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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가치, 일상의 소중함…성경을 내려놓고 택배 상자를 들며 배웠다 :: <목사님의 택배일기>가 국민일보에 소개되었습니다

by bhb99212 2024. 9. 6.

 “상념에 빠질수록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친구이자 택배 대리점장의 조언으로 시작된 목사님의 택배업무. 치열하고 고된 삶의 현장에서 택배기사로서 느낀 부조리와 공허함, 그럼에도 택배 상자를 들 수 있는 힘을 주는 동료애와 이웃 간의 정, 그리고 목회적 성찰을 담은 <목사님의 택배일기>국민일보에 소개되어 공유드립니다! 우리의 삶의 톱니바퀴가 문제없이 굴러가는 건 보이지 않는 이웃들의 땀 덕분 아닐까요? 그들에게 작은 미소와 배려를 한 번씩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

 

땀의 가치, 일상의 소중함…성경을 내려놓고 택배 상자를 들며 배웠다

 

절임 배추 주문이 늘어나는 김장철이 다가오면 택배기사들은 유독 긴장한다. 소금물이 담겨 무거운 데다 상자도 터지기 쉬운 절임 배추 배송이 매일 있어서다. 여기에 “김칫소 다 만들고 무도 절였는데 배추는 언제 오냐”며 원망 섞인 고객 전화도 일일이 응대해야 한다. 이런 데에 신경 쓰면 다른 배송에서 실수가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그야말로 ‘공포의 절임 배추’인 셈이다.

31년간 목회자이자 사회운동가로 살다 50세에 택배 일을 시작한 저자도 절임 배추에 데인 경험이 있다. 당일 오전 6시쯤 택배 대리점에서 내용물이 터질 위기에 놓인 절임 배추 상자를 비닐로 감싸며 비장한 각오로 배송에 나섰지만 배추 독촉 전화에 이내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른 물건 배송을 얼른 끝내려 서두르는데 이번엔 택배 차량을 옮기라는 연락이 온다. 천신만고 끝에 절임 배추 배송을 무사히 마쳤지만 결국 이날 배송 중 2건이 잘못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오전 1~2시까지 무거운 물건을 계속 들어 올리고 장시간 짐수레를 끌면서도 오배송 염려에 전전긍긍하던 초년생 시절이었다. 그는 이때를 “나이 오십에 신병훈련소를 다시 들어간 심정”으로 기억했다.

현역 목사인 그가 성경 대신 택배 상자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으로서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게 첫째 이유였다.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성도의 마음을 헤아려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그래서 업종은 대리기사와 택시기사 등 의도적으로 몸으로 고생하는 일을 택했다. 그간 해보지 않은 분야였지만 “상념에 빠질수록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는 친구이자 택배 대리점장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충북대 철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남북나눔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에서 활동한 그는 2010년 경기도 광명에서 교회를 개척한 이후로 여러 고민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이를 떨치기 위해 2015년 주중 부업으로 택배 일을 시작한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부터 1년간 주 6일 출근하는 전업 택배기사로 일했다. 현재는 결원이 생길 때 긴급 투입되는 ‘백업 전문’ 택배기사다.

지난해 한 언론사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이 책에는 택배기사로 살며 느낀 소회와 단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택배기사로 일한 저자가 가장 처음 마주한 어려움은 ‘호칭’ 문제였다. ‘목사님’이 아닌 ‘아저씨’로 불릴 때마다 언짢아하는 자신을 무심코 발견하며 반성한다. “목사가 무슨 벼슬도 아닌데, 스스로 목에 힘주고 살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목사랍시고 여기저기서 좋은 설교를 해댔던 내 실체를 고발당한 것 같아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택배기사로서 온갖 갑질과 부조리를 겪으며 느낀 공허함도 생생히 전한다. 퇴근 후에도 독촉 전화를 하며 택배기사를 사생활 없는 ‘배달 기계’로 여기는 진상 고객, 새 건물 상한다며 가져온 수레를 이용하지 말라는 건물주, 몸이 아파도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쉬기 힘든 업무 환경….

그럼에도 저자가 택배 상자를 놓지 않은 건 진한 동료애와 이웃 간의 정 때문이다. 일하며 욕을 입에 달고 살다가도 “목사님 계시는데 미안하다”는 이와, 아침마다 “목사님 사랑해요”라며 진한 포옹을 하는 동료. 또 “생각날 때마다 기도해 달라”며 녹즙을 챙겨주는 ‘건강식품 여사님’을 보며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는 목사와 문턱 낮은 교회를 보고 싶은 것 같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골목길에 애먹던 초짜 시절 저자를 도와준 타사 택배기사와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고객을 보며 “사람은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임도 통감한다.

“21세기 인생 막장”인 택배업체에 몸담은 목회자가 기록한 땀 냄새 밴 글이다. 치열하고 고된 삶의 현장에서 건져낸 목회적 성찰도 보석처럼 곳곳에 박혀있다. 곧 택배 물량이 넘쳐나는 추석이다. 각자의 소임을 다하며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을 향해 미소와 인사 등 자그마한 배려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양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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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가치, 일상의 소중함…성경을 내려놓고 택배 상자를 들며 배웠다

절임 배추 주문이 늘어나는 김장철이 다가오면 택배기사들은 유독 긴장한다. 소금물이 담겨 무거운 데다 상자도 터지기 쉬운 절임 배추 배송이 매일 있어서다.

www.kmib.co.kr

 


 

 

목사님의 택배일기

구교형 지음 | 산지니 | 2024-07-26 | 18,000원
ISBN-13 : 979-11-6861-354-6 (03810)
232 page, 135 mm * 200 mm
에세이

 


 

  <목사님의 택배일기> 구매 링크

 

목사님의 택배일기

구교형 목사는 택배 일을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진짜 세상’을 경험하며 종교와 종교인의 자리에 대해, 이웃에 대해, 땀 흘리는 노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교형 목사가 만난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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