일제에 저항한 수많은 독립영웅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말과 글로 일본의 압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 서영해, 이제 그 후손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책의 뒷표지

 

📜『Die Welt vor Suzie Wong』 책 소개 및 내용

이 책은 서영해의 손녀인 수지 왕이 태어나기 전, 그녀 조상의 역사를 다룹니다. 서영해의 이야기가 책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영해 가족과 주변 인물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영해의 부모에 대해서도 언급됩니다. 그리고 그의 두 명의 아내(엘리자베스 브로이어, 황순조)에 대한 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서영해와 첫 번째 아내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스테판의 유년시절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한편, 서영해와 이별 후 엘리자베스는 두 번째 남편인 식닝 왕과 결혼하고, 함께 스테판을 키웁니다. 서영해의 유일한 아들인 스테판은 결혼하여 수지, 스테파니를 자녀로 둡니다. 수지, 스테파니 자매가 서영해의 직계 후손인 것이죠. 이처럼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서영해와 그 후손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또 한 명의 독립투사와 남겨진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다큐멘터리적 이야기를 담은 Die Welt vor Suzie Wong에서 저자 Erica Fischer는 역사와 정치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개인의 운명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설명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할아버지(서영해)에 대한 수지의 조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초반의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복잡한 가족 관계를 조명합니다. 이 발자취는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 깊숙한 곳으로, 또 믿을 수 없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길을 따라 단계별로 이어지며,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할아버지 서영해의 활동과 그 중요성을 드러냅니다.

이는 당시 한국을 점령한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파시스트들과 맞서 싸운 열정적인 자유 투사이자 반파시스트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서영해와 비엔나 출신의 엘리자베스 브로이어의 짧은 사랑 이야기도 담고 있답니다.

이 책은 수지와 에리카 피셔(저자)가 함께 구상하여 조사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피셔에 의해 기록되었습니다.

 

 

📜책 속으로

수지는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겨울임에도) 어두운 피부색을 지녔다. -p. 12

그는 검은테 안경을 고쳐 쓰고 선 펼친 신문에 몰두한다. 엘리자베스는 반짝이는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의 놀랍도록 보수적인 우아함에 재미를 느끼고 동시에 호기심이 생겼다. 중국인일까? 아님 일본인? 궁금하다. 비엔나에서 그녀는 지금껏 아시아인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걸어온다. 마치 와야만 한다는 듯이. 서영해는 그 여자의 관심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엘리자베스는 한국인을 본 적이 없으며 이 이국적인 나라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 근처 어딘가에 있겠지. -p. 27~28

"왜 그리 어릴 때 한국을 떠났어요?" 엘리자베스는 알고 싶었다.
"그건 다음번에 설명해 줄게요." 그가 회피했다. 그는 알고 있다. 유럽 사람에게, 그것도 사람들이 금방 싫증 내는 세세한 내용들을 빠뜨리지 않고, 지금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p. 30

열일곱 살의 학생 영해가 3월 1일 독립운동에 열렬한 감격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략)
1919년 3월 13일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영해는 학생들 무리를 이끌고 앞장서서  동래구청으로 향했다.
"독립 만세!" 그들은 소리쳤다. -p. 48~49

반면 서영해는 애국심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와 달리 조선은 일부 사람들이 거기에 동의하더라도 실제로는 무고한 희생자였다. 그러나 현재 조선에서는 합의를 하거나 망명하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중략)
둘의 이별은 늦어도 1939년 봄에 이뤄졌음에 틀림없다. 서영해는 그때까지 엘리자베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다. -p. 108~109

디디(스테판의 애칭)는 개구쟁이면서 동시에 인종차별적 박해의 피해자였다. (중략)
스테판은 나치로 자란 시골 소년들에게 조롱을 받고 쫓겨났다. 거의 매일 그는 목숨을 걸고 온 마을을 뛰어다녀야 했다. 그가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p. 119

나 엘리자베스 왕(Wong)은 1945년 10월 10일 식닝 왕(Sik Ning Wong)과 결혼했다. 나는 첫 번째 남편 서영해와의 사이에 올해 여섯 살 된 아들 스테판을 두었다. 하지만 서영해는 아들을 돌볼 수 없기에, 나와 식닝은 스테판에게 우리의 성을 부여하고 스테판을 우리의 친자로 유지하려 한다. -p. 124 

상하이는 중국 공산당의 손에 넘어간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다. (중략) 상하이에 있는 모든 한국 국민은 억류될 것이다. (중략) 황순조와 최 씨 부부는 중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배를 타고 상하이에서 온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승선한다. 중국 국적의 서영해는 탑승할 수 없다. 서영해의 송환을 막은 것은 중국 정부가 아니라 이승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중략)신혼부부가 헤어지게 되었다. 그들은 1년 6개월 동안 간헐적으로 함께 살았다. 정상천 박사에 따르면, 서영해가 떠날 때 아내에게 경건한 소원을 하나 전한다.“나는 사람의 삶이 하늘에 달려 있다고 믿지만, 동시에 그들이 그들의 의지로 어떤 일의 경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소. 다시 만날 때까지 신이 주신 생명과 건강을 지키시오. 그래서 언젠가 오늘 우리의 이 슬픔을 웃어넘길 수 있도록 행복하게 삽시다.” -p. 195~196

우리가 가족임을 깨닫게 될까? 그녀는 궁금했다. 완전히 다른 두 문화에서 자랐고 당사자 모두가 이미 중년의 나이를 지났을 때  우리가 실제로 가족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수지는 이전에 가족과 연락한 적이 없었다. (중략)“2주 뒤”, 수지는 말했다.“언어, 의례, 예술과 건축의 미학, 음식, 확실히 불교의 영향을 받은 정신적 역사, 사회적 상호 작용의 행동, 의사소통의 유형 등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얼마 되지 않아 처음 느꼈던 낯선 감정들이 사라졌다. 그들은 동의했다. 서영해가 뛰어난, 언어적 재능이 있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그리고 평화적 입장의 사람이라는 것에. 그는 일생 동안 자유 한국을 위해 싸웠다. 아,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p. 210~211

으스스했지만, "이 DMZ를 보게 되어 기쁘다."라고 수지는 감상을 요약했다. "관광객과 버스로 붐빈다. 사람들은 큰 시장에 온 것처럼 행동하고, 웃고, 걸어 다니고, 즐기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나는 그것에 좀 거부감이 들었다." 스테파니도 목이 멘 채로 그곳에 갔다. 그녀는 남북한의 폭력적인 분단이 남긴 수많은 비극적 운명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죽음에 대해서도. -p. 217~218

서영해는 왜 북한으로 갔을까? 그것이 로맨틱한 결정이어서? 모든 일을 제쳐두고,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희망에 힘입어? (중략)현실 세계에는 도깨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직 역사적 연구만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또한 언젠가 북한의 문서가 공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중략)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유럽에서 파시즘에 대항하고 피폐한 조국에서 자유를 위해 참으로 정직하게 투사한 서영해를 미완성의 책으로 기념하는 것뿐이다. -p. 220

 

서영해의 직계 후손인 스테판, 수지 부녀. 책 본문 p. 136

책에는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서영해와 그 가족들의 사진이 더 많이 담겨 있답니다. 😉

 

 

📜차례

Zum Buch / 책 속으로

Das Eiles / 카페 'Eiles'
Elisabeth geht nach Paris / 파리로 간 엘리자베스
Eine folgenschwere Begegnung / 심상치 않은 만남
서영해 Kindheit und Jugend des Seo Yeong-hae / 서영해 - 서영해의 유년 그리고 청소년 시절
Der Kampf um die Unabhängigkeit Koreas / 조선 독립을 위한 투쟁
Exil / 망명
Ein koreanischer Schüler in der Fremde / 이국에서의 조선 학생
Ein koreanischer Journalist in Paris / 파리의 조선 언론인
Die Provisorische Regierung der Republik Korea / 대한민국 임시정부
Seo Yeong-hae und die Weltlage / 서영해와 국제 정세
Ulim, ein koreanisches Märchen, nacherzählt von Seo Yeong-hae / 조선의 동화 '우림', 서영해가 이야기하다
Trennung / 이별
Didi / 디디
China Connection / 중국과의 연결
Dagmar / 다그마
Elizza, Mutter und Großmutter / 엘리자,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Krieg / 전쟁
Elizza, Künstlerin / 엘리자, 예술가
Heimkehr nach Korea / 한국으로의 귀향
Verbrannte Erde / 소실된 땅
Getrennt / 독립
Was bleibt? / 무엇이 남았나?

Nachwort / 후기

Verwendete Bücher und Artikel / 참고 자료(책, 기사)

Bildnachweis / 사진 설명 및 출처

 

 

아래는 2019년 당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출판기념회 현장 사진 및 기사입니다. 수지·스테파니 왕 자매의 참석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출판기념회

지난 6월 7일 저녁,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산지니에서는 대표님과 편집장님이 함께하셨습니다. 한인회관 입구에는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을 환영하는 플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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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서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출판기념회

비엔나서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출판기념회 유럽에서 활발한 외교활동으로 민족 독립 위해 싸웠던 서영해 선생 이야기 담겨 유럽에서의 외교활동을 통해 일제하 우리 민족의 독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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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해의 부모부터 그의 손녀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한 가족 몇 세대의 역사를 담아낸 책. 이 역사는 비엔나, 서울, 파리, 상하이를 넘나든다.

말과 글로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세계만방에 알린 서영해. 그는 시간이 흘러 손녀가 자신의 흔적을 찾아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손녀가 자신의 행방을 좇아 이것을 글로 풀어낼 것을 생각이나 했을까요? 아니, 자신에게 손녀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겠죠.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와, 이렇게 함께 자리하니 감회가 새롭군요.

서영해가 첫 번째 아내 엘리자베스와 이별하게 된 것도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공 때문이었고, 두 번째 아내 황순조와 헤어지게 된 것도 중국 공산군의 상하이 점령 및 중국 전역의 공산화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운명은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힘없이 표류하게 되죠... 참으로 가슴 아픈 역사입니다.

역사 속에 잠들 뻔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이야기, 저만 알 수는 없죠! 훗날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면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서영해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Die Welt vor Suzie Wong』

 
저자: 에리카 피셔(Erica Fischer)

출판사: mandelbaum verlag(오스트리아 비엔나, 독일 베를린 소재)

출간일: 2023. 03. 03

언어: 독일어

쪽수: 228

ISBN: 978385476-797-8


 


 

📦 『Die Welt vor Suzie Wong』 구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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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책 내용 소개

 

유럽 무대에서 외교로 조선독립을 알리다-『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책 소개)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유럽 무대에서 외교로 조선독립을 알리다 [KBS 역사 한방에 소개된 영상: https://youtu.be/K2xdA13C8uY] ▶ 독립운동에는 무장투쟁만 있지 않았다. 외교로 항일투쟁하며 조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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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읽어보기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 YES24

독립운동에는 무장투쟁만 있지 않았다. 외교로 항일투쟁하며 조선독립을 알린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총과 폭탄을 든 독립운동가도 있지만 여기 펜을 들고 조선 독립에 앞장선 독립운동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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