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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가려진 물 오염을 파헤치는 집념의 취재기_『먹는물이 위험하다』 정나래 번역가 북토크 후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4. 4. 1.

벚꽃이 하나둘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지난 27, 『먹는물이 위험하다』를 번역한 정나래 번역가와 함께한 북토크가 산지니X공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먹는물이 위험하다』는 아사히 신문의 기자인 모로나가 유지가 도쿄의 수돗물이 발암성 물질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집요하게 취재하며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집념의 르포입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영원한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무엇인지 알아보며 저자의 취재 과정과 일본 정부의 부실한 대처, 그리고 원서 출간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 등을 살피며, 일본 사회를 통해 한국의 사회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더불어 정나래 번역가의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 번역가로서의 마음가짐 등 첫 번역서를 출간한 번역가만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알찬 구성으로 진행되었는데요.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북토크 진행을 맡은 이소영 편집자와  『먹는물이 위험하다』 정나래 번역가

『먹는물이 위험하다』의 부제가 과불화화합물을 쫓는 집념의 르포이나 우리에게 과불화화합물은 낯설기만 한데요. 책의 내용을 논하기 전, 과불화화합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나래 번역가 : 과불화화합물이 생소한 게 저는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전공이 환경공학인데도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낯선 물질이었어요. 그러나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물건에 많이 들어가 있어요. 햄버거 포장지, 화장품 그리고 캠핑용품에 반드시 들어 있고, 프라이팬을 포장하는 포장 물질로도 사용이 돼요. 우리 생활 주변에서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 제조 공정이라든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 꼭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과불화화합물이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굉장히 안정적인 물질이기 때문이에요. 이 안정적인 성질의 편리함 때문에 우리가 생활, 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건데, 문제는 자연계에 나오면 위험이 있습니다. 이게 잘 분해되지도 않고 축적되고 특히 우리 몸에 들어가면 이 물질이 쌓여서 암을 일으키거나 또 어린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정나래 번역가는 과불화화합물로 인한 도쿄의 물오염 사태를 추적하는, 일종의 취재기이기도 한 『먹는물이 위험하다』가 마치 명아주같다고 말하는데요.

정나래 번역가 : 저는 한마디로 이 책을 표현하자면 ‘명아주’ 같은 책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명아주는 논이나 밭에서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잡초인데, 이걸 그냥 뽑으려고 하면 너무 단단해서 제거하기가 되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처럼 『먹는물이 위험하다』는 과불화화합물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환경 문제라고 접근했다가,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이 한 번 더 덧붙여 본다면 명아주가 지팡이의 좋은 원료예요. 단단한 뿌리가 가볍기 때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팡이 같은 책이 아닐까,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명아주 같은 책이라고 설명드리고 싶네요.

과불화화합물이 수돗물에서 발견된 일본의 사례를 보며 과연 한국의 물은 안전할까? 불안감이 드는데요.

2018년 지정된 한국의 수질 감시 기준은 미국의 권고 수치에서 따온 70ng/입니다. 2022년 미국은 4ng/로 기준을 대폭 낮췄으나 전국의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발견된 한국은 여전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나래 번역가는 4ng/으로 개정된 미국의 감시 기준을 고려하면, 과연 한국의 물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국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먹는물이 위험하다』에서 모로나가 유지는 취재 과정에서 일본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가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정나래 번역가는 이러한 일본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국민의 건강과 관련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그리고 오염원인 미국과의 일방적 외교(주일 미군 지휘 협정)로 인한 일본이라는 나라의 주체성 상실을 꼽았습니다. 그녀는 책에 드러난 일본을 통해, 과연 우리 이게 일본만의 문제일까,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가 없을까, 우리 사회는 괜찮을까?” 고민해 보는 지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자연계에 나가면 분해가 힘들어 폐기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정나래 번역가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 지적했습니다.

정나래 번역가 :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연소를 시켜서 처리할 수도 있지만 너무 안정적이기 때문에 보통의 연소 시설에서는 연소시켜도 분해되지 않고, 공기 중으로 오히려 날아가 버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과불화화합물을 처리하려면 연소 시설까지 가지고 가야 되고 그거를 이동시키는 동안에 또 다른 오염이나 비용도 발생하니, 이거는 개인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이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급 주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예요.

 

지금까지 과불화화합물과 일본, 한국 사회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었는데요. 분위기를 바꿔 번역가와 함께하는 시간으로서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북토크의 후반부를 알차게 채워 보았습니다.

『먹는물이 위험하다』가 어떠한 연유로 정나래 번역가의 첫 번역서가 되었는지 질문해 보았는데요.

정나래 번역가 : 아무래도 일본에서 출간되는 책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나 혼자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환경,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우리나라의 다른 독자, 친구, 가족들과 함께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정나래 번역가는 일본에 있던 시절, 책을 보는 낙으로 중고 서점에 들르며 나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나도 책을 한번 번역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환경공학을 전공한 이후 건설회사에 취직을 했는데요. 그녀가 10년을 넘게 일한 회사를 그만두고서 전업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와 번역가가 되기 위해 거쳐 온 여정 또한 들어보았습니다.

정나래 번역가 : 제가 봐도 건설회사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번역가가 된다는 건 사실 흔한 경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근데 회사 생활을 하는 게 그렇잖아요. 내 인생이지만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 내 결정과는 다른 조직의 결정을 따라야 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이건 뭔가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을 하다가 갑자기 ‘시간이 너무 아깝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마음속에만 담아놓고 있었던 ‘번역가’라는 걸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자 해서 번역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도 번역 수업 같은 게 어디 있으면 퇴근하고 들으러 갔어요. 제가 그전까지는 번역을 접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카데미에 가서 좀 체계적인 수업을 들으면서 번역 맛도 한번 보고, 아카데미에서 책을 기획해 출판사와 협의할 수 있는 길도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산지니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정나래 번역가는 번역가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사실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번역을 하고 그렇다기보다는, 저 혼자 읽기에 너무 아까운 정보들, 지식들을 분명히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책을 찾아서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말하며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북토크의 대미를 기분 좋게 장식하기 위해 마지막 질문은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았는데요. 『먹는물이 위험하다』가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정나래 번역가 :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과불화화합물 오염은 도쿄에서 없다는 게 도쿄도의 공식적인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도쿄도지사가 과불화화합물에 따른 오염이 도쿄에서 발생했고, 그 오염원이 미군기지라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혔습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와 미군기지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는 요구까지 했어요. 오염이 발견된 게 물론 기쁜 일은 아니지만,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해 나가는 물꼬가 트였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과불화화합물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뭔가 근본적이고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으면, 조금 더 생각을 해보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책이 읽힌다면 우리 사회에도 좋은 일이, 좀 더 발전하는 방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 사회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과불화화합물에 의한 물오염 문제를, 사회에 그리고 세상에 널리 알린 『먹는물이 위험하다』 북토크가 정나래 번역가의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에 대한 소중함과 사회적 경각심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첫 번역서를 출간한 정나래 번역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번역번역가라는 직업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을 많은 사람과 나누는 데에 힘쓰는 직업이라니,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치 편집자와 닮아 있는 듯해서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번역가를 꿈꾸는 분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먹는물이 위험하다』 책 소개

『먹는물이 위험하다』

모로나가 유지(지은이), 정나래(옮긴이) / 2024-02-15 / 318쪽 / 25,000원

 

“저널리즘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는 책”
“훌륭한 르포이자 집중 취재의 표본” _아마존 독자 리뷰

물오염을 밝혀낸 집념의 취재기록
과불화화합물 사태로 드러난 시대와 사회의 병폐

 

아사히 신문의 기자인 저자는 도쿄의 수돗물이 발암성 물질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고 조사를 시작했다. 저자의 취재에 정부기관의 담당자는 “오염은 없다. 수돗물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답한다. 그러나 의문을 하나씩 풀고 진상을 파헤치는 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정부의 부실한 대처, 자신들의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정부기관의 거짓말, 미군과의 불평등한 협정에 따른 환경 피해, 가려져 있던 오염…. 저자가 밝혀낸 것은 물오염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의 심층이기도 했다.

 

『먹는물이 위험하다』 정나래 번역가 초청 북토크는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다시보기 할 수 있습니다.

▶ 유튜브 채널산지니 『먹는물이 위험하다』 정나래 번역가 초청 북토크 링크

(12) [라이브] 번역가의 마음과 일을 말하다_『먹는물이 위험하다』 정나래 번역가 북토크 - YouTube

 

▶ 『먹는물이 위험하다』 구매 링크 : 알라딘: 먹는물이 위험하다 (aladin.co.kr)

 

먹는물이 위험하다

아사히 신문의 기자인 저자는 도쿄의 수돗물이 발암성 물질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고 조사를 시작했다. 저자의 취재에 정부기관의 담당자는 “오염은 없다. 수돗물은 안전하

www.aladin.co.kr

 

▶ 정나래 번역가 소개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10년 넘게 건설회사에 재직하면서 환경 플랜트 시설의 공정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틈틈이 익혀둔 일본어 덕분에 일본 협력회사와의 사내 통·번역 업무를 도맡으며 자연스레 번역가의 역량을 다졌다. 현재는 번역가로서 의미 있는 지식을 옮기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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