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임회숙 소설가와 신간 소설 『그들 곁으로』에 대해 얘길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임회숙 소설가는 창문 너머로 빨래를 너는 이웃을 보며 표제작을 썼다고 합니다. 사람은 없어도 바람에 나뿌기는 빨래에서 느낀 따뜻한 기운을 글에 담고 싶었다고요. 등단한 지 15여년이 지난 소설가의 소설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에서 건진 이야기를 엮은 소설 이야기와 이웃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나눈 북토크는 아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오늘 북토크 도서 『그들 곁으로』는 결핍 속에서 피어난 연대와 위로를 그린 소설집입니다. 임회숙 소설가는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등장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신작 『그들 곁으로』에 담긴 소설의 시작과 소설 쓰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소설 출간 이후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주변에서 후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들으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을까요?
임회숙 소설가: 제일 많이 하신 말씀들이 책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제가 봐도 너무 예뻐요. 작품 내용들은 아시겠지만 많이 쓸쓸한 얘기들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책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게 해 줘서 고맙다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분이 계셨는데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편집자: 표지 디자인은 편집자가 디자이너에게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주세요 하는 시안서를 올리는데요. 다른 편집자분들도 공감을 하실 테지만 소설 표지를 잡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특히 소설집. 그런데 이 소설은 딱 처음 표제작을 읽었을 때 이런 느낌으로 그리면 되겠다 하는 그림이 딱 떠올랐었습니다.
임회숙 소설가: 정말 제가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가깝게 느껴진달까? 표지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편집자: 네 선생님 제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2008년에 등단하셨는데요. 당선된 지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처음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순간이 조금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임회숙 소설가: 얘기가 길지만 압축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전봇대 아래에 빨간 대야에 놓여 있는 보라색 속옷을 보고 문득 한 줄 이야기가 머릿속에 지나가더라고요. 제가 대학 가기 전, 직장 생활할 때인데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200자 원고지를 사다가 볼펜 하나를 들고 “임양아 은행 가라.” 그러면 은행 갔다 오고 “임양아 우체국 가라.” 하면 우체국 갔다 오고 그러면서 썼어요. 그리고 정확하게 퇴근 시간에 딱 끝냈데 정확하게 77매로 끝이 나더라고요. 태어나서 소설이라는 걸 처음 쓴 날이에요. 근데 딱 놓고 나서 제가 느꼈어요. 뒷머리가 시원한 거예요. 무슨 페퍼민트 오일 바른 것처럼 그래서 생각죠. 나 소설가가 돼야겠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됐어요. 그리고 15년 만에 <부산일보>로 등단한 했습니다. 그래서 그 뒤통수가 시원했던 느낌을 언제나 떠올리면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편집자: 소설이라는 게 운명처럼 다가왔네요. 표제작인 『그들의 곁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 소설은 먼저 이렇게 시작하는데요. 이 부분은 작가님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43쪽입니다.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바람 때문이었다.
어쩌면 바람이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인지도 몰랐다. 바람을 바라보던 그 순간 얼굴은 땀에 절었고 품 안의 윤은 햇살이 눈부신지 얼굴을 찌푸렸다. 먼지 한 톨 움직이지 않는 진공의 시간, TV 화면 안에선 바람이 불고 있었다. 화면은 발아래 바다와 지척의 섬 그리고 집들이 빼곡한 언덕 위의 바람을 비췄다. 바람은 나풀거리는 빨래로, 지붕 사이에 걸쳐진 전선의 너울거림으로, 빛바랜 건물 틈에 뿌리내린 나뭇가지의 흔들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편집자: 이 소설은 여기서 나왔던 그 윤과 그 윤의 어머니, 수진 이 마을로 이사를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말씀하셨던 대로 씁쓸하다고 해야 될까요? 건조한 느낌이지만 소설의 엔딩에 다다르면 가슴이 살짝 따뜻해집니다. 표제작인 『그들의 곁으로』는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임회숙 소설가: 제가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 다채롭습니다. 시골집에 있다가 부산에 와서 지내기도 하고 그러는데 한 3~4년쯤 전에 남부민동으로 거처를 마련해서 들어가게 됐습니다. 매일 아침 창문으로 빨래가 널려 있는 집을 내려다보게 돼요. 집주인이 빨래를 널러 오면 제가 창문을 열고 “언니 빨래 널러 왔어요?” 이렇게 인사를 건네고 그 언니도 “그래 오늘 날씨가 좋네.” 이러면서 올려다 보면서 눈을 이렇게 찡그리고 인사를 하세요. 근데 빨래를 널고 그분이 내려가도 그분이 계속 있는 것 같은 거예요. 거기에 왜냐하면 바람이 불고 전선이 흔들리고 빨래가 나부끼고, 이런 장면을 보면서 말이 없고 사람은 없지만 이 공간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구나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여러 차례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 언니가 빨래를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정말로
편집자: 빨래를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임회숙 소설가: 흰 빨래는 뽀얗고요. 검은 빨래는 새까맣고요. 빨간 빨래는 빨개요. 우리 빨래 빨아봐서 알지만 되게 어려워요. 그죠? 근데 그 집은 제가 얼마 전에 알았는데 보일러가 없대요. 그러니까 따뜻한 물에 빨래를 이렇게 빨아서 색깔 내는 게 아닌 거죠.결론은 그분이 손빨래를 하는 것도 제가 종종 봤는데 빨래를 너무 잘하시는 저분의 그 따뜻함 그걸 꼭 소설로 한번 옮겨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게 표제작입니다.
편집자: 소설 출간하고 그분께도 책을 드렸나요?
임회숙 소설가: 참고로 아직 못 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정면으로 아직 못 만났습니다. 제가 곧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서 전해드리려 합니다.
편집자: 그렇군요. 저도 문득 드는 생각이 요즘 빨래 너는 걸 잘 못 본 것 같아요. 주택에서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옥상에 빨래를 거는 일이 힘들기도 하고 또 요즘 건조기를 많이 쓰면서 햇빛에 빨래가 말라가는 걸 본 게 조금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들으면서 되게 인간적이라고 해야 될까, 약간 생활 밀착적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느낌도 저는 들었습니다. 네 소설 그 뒷부분에는 또 이런 대목이 있는데요. 이거는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때 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윤과 내가 창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해도 세상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창 앞에 섰고, 창 아래 세상을 바라보던 순간 바람을 본 거였다.
저곳의 바람을 맞을 수 있다면 살아갈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래를, 전선을, 나뭇가지를 흔들며 달려온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면 막힌 듯 갑갑한 가슴이 열리고 숨이 쉬어질 것 같았다. 품 안의 윤이 몸을 뒤척였다. 그래, 너도 저곳이라면 살아보고 싶다는 뜻일 테지. 바람은 TV 화면 안에서 쉬지 않고 불었다.
여기서 주인공은 바람을 보고 저 마을로 이사를 가야겠다라고 다짐을 하는데요. 여기서 바람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였을까요?
임회숙 소설가: 제가 바람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갑갑할 때 창문을 열고 살 것 같다 하잖아요. 바람 쐬러 가자 그런 말도 있고. 저한테는 바람은 말 그대로 활력이에요. 그러니까 삶을 가라앉게 하지 않고 신나게, 눈 뜨게, 기운차게 해주는. 그래서 어떤 바람은 제 생활의 활력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인물 수진이는 진공 같은 공간에 있다가 바람이 통하는 공간에 가고 싶다고 느끼게 했습니다.

편집자: 수진이 약간 답답했던 환경, 남편은 자기를 버리고 도망가고 품 안에 아기는 아직 어리고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또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서로의 두려움을 공유하면서 관계가 깊어지는 지점이었어요. 거의 엔딩에서 나오는 장면인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자기의 미래를 막막하게 생각합니다. 원래 생계를 시어머니가 책임을 지셨는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생계에 대해서 막막함을 드러내거든요. 근데 그때 수진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위로를 해주죠. 그전에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때 수진과 주인집 여자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님이 전하고 싶었던 어떤 감정이랄까 메시지 같은 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임회숙 소설가: 저는 그 대목을 쓰면서 생각한 게 그거예요. 거창한 무언가를 가지고 우리가 상대를 평가하려고 드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보잘것없는 것들이 늘 무시받는 이런 세상에서 그 보잘것없음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업이 뭐든 어떤 삶을 살아가든. 최근에는 그런 생각 했어요. 예전에는 하루 종일 눈 떠서 밥 먹고 텔레비전 보고 그냥 자고 그런 사람들을 참 저 사람 답답하겠다, 매일이 똑같겠다,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걸 반성했어요. 그건 내 기준인 거예요. 그 사람은 그게 행복일 수 있는 건데 어떤 세상의 기준에 나는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나 자신에겐 또 다른 기준이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 대목을 통해 그런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편집자: 네 책이 나오고 기사가 났었는데 김성신 문화평론가가 선생님이 소설을 두고 이렇게 말을 했거든요.“임회숙의 소설에서 연대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타인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드러난다.” 이렇게 표현을 해 주셨는데 선생님이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조금 더 다가가고 내가 그들의 삶을 쉽게 재단하지 않으려고 하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신 게 조금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저희 표제작 얘기는 여기까지 해보고 이제 순서대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소설집에 처음 담긴 소설은 「햇살 한 줌」인데요. 「햇살 한 줌」 속 현수의 아버지는 과거의 상처로 햇빛에 굉장히 집착을 합니다. 이건 소설의 대목인데요. “천창은 집주인과 약속되지 않은 공사였다. 소장은 지붕을 새로 얹어야 한다며 그 비용을 아버지의 일당으로 충당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만큼 아버지는 이 천창에 굉장히 집착을 합니다. 그 이를 ‘미련한 믿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수조차도 공사 중인 집에 천창을 내기 위해서 굉장히 무리를 합니다. 이 소설에서 현수라는 캐릭터도 천창을 내고자 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임회숙 소설가: 저도 그걸 왜 그렇게 내고 싶어 해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는데요, 현수가 천창을 내려고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살기로 한 집주인이 자기 아이 방이 없다고 걱정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래 그러면 아이 방을 만들어 주면 되지 조그마한 다락을 하나 만들어주면 되지라고 합니다. 다락을 이렇게 프레임을 짜고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골조 공사를 딱 하고 보니까 창이 없어서 너무 어두운 거예요. 자기가 그러면 여기 창을 내주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게 자기 아버지 마음이었던 거예요. 여기서 현수가 아버지의 마음을 이젠 이해할 수 있네 어떻네 이런 자잘한 얘기 대신 이 집주인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뭘까를 생각한 거죠. 현수라는 이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타인을 위해서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그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천창 작업을 했는데 아버지가 현수에게 ‘너 잘했네’라고 칭찬을 해주는 거예요. 아빠는 개인의 상처 때문에 천창에 집착했다면 현수는 그런 상처가 아니라 정말 상대의 마음, 상대가 필요로 한 게 뭔지를 알고 도와주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서술을 했습니다.
편집자: 네 개인의 상처를 먼저 이해하고 그 뒤에 사회로 확장되는 내용이었네요. 그럼 선생님께서는 이 소설을 쓰실 때 끝부분을 먼저 결정하고 앞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을 하셨던 걸까요?
임회숙 소설가: 그렇지 않습니다. 쓰다가 바뀌었죠. 저도 처음에는 흔히 말하는 고리타분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신파로 가다가 이건 아니다 너무 정신없다 그런 생각이 들어가지고 다시 앞에서부터 찬찬히 제가 쓴 걸 읽어보니까 그렇게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무리를 바꿨습니다.

편집자: 네 개인적으로 소설을 편집하면서 공사 현장의 용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게 조금 많이 나와서 고생을 했거든요. 맞춤법에도 없고 검색해도 잘 안 나오고. 그래서 현장감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그대로 썼습니다.
임회숙 소설가: 이 작품이 제가 부산소설가협회에서 만드는 <좋은 소설>이라는 거에 실었었는데요. 편집진들이 피드백을 보내온 거예요. 똑같은 문제로. 왜냐하면 이런 건축 용어는 거진 일본어이기 때문에 바꾸자는 제안이 왔는데 제가 안 된다고 했죠. 미안하지만 조금 다듬어 줄 테니까 그대로 써달라. 그 이유는 현장감 때문이에요.
우리 왜 운전하다가 종종 보는 과속 방지턱을 우리 시아버님께서 ‘대꾸바꾸’라고 가르쳐 주셨어. 근데 그 대꾸바꾸라는 단어가 확 와닿았던 경험이 있어요. 지금도 한 번씩 써요. 근데 약간 뭐라 그럴까요? 표준에 위배되면 다 버려야 하나 저는 그 생각도 있거든요. 그래서 표준이 아니어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시골집도 지어보고 지금 거처하는 남부민동 집도 목수님들이 짓는데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이러면서 그들이 쓴 용어들을 듣고 배웠죠. 그게 훨씬 더 작품을 감칠맛 나게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편집자: 네 저도 사실 사투리나 비표준어, 일본어 이런 걸 조금 좋아해서 일부러 엄마랑 대화할 때나 아니면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는 그런 표현을 쓰거든요. ‘나와바리’ 이런 것들. 친밀감의 표시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도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 보려고 하는데요. 다음 작품은 「럭키」입니다. 이 소설은 힘겹게 얻은 시골집에 갑자기 산불이 닥치고 그 불을 보면서 철거 현장을 떠올리는 종섭의 이야기인데요. 불안한 삶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종섭에게 이 ‘럭키’라는 제목은 반어법처럼 느껴집니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궁금한데요.
임회숙 소설가: 제목 고민을 했어요. 하다가 ‘럭키’라고 지은 게 정말 종섭에게는 간절히 행운이 필요한 순간이잖아요. 화마에 둘러싸여 있고 핸드폰도 방전이 돼서 연락도 안 되고 머리 위에 헬리콥터는 막 물을 잔뜩 들고 가지만 밑에 있는 종석은 봐주지도 않고 아무것에도 기댈 수 없는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 중섭에게 정말 필요한 게 행운이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그 제목을 지었습니다.
편집자: 이 소설에선 불이라는 소재가 중요한데요, 산불이기도 하고 철거 현장에서도 화재 사건이 있었죠. 불이라는 소재를 떠올린 건 최근의 산불 영향이었을까요?
임회숙 소설가: 저희 시골집 맞은편에 큰 불이 나가지고 계속 대피 권고 문자가 날아오고 그랬습니다. 우리 집에서 많이 멀었는데 저희 집이 화개장터 있는 쪽인데요. 불이 나면 그러면 저희 화개장터 앞, 섬진강에 방수 헬기라고 합니까? 걔가 와서 물을 떠가지고 가요. 그러면 막 물살이 튀고 막 이런단 말이죠. 그 장면을 보면서 긴박감을 느꼈습니다.
그다음에 불이라는 게 사람에게 위기를 주는 이건 정말 찰나입니다. 작품에도 얘기하지만 종섭이 트라우마를 느끼는 사건이 용산 사태입니다. 제가 조사 기록들을 쭉 살펴보니까 실제 화재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다쳐서 죽고 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공식적으로는 30분이 채 안 됩니다. 그만큼 이 불이라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위협이 될 때는 너무 순식간에 오는구나.
그리고 제 삶에서 커다란 불들을 목도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제 작품에 계속 등장합니다만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저희 집에서 2분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거든요. 그게 저한테는 강렬하게 기억된 불입니다. 그래서 제가 놓고 싶지 않은 불이에요. 그런데 또 용산 같은 일이 벌어졌었고 그다음에 작년에는 전국이 난리가 났죠. 우리 인간에게 불이 주는 위기는 자연이 불을 내기도 하고 국가 권력이 불을 내기도 하죠. 불에 이런 문제들이 중첩돼 있는 것 같아서 불을 중요한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다음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물을 소재로 해볼까 싶습니다.

편집자: 아까 국가 권력 얘기를 하셨는데 선생님 소설에 전반적으로 국가 폭력 같은 게 들어 있습니다. 「저너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저너머」는 분순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앞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을 합니다. 여기에도 작가님이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능력이 불행을 예고했음에도 그건 선물이었다.
임회숙 소설가: 우리나라에 있죠. 흔히 말하는 무속인, 분수는 그런 인물이잖아요. 근데 주변에서 보면 그걸 아주 큰 불행으로 생각해요. 신을 모셔야 된다 이러면 집안 전체가 막 암울해지죠. 분순은 그런 삶을 살았는데 죽고서야 말 그대로 딱 임종하는 순간이잖아요. 그 순간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게 오히려 나에게 행운이었나? 오히려 누군가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나?”왜냐하면 소설 안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지만 자기가 봤던 미래를 어떻게 할 수 있어요? 할 수 없지만 그것을 곱씹고 곱씹으면서 의미를 스스로 다르게 해석하는 거죠. 그래서 순순히 자신의 삶을, 90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삶을 이어갈 수 있었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지점. 제가 그걸 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편집자: 네 바꿀 수 없는 어떤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수용적인 자세 이런 거를 그리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저 너머」를 보면서 분순은 굉장히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았잖아요. 어렸을 때는 빨치산을 만나는 경험을 하고, 남편은 일찍 죽고, 고생해서 낳은 막내아들은 신체적인 결함을 갖고 있고 그런데 마지막에 자신의 임종을 목전에 두고 그래도 내 삶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하는 거죠.
임회숙 소설가: 맞습니다. 그렇게 말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에까지 96살 산 노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원망을 할까요? 나는 아직 96살까지 안 살아봤지만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편집자: 네 선생님 소설집에 담긴 사회적인 이야기를 짚어보려고 하는데 「저 너머」에는 앞에서 말했듯이 산사람이 등장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밤산책」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실형을 사는 캐릭터가 등장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국가적이나 역사적인 비극이 개인 특히 여성의 삶을 파고드는 지점을 그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임회숙 소설가: 저는 태생이 전남 구례예요. 어릴 때부터 부산에 와서 성장을 하면서 저는 제가 부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시골에 가보면 ‘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마을 앞에 빨치산이 지리산으로 도주하는 루트가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 우리 할아버지가 얘기해 줬단 말이에요. 할아버지는 빨치산이란 말을 쓰실 줄 몰라서 반란군이라는 표현을 쓰셨고 그다음에 보국대라는 표현을 또 쓰시기도 하고. 저희 마을에서는 그 시기에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죠. 근데 제가 나이가 들어서 얘기를 들어 보니까 이분들은 정말 그게 뭔지 모르시는 거예요. 이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일제 강점기에도 고통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분들은 일본이 아니어도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고통스러웠어요.
반란군(빨치산)이 들어왔을 때는 반란군만 나쁜 사람이 아니었죠. 국군도 경찰도 나빴어요. 낮에는 경찰이 와서 “어저께 밤에 빨치산 도운 사람 다 나와.” 하고 밤이면 빨치산이 와서 “야, 경찰한테 도움 준 놈 다 나와.” 하고. 낮과 밤으로 번갈아가면서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냈기 때문에 이분들은 이데올로기고 이런 걸 몰라요. 단지 그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뎌왔는가만 알고 계시죠. 그런데 또 그 순간에 받은 아픔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면 그때는 다 그랬는데, 뭐 이러면서 사세요. 국가 권력에 관한 내용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제 작품에 국가 권력이 살짝 묻어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는 그게 중심이 아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 민중들이 어떻게 살아갔고 어떠한 상처를 겪었는가 전 그걸 말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기는 하나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는 거죠. 아무 이유도 모르고 당하기만 한 그분들의 이야기는 이데올로기라는 커다란 주제 밑에 자꾸 깔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그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편집자: 이게 정치와 엮여서는 안 되는 일인데 정치와 종종 엮이면서 이들에 대한 피해가 묻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또 부각되기도 하고 이러죠. 그들이 피해를 받았다는 건 분명한 일인데 말이죠. 저는 또 그분들이 ‘그때는 다 그랬지’라고 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본인의 상처를 끄집어내서 치료하기까지가 조금 겁이 나서 그러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임회숙 소설가: 맞습니다. 지금 저희 마을에 그 기억을 다 갖고 계신 분이 두 분 살아계신데 “할머니 그때 어땠어요?” 그러면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아직도 그러세요. 어떻게든 이분들한테 제가 사탕도 사다 드리고 짜장면도 사드리고 그러면서 물어보면 “몰라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이러면서 말을 안 해 주세요. 그러니까 그만큼 그 두려움이 아직도 강하다는 거죠.
편집자: 이런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조금 전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밤산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 소설을 한글 파일로 받았는데 받았을 때는 다른 제목이었어요. ‘꽃비가 흩날리던 때’였는데 지금의 제목으로 설정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임회숙 소설가: 원래 ‘밤산책’이었어요. 소설 문학상 당선이 됐다고 심사위원장님께서 전화를 하셔가지고 “이 제목을 말랑하게 바꿔줬으면 좋겠다.”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이러니까 이 소설이 아프지만 아련한 첫사랑 얘기잖아요. “그 첫사랑에 어울리는 그런 분위기로 바꿔 보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등장인물이 꽃가게에 계신 분이고 이래서 말랑하게 바꿔봤습니다. 그러다 이번 소설집을 내면서 원래 제목으로 돌아왔죠.
편집자: 이 소설에는 화자가 있고 화자는 바라보는 입장이잖아요. 메인 스토리는 조금 다른 내용인데 여자가 어렸을 적에 첫사랑을 잡지 펜팔로 만나죠. 그 남자와 편지를 주고받는데 그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뚝 끊깁니다. 근데 여자가 그 남자를 포기하지 않고 내가 당신의 답장을 기다리면서 100번의 편지를 보내겠다. 그때까지 답장이 없으면 내가 이 마음을 접겠다 이렇게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남자가 민주화 운동으로 실형을 살고 있었고 그래서 편지에 답장을 일부러 보내지 않은 거죠. 자기와 얽혀서 조금 힘들 테니까. 여자는 이후 다 아버지가 붙여준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어요.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남자를 다시 찾아보니까 그 남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100번의 문병을 가겠다 이러면서 추념 글귀를 쓰는 화자한테 찾아가면서 이야기인데요. 제가 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이렇게 길게 말한 이유는 제가 이 소설을 기장 좋아했어요.
임회숙 소설가: 이거 표제작으로 밀자고 하셨어요.
편집자: 저는 이 추념글귀를 쓰는 사람이 화자인 것도 좋았고 스토리도 되게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먼저 화자를 독특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회숙 소설가: 제가 직접 목격했거든요. 꽃다발을 자꾸 맞출 일이 생긴 거예요. 꽃집엘 갔는데 이렇게 리본에 글 당선 이런 거 쓰잖아요. 꽃집 주인이 어딜 가더니 뭘 받아오는 거예요. 보니까 먹으로 이렇게 쓴 게 보이더라고요. “이거 진짜 써요? 사람이 손으로?” 이러니까 그렇대요. 그래서 어디 계시냐고 묻고 가봤더니 요만한 책상에 각종 붓들이 놓여 있고 리본들이 이렇게 걸려 있는 거예요. 말을 걸어봤더니 “어디다 달 거냐, 꽃다발이냐, 꽃바구니냐, 화안이냐?” 이러면서 꺼내가지고 거기서 착착착 쓰시는데 너무 인간적인 거예요. 요즘은 컴퓨터로 다 하는데. 한 번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또 찾아갔어요. 꽃 살 일도 없는데. 박카스 한 박스 사가지고 가서 “아저씨라고 해야 돼요? 선생님이라고 해야 돼요?” 이러니까 “나 글 선생인데.” 그래요. 그리고 옆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뭐 물어봐도 돼요? 이거는 뭐예요?” 알면서도, 괜히 물어보니까 “이거는 몇 호 붓, 몇 호 붓.” 이렇게 계속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하다가 여기서 이거 하시게 됐어요?” 그러니까 원래 대서소에서 글을 못 쓰는 분들 대신해서 글 써주는 일을 하시는 분이었대요. 대서소들이 사라졌잖아요. 그리고 법원이 거제 쪽으로 옮겨가고 이러면서 갈 데가 없었는데 누가 꽃집 가면은 글 쓰는 사람을 찾는다더라 해서 여기 왔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거기에 꽂힌 거죠.
이 분이 내 소설에서 뭐가 돼 주셔야 되는데 어떡하지 하고 고민을 정말 한 2년을 했을 거예요. 그러다가 제가 제주도를 너무 좋아해요. 제주도를 갔다 일주일 살기를 하는데 또, 고백하자면 사우나도 좋아합니다. 제주도에 가면 늘 가는 사우나가 있는데 어느 날 갔는데 안이 너무 뜨거워서 저도 모르게 “아 뭐 이리 덥노.” 이랬더니 한 분이 “부산에서 왔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분이 “나 부산 아는데.” 이러는 거예요. 제주도 분인데 그러세요, 그랬더니 “나 저기 부산 영도에 간 적이 있다”라고 그러면서 이모가 영도에 사시는데 거기 갔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 펜팔한 얘기를 해 주신 거예요. “내가 그 남자를 꼭 만나보려고 갔는데 못 만나고 왔지” 이런 얘기. 거기서 풀린 거예요. 나머지는 제가 끼워 맞췄지만. 저는 남한테 말을 잘 걸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편안하게 스쳐가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그것들이 저한테 꿰어져서 작품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되게 많거든요. 「밤산책」도 굵직굵직한 얘기는 그렇게 시작된 거죠.
편집자: 앞에 준비하면서 선생님 친구분이 꽃다발을 주고 가셨는데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기로 한국, 일본, 중국의 꽃꽂이가 다 다르대요. 그래서 그걸로 꼭 소설을 쓰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이렇게 주변에서 소재를 많이 얻으시나봐요.
임회숙 소설가: 맞습니다. 여행 가다가도. 얼마 전에 제가 강원도 여행 갔다 왔거든요. 제 남편이랑 둘이. 자작나무 숲에 갔는데 눈이 엄청 와가지고 아이젠이 없으면 못 가요. 근데 어떤 아저씨가 구두를 신고 거기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저희 남편 보고 조용히 “남편아 나 구두를 포기 못한 남자로 글을 써야겠다.” 그랬죠. 저 사람은 왜 저 구두를 포기 못할까 왜 그럴까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편집자: 네 저희 마지막 소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이 소설집에서 조금 뭐라 해야 될까요? 독특하다고 해야 될까요,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 소설에서는 조금 보기 드물게 인디언이 주인공입니다. 인디언과 한국산 바위 다람쥐를 연결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처음에 인디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오게 된 계기가 참 궁금해요.
임회숙 소설가: 역시 일상에서 왔죠. 저희 동생이 미국에서 사는데 20년 다 돼 가는데 아무도 못 가봤어요. 가족이 다 먹고 산다고 바쁘고 막 이래 가지고. 제가 몇 년 전에 총대를 메고 가족 대표로 갔죠. 갔더니 동생은 또 생전 처음으로 핏줄이 미국을 왔다고 저를 관광을 시켜주겠다고 라스베거스하고 그랜드캐년, 엔텔롭 이런 델 데리고 가줬어요. 엔텔롭을 갔는데 가이드가 다 인디언이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인디언 보호 구역 안의 가이드는 인디언만 할 수 있더라고요. 그 대표적인 공간이 엔터롭이고요. 그래서 제가 관찰을 했죠. 그러다 화장실을 갔는데 재래식 화장실인 거예요. 놀랐어요. 그랜드캐년, 자이언캐년은 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좌변기였거든요.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그때부터 미국에 머무는 동안 계속 찾았어요. 찾아보니까 엔터롭이 있는 애리조나 주 중에서도 인디언이 사는 동네는 전기나 수도나 화장실 시설이 안 돼 있는 곳이 아주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은 물차로 옮기고. 척박한 사막을 달리다 보면 중간에 두어 개의 집이 있어요. 그 중간에 흔히 말하면 탱크로리라고 하는 게 여기저기 길게 놓여 있는 걸 계속 목도를 했거든요. 상하수도가 없기 때문에요.
그리고 보호 구역의 인디언들에겐 1인당 얼마 정도의 보조금을 준대요. 그런데 이 돈이 너무 애매하죠. 뭘 배우거나 자기 개발을 하기 쓰기에는 너무 모자라고 그렇다고 생활에 쓰기에도 넉넉한 건 아니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점점 어디로 빠지냐면 술과 마약에 빠진답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가 인디언 보호 구역까지 확장을 하려고 했습니다. 인디언들은 처음에는 반대를 했는데 인디언 자치구 위원들이 받아주자, 이거 아니면 우리가 산업적으로 할 게 없다고 해서 받아줬답니다. 결론은 대부분이 마약, 도박, 알코올 중독이 됐죠. 이런 걸 알고 나니 엔터롭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이구나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편집자: 네 이들을 보조금과 관련지어서 한국산 바위다람쥐와 연결을 하죠. 한국산 바위다람쥐가 귀여워서 미국에 갔다놨는데 다람쥐가 자생하고 살 수 있는 먹이가 없어서 관광객이 주는 초콜릿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조금이 없으면 당장의 생활이 막막한 자신들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이렇게 고민하죠.
선생님 소설, 지금 「캔 이야기」를 비롯해서 인물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인데요. 그들의 고통을 전시하거나 동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고뇌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를 되게 세밀하게 포착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셨을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글을 쓰면서 특별히 조심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임회숙 소설가: 저는 글을 쓸 때 안 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해요. 저도 힘든 시간을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 그 힘든 시간에 놓여 있을 때는 세상을 향해서 ‘한 번만 걸려 봐라’ 이런 마음으로 살거든요, 그래서 우리 부산말로 곤조 부리네, 고집스럽게 뭔가를 행하려고 하는 그들의 그 행위를 쉽게 재단하지 않으려고 하죠. 저도 이 상황,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 박고 싸워야 될지, 똥고집을 부리면서 버텨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게 그 순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거든요. 그거를 소위 말하는 배웠다는 사람,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서라’ 하면서 말리는 건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듭니다. 저는 적어도 그러지는 않으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편집자: 다른 사람의 일을 그리는 일이라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하죠. 내가 그들의 삶을 재단할 수 없고, 내가 그들을 쉽게 불행하다고 말해서는 안 되고, 또 그렇다고 그들의 어떤 힘겨운 점을 무시해서도 안 되니까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소설 속에서 많이 신경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 하나 해보려고 하는데요. 작가의 말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이웃들이 부재중인 집을 살펴준 일화를 소개하셨는데요. 그러면서 “서로의 곁으로 한 발짝씩 다가가야 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표제작으로 선정하는 데도 영향을 주었을까요?
임회숙 소설가: 그렇죠. 저는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추울 때 부산에 나와 있으면 당황스러워요. 시골집은 더 춥거든요. 그래서 마을에 친한 옆집 이모한테 “이모 우리 집 수도….” 이러면 “물 틀어놨네.” 이렇게 말씀해 주세요. 부산 집이 위급하다 이러면 옆집 오빠가 가서 보일러도 틀어 놓고 물도 틀어놔 주시고. 택배가 왔는데 비가 온다. 그럼 자기들이 가져다가 저장고에 넣어놔 주세요. 그리고 “니 택배 왔더라. 저장고에 있다 가져가라.”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이번 소설집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담긴 여섯 편에는 다 이웃이 등장하잖아요. 왜 그럴까? 제가 생각하니까 제가 정말 이웃이 많더라고요. 저를 돌봐주고, 바라봐주고, 챙겨주는 이웃들이 너무 많으신 거예요. 그런 경험 덕분에 와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가야 되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편집자: 마지막으로 3년 만에 진행하신 부토크에 대한 가벼운 소감 한마디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회숙 소설가: 날이 너무 추운데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생각보다 뭐라 그럴까요, 제 작품 얘기를 하는데도 수다 떠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앉아 계신 분들이 지루하지 않으셨을까 모르겠네요. 제가 최근에 느낀 다가가야 된다는 그 생각대로 오늘 저에게 많은 분들이 다가와 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더 열심히 다가가는 소설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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