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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노마 히데키 선생님의 답장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8.






  작년, 돌베개에서 『한글의 탄생』이란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인 학자가 일본인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출간했던 책인데, 다시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재밌는 이력을 가진 책입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지식이 없던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며 3만부 넘게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독자들에게 한글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려일으켰죠. 때마침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러한 양질의 책이라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창원KBS 《TV문화공감》의 두 번째 코너 <책,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산지니출판사 강수걸 대표와 전성욱 문화평론가가 진행을 맡아, 토크형식으로 썰렁한 농담도 섞어가며(^^)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지요.

 *제작: 백승철, 최진영 *진행: 박소영 Ann *작가: 김세민 


지난 1월 4일에 방송되었는데요,
 이 방송을 보시고 노마 히데키 선생님께서 답장을 보내오셨어요.  



최진영PD님


이번에는 무사히 받아보았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책을 깊이 읽어 주신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두 분 출연자 선생님께도 감사말씀을 꼭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 인상이 아주 좋습니다!


중간에 들어간 그림도 효과적인 것 같아요.

애를 써 주셨군요.

진지한 내용이라 전체적으로 참 인상이 좋습니다.


근데 옛날 미술작가 부분은 저를 너무 칭찬을 하셔서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제목으로 몇월 며칠에 어디서 방송이 된 것인지

data도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서울에 와 있습니다.

공항에서 빌린 핸드폰입니다


가능하면 한번 통화를 하지요.

인하대학 대학원에서 월요일에 강연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마 히데키 올림




  이 분 이력을 보면 꽤나 흥미로운데요,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는 화가였습니다. 두 차례의 국제 판화 비엔날레전에 참여하고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여는 등 미술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1977년에는 현대일본미술전 가작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한국어와 한글에 매력을 느껴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급기야 대학에 들어가 한국어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한국어학, 일한대조언어학, 한국어 교육을 중심으로 음운론, 어휘론, 문법론과 언어존재론을 연구합니다. 1996~1997년에는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었고 2005년에는 대학민국 문화포장文化褒章을 수장受章하였습니다.
  한번 '꽂힌' 일에는 단칼에 뛰어들어 잡념도 없이 그 일에 푹 빠져드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보내오신 편지를 보면 활기찬 기운도 느껴집니다.



<바람에 흔들림 없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깊은 물>이라는 음양의 암유 暗兪는 우리 누구나가 지금 처음으로 체험하는, 한국어의 청초하고도 힘이 넘치는 선율이다. 천년의 시간을 겪으며 한자한문에 가려졌던 이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지금 샘물과 같이 넘쳐나는 이 땅의 말인 것이다. 우리의 눈 앞에 시각적으로 형상화된 <쓰여진 언어>로부터, 거룩한 왕조가 이 땅에 태어나려는 목숨의 고동이 분명한 <소리>로서 들려온다. 이 땅의 말만이 그려 낼 수 있는, 이 땅의 그윽함이자 옹훈함이다. 
(......)
이리하여 모어는 에크리튀르가 되고 <지知>가 되었다.  
-p.264


  예전 국어시간에 배웠던  《용비어천가》. 어떻게 이렇게 지루한 걸 125장이나 썼지? 하며 신기해 하기까지 했던 그 노래를 노마 히데키 선생은 이렇게 살아있게 만듭니다.
『한글의 탄생』을 읽으며 우리가 매일 입에서 만들어내는 소리의 비밀을 느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겁니다. 


 
한글의 탄생 - 10점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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