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가 소개되었습니다.
기사에는 이웃과 17년 동안 함께한 김정윤 기자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저도 오랜 시간 같은 이웃과 지내고 있습니다. 맛 좋은 과일이 있으면 맛보시라 권하기도 하고 김장김치를 건네며 '올해 배추가 달다' 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요즘 세상에 말이죠. 오래 보아 익숙한 사이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기사를 읽으며 더 많은 오지랖을 부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벼운 인사, 안부, 날씨 같은 스몰토크가 누군가에겐 반가운 관심일지도 모르니까요.
옆집 택배를 무심코 뜯었다, 돌아온 반응은 호탕했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관심은 오지랖 아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관심
최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50대 지체장애인 A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한 날짜는 3월 9일로 추정되나, 발견된 날짜는 5월 7일입니다. 무려 두 달 만에 발견된 겁니다. A 씨는 유서에 자신이 모은 돈으로 장례를 치러달라는 마지막 부탁도 남겼다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극단적인 선택이 더해진 고독사는 참 씁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부산 영도경찰서 권종호 경위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라는 책을 펴내며 자신의 경험담을 담았습니다.
권 경위는 "고독사 현장은 아름다운 품위, 인간의 존엄성은 찾아볼 수 없으며 공포와 두려움, 빨리 도망 나오고 싶은 생각만 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고독사는 참담하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문득 기자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웃과 참 잘 지냈습니다. 이웃 친구들과 인형 놀이를 하거나 밖에서 뛰어다니며 놀기 바빴고, 부모님은 먹거리를 나누며 왕래를 했습니다.
2023년 지금도 부모님은 옆집에 사는 이웃과 김치, 채소, 때로는 요리를 했는데 맛을 보라며 저녁거리를 주고받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땐 현관문을 열어놓은 옆집에서 '베리'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가 뛰어나와 쓰다듬어달라며 발밑을 빙빙 돌기도, 집으로 따라 들어와 무릎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나가기도 합니다.
여름휴가를 가거나 오래 집을 비울 예정일 때에는 문 앞에 신문이 쌓이지 않도록 치워주며, 택배도 대신 받아서 보관해줍니다.
집 앞에 놓인 택배가 가족이 주문한 줄 알고 박박 뜯었는데 알고 보니 옆집 택배였던 경험도 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는 "아유 괜찮아, 괜찮아 좀 뜯어보면 어때"라면서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옆집과 서로를 이웃으로 둔 지 17년이 지나고 나니 고민도, 가족 간에 있었던 속상한 일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누군가는 "17년을 이웃으로 살았으면 당연히 사이가 좋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주위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웃들과 친해지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인사를 나누는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2006년 당시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와서 옆집에 건넨 첫 인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안녕하세요?' 건넨 인사가 모이고 모여 안부를 묻게 되고, 집에 초대하고, 음식을 건넬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 때는 잘 알지 못하는 어른에게 인사를 시키는 부모님께 "왜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하라고 해!"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쌓여 어느새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게 당연한 일과가 됐습니다.
TV를 틀어달라는 이웃 어르신 부탁에 댁에 찾아가서 틀어드리고 나오기도 하며, 혼자 계시는 어르신을 만날 때에는 가방에 있는 비타민을 건네기도, 농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어르신을 마주치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면 가족끼리 언제 어르신을 마지막으로 봤는지 공유하기도 합니다. 자칭 오지랖 넓은 기자의 가족들은 이렇게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웃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본 적 있나요? 처음은 괜히 민망하기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사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인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관심보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관심은 오지랖이 아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관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오마이뉴스(23.05.24, 용인시민신문 김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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