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가 응원하는 야구 팀의 선수가 하루에 홈런 세 개를 친 경기가 있었는데요.
그 선수의 통산 홈런 개수는 4개, 그러니까 4개 중 3개를 하루 만에 기록한 것입니다.
홈런이 거의 없다시피 한 선수가 하루에 3개의 홈런을 치다니, 그 '사건'은 거짓말 같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게 야구경기인 것 같아요.
야구 경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의 삶과 닮은 것처럼
기적 같은 순간 또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의 인생에 찾아옵니다.
우리의 삶과 야구의 순간을 잇는 김양희 야구 전문 기자의 책 『인생 뭐, 야구』가 <한겨레21>에 소개되었습니다.
인생이나 야구나 필요한 건 ‘용기’
25년차 야구 기자 김양희의 <인생 뭐, 야구>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 박용택은 알람 시계를 5개나 맞춰놓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루틴대로 정확히 움직였다. 25년 동안 프로야구 현장을 누빈 ‘야구 전문’ 김양희 <한겨레> 기자의 근면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인생 뭐, 야구>(산지니 펴냄)는 제목부터 엄살 없는 김 기자의 성실함을 떠오르게 한다. 숫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야구적 순간’을 충실하게 담아낸 이 책은 우아하고 이성적이면서도 감상적인 야구인들의 야구 인생 이야기로 가득하다. 1년에 적어도 144일은 야구에 웃고, 야구에 울고, 야구에 화내고, 야구에 기뻐하는 야구팬들의 팬심도 빼놓을 수 없다.
야구도, 인생도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김원형 전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감독은 현역 시절 폭포수 커브를 보여줬지만, 그가 던진 공들은 팔꿈치와 어깨를 불태운 결과였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 또한 오른팔이 굽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도 왼쪽 팔이 곧게 펴지지 않는다.
저자는 2000년 ‘여성’ 스포츠 기자가 되어 야구를 담당했다. 아침에 더그아웃 취재를 마치고 기자실로 들어오면 어떤 감독은 아침부터 재수 없다며 매니저를 시켜 소금을 뿌려댔다.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야구도 모르는 년”이라는 뒷말이 날아들었다.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야구판은 남자들의 세계다. 하지만 이제 야구로 치자면 25년차 선수로 성장했고, 1년차 때 만난 선수들이 단장·감독·코치가 됐으며, 이른 아침부터 여자라고 소금 세례를 받지도 않는다. 야구의 세계는 인생처럼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야구도, 인생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승엽 감독은 국내 최고의 선수였다가 일본 진출 첫해에 좌절을 맛본 이후 하루 450~500번 스윙을 하면서 일본 프로야구의 상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가 됐다. 최형우는 23살 때 삼성에서 방출되고 막노동 등을 전전하다가 경찰청 야구단으로 들어가 왼손 거포로 거듭났다. 삼성과 재계약한 뒤 만 25살로 최고령 신인상을 받았고 2016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 신분을 얻어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지우고 다시 쓸 용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또한 예외는 아니었을 테다. 매일매일 타석에 들어서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될 문장도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 “그때가 오면 중요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순간을 포착할 준비, 최선의 스윙을 할 용기.”(행크 에런)
출처: 2024년 4월 19일 자 <한겨레21>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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