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근 시인의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가 경남도민일보에 소개되어 공유합니다!
정일근 시인은 1985년「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로 등단하였고, 이후 40년간 열네 권의 시집을 비롯하여 시선집, 육필시선집을 펴냈습니다. 문체부장관상(1996), 시와시학젊은시인상(2001), 소월시문학상(2003), Pre포항국제동해문학상(2008), 지훈문학상(2009), 이육사시문학상(2010), 김달진문학상(2014) 등의 수상이력이 있으며, 경향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경남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으로 시창작을 강의함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래보호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는 정일근 시인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며 그간 '고래'를 소재로 써 내려간 작품들과 새롭게 쓴 고래 시 10여 편을 더해 엮은, 오직 고래에 대해 쓴 시집입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고래는 40년간 계속해서 시인을 따라다닌 존재로서, 이번 고래 시집에서는 고래를 향한 시인의 감사와 존경, 그리고 사랑을 전하고자 합니다.
시 쓰는 시월의 고래 쉼없이 유영한 정일근 40년
경남대 초대 서클연합회장 활동
1984년 <실천문학> 통해 등단
이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고래에 매료돼 줄곧 메타포로
시집 14권 펴내고 후학 양성도
탐사 조사원 등 고래 보호 활동
죽음 고비 딛고 내년 신간 발간
1984년 경남대학교 캠퍼스는 매운 최루탄 연기가 눈을 가렸다. 학원의 자유와 민주화를 외치던 청춘들은 여전히 굳건한 군부 세력의 억압에 자주 패배와 좌절을 맛보았지만 우리들의 속에서는 이 불의의 세력을 물리치고 더 큰 자유와 민주를 찾으리라는 갈망이 가득했다. 우리를 위로했던 것은 시위 현장의 치열함, 막걸리 그리고 문학이었다. 그 중심에 경남대 초대 서클연합회장 출신의 정일근(66)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경남대는 당시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고 수준도 높았다. 1980년대 중반,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문예 중흥기를 누렸는데 정일근은 당시 청년 문사들의 질투 대상이자 동시에 무한한 자랑이었다.
시인이자 경남대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 원장으로 여전히 왕성한 현역으로 시를 노래하는 정일근은 1984년 대학 4학년 때 당시 부정기 간행물이던 <실천문학>에 '야학일지' 등 7편의 시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다. 등단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그는 그해 11월 학생의 날 시위 주동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게 됐다. 수배를 피해 거제 학동으로 숨어들어 우울을 견디던 시절, 자신의 마음을 강진 유배지의 다산에 투영해 쓴 시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가 1985년 1월 1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이름을 세상에 드러냈다. 당시 중앙 일간지의 신춘문예 당선 상금이 50만~70만 원이던 시절, 한국일보는 시, 소설 두 분야만 공모하고 100만 원의 상금을 내걸었기에 그만큼 권위가 있었다. 문학인들의 꿈이었던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경남대 4학년 청년이 뽑힌 사실은 문단의 큰 화제가 되었다.
그는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바다가 보이는 교실>을 시작으로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경주 남산>,<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를 거쳐 2023년 <혀꽃의 사랑법>에 이르기까지 14권의 개인 시집을 펴냈고 큰 문학적 성과도 거두었다. 그리고 올해 10월에 등단 4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썼던 고래 시를 묶어 고래 시집 <꽃 지는 바다, 꽃피는 고래>를 펴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1996년 문학의 해 기념 문체부장관상을 시작으로 제6회 시와시학젊은시인상(2001년), 제18회소월시문학상(2003), Pre포항국제동해문학상(2008), 제9회지훈문학상(2009), 제7회육사시문학상(2010), 제24회김달진문학상(2014) 등을 수상했다. 시인으로 성실하게 쓰고 담담하게 성취해온 시간의 결과물들은 그를 우리나라 최고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그의 시가 빠지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면서 또한 최고 고래 시인이다. 정일근을 고래와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는 고래를 시인과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라고 말한다. 해양문학가인 이윤길 선장은 "고래 소설에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이 있다면 시에서는 '꽃지는 바다, 꽃피는 고래'가 이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그의 등단 40주년 기념 시집을 평가했다. 그는 20대 중반, 마지막 고래잡이배를 보고 '장생포 김 씨'를 쓴 이래, 지금껏 시력 40년을 꾸준히 '고래'라는 은유와 함께 헤엄쳐 왔다. 그에게 고래는 삶과 죽음, 인생의 많은 문제를 함유한 메타포이다.
그는 시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도 고래 보호에 열심인 사람이다. 그가 1992년 문화일보 기자 신분으로 울산으로 거처를 옮겼을 당시 우리나라는 모라토리엄으로 고래잡이가 일시 중단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제든 자원이 늘면 고래잡이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고래를 보고 자료를 검토하기도 하면서 고래에 매료됐다. 고래 연작시를 계속 써나가면서 고래 보호 운동에도 열성을 다했다.
1998년 전업시인으로 전향한 뒤엔 고래 운동가가 됐다. 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과 '푸른 고래' 대표를 지냈고 고래문화재단 이사와 감사로도 활동했다. 고래 보호 운동으로 울산시장상, 국무총리표창등을 받았고 울산 바다를 '고래 바다'로 명명하자고 제안한 것도 바로 그다. 반구대 암각화 국보 지정 운동을 이끌고, 장생포의 '고래바다 선언비'에 선언문을 쓰고, 매주 수요일 선박으로 울산일 대를 돌면서 고래 탐사 조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시 속 고래는 상상의 고래가 아니라 현실의 고래요, 시인 자신의 대변자이다.
그는 2010년 경남대 교수로 부임하며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적 재능과 성취를 눈여겨본 박재규 총장의 초빙으로 모교로 돌아온 그는 올해로 15년째 젊은 고래들을 문학의 길로 이끌며 시 창작을 지도하고 있다. 많은 제자를 시인, 작가로 등단시켰고 지역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3.15기념사업회 편찬위원장,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수석부회장, 부마민주영화제 운영위원장,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으로 창작과 지역 사회를 바삐 헤엄치며 지역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시 창작 강의를 해 <바다도 청춘도 푸른>과 <내 안에 헤엄치는 시와 고래> 두 권의 학생 시 모음집을 엮어내기도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시와 고래를 풀어놓는 일의 가치를 생각하면 결코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문단에서는 그를 '시의 길을 올곧게 걸어온, 시에 성심을 다하는 시인'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의 성취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살면서 몇 번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젊은 시절 뇌수술과 동티모르 봉사에서 말라리아로 생사를 넘나들었고 등단 40주년을 맞은 올해, 또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올해 7월 건강 검진을 받다가 몸의 이상을 발견했다.등단 40주년이 되는 10월 1일, 입원해서 큰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병의 상태가 위중하여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그는 자신의 시와 운명이 하나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퇴원하여 건강을 회복 중이다.
수술과 회복의 시간, 그는 병실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혼곤히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이 시기에 쓴 죽음을 예고하는 시들도 40주년 기념 시집에 숨어있다. 80쪽의 '시월의 고래'는 '시월엔 바다의 바닥으로 돌아가리라…바다의 바닥 제일 밑바닥으로 돌아가 다시 고래로 유영을 시작하리라' 하고 노래하고 있다. 그 스스로 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쓴 시였다. 다행히 그는 다시 마산으로 돌아왔고, 그동안 자신의 시를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40년간 꾸준하게 추적해 온 고래에 대한 시들을 모아서 귀한 시집을 펴냈다.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를 세상에 풀어놓고 다시 창동의 고래로 느리게 헤엄치고 있다.
시인으로 살아온 40년간 무려 14권의 개인 시집과 많은 책을 냈고 최고의 영예까지 누렸던 그가 바라는 내일은 무엇일까? 2025년엔 열다섯 번째 개인 시집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작 '경주남산'을 완성하고 절판된 시집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가 재출간되면 내년에 3~4권의 시집으로 다시 독자를 만날 것이다.
고래는 신비한 동물이다. 시인 또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촉수를 지닌 특별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김수영 시인은 '시인은 바다에서 살다가 육지로 진화해온 동물'이라는 말로 고래와 시인을 동일시하기도 했다. 시인 정일근이 걸어온 길을 보면 마치 고래의 항진을 보는 것 같다. 시인들 사이에서 '왕고래'로 불리는 정일근은 고래를 문화로 바꾸었고 그 스스로 한 마리 고래가 되었다. 그가 기르고 불러낸 시의 고래들을 우리 지역에 풀어놓아 이제는 마산, 진해, 창원에서 새로운 고래들이 힘껏 유영할 것이다. 우리 지역민들의 마음이 푸른 바다가 되어 우리 속에 시와 고래가 마음껏 헤엄칠 그날까지 시인의 노력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윤은주 시민기자·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
2024.12.23
▮ 기사 원문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 — 정일근 고래 시집
정일근 지음 | 14,000 | 128p | 130*200 / 무선 | 2024년 10월 31일
ISBN : 979-11-6861-377-5(03810)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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