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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법은 현장에 있다_『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K-공감 인터뷰

by _Sun__ 2023. 5. 19.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주관지 k-공감에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저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보건복지부 강연와 이어지는 인터뷰인데요, 고독사 문제에 관한 작가의 열정이 잘 담겨 있습니다. 

 


 

현직 경찰관으로는 처음으로 고독사 관련 책을 집필한 부산영도경찰서 권종호 경위. 2005년부터 100건이 넘는 고독사 현장을 마주하며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다. 사진 C영상미디어

 

‘고독사’와 싸우는 부산영도경찰서 권종호 경위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빌라에서 홀로 지내던 60대 여성이 사망한 지 약 두 달 만에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악취가 난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지병 등으로 고독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광주에서도 같은 날 혼자 지내던 70대 남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이자 기초수급자로 가족 없이 홀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독거노인이 고독사한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가정의 달인 5월에도 어김없이 이런 뉴스는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12월 14일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한 사망자는 3378명에 달한다. 2021년 국내 전체 사망자는 31만 7680명으로 100명 가운데 1명이 고독사로 숨진 셈이다. 문제는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등으로 고독사가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불과 5년 사이 40%나 급증했다.

고독사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은 경찰이다. 부산영도경찰서 권종호(55) 경위는 2005년 처음으로 고독사 현장을 접한 후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고독사 현장을 마주했다. 코끝을 찌르는 냄새와 집안 곳곳을 덮은 구더기, 곰팡이 가득한 음식과 발끝에 치이는 쓰레기들. 권 경위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고독사 현장 모습이다. 권 경위는 왜 이런 죽음이 반복되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늘어나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년 가까이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는 것을 넘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을 만나고 직접 고독사 통계를 만들었다. 주민센터와 구청, 시청을 다니며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현직 경찰이 고독사 관련 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권 경위가 마주한 고독사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사실 고독사는 지능범죄수사팀 소속인 권 경위의 업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고독사 현장을 찾고 자료를 살피고 사람을 만났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18년 전, 처음 고독사 현장을 마주했다.

2005년 여름, 형사팀에서 당직을 서다 변사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현장을 찾았다. 1991년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수많은 변사사건을 봤지만 그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사망한 지 최소 한 달은 지난 변사체 위에 하얀색 구더기가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거실에 나와 있는 모든 음식에 곰팡이가 서려 있었다. ‘지옥’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말 무서웠다.

사망 원인은?

병사(病死)였다. 사망자는 국가유공자였는데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혼자 살고 있었다. 월세를 내지 않아 집주인이 세입자를 만나러 왔고 역겨운 냄새에 죽음을 느끼고 신고했다. 현장에 고인이 남긴 낙서장에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 쓰여 있었는데 고인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날의 기억이 지금까지 고독사 현장을 계속 찾는 이유가 된 건가?

처음 고독사 현장을 마주했을 때 사람의 마지막은 아름답고 품위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이런 죽음을 맞이했나 안타까웠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사는 점점 많아지고 계속 고독사를 접하면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죽었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죽지 않을까 되짚어보게 된다. 사명감이라기보다 경찰이라서 현장을 계속 찾게 된다. 그러면서 오기도 생겼다. 내가 본 고독사는 100건이 넘는데 부산시에서는 고독사가 매년 줄어든다고 한다. 통계만 믿으면 대책이 안 나온다. 누군가는 현실을 알리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통계가 안 맞는 이유는 뭔가?

경찰이 보는 고독사와 부산시가 보는 고독사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망한 지 72시간이 지나 발견되면 고독사로 보고 있다. 부산시는 고독사를 ‘숨진 지 3일 이후 발견된 1인가구 경우’로 정의하고 있지만 구·군의 변사자 보고가 이런 정의에 따라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5일이나 7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경찰과 지자체의 통계가 다르다.

실제로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고독사 통계를 보면 2017년 40명, 2018년 28명, 2019년 27명, 2020년 17명, 2021년 14명으로 매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통계를 따르는 복지부 통계는 부산 지역 고독사가 2017년 219명에서 2018년 291명, 2019년 254명, 2020년 315명, 2021년 329명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구·군이 경찰과 협조하면 된다. 변사 현장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경찰이 간다. 경찰이 사망 원인을 고독사로 판단하면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와서 확인만 하면 된다. 현장에서 고독사인지 아닌지 판단하면 되는 거다. 정확한 숫자가 나오고 현실을 마주해야만 그에 맞는 고독사 예방책도 나올 수 있다.

현실과 고독사 대책의 괴리가 큰 것 같다.

2021년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부산시나 다른 시·군·구에서도 많은 고독사 예방책이 만들어졌다. 서류상으로 본다면 완벽하다. 그러나 실제로 고독사 위험이 높은 혼자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가족 역할을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로봇 도우미가 아니라 말도 걸어주고 끼니도 함께해주고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살펴봐줄 사람이나 공동체가 필요하다. 책상에 앉아 대책을 만들 게 아니라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권 경위는 고독사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돌아오는 건 외면뿐이었다고 한다. 고독사 분야의 전문성과 설득력을 견고히 하기 위해 권 경위가 선택한 수단이 바로 ‘책’이었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건 정부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상 정부로부터 ‘보호’라는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분들이 많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방치된 것이다. 고독사 문제는 사회적 방치,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했다. 책 제목을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라고 지은 이유다. 고립된 이들을 돕기 위한 지자체 대책은 아직 대부분 65세 이상 1인가구에 한정돼 있다. 이마저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으로 지정된 일부만 혜택을 받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청년 고독사 문제도 다뤘다.

고독사는 중장년·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 고독사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 고독사는 경제적 빈곤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거나 지갑에 1000원 한 장 없는 경우도 많다. 이력서를 쓰고 또 쓰다 좌절해 생을 마감하거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다 홀로 죽은 청년도 있었다. 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벽에 부딪힌 청춘들을 마주하면 안타깝고 또 미안한 마음에 눈물밖에 나지 않더라.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고독사를 막으려면 은둔하다시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는 게 중요하다. 마을 경로당 같은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화투를 치고 있는 할머니들을 생각해보라. 이런 할머니들은 혼자 살아도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활동을 하기 때문에 고독사할 가능성이 낮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고 만날 수 있는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부산만 해도 빈집이 적지 않다. 빈집을 활용해 노인들이 모여 생활하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빈집은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공유주택)로도 활용할 수 있다. 청년들이 생활공동체를 방문하는 노인들의 말벗이나 돌보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독사 관련 인력문제도 해소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료 보건복지부

생전계약’이라는 방법도 제시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죽음보다 죽는 방식이 공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쓸쓸하게 죽은 뒤 부패돼 발견되거나 무연고자로 처리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자신의 죽음을 그릴 수 있는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가족 없이 사망하더라도 장례절차와 재산처리 등을 당사자가 미리 정하도록 돕는 ‘생전계약’이 바로 그것이다. 생전계약으로 사후 뒤처리를 위임받는 안심장례 서비스 전단지를 돌린 적이 있다.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직접 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관공서에 유사한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더니 ‘수익 사업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혜가 문제라면 여러 업체와 협업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면 되지 않느냐’라고 했는데도 힘들다고 하더라. 생전계약이 정부 차원에서 시작됐으면 한다. 이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꾸준히 관리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도 고독사 현장에 갈 계획인가?

고생했다, 잘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제는 책임감도 느낀다. 고독사 현장에도, 고독사 위험에 있는 사람을 만나러도 꾸준히 갈 계획이다. 은퇴 후 계획도 세우고 있다. 고독사 문제 해결은 누군가 책임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지자체 복지 관련 부서의 업무량이나 인력으로는 무리다. 민간에서 고독사 문제를 분리해 운영할 수 있는 조직,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이 쓸쓸하지 않도록,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고독사 2027년까지 20% 줄인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5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첫 번째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보건복지부는 5월 18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를 1.06명(2021년 기준)에서 0.85명으로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고독사를 막기 위한 체계적이고 촘촘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험군 발굴부터 상담·조사, 서비스 연계·지원, 모니터링 등 고독사 예방·관리의 전 단계를 포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내는 것부터 강화하기로 했다. 이·통·반장 등 지역 주민이나 부동산중개업소 같은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생명 지킴이)’로 양성하고 다세대 주택, 고시원 밀집 지역 등 고독사 취약지역 발굴 조사를 강화한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연계해 고독사 위험군을 찾아낼 수 있게 발굴 모형을 개발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할 체크리스트도 개발할 예정이다. 고독사 실태파악 주기는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이렇게 찾아낸 고독사 위험군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사회 등과의 ‘연결’을 강화한다.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과 모임을 지원하고 심리적 안정 지원과 응급상황 감지를 위해 정보통신기술도 활용한다.

청년과 중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에 따라 건강·취업 등 위기요인 해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집중 연계해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립·은둔 청년에게는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취업지원 및 직무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식이다.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장년 위험군의 경우 사회참여 유도와 더불어 평생교육·재취업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돌봄·정서 등 생활지원 서비스를 신설한다. 노인에게는 맞춤돌봄서비스 종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 내 노인 간 상호돌봄을 위한 ‘노노케어’ 등을 강화한다.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신 인수자가 없는 고독사 사망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빈소를 마련하는 공영장례를 확대한다.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으로 한정된 장례주관자를 고인이 생전에 지정한 친구·이웃·사회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또 고독사 시신 발견·수습 과정에서 유가족·주변인이 겪는 정신적 외상에 대한 심리안정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밖에 고독사 위험군 사례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 통합사례관리사를 확충하고 고독사 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또 현재 39개 시·군·구에서 추진 중인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2027년까지 229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은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고독사 예방의 첫 기본계획”이라며 “주변과 단절된 채 혼자서 임종을 맞지 않도록 빠르게 발견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강정미 기자,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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